오역/의역 O

 


인류 “최후의 에덴”은 순식간에 위기의 굴레로 변했다. 

 


심장을 겨누는 흉탄(凶彈)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하산은 노호하는 경비원이 방아쇠를 당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탕――’, 귀에 거슬리는 총소리가 텅 빈 의회 로비에 메아리치며 서서히 조용해진다. 

 


하산: ……!

 


그러나 총알이 하산 대신 다른 사람의 가슴을 관통했는데, 누군가 혼란을 틈타 의원석을 빠져나와 하산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하산: 리스트 의원……!?

 



 

총알이 리스트의 가슴에 정통으로 박혔으나, 그는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몇 번 비틀거리다가 다시 균형을 잡는다. 

 


경비: 너……이 배신자……지옥에나 떨어져!

 


이 경비원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리스트의 주먹이 총알보다 더 빨리 턱을 호되게 때린다. 그는 순식간에 땅에 쓰러졌고, 리스트는 그가 들고 있던 권총을 주우며 완전히 의식을 잃은 걸 확인할 때까지 총을 들고 경계하며 하산의 곁으로 물러난다. 

 


하산: 정말 고맙네…… 근데 왜……

 


그제야 하산은 총에 맞아 찢어진 상의의 구멍에서 안쪽에 입은 방탄조끼를 보게 된다. 이것이 둘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옆에 있던 니콜라는 다가오려는 의원을 걷어차며 두 사람과 합류한다. 

 


니콜라: 흥, 회의에도 방탄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진짜 있기는 하군…… 의회의 안보를 불신하나 보지?


리스트: 죄송합니다. 단지 제 안 좋은 버릇이라서요. 그리고, 저는 제 계획에는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게 싫어서 그만. 

 


리스트는 권총 탄창을 빼고 남은 탄환 수를 검사한 후 바로 탄창을 다시 장착한다. 그리고서 순간 몇 발의 빈 총을 발포하여 그들에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을 견제한다. 

 


하산: 의회의 경비원들조차 정상이 아니군……


니콜라: 경비와 폭동을 일으킨 의원들은 한패인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을 텐데. 

 


솔직히, 습격받은 순간 니콜라의 첫 번째 의심 대상은 쿠로노였다. 그러나, 리스트의 행동을 보면 그 가능성을 거의 배제할 수 있다. 아니면 최소한 이렇게 큰 규모의 습격 계획이 쿠로노 전체의 의지는 아니라는 건 확실할 것이다. 

 


리스트: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은――당신들은 이미 세리카의 보고를 들으셨을 테니, 그 이상한 전자가 그들의 생각에 확실히 영향을 끼친 거겠죠. 

 


노호하며 타인을 덮치거나 중얼중얼 통곡하는 자들은 모두 리스트가 아는 의원이며, 그들이 모두 쿠로노 소속이라는 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 

 


하산: 그렇다면 공중정원 전체에 안전한 곳은 없겠군. 

 


인류의 마지막 요람으로 불리는――공중정원의 모든 생존자는 가장 위험한 적이 된다. 

 


리스트: 심지어 우리는 1초라도 서로를 믿을 수 없습니다……

 


리스트는 실눈을 뜨고 고개를 저으며 끊임없이 솟아나는 혼돈의 사상을 억누르려 하였는데, 그는 이것에 파묻히면 자신이 눈앞의 사람처럼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손에 있는 총알과 뇌리의 이성 중 어느 것이 먼저 바닥날지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다. 이들이 어수선한 의원들과 대치하는 사이, 의회 로비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복도를 잇는 비상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리스트: ……우리는 여기에 갇히겠네요. 

 


리스트는 문 앞에 몰려 있는 의원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지금 문을 막은 놈들을 죽이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게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산: 소용없다, 이미 늦었어……

 


하산의 말대로 셔터가 내려오는 속도는 정상적인 응급 상태보다 훨씬 빨라서 순식간에 회의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다. 

 


니콜라: 이건 절대 정상이 아니야…… 셔터를 통제하는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은 모양이군. 


리스트: 여기까지인가……

 


리스트는 권총의 마지막 총알로 위협 사격을 하고, 마지막 호신 무기를 잃어버렸다. 미친 의원들의 접근을 천천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거기, 이쪽이다!

