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리는 수송기를 몰며 혼란스러운 공중정원을 전속력으로 빠져나간다. 레이더 탐지기가 끊임없이 경보를 발령하고, 10분 동안 계속 전진하면 그는 지상의 왕래를 차단했던 이합 생물을 만나게 된다. 풀리아 산림 공원의 재난 후로부터 이합 생물은 퍼니싱으로 가득 찬 공기를 점령하고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다. 지상과 하늘의 왕래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수송기를 개조하고, 더 많은 인력을 추가했다. 비로소 간신히 일주일에 한 번 왕복과 운송을 이룰 수 있었다. 이때, 수송기에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설령 그가 수송기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다음 전투는 결코 그렇게 평안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는 여기에서 죽을 수도 있다. 

 


안내음: 곧 부유 이합 생물과 정면 접촉합니다. 카운트다운, 8, 7, 6……

 


이렇게 방대한 적의 수는 어떻게 해서든 정면으로 돌파할 방법이 없다. 

 


리: 먼저 고도를 끌어올려…… 그리고 착륙 가능한 지점을 찾는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확한 선택이다. 눈앞의 적이 도대체 어떤 공격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속도 우세에 의지하여 우선 관찰해야 한다…… 바로 레버를 내리려는 순간, 의식의 바다에 잠식될 듯한 고통이 가슴과 왼쪽 몸체를 갈라놓는다. 강렬한 기시감이 시야를 뒤덮고, 그는 수초 후의 수송기가 후방의 이합 생물을 들이받는 것을 본다. 동력로가 폭발해 자신은 이미 반쪽 몸체만 남은 상태로 조종석에서 수송기를 타고 아래로 추락한다. 

 


리: ……!

 


그 고통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그의 생각을 붙잡는다. 리는 집중하기 위해 통각 시스템을 차단하고 싶었다. 또, 이런 강렬한 고통이 자신을 일깨워 환각 속에서 폭발이 일어난 곳을 바라본다.

 


리: …………!

 


수송기의 뒷면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물이 있으며, 그것의 복부에서는 위험한 빛이 반짝이고 있다. 만약 멋대로 공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현재의 위기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검증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 가속, 돌진……


리: 뭐!?

 


몸은 그의 사고보다 더욱 빨리 움직였다. 리는 능숙하게 수송기의 안전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기내의 잡동사니들을 모두 뒤로 내던진다. 적지 않은 이합 생물이 잡동사니에 맞아 격렬하게 폭발한다. 만약 방금 자신이 속도를 줄여 상승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정말 이것들처럼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할 틈도 없이 많은 하중을 잃은 수송기는 제법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극심하게 요동쳐 지면으로 급강하한다. 

 


리: 버텨야 해……!

 


리는 조종간을 꽉 잡고 가능한 한 기수 각도를 유지하여 수송기가 완전히 속도를 잃지 않게 한다. 수송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하여 더욱 촘촘한 이합 생물군 속으로 향한다. 기체의 상부에서 이합 생물군의 날개가 펄럭이는 큰 소리가 엔진의 굉음을 덮는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마침내 숨을 돌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고속 비행 수송기는 기본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이합 생물이 없으며, 정면의 이합 생물도 수송기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 

 


리: …………

 


이것은 예감인가, 아니면 일찍이 경험한 일인가? 어찌 됐든, 이 통증은 중요한 알림이 되었다. 리는 일시적으로 통각 모듈을 끄고 정면에 집중한다. 눈앞에 이중합 탑의 신호표기가 가까워진다.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새로운 고통이 밀려온다. 그는 자신이 흰개미만큼 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이합 생물을 마주하는 걸 본다. 그것들은 방금 부서진 수송기의 표면 장갑에 남은 고름에 의해 형성됐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수송기의 외피를 갉아 먹고, 조종석을 침범하여 자신까지 먹어 치웠다. 

 


리: 쯧……

 


이번에는 환각을 의심하지 않고 곧바로 날개에 탑재된 소이탄을 발사대에서 직접 터뜨린다. 거대한 폭발로 양쪽 날개가 산산조각이 나고, 소이탄 속의 가연성 물질이 즉시 수송기 전체를 뒤덮는다. 좋은 소식은 작은 이합 생물들이 의심할 여지 없이 소멸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수송기가 하나의 거대한, 불타는 쇠 파이프가 될 것이다. 

