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본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야 할 동료가, 지금 오히려 동료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연락관이 보내준 좌표를 향해 한참을 걸어가니, 자신도 모르는 새 서서히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향인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느다란 땀과 입안에 얼얼한 짠맛이 느껴진다. 이미 멀리서 그 나선 탑의 꼭대기를 볼 수 있는데, 마치 먼 하늘의 가장자리를 찢고 행성 위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붉은 가시처럼 보이며,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다모클레스의 검과도 같다. 그러나, 아무리 그 방향을 향하여 가더라도 그 날카로운 칼날은 천변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 가까이 갈 수 없다. 

 



 

시카: [kuroName] 선배……

 


곁에 있던 시카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젊은 지휘관은 땀으로 젖은 이마를 닦고 숨을 크게 내쉬며, 다시 단말기를 들어 올려 위치를 확인한다. 

 


시카: 틀, 틀림없는데……

 

지휘관: 리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구조체는 즉각 응답한다. 

 


리브: 지휘관, 위성 지도는 우리가 목표 지점을 향해 접근 중임을 보여주고 있어요……아……


루시아: 왜 그래?

 


리브는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리브: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화면이 흐려졌는데, 신호가 불안정한 것 같아요. 

 


리브는 홀로그램 투영을 거두었고, 역시 무거운 얼굴로 루시아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루시아: 저는 ‘저 탑’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게 잘못된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어쨌든,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이것을 볼 수 있는 이상 이 방향은 틀리지 않았을 거예요. 

 

선택 1

지휘관: 응. 경계심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자. 


시카: 네! 선배!


리브: 네, 지휘관. 저는 환경과 여러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겠습니다. 


선택 2

지휘관: 아니, ‘우리가 보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


시카: 네?


지휘관: 먼저, 지원 부대와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우리가 있는 장소를 확인하자. 


리브: 잠시만요……지휘관, 지원 부대가 제 통신에 맞추어 회답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미 임시 채널을 통해 연락관에게 계속 신호를 보냈습니다. 


시카: 제 단말기는 당분간 아무와도 연락할 수 없어요…… 혹시 모르니 단말기의 연락 권한을 개방하겠습니다. 간섭이 복원되면 처음에는 어떤 신호도 빠짐없이 수신할 수 있어요! 오히려, 당분간은 중요한 임무 연락도 없고……


지휘관: 고마워, 시카.


시카: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인걸요!

 

지휘관: 이왕 이렇게 된 거, 먼저 계속 나아가자.


루시아: 네, 지휘관.

 


...

 


한동안 계속 나아갔지만, 연락관으로부터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 그 사진들과 좌표는 아마 마지막 메시지일 것이다…… 얼떨결에, 줄곧 뒤를 따라오던 리브가 주저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리브: 저기……여러분……뭔가……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루시아: 이상한……냄새?


리브: 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모두가 점차 걸음을 멈추고, 발밑의 황폐한 황토와 폐허를 내려다본다.

 


리브: 바다의 짠 비린내랑……

 


땀방울이 옷섶에 뚝뚝 떨어지고, 두꺼운 구름층을 뚫고 내리쬐는 햇빛이 목 뒤에 닿아 나도 모르게 목이 바싹 마른다. 

 


루시아: 리브가 이렇게 말하니까 정말……아까부터, 맛있는……음식 냄새가 나. 근데 어디서 나는 거지……?

 


리브의 알림으로 나는 그제서야, 주위에서 낯익은 것 같은……내가 총을 수리할 때만 맡을 수 있는 엔진 오일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휘관: 나도……냄새가 나는 것 같아. 


 

자신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고, 시각의 초점도 어느새 멀어져 간다. 희미한 시선 속에서 시카는 내 방향을 향해 팔을 들어 올렸고, 그녀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게 천천히 놀라움으로 바뀌어 마치 천천히 재생되는 영화와도 같다. 

 


시카: [kuroName]……선배……피 나요……!

 

지휘관: ……응?