 


굉음과 함께 비상시에 잠겨 있던 의회 로비 비상 통로의 문이 벌컥 열리며 낯익은 모습 하나가 나타난다. 

 


니콜라: 그린스…… 너는 왜 여기 있나.

 


그린스는 문 뒤에서 못된 미소를 지으며 옛 친구를 보듯 니콜라를 향해 손을 내젓는다. 

 



 

그린스: 의외인가? 전에 내가 누구 때문에 의회에 못 들어가서 여기서 기다렸는데……이봐, 꼬맹이 닉.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반칙이 아니겠지. 

 


니콜라는 그린스 외에도 비상구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니콜라: 웰스……제일 멀쩡해 보이는군.

 


웰스라는 이름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사령부 소속의 참모장으로 엄밀히 말하면 니콜라의 직속 부하인 셈이다. 

 



 

웰스: 네, 저는 괜찮습니다……어쩌면 당분간 괜찮다는 말밖에 할 수 없기도 하죠. 


그린스: 길에서 갑자기 이 사람을 봤는데, 그가 의회 쪽이 난리가 났을 거라고 말해서 난 재미 좀 보려고 왔지. 


니콜라: 미안하지만, 아무도 네 일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웰스, 바깥 상황은 어떻지?


웰스: 저는 지상군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참모부가 집행 부대의 비상 소집 명령을 내리게 하도록 하였으나, 그 후 그곳도 이곳과 같이 마비되었습니다……

 


참모장인 웰스도 혼자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면 사령부의 다른 사람들도 의회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리스트: 실례합니다, 웰스 참모장. 당신 손에 있는 무기는 어떻게 얻은 것입니까?

 


리스트는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총기 제식이 황금시대 이전의 산물처럼 보일 정도로 오래됐다는 것에 주목한다. 

 


웰스: 제가 예전에 소장했던 것일 뿐입니다. 아직도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웰스는 침착하게 문 앞으로 가서 사람 더미 속에 원통 모양의 물체 하나를 던진다. 원통이 땅에 떨어지자 깨지면서 강한 빛과 충격파를 발산해 의회 로비를 환하게 비춘다. 가장 가까웠던 십여 명의 사람들은 충격으로 빠르게 의식을 잃는다. 

 


웰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단순한 충격탄입니다…… 그들은 단지 기절했을 뿐입니다.

 


웰스는 니콜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특별한 상황이었지만, 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린스: 이 고물이 아직도 쓰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건 아마 우리보다 더 늙었겠지. 

 


황금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었고, 퍼니싱 바이러스가 터진 이래로 이런 대인 무기는 더욱 의미가 없었다. 

 


니콜라: 만약 네가 자신을 말하는 거라면 몰라도, 난 너보다 훨씬 젊어. 


그린스: 아, 그런가? 내가 이렇게 늙었다는 것도 잊을 뻔했군……아무래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는데.

 


그린스는 문 뒤에 숨어서 니콜라를 해하려는 의원을 붙잡아 한 손으로 그의 관절을 꺾는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멱살을 잡아 문틀에 세게 박는다. 그는 그 불운한 의원의 머리를 잡고 비참한 얼굴을 들여다본 후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린스: 야, 이놈이 전에 날 조사했던 감사원 소속인 것 같은데, 리스트 동생의 ‘친구’ 같아 보이잖아? 미안, 손이 좀 무거워진 것 같다. 

 


리스트는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은 채 그린스를 싸늘하게 바라본다. 

 


리스트: ……괜찮다. 난 그와 그렇게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니까. 


웰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걸 가지고 계십시오……

 


웰스는 남은 세 자루의 총을 각각 하산 쪽에게 건네준다. 리스트는 그가 자신의 무기도 챙겨준다는 게 의외였다. 

 


웰스: 우리는 지금 누가 언제 광기에 빠질지 전혀 알 수 없으며, 누군가는 총을 가지고 그를 제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량의 실질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이 무리 중 하나가 광기에 휩싸이면 공중정원에 예기치 못한 엄청난 파괴를 일으킬 것이다. 

 


그린스: 서로 적이 된다면 우리 같은 놈들은 딱 좋겠네. 상대방이 미쳐있다면 거리낌 없이 총을 쏠 수 있으니까. 


