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과학 이사회, 폐쇄 시험 구역. 과거의 번쩍이는 기구들과 빠르게 걸어가던 연구원도 모두 사라지고, 바닥에는 부서진 그릇들만 남아 이곳이 어떤 폭행을 당했는지 하소연한다. 다행히 기체가 놓인 선실은 방탄유리로 차단되어 정신을 잃은 연구원도 파괴할 수 없었다. 리는 붉은 스펙트럼으로 둘러싸인 선실을 찾아 그곳에 눕고, 접속 단자를 집어 들어 능숙하게 그것을 뒷목의 포트에 연결한다. 그는 지금까지 수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기체 교체 권한을 부여받으려면, 작동 파라미터를 입력하세요.


>>>> 권한 검증에 성공하여 의식 교체를 시작합니다.


>>>> 의식 전이가 진행 중이니 링크에 접촉하지 마십시오.


>>>> 의식 전이 완료

 


불편한 숨 막힘이 다시 세차게 감돌고, 기괴한 빛이 눈 밑을 번쩍이며 대낮과 어둠의 광기가 서로를 집어삼킨다. 차가운 절망과 아픔의 의식의 바다 가장 깊은 곳에서 위로 퍼져나가고, 뒤틀린 탑은 형태를 갖춘 동시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시간은 더 이상 시계 위를 걷는 개념이 아니라, 고동치며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영상이 그의 앞에 끝없이 재현되는 것과 같다. 그의 생각은 미지를 향해 번진다. 마치 더 높은 층의 어떠한 힘이 그를 이끌고, 시공간이 얽힌 거미줄을 따라 끊임없이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심하게 추락하는 듯했다. 거미줄의 꼭대기에는 하늘까지 뚫린 대문이 끝자락에 서 있고, 그 뒤로 눈부신 하얀 빛이 있어 그를 다시 오르게 만든다. 시간은 갈라진 틈으로 비쳐 들어와 빠르게 바뀌어 가는데, 그 순간 그는 마치 무수한 순환을 경험하는 것 같았고, 오직 그만이 세상의 틈에 굳어 호박에 갇힌 날벌레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익숙한 사물들이 소멸과 탄생을 반복한다. 기괴하게 부서진 화면들은 눈앞에서 빠르게 투사된다. 그는 파편을 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시각 모듈은 흐려져 갔다……

 



 

리: 으……

 


>>>> 경고. 승인되지 않은 기체 작동이 감지되었습니다. 


>>>> 경고. 승인되지 않은 기체 작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무리하게 기체를 교체해도 통제 권한을 완전히 획득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특화 기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강력하지만, 미지의 무기이다. 적응에 성공하기 전에 이것의 전투 기능은 여전히 층층이 제한되고 차단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리: 강제 권한 개방!

 


>>>> 경고. 승인되지 않은 시스템 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 경고. 승인되지 않은 시스템 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싸늘한 안내음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리는 힘들게 일어나 의식의 바다에 쏟아지는 폭우를 잠재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리: ……

 


전투 능력을 얻지 못하면 그 이후의 모든 이야기는 성립하지 못한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는 한 사람밖에 없다. 그는 화면을 켜 맨 위에 있는 그 이름을 향해 통신 신청을 보낸다.

 


...

 


지상 시각, 6:30 PM. 선홍색 안개가 자욱한 폐허는 썩는 냄새를 풍기고, 이형의 붉은 덩굴이 탑 바닥에 도사리고 있어 마치 하늘을 찌르고 싶은 듯 무한히 위로 올라갔다. 대지에 우뚝 솟은 높은 탑은 거대한 눈처럼 지상의 모든 것을 차갑게 내려다본다. 다급한 발소리가 이 죽음의 정적을 깨뜨리자, 무수하고 밝은, 붉은 점들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밝아지기 시작한다. 

 


리브: 전방에 공기 중 퍼니싱 농도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합 생물이 더 많이 모여들고 있어요……

 


가까이서 보면 이 나선 탑이 주는 압박감은 더욱 짙어진다―― 탑의 높이나 화면에서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퍼니싱 농도 판독값도 가슴을 짓누르는 패닉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탑의 좌표에 가까워지자 마음도 점점 불안해진다. 갑자기 떠오른 정체불명의 높은 탑, 전자기 복사, 끊어진 통신, 이성을 잃은 동료,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합 생물…… 이번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전방에서 탐사하던 루시아가 이미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돌아왔다. 