 

손을 뻗어 입술을 만지자 검붉은 액체가 비강에서 흘러내려 지문을 적신다. 나는 오히려 아무런 인식이나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거대한, 소리 없는 무형의 붉은 물결이 마치 원자 폭탄이 터졌을 때 일으킨 버섯구름처럼 하늘 끝에서 천천히 터지고 퍼져나간다. 또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을 덮쳐 먼 지평선의 경계를 향해 무한히 파생된다. 시카는 그 말을 끝내지 못하고, 이 기이한 격변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지휘관: 시……!


 

뇌에서 보내는 신호 피드백의 속도는 이 기이한 광파를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두 다리가 꿇린다. 뇌 깊은 곳에서 오는, 누군가가 뇌간을 한 손으로 움켜쥔 듯한 심한 통증이 시야를 흐리게 하여 잠시 자신의 사지를 느끼지 못했으며, 오감도 마비되기 시작한다. ――마인드 표식 오염이다! 당장 안정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판단보다 빨랐다. 그것이 리브나 루시아, 다른 사람과의 의식 연결을 끊거나 마인드 표식 오염 확산을 억제하기도 전에 이미 날카롭고 촘촘한 바늘처럼 마인드 표식에 파고들어 한바탕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온다. 루시아와 리브는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쓰러졌다. 

 


지휘관: 안돼……


 

마인드 표식이 안정되기 전에, 또 다른 심한 통증――뇌가 오염되는 것과는 다르게 외력에서 오는 심한 타격――이 뒷목을 엄습하고, 눈앞이 캄캄해지자 의식이 끊겼다. 죽음의 조류가 휩쓸고 간 검은 해변, 혹은 외계 행성의 황량한 국경에 있는 제사장에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지탱하는 검은 마루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구성되면서, 눈앞에 원기둥 모형이 건물을 이루어 만들어진 높은 탑이 보인다. 이것은 마치 바벨탑처럼 흐릿한 운무 사이로 곧게 뻗어 있어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다. 구름 사이로 붉은 점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보이고, 선홍색 빛은 구름층 사이에 불규칙한 그림자를 투사한다. 온 우주가 메아리치고, 시공간의 소리가 울려 퍼져, 바람의 포효가 귓가를 메운다. 그러나 이런 바람 소리는 의외로 저항이 없어 스스로 힘들이지 않고 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는데, 한없이 가볍고 낙하점이 없어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허황된 걸음걸이에 두 가닥의 실이 은은하게 나를 이끄는 것 같아, 땅에서 솟아올라 허공에 휩쓸려 탑 꼭대기의 그 붉은 빛 속으로 추락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게 목적 없이 탑 밑까지 걸어가자 눈앞에서 탑을 구성하는 검은 덩어리 구조가 빠르게 움직이며 마치 열어달라는 것처럼 기다리고 있다. 다음 순간, 문이 열렸다. 



 



리는 방 안의 탁자에 앉아 자신의 기체를 수리하고 있었다. 나는 일찍이 이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 익숙한 오일 냄새가 다시 코에 감돌았다. 이 광경, 냄새, 심지어 손끝이 문고리에 걸린 차가운 감촉은 나를 ‘추억의 진실’ 속으로 휙 잡아당긴다――

 

[kuroName], 일어날 시간입니다. 

 


...

 


먼저 회복된 건 촉각으로, 뒷목이 여전히 은근하게 아프다.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등에 업혀 있는지 손목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다음은 청각이다. 가쁜 호흡이 약간 초조해 보이면서 끊임없이 자갈을 걷어차는 발소리와 함께 전방을 배회하고 있다. 세 번째는 후각이다. 그을린 흙내와 혈액의 비린내가 앞다퉈 콧속으로 파고든다. 마지막은 시각이다. 역광에 흐릿해진 시선들이 점점 초점을 맞춰 간다. 나와 같은 군화가 왔다 갔다 하는 풍경을 보며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지휘관: 해리조?!


 

바로 눈앞에 지휘관 제복을 입은 해리조가 있었는데, 자신의 부름에 그는 서성거리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아니, 오히려 높은 곳에서 연민의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지휘관: 방금의 기습……도 네가 한 거야?


해리조: 기습? 기습?

 


이 단어가 상대방의 역린을 찌른 듯, 눈앞의 ‘해리조’가 벌떡 일어나 두 눈을 부릅뜬다.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목젖이 위아래로 구르고, 허리춤에 놓인 손가락도 불규칙한 곡선과 리듬으로 빠르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정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주 비정상적인 상태에 처해 있다. 