리스트: 그렇군……상당히 합리적이야. 

 


리스트가 권총을 점검해 보니 모델이 터무니없이 낡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다. 

 


그린스: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갈까? 브리지 게임? 아니면 한잔 걸쳐?


하산: 먼저 발신 센터에 가야 한다……비상 방송을 송출해야 해. 

 


다섯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도 먼저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먼저 결정해야 할 일이 있었다. 

 


리스트: 그러면 첫 번째 문제는 누가 길을 터줄 겁니까?

 


누가 선두이건 간에, 그 사람은 전방에서 갑작스러운 위험에 직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몸 뒤의 네 명이 언제든지 총구를 겨눌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거의 즉시, 나머지 네 명이 시선을 교환한다. 

 



 

니콜라: ……제일 어린놈. 


그린스: 물론 막내가 해야지. 


웰스: 전력 분배를 고려하자면, 젊은이가 정찰과 적의 조우를 책임지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산: 그러면 나도 막내가 책임지고 길을 터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군. 


리스트: …………

 


리스트는 눈썹을 찡그리며 입가를 바들바들 떤 후, 권총을 들고 먼저 비상 통로의 끝으로 걸어간다. 

 


...

 


과학 이사회의 일부 회의실 안에는 어두운 불빛 속에서 홀로그램 통신의 빛이 반짝이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과학 의사회와 우리 생명의 별의 예비 추정을 종합하면 결론은 분명해. 

 


아시모프는 얼굴을 찡그리며 지상에 있는 집행 부대의 이중합 탑에 관한 보고서와 히포크라테스의 조사 문서를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시모프: 그러네. 그 이중합 탑이 발사하는 전자파 혹은 전자파에 해당하는 에너지 빔은 인간의 마인드 표식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광기에 빠지게 할 것 같아. 


히포크라테스: 똑같은 광기에 빠진 인간이라도 그 증상은 똑같지 않은데…… 불과 수십 분 만에 그것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파악하지 못했어. 


아시모프: 우리 쪽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바로 그때, 갑자기 회의실 대문에서 무거운 충돌음이 들려 온다. 

 



 

로사: 와아악! 아시모프 씨!!!

 


구석에 숨어 감히 나오지도 않았던 로사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연구원 A: 조심해, 도망친 이합 생물이 안에 있어……


연구원 C: 나오기 싫으면 신식 폭탄으로 파괴해 버려! 잡히기만 해봐……


연구원 A: 만약에 우리가 폭발하면 어떡해! 하지 마, 하지 마!

 


로사는 자신의 야윈 몸으로 회의실 문을 받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거의 소용이 없었다. 

 


아시모프: 로사……넌 사물함 안으로 숨어.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그곳을 떠나지 마. 


로사: 그치만……아시모프 씨는요?

 


로사는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 아시모프가 다그치며 사물함 속으로 밀어 넣는다. 

 


아시모프: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로사를 안정시킨 후, 그는 회의실 문 옆에 있는 비싼 설비를 모두 밀어 넘어뜨려, 문이 뚫리는 걸 지연시키는 마지막 장벽으로 만든다. 

 


아시모프: 퍼니싱 농도가 매우 높은 이중합 탑에 접근하여 들어가려면, 아직 지상에서 임무 수행 중이라 빨리 움직일 수 없는 카무를 제외하고……오직 한 기체만이 할 수 있어. 


히포크라테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그 기체를 가동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아직 기체 적응도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시모프: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야. 기초 조정은 끝났으니, 남은 건 그에게 맡겨야지. 그리고 또 지상의 집행 부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탑은, 너무 위험하다고. 


히포크라테스: 그러면 구조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모아야겠어…… 아직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 

 


문밖에서 오는 충격이 점점 거세지자 과학 이사회 회의실의 튼튼하지 못한 문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히포크라테스: 우리는 과학 이사회 쪽으로 먼저 갈게. 그동안 자신을 잘 지켜, 알겠지?


아시모프: 최대한 노력해보지……


히포크라테스: ‘최대한’이라고 말하지 말고, 확답을 줬으면 좋겠는데. 

 


아시모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웃는다. 

 


아시모프: 응, 그러지. 

 


이렇게 말하며 그는 생명의 별과의 통신을 끊고, 신속하게 새로운 통신 요청을 보낸다. 

 


...

 


이상하다…… 매우 이상하다…… 분명히 방송에서 피난을 권유했으나, 수송기 계류장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조체 병사 A: 야, 앞에 구조체. 여기는 통행금지다. 

 


계류장으로 달려가던 중 구조체 병사 여러 명이 가로막는다. 

 


리: 나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다. 10여 분 전 참모부로부터 계류장으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같은 명령을 전달받지 못했나?

 


엘리트 소대의 이름이 들리니 구조체 병사들은 분명하게 예의를 차린다. 

 


구조체 병사 B: 아니오, 그런 명령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후에 저희는 같은 참모부로부터 새로운 명령을 받았습니다. 


구조체 병사 A: 이전의 비상사태가 해제되었다고 하여, 앞으로의 집행 부대 병사들을 여기서 막으라고 명령했습니다.


리: 말도 안 돼……

 


리가 자신의 단말기를 다시 점검해 보니 비상 소집 명령이 해제되지 않았고, 새로운 명령은 더더욱 받지 못했다. 

 


구조체 병사 B: 아닌가? 집행 부대를 먼저 소집하고 후속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는 어떻게 받으셨습니까? 


구조체 병사 C: 아, 아니……내가 받은 명령이……

 


원래 질서정연했던 구조체 소대가 의견이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각 구조체가 모두 다른 지령을 받은 것이다……

 


리: ……참모부가 어디에서 해킹당한 건가.

 


리는 과거에 대행자로 활동했던 루나가 화서를 이용해 공중정원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후 외부 침입에 대한 각별한 방호 이루어졌기에 재침입은 상상하기 어렵다.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려 온다. 길가에 있던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폭발한다. 그러나, 폭발 지점과 가까운 곳에 있던 주민들은 위험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앞의 불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리: 빨리 가서 사람을 구해!

 


리의 외침을 듣고 구조체 병사들은 우선 지휘 계통의 오류 문제를 제친 뒤 잇달아 긴급 구조 작업에 투입한다. 그들이 민중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주려 할 때, 갑자기 단말기에서 새로운 통신이 들린다――아시모프다. 

 


리: 아시모프?

 


통신의 반대편에서 아시모프는 엄청난 간섭을 받는 것 같았고, 몇 초 동안 소음이 계속된 후에야 겨우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시모프: 리, 내 말 들리나?


리: 이쪽은 리. 아시모프, 공중정원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죠……

 


리는 아시모프의 통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시모프 쪽은 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아시모프: 응답이 없군……공중정원의 통신 장비도 제한된 것 같네. 그래도 들린다면 즉시 과학 이사회로 가. 우리의 예비 조사에 따르면, 지상에 갑자기 나타난 이중합 탑은 적색 가시광선에 가까운 전자기 방사선을 방출하여 인간의 마인드 표식을 오염시킬 수 있다. 

 


정말 아시모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상대해야 할 건 원래 보호 대상이었던 무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키는 공중정원 전체이다. 


 

아시모프: 하아……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간단히 말하지. 

 


소음 속에서 다시 한번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더 많은 인간의 노호와 괴성이 들린다. 

 


아시모프: 네 새 기체는 내가 이미 모두 디버깅했으니, 마지막으로 의식 전환과 승인을 하면 기동할 수 있어. 이중합 탑의 주변 환경은 퍼니싱 바이러스 농도가 매우 높고, 그 내부는 관측 불가능해 미지의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네가 퍼니싱 바이러스에 완전히 면역할 수 있는 ‘초각’ 기체로 교체하여 지상에서 그 탑의 내부로 들어가 파괴적인 붉은 빛의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를 바란다. 

 


아시모프는 고통스럽게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고, 마인드 표식을 오염시키는 붉은 빛이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시모프: 지금은 너만이 이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 미안하지만 나도 지금 너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말을 마치자 통신이 끊어져, 아무리 통신을 연결해도 더 이상 응답이 없었다. 

 


리: 젠장……

 


심지어 더 두려운 것은, 이제 아시모프 조차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초각’이라는 이름의 기체가 그가 모든 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