 


루시아: 전방의 퍼니싱 바이러스 농도는 방호복의 안전 임계값을 초과했습니다. 지휘관,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지휘관: 리브, 통신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


리브: 통신 장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중정원의 통신 주파수 대역과 연결할 수 없어요. 방금 아시모프 씨와의 교신이 끊겼는데, 아마……

 


그녀는 이 화제를 멈추고,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 공중정원의 통신 채널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공중정원이 이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증명한다. 아니면 과학 이사회나 아시모프에게……어느 쪽이든 낙관적이지 않다. 

 


지휘관: 다른 노드의 신호는?


리브: 잠시도 수신을 이어갈 수 없어요……

 


리브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어쩌면 그들은 단지 통신 수단을 잃었을 뿐이고, 혹은 이합 생물에 대처하느라 지쳐서 신호를 보낼 겨를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리브: 어쨌든 이렇게 물량이 많은 적이니――

 


탑의 좌표에 계속 접근함에 따라, 대량의 이합 생물로 이루어진 조수가 아무렇지 않게 쏟아져 나온다. 그것들은 마치 끊임없이 그곳에서 탄생하는 것 같고, 루시아와 리브가 아무리 처치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이런 규모의 이합 생물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하물며 다른 소대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지휘관: 잠시 전진을 멈추고, 부근의 이합 생물을 처리하자. 방법이 있을 거야.



단순히 루시아와 리브에게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인류의 신념이 성화처럼 모여 일찍이 그렇게 많은 불가능을 이겨낸 적이 있다. ‘미지’는 위험뿐만 아니라 희망도 대표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짧은 정적 속에서 리브가 끊임없이 디버깅하는 통신 장비에 갑자기 요란한 백색 소음이 울려 퍼진다. 

 


루시아: 새 소식이 도착한 거야?


리브: ……아니요, 평범한 전류 잡음이에요.

 


리브는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말이 끝나자 희미하게, 통신 수신 안내음이 나에게서 흘러나온다. 

 


???: ……지휘관!

 

지휘관: 리?!


 

몸을 황급히 더듬으니 전술 가방 뒤쪽에서 이상하게 생긴, 작은 통신기기가 발견된다. 그것은 녹색 점으로 깜빡이고 있어 통신이 진행 중임을 알린다. 처음에 갑자기 리가 이 비상 통신 장치를 주었을 때는 예방 조치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리: 지휘관, 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휘관: 이건……새로운 기체야?


 

통신 방해 속에서 리가 전혀 낯선 기체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가 이 특수 기체의 상태로 다른 사람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일 줄은……몰랐다. 먼 곳에서 이따금 이합 생물의 쉰 목소리가 들려 오고, 엷은 안개가 선홍색의 기운을 띠며 폐허를 감돌고 있다. 통신 맞은편의 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굳은 안색을 띤다. 

 


리: 네. 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네요. 공중정원의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전자기 복사로 인해 인류 대부분이 혼란에 빠졌고, 아시모프 조차도 사람들의 공격에 중상을 입었습니다. 과학 이사회가 모니터링한 바에 따르면 다음 전자 방사선 피폭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 특별한 수단을 통해 약간의 정보를 얻어 새 기체로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모프가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져, 저는 당신의 권한이 있어야만 완전히 작동할 수 있습니다. 

 


리는 이 과정을 간단하게 보이기 위해 말을 꾸몄지만, 그의 창백한 뺨에서 그 ‘특수 방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었다. 

 


지휘관: 너 설마……


 

리: 저는 무기 권한을 포함하여 기체의 모든 기능을 작동시켜야 합니다. 

 


리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 말을 보충한다. 

 


리: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는 그 탑에 들어가는 겁니다. 

 

지휘관: 그 탑에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어. 


리: 저는 가능합니다. 기체 적응 실험 보고서를 매번 당신에게 보냈습니다. 그 데이터들을 보셨잖아요. 지금의 공중정원에는 이 특수 기체만이 퍼니싱 바이러스에 진정으로 완전히 면역할 수 있습니다. 이 특수 기체만이 그 탑에 들어갈 수 있다고요.

 

선택 1

지휘관: 이건 너무 위험해……


리: 우리는 이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 겪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지휘관. 이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게다가……


선택 2

지휘관: 안 돼!

리: 이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게다가……



리는 불편한 듯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연다. 

 


리: 지난번 이중합 파편에서 아시모프가 해독해낸――유일한 메시지를 기억하십니까?

 

지휘관: 네 말은……


리: ‘이건……미래라는 이름의 선물이야’. 저와 아시모프는 이중합 파편에서 더 많은 내용을 해독했습니다. 

 

지휘관: ……


 

공기는 잠시 침묵에 빠지고, 지상과 공중정원을 연결하는 통신선은 쉰 전파의 백색 소음에 막혔다.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볍게 만들어 긴장된 대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리: 비록 그 메시지가 거짓일지라도, 이 기체가 퍼니싱 바이러스에 완전히 면역된다는 점을 따지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저는 공중정원 최정예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멤버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충분한 능력과 경험이 있습니――

 

지휘관: 리. 


 

오랫동안 그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걸 듣지 못했다. 그의 말을 끊으니, 가벼운 한숨 소리가 통신 주파수 대역을 타고 공중정원에서 나의 귓가로 전해진다. 



 

 


리: ……당신의 뜻을 압니다, 지휘관.

 


통신 건너편의 구조체는 마치 빗속의 나비가 갈기갈기 찢어진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다. 

 


리: 이것은 제가 확실하게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내린 유일한 선택입니다. 기체 기능 방면에서든, 아니면 이 일을 수행할 집행자의 측면에서든 말입니다.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아닙니까?

 


확실히, 이러한 해답은 처음부터 답안지에 새겨져 있다. 리가 새 기체로 교체하고 탑으로 가서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온 막막함과 과거에 대한 두려움은 답안지를 당장 내놓지 못하게 막는다. 

 


리: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압니다. 

 


백색 소음이 바스락거리고, 낯익은 차분한 소리가 수신기에서 들린다. 

 


리: 미지가 반드시 답이 없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미지가 진정한 희망이죠. ……저는 당신들이 영원히 제 곁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이제는 제가 선택을 내릴 시간입니다. 

 


통신 속 구조체는 여전히 꿋꿋하게 나의 눈을 주시한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나 막막함이 없고, 예전과 다름없는 의연함과 용기만이 있다. 

 


지휘관: 알겠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너는 나랑 반드시 원격 링크를 유지해야 해. 나는 수시로 너의 상황을 파악해야 하니까. 


리: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이 기체는……의식의 바다 파동이 매우 강하여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저는 보장할 수 없――

 

지휘관: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우리는 함께 감당해야 해. 


 

리가 말을 멈췄다는 건, 분명히 이 기체가 아직 매우 큰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더욱이 그를 혼자 모험하도록 놔둘 수 없다. 심장부에서 둔한 통증이 전해지자, 리브는 즉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직 늦지 않은 것 같다. 

 


선택 1

지휘관: 나는 그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게 할 수 없어. 


선택 2

지휘관: 나는 내 컨디션을 잘 관리할 수 있어.


 

단호하게 리의 동공을 노려보며, 나는 결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음을 나타낸다. 

 


리: ……알겠습니다. 조건에 동의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돌아서서 자신의 단말기를 눌렀지만, 이미 명령 시스템은 응답하지 않았다. 전투 시 특별 처리에 따른 우선적 판단권은 지휘관이 갖는다. 대체 인터페이스를 클릭하고 권한 내용을 선택한다――

 


지휘관: (모든 권한 설정)


 

화면을 터치하는 과정이 이렇게 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불명의 전자기 복사, 높은 나선의 탑, 혼란스러운 마인드 표식.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색깔로 뒤엉켜 머릿속 깊이 얕게 발라져 있다. 

 


지휘관: 무사히 돌아와야 해. 


리: 그러죠. 

 


통신 소리에 잡음이 생기며, 공중정원의 구조체가 여전히 이쪽을 깊이 응시하다가 재빨리 통신 연결을 끊었다. 폐허 속에서 죽음과 같은 고요가 되살아났고, 오직 먼 곳에서 이합 생물의 쉰 울음소리만이 들려 온다. 

 


>>>> 지휘관 권한 확인


>>>> 인증 성공, 기체 사용 권한이 완전히 개방됩니다. 

 


라이선스가 켜지며 각종 데이터는 끊임없이 화면에서 점멸한다. 리는 화면 앞에 서 있는데, 눈에는 한 줄 한 줄 빠르게 번쩍이는 코드가 비친다. 

 


리: 기능 작동, 데이터 테스트 통과, 무기 권한 개방……

 


신체 기능이 전속력으로 가동되고, 의식의 바다 과부하로 비롯된 고통은 줄어들었다. Ω 무기 체계가 작동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그의 망막 위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 그건……!

 


공간은 색채를 잃고 시간의 궤적 속 어느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몇 사람의 그림자가 그의 곁에 나타나, 무언가에 쓰러지듯 땅으로 추락한다. 기괴한 광경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리는 시각 모듈을 교정했지만 그런 상황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테스트 기기가 알림음을 낸다는 건 Ω 무기의 최고 출력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끝났다는 의미이며, 판독값은 모두 정상이다. 방금 미지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속하게 다른 기능 모듈을 테스트하고 조정하여 모든 것이 정상임을 확인한 후, 리는 실험 구역을 떠났다. 

 


리: 벌서 여기까지 왔나……

 


과학 이사회의 문은 그 허약한 과학자들을 막을 수는 있지만, 백전백승의 구조체는 막을 수 없다. 

 



 

실험 구역 입구를 막고 있던 건 이미 전투 태세에 돌입한 여러 구조체들이었고, 그들의 상태는 분명히 이미 이상을 보였다. 그 안에는 전에 바닷가에서 함께 나란히 작전을 펼쳤던 집행 부대원들, 그리고 감사원 산하의 구조체 소대가 보인다. 

 


구조체 A: 바로 그 배신자!! 그가 권한도 없이 과학 이사회의 새 기체를 빼앗았어!


구조체 B: 그가 우리의 최신 기체를 가지고 승격자에게 가려고 한다고?! 절대 여기서 나가게 둬서는 안 돼!


구조체 C: 빌어먹을 반역자!!


구조체 D: 전 인류의 적……

 


권총을 든 구조체가 죽을 듯이 달려들자 리는 몸을 돌려 피하며 그가 꼭 쥐고 있던 총을 무기로 내려친다. 기체의 전투 기능이 완전히 전개된 상태에서는 아무도 리의 적수가 되지 않았고, 곧 앞길을 가로막는 구조체는 전부 행동 능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리: 퍼니싱 바이러스 감염 흔적은 없어.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이 오염되어 의식의 바다를 건너 구조체에게 전달된 건가…… 이건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니군……하지만,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어. 미안하다. 

 


리는 잠깐 과학 이사회의 굳게 닫힌 대문을 한번 돌아보고는, 아래층 격납고의 지도를 열어 앞으로 달린다. 그에게는 수송기 한 대가 필요하다. 그를 지상으로 진입시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이 되는 수송기 말이다. 

 


//전투 시작

 


기계 경비대와 구조체가 충돌합니다. 기계 경비대를 격파하세요.

 



 

구조체 A: 정말 고마워. 이 녀석들이 풀려나니 정말 번거롭네. 그쪽은 아직 정리가 덜 됐는데……격납고 쪽 봉쇄는 완료됐어?


구조체 B: 봉쇄가 끝났어. 지금 아무도 그 길로 갈 수 없어!


리: 격납고로 가는 길이 막혔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구조체 A: 연락 못 받았어? 무기고나 격납고 같은 곳은 이미 상부의 명령으로 봉쇄됐어. 무기나 비행기를 빼앗아서 지상으로 돌진할까 걱정된다는데, 지금 상황이……잠깐, 격납고로 가서 뭐 하려고?


리: 지상으로 나가 긴급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구조체 A: 이럴 때 지상에 가야 하는 긴급 임무가 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도 진짜 고생이 많네……


리: ……윽!

 



구조체 A: 이럴 때 지상에 가야 하는 긴급 임무가 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이봐, 왜 그래? 괜찮아?

 


리: ――조심해!

 


리: 쯧, 왜 이런 것까지 다 풀려난 거야……

 


???: 거기 조심해! 내가 도와줄게!

 


아군 구조체와 함께 폭동을 격파하세요. 

 



 

???: 넌……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 난 맨티스 소대야. 크후와라고 부르면 돼. 근데 여기서 뭐 해? 아직 멀쩡한 구조체는 작전 준비에 들어갔는데. 너……의식을 잃은 적이 없는 건 맞아?


리: 그래. 난 긴급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크후와: 상부에서 멀쩡한 구조체는 모두 작전 준비 태세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지금은 비상 임무 하달이 없지 않나. 


리: 나는 정상이야. 더 자세한 상황을 너에게 설명할 시간은 없어. 


크후와: ……통제 불능의 구조체는 이렇게 명확한 논리를 가질 수 없지. 난 널 믿어. 공중정원은 지금 온통 아수라장이야. 원래 격납고로 가는 두 길은 모두 봉쇄됐어. 유일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건 도미니크 공원에서 뛰어내리는 거야. 지도대로라면 거기서 격납고에 들어갈 수 있는 계류장이 있는데, 계류장에서 에너지가 남아 있는 수송기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리: ……정말 고맙다. 


크후와: 천만에. 우리의 청소 임무 장소는 바로 근처야. 내가 너와 함께 행동하지. 

 



 

크후와: 여기는 아무래도……


리: 비상 모드를 작동시키려면 버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쪽에서 사람 하나만 멀쩡하지 못해도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크후와: 이번 재난이 끝나면 수리 비용을 또 얼마나 지출해야 할지 모르겠네. 


리: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가지. 

 


리: 조심해, 중력이……

 


크후와: 중력이 통제 불능이다! 괜찮아?


리: 중력 시스템도 꺼진 건가? 관제 센터에 무슨 일이……


크후와: 월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니까 중력 자기장을 갖추고 있어서 다행이네. 근데 이러면 저 기계들은……위를 봐……!

 


리: Deporter-R……드론 주차장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군. 


크후와: 난 중력 자기장을 유지해야 해서 저걸 공격할 방법이 없어. 


리: 공격은 나에게 맡겨.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이 물건들을 처리해야 해. 

 


비행 부대가 습격합니다. 적이 진격하는 때를 틈타 반격하세요. 

 


크후와: 지휘관, 도미니크 공원 전방 지역의 중력 계통이 꺼졌고, 구조체가 무중력 상태로 대거 구조 신청을 했습니다. 


맨티스 소대 지휘관: …아…(잡음) 크후와… (잡음)


크후와: 지휘관? 왜 소리가 안 나지?


리: 네 지휘관과 연락이 안 되나?


크후와: 그가 통신을 끊었는지, 무슨 일인가 잡음만 들려. 이상하네……통신이 방해받았나?

 


크후와: 여기 구조체도 마인드 표식이 오염돼서……으윽……


리: 왜 그래?


크후와: 요즘 휴면을 안 해서 그런가 봐. 임무가 급하니 먼저 가……

 


다른 구조체 처치

 



 

리: 여기서 내려가기만 하면, 격납고에 도착할 수 있어. 시간이 촉박해서 먼저 떠나지. 도와줘서 고마워, 크후와. 

 


리: ……크후와?


크후와: …윽…너도…감염…다른 사람…조심해!


리: ……

 

크후와 처치

 

//전투 종료

 



 

원뿔형 엔진이 굉음을 내며 수송기는 완벽한 활주 후 별바다로 뛰어든다. 이러한 가속도의 영향은 구조체에게는 미미하며, 리가 조종대를 잡으니 화면에 표시된 마하수가 빠르게 상승한다. 

 


그 나선형의 선홍색 높은 탑이 스크린 영상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앞에 나타난다. 흉악한 덩굴과 뒤틀린 탑이 마치 창공을 뚫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곧장 하늘에 꽂혀 있다. 그 탑이 가져온 감각은 전에 없던 위협이다. 의식의 바다 심층에서 결점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이 각도에서 그 이중합 탑을 내려다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리: 답은……모두 저기에 있을 거야. 

 


의식의 바다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안정된 링크를 느끼며 정신을 가다듬고 재빨리 낙하 위치를 설정한다. 그는 의연하게 그 탑을 향해 달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