 


리: 윽……

 


뼈대가 깨질 듯한 여진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신호가 또 고통과 함께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예지’의 대가이다―― 이러한 제시 속에 그는 반복적으로 짓눌려 몇 차례 의식이 산산조각이 나고 정신을 잃게 된다. 그러나, 고통으로 다시 봉합되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잠시, 그는 유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회복하고 있는 지휘관을 본다. ‘생각 없는 바보’. ――그때,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리: 지금 보니, 나도 마찬가지군……

 


이중합 탑의 붉은 빛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이미 거의 불덩이로 변한 수송기도 혼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이미 ‘알림’에 따라 준비된 낙하산을 잡는다. 해치를 걷어차고 훌쩍 뛰어오르는 순간, 불빛이 뒤에서 갑자기 피어오른다. 강압에도 여전히 몸 위에 남아 타오르는 환상통이 느껴진다. 리는 낙하산 가방을 열고 무기를 꺼내어, 잇달아 쫓아오는 이합 생물들을 격추한다. 그러나, 그 빨갛게 물든 괴물들은 먹거리를 발견한 마냥 몰려든다. 단독 무기로는 모든 것을 격파할 수 없었고, 특수 제작된 낙하산도 버틸 수 없었다. 지상에서 100m쯤 남았을 때 낙하산은 완전히 찢어져, 리는 빠르게 지상으로 추락한다. 

 


리: ……한발만 더!

 


그는 무기 상자를 열고 전력을 다하여 지면에 포를 쏜다. 그 순간의 반동력으로 지면에 착지한다. 붉은 빛을 뿜어내는 나선 탑의 입구가 바로 눈앞에 있다. 

 


...

 


리는 이 미지의 땅에 발을 들이면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을 느낀다. 

 



 

리: 난 여기에 처음 온 게 아닌가?

 


?: ┘┘┘할 줄 알아┘┘┘다시 실패┘┘┘……┘┘┘반드시 구해야┘┘┘……


리: ……?

 


그는 몹시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는 걸 듣는다. 

 



 

?: 싫어┘┘┘지휘관┘거야┘┘┘죽어.


리: 뭐?


?: 머레이┘┘┘할 줄 알아┘┘……

 


그 소리는 아득한 공간을 통해 들리며, 수많은 후회가 겹친 참회처럼――호소하며, 다가올 미래를 경고한다. 

 


...

 


전투 시작

 



 

리: ……역시, 여기서부터 바깥으로 연락이 안 되는군. 공간이 변한 것 같다……그 전에, 위쪽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겠어. 

 


탑 안의 수호자를 제거하세요.

 



 

리: 저쪽은 다른 구역으로 통하는 것 같군. 완벽하게 조사할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 일반 반대쪽으로 가야겠어. 

 

리: 저쪽에 있는 건……구조체?!

 


구조체 대장: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지직――]……영영 갈 수 없어[지직――]. 여기는[지직――] 오류[지직――] 아니야[지직――]


리: ……아니야……이건 무의미한 잔류 데이터일 뿐이다. 이것도 적조가 포착한 정보 중 하나인가?


구조체 대장: [지직――]길<//진실>은, 종종 [지직――]에 숨겨져 있어.


리: ?!


구조체 대장: (구조체의 허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 도망친 아이……무질서……탄생……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리: 누구야?!


???: 빨리[지직――] 멈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마!!

 



 

길을 막는 유인을 격파하세요. 


 


 

???: ……인멸……

 


리: 중력 이상?! 괘씸해……빠져나올 수 없군…… 이건……강제 연결?! 의식의 바다 안정성이 회복되고 있어……설마……!

 


전투 종료

 


눈부신 광반이 눈에서 번갈아 반짝이고, 나선형으로 일그러진 높은 탑이 시야의 끝에서 나타났다가 무너지는 등 주변의 모든 것이 빠르게 시간의 경신을 거친다. 무수한 정보들이 아무런 방호도 없는 둑을 향해 밀려오는 광란처럼, 그는 속수무책으로 그 속에 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다시 모의 작전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지금은 현실이고, 느낌도 모의 작전 때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다. 그는 수면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보잘것없는 시간의 파편을 수없이 본다. 그러나, 이 동작이 눈앞에서 수없이 반복되면 그것은 백 년 동안 이어지는 긴 길이로 연결될 수 있다. 짧고, 길고, 방대하다. 설령 이렇다 하더라도……이 조각들의 정보는 여전히 끊기고 이어짐을 반복하며, 연속적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자신이 추측한 바와 같이, 자신은 결코 처음으로 이곳에 도착한 게 아니라, 여기에서 백 번에 가까운 실패를 반복했다면, 이번의 결말은 또 무엇이겠는가? 그가 얼마나 더 실패해야 이 부족한 정보를 다 채울 수 있는가? 아니면……의식이 과부화된 이 순간도 버티지 못하는 건가? 그는 정보의 난류 속에서 두 눈을 떴지만, 시야는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어둠이 가볍게 감싼다. 

 


어둠의 끝에서 그는 등대가 희미한 빛을 반짝이고 있는 걸 본다. 

 


리: ……마인드 표식?

 



 

의식 과부하가 불러온 붕괴는 임계치를 넘어서기도 전에 제지당한다.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았고, 시각 모듈이 다시 복구된다. 

 


리: 지휘관?!

 

지휘관: 나 여깄어. 


 

정보의 난류가 빚어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자, 그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상했던 모습을 본다. 

 

리: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이 탑은 매우 위험합니다. 당신이 올 곳이 아니라고요!

 

지휘관: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약속했잖아……아무리 위험해도, 우리는 함께 감당할 거라고. 


리: 당신……

 

지휘관: 그리고, 나도 머레이에게 약속했어……너 혼자 잘난 척하는 걸 막겠다고. 


리: …………

 


이 말을 듣고, 그는 더 이상 반박하고 싶지 않아 인간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처음 이 탑에 발을 들일 때 보았던 정보의 파편이 다시 그를 덮친다. 

 


?: 싫어┘┘┘지휘관┘거야┘┘┘죽어.


리: ……!

 


리는 신속하게 앞에 있는 사람을 밀치고 의식 링크를 끊는다. 그 온화한 손이 지금은 그를 태우는 낙인이 된 것처럼 의식 링크가 끊어진다. 그 순간, 의식 과부하로 인한 정보의 흐름이 그를 다시 파묻는다. 1초라도 방심한다면 그의 의식은 영원히 마비되어 타버린 재가 된다. 

 


?: 포기하면, 더 이상……

 


그는 아득히 먼 한숨을 듣는다. 힘이 다한 후의 피로가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정보의 난류 속에는 끊임없이 그를 각성시키는 파편이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다. 

 


?: ┘┘┘지휘관┘때문에┘┘죽어.

 


???: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작별 인사를 한 것도 처음이 아니야. 


리: ……뭐라고?

 


그 괴이하고 환상적인 모습은 그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홀로 먼 곳의 소용돌이를 향해 걸어갈 뿐이다. 


리: 기다려!

 


그는 환영이 떠나는 걸 막으려 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답을 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내민 손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어 있다. 빨갛고, 자신의 푸른 순환액과는 전혀 다른, 인간의 피이다. 

 



 

리: 지휘관……!!

 

지휘관: ……나 여깄어. 


 

악몽에서 깨어난 듯, 손에 묻은 핏자국은 어느새 편안한 손이 되었다. 

 


리: ……?

 

지휘관: 왜 그래?


리: 제가 왜 여기 있습니까?


지휘관: 응?


 

방금 파오스를 졸업한 어린 지휘관이 눈앞에 있어, 의심스럽게 사방을 관찰한다. 

 


리: 지금은 오후 2시입니다. 여기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준비실이고요. 

 

지휘관: 틀림없지. 


리: 당신은 제 지휘관이죠. 

 


앞의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약간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리: 제가 잘못 말했습니까?


지휘관: 아니, 맞아, 그러니까……네가 갑자기 나를 이렇게 부르니까 좀 의외라서. 


리: 의외?

 

지휘관: 응. 아마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재편성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요즘 나에 대한 네 태도는……무뚝뚝해…… 나 같은 갓 졸업한 학생을 인정하기 싫겠지. 근데, 갑자기 ‘나의 지휘관’이라고 하니까……


 

상대방은 이 말을 하면서 낮게 웃기 시작한다. 

 


리: 쯧, 그럼 제가 좀 차갑게 대해야겠네요.


지휘관: 하, 하지 마. 


 

인간의 해명 속에서, 그는 고개를 돌려 유리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본다. 

 


리: 이화 기체……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재편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금보다, 그 시간이 더 ‘평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아직 평안했던 그 시간을 낭비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머레이와 마음을 열지 않았고, 모든 지휘관이 이 직위에 머무르는 임무 발신기라고 제멋대로 여겼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머레이와 같은, 중요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리: 지휘관. 

 

지휘관: 왜 그래?


리: 소원 있습니까?

 


그는 스스로 왜 이것을 묻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모든 걸 돌이킬 수 없게 만들기 전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을 뿐일 수도 있다. 

 


지휘관: 지구 탈환과 평화로운 미래.


리: 회의에서 연설한 구호 빼고요. 

 

지휘관: 어, 하루빨리 퇴직해서 퇴직금 받는 거.


리: 좀 더 현실적인 소원은 없나요?

 

지휘관: 그럼, 웃어주는 거?


리: 네?

 

지휘관: 내 소원. 웃어줘, 리. 넌 항상 정색하니까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한다고. 