 


해리조: 하, 당연하지! 너 같은 반역자에게는 더러운 속임수로 맞이해도 상관없잖아, 안 그래?

 

선택 1

지휘관: 무슨 반역자?


선택 2

지휘관: 난 반역자가 아니야. 


해리조: 변명하지 마. 나는 너와 두 명……아니, 세 명의 승격자가 함께 있는 것을 직접 봤어! 무려 세 명이라고!

 

지휘관: ?


해리조: 너네는 모두 반역자인데,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공중정원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승격자와 사적으로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너희들은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 탐욕에 대한 대가를 치러라……!

 

선택 1

지휘관: 정신 좀 차려!


선택 2

지휘관: 나는 [kuroName]이야!


해리조: 정화 부대에 연락했다!

 


해리조는 다른 손에 쥐고 있는 개인 단말기를 들어 올렸는데, 단말기의 스크린은 이미 깨져 거미줄처럼 갈라진 액정 밑에 무엇이 표시되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해리조는 여전히 신경질적으로 스크린을 조작하며 마치 정말로 그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미쳤다. 유일하게 기도할 수 있는 건 저 빨간 빛으로부터……뇌 손상을 회복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나도 그 순간 갑작스러운 오염을 느꼈다. 아니, 갑자기가 아니라……‘탑’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은 그 시점부터 이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이물질처럼 달콤한 냄새의 독을 덫으로 삼아 사람의 마음을 무디게 한다. 

 


지휘관: 루시아랑 다른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함께 묶여 있다. 격렬하게 요동친 의식 링크 때문인지 루시아와 리브의 기체는 여전히 응급 휴면 상태이다. 오염이 폭발할 때 쓰러진 자세 그대로였던 시카의 모습도 멀지 않은 곳에서 포착된다. 

 


지휘관: 아……


 

다음 순간, 그녀들의 상태가 어떠한지 자세히 확인할 겨를도 없이 턱을 힘껏 움켜쥐게 된 채로 시선을 어쩔 수 없이 돌리게 되었는데, 해리조의 그 미친 얼굴이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리조: 자, 정화 부대가 오고 있어……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나는 너라는 앞잡이를 잡아, 전쟁터에서 죽은 내 동포들을 위해 복수할 거다!

 

선택 1

지휘관: ……너, 정신 차리고 나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


선택 2

지휘관: ……절대 하지 마. 이건 집행 범위를 넘어섰어. 


해리조: 응, 그래. 널 죽일 거야, 지금 당장 널 죽일 거라고…… 네 그 승격자 친구들은 바로 오는 길에 있지. 나는 다 알고 있어!

 


해리조는 나와 대화하는 게 아니라, 시종일관 자신을 미치게 하는 환상에 빠져든 것이다. 단검의 칼날은 이미 살을 파고들었고, 현재 그를 막을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나를 묶고 있던 군용 로프는 장갑 속에 감춰져 있던 신축 칼날에 의해 잘려 나갔고, 루시아와 리브와의 재연결도 곧―― 시야의 잔광이 비틀비틀 일어서는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그것이 이쪽을 향해 손을 드는 순간―― 가능한 한 가장 빠른 반응으로 옆으로 회피한다. 마취 주사의 바늘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뜨거운 액체가 순식간에 불타는 상처에서 쏟아져 나온다. 닦을 겨를도 없이 자유를 되찾은 두 손이 아직 반응하지 못한 해리조를 옥죈다. 

 


시카: 죄송해요, 죄송……

 


해리조의 등 뒤에 있던 시카는 똑바로 서지 못한 채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시카: 죄송해요, 선배……

 

해리조: 으아아아악! 네가 날 기습했어!

 


해리조는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나도 의식을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계속 제압하기는 어려웠다. 

 


선택 1

지휘관: (한 방 먹인다)


선택 2

지휘관: (한 번 봐준다)


루시아: 지휘관!

 


뒤에서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렸고, 기체 비상 재가동이 완료되었다. 나는 스스로 그레이 레이븐의 두 대원이랑 연결한다. 시카도 한쪽에 떨어진 마취총을 주워 들고 이번에는 열심히 해리조를 겨냥한다. 마취제가 해리조에게 명중하면서 그의 몸부림은 약간 누그러졌지만, 입에서는 여전히 욕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해리조: 이 나쁜 놈……인간 말종……인간의 반역자……승격자의 앞잡이……!

 


구속에서 벗어난 루시아와 리브가 달려와 나를 대신해 해리조를 제압한다. 시카도 비틀거리며 다가와 방금 잘린 밧줄로 해리조를 묶는 걸 돕는다. 

 


루시아: 무슨 일 있었나요?


리브: 아까는 의식의 바다가 영향을 받았다고만 생각했는데……의식을 잃었어요. 지휘관,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지휘관: 지금은 이 탑이 내뿜는 붉은 빛이 인간의 뇌에 신경성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여. 


리브: 지휘관과 시카 양의 마인드 표식에도 어느 정도 오염 흔적이 있네요…… 제가 검사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카: 고마워, 리브!


루시아: 지휘관, 기분은 어떠신가요? 

 

지휘관: 괜찮아. 이미 ‘저항’이 생긴 것 같아. 



나의 쓴웃음에 루시아도 미소를 지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표정이 더욱 엄숙해진다. 

 


루시아: 네, 저는 지휘관을 믿습니다. 지휘관과 저의 링크는 현재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지휘관도 탑의 영향을 의식하지 못했으니, 지상의 상황은 앞으로 매우 심각할 것 같고, 공중정원도 아마……


선택 1

지휘관: 이게 바로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이지. 


선택 2

지휘관: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거야. 


시카: ……선배, 저도 도와드릴게요!

 


눈앞의 지휘관은 무슨 사람을 흥분시키는 말을 들은 것 같았고, 눈은 마치 빛을 발하는 보석 같았으며, 방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환하게 빛난다. 

 


해리조: 공모자들 주제에!


시카: 으……


리브: 저도 해리조 지휘관을 위해 오염 정도를 한 번 점검해보고 원인을 규명해 볼게요. 


시카: 아, 이거 사실 의료용 수술 마취제인데, 혹시라도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하긴 했지만, 의료용 마취제라서 국소마취만 할 수 있어……


리브: 네……그다음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해리조 지휘관을 잠깐 잠들게 할 거니까요.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내가 속한 환경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원래 모두가 이미 탑 아래에 와있었는데, 그 전에 아마 마인드 표식의 오염으로 인해 방향 감각 상실을 동반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이 전체가 기괴한, 붉은 빛을 뿜어내는 탑이 이제야 제대로 눈앞에 보인다…… 직접 눈으로 보는 충격은 영상 속 기록과는 비교가 안 된다. 마치 밤의 장막 속 붉은 거인이 사진 속 별처럼 작은 점에서 확대되어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고, 존재해서는 안 될 이물질이다. 모든 대기층을 찢어 바깥 우주로 직통하는 구름다리처럼 탑 꼭대기의 붉은 빛이 눈부시게 빛난다. 인류에게 어느 순간 미지의 방문객이 탑을 타고 지구로 온다는 착각을 준다. 탑의 밑바닥에 서서 멀리 내려다보는……인간, 구조체, 혹은 어떤 생물의 본능을 가진 생명은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레 생겨나며, 인류 역사상 어느 순간에도 존재하면 안 되는 외래조물의 공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나와 시카의 개인 단말기는 동시에 울리며 사이에 번진 침묵을 끊는다. 

 


시카: 통신이 복구되었어요……!

 

지휘관: (통신 수신)


아시모프: 드디어 연결했군……

 


통신 중에 아시모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를 만나지는 못한다. 장면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걸 볼 수 있고, 곧 통신의 렌즈는 탁자 위의 홀로그램 투영 방향으로 옮겨진다. 푸른 빛이 도는 광막 위에 선홍색 점 하나를 중심으로 퍼진 붉은색을 비춘다. 

 


아시모프: 이건 이미 내가 보낸 열세 번째 통신이다. 나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지. 넌 아마 이중합 탑을 알아차렸을 거다.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하에서 활동하여 형성되었는지는 당분간 알 수 없으나, 반드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거야. 즉, 이것은 갑자기 땅바닥에서 튀어나온 거고, 그동안 지표면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두 이것 때문이라는 거지. 이것은 일종의 붉은 가시광선인 전자기 방사선을 방출하여 인간의 마인드 표식을 오염시키고, 정신 이상, 환각, 성질 대변화, 공격성 증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그리고 오염은 인간이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구조체의 의식 연결을 통제하며, 심지어……오염된 지휘관은 구조체 연결을 강행할 수도 있지. ……공해 범위는 공중정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탑에 가까워질수록 퍼니싱 바이러스의 농도와 오염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거야. 현재 이런 전자기 복사의 저항 방법을 아직 모르는데, 일반적인 복사 장비는 쓸모가 없어. 마인드 표식 오염을 막아낼 수 있는 지휘관만이 가능[지직――]……젠장……

 

지휘관: 아시모프! 그쪽은 괜찮습니까?!


아시모프: [지직――]생각나는 건 너밖에 없어……분명히[지직――]……


???: 아시모프!

 


배경에서 한 여자아이의 고함이 들려오자 곧 렌즈가 세차게 흔들렸고, 이것은 치워져 가려진 어둠만이 남는다. 

 


아시모프: 일단 정상인부터 구해! 꼭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알려야 해 [지직――]……확산을 막아[지직――]――

 

지휘관: 리는 거기에 있나요?


아시모프: 리의[지직――] 관건은……새 기체가 퍼니싱 바이러스에 완전히 면역될 수 있다는 거지. 그는――

 


통신이 끊겼다. 

 


루시아: ……아시모프는 괜찮겠지……


리브: 리 씨의 새 기체가 완전 퍼니싱 면역이라는 건 다행이네요. 이렇게 되면 리 씨는 안전할 거예요……공중정원 사람들도 반드시 보호할 거니까요!

 

지휘관: 응. 가장 중요한 건 아시모프가 전한 메시지에 따르는 거야. 대안을 생각해야 해. 


시카: ……[kuroName] 선배, 이전에 보낸 구조 신호는 지금 범위를 넓혀 발송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응답을 받고 있어요! 

 


시카가 단말기를 들어 올리자 접속 권한을 개방했기 때문인지 다른 소대에서 보내온 합류 통신이 계속 울린다. 이중합 탑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시카: 호랑나비, 윙혼 디어……차징 팔콘?


루시아: 크롬도 근처에 있는 건가? 서둘러서 그들과 합류해요!

 


이때도 정신을 잃은 채 옆에 있던 해리조의 단말기가 계속 연결되어 울린다. 

 


리브: 후방에서 이상 열원의 접근이 감지되었습니다. 소대 규모와 그 지휘관이 인솔하는 것 같습니다! 통신 요청에 응하지 않고, 미지의 전자파에 노출된 지휘관, 3개……4개 부대로 증가!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가 탑의 이쪽으로 달려오는 걸 볼 수 있는데, 마치 불나방 같다. 멀리서 드문드문 보이는 그림자는 도로 위에 점점 모여들었고, 심지어는 중간에 뒤엉킨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그가 부른 ‘정화 부대’인 것 같다. 

 


지휘관: 시카, 아직 움직일 수 있어?


시카: 가능합니다!

 


시카는 급박하게 일어섰으나, 맹렬한 동작에 그만 넘어져 코피를 줄줄 흘린다. 

 


시카: 아……죄,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지휘관: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나를 도와 등 뒤를 지켜줘. 증원에 응하자. 


 

나는 이미 단말기로 부근에 모두 합류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아시모프가 자신에게 알려준 메시지를 간단명료하게 파오스 은어로 암호화하여 정상적인 지휘관과 구조체를 판별할 것이다―― 자신의 대원들과 링크를 유지하며, 불분명한 지휘관의 링크는 거부하여 특정 좌표로 합류한다. 

 


시카: 알겠습니다!


리브: 지휘관……

 


지평선 위에서 미친 자들이 이 방향으로 점점 몰려온다. 

 


루시아: 저는 준비 됐습니다. 

 

지휘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응전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