리: …………

 


추억은 여기에서 뚝 그치고 다시 정보의 난류에 휘말린다. 지휘관의 소원에 ‘지루하다’라고 대답만 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웃음’이라는 건 너무 심심한 동작일 뿐, 소원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사람은 분명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말하고 싶지 않기에 그 말을 빌려 농담한 것이다. 결국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고 나처럼 행동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는 그때의 자신이 단지 자기를 위해 남을 도왔을 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지휘관은 이런 태도에도 무관심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묻은 핏자국, 쿠로노가 그에게 부여한 모든 것을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조금씩 씻어내고 있었다. 지금, 피는 다시 두 손을 덮었다……

 


리: 난……

 

지휘관: 리!!


 

머나먼 옛날<//현재>>에서 현재<//미래>로 소리가 들려온다. 

 


지휘관: 빨리 일어나!


 


 

어둠이 다시 정보의 난류를 가리고, 등대는 여전히 먼 곳에서 안내의 빛을 반짝이고 있으나, 몸은 더욱 무거워질 뿐이며 이미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지휘관: 그 말소리에 현혹되지 마!


리: 지휘관……어디입니까?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서 그는 앞에 누가 있는지는 볼 수 없고, 그 아득한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 

 


리: 의식 링크를 유지하고, 한 발짝만 더 나아간다면……

 


이 탑의 진상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는 반드시 대응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냥 한 발짝?

 


폭풍과 광란으로 이루어진 해수면 위에서 그는 다시 그 기이한 모습을 본다. 

 


???: 비록 탑에 발을 들이더라도, 정보의 바다에 빠지더라도, 너는 여전히 이 언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 그렇지 않니?


리: 넌 도대체 누구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바다로 걸어간다. 주위의 경치는 모두 그녀의 동작에 따라 달라진다. 

 


리: 구룡환성?


???: 여기 주인이 ‘구사일생’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어. 그녀는 구룡의 오래된 전설로, 누구도 건널 수 없는, 끊임없이 흐르는 모래 강이 있다고 말했지. 어떤 사람이 이 강을 건너기 위해 이곳에서 아홉 번이나 죽었는데, 열 번째 환생과 윤회 때 그는 자신의 아홉 번째 유해를 빌려 이 강을 건넜어. 슬픈 이야기지? 만약 누군가가 그와 함께 갈 수 있었다면, 그는 이런 것들을 경험할 필요가 없었을 거야. 


리: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 이 탑은 너무 일찍 강림했어. 준비된 사람은 오직 너 하나뿐이고, 남은 생명은 헛된 죽음과 희생에 지나지 않아. 탑 정상에 도달하려면 자신의 몸으로 이 길을 채울 수밖에 없어. 


리: …………!


???: 너는 이런 대가를 또 여러 번 치러야 하고, 매번 순조롭게 그중 한 조각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예를 들면……지금이라던가. 너는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어. 후회와 추억에 계속 빠져있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다 소모했고,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여유도 없어. 현재, 너는 매초 마다 더 심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봐봐……


 

그녀가 리의 흉부를 가리키니, 그곳은 이미 붉게 변해있다. 

 


지휘관: ……리……


 

무너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품에 안긴 사람의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촉각을 통해 누군가의 핏자국이 이미 그의 기체를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낀다. 

 


지휘관: ……미안해……


 

그 목소리는 그의 귀에 허약하게 속삭였다……분명, 이 난류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이미 최악의 결과에 들어섰다. 

 


지휘관: ……약속……지키지 못했어……


리: (지휘관!)

 


그는 입을 열고 싶지만, 말하지 못한다. 일어서려고 발버둥 치지만, 몸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그는 먼 곳의 확고한 등대가 점점 어두워지는 걸 본다. 결국, 가벼운 한숨과 함께 완전히 꺼졌다. 모든 것이 다시 혼란 속으로 돌아가고, 힌트를 준 그림자도 덩달아 무너져 흩어진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은 절망에 가까운 선고였다. 

 


???: 너는 반드시 ‘기점’에 도달해야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너의 지금 상태로는 이게 끝이네……

 


여기까지 와도,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인드 표식이 사라져 그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다음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간단 말인가?

 



 

머레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우리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새로운 등대가 다시 나타나고, 의식의 바다가 안정되면서 머레이의 투영이 그의 시야에 나타난다. 

 


머레이: 형의 지휘관을 탓하지 마. 이건 내가 내린 결정이니까. 

 


방금의 그 짧은 대화는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유지되었는가? 머레이는 도대체 언제 탑으로 들어왔는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인간은 도대체 어떤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목숨을 바쳐 그의 의식 링크를 유지해야 할까? 그 모습이 말해주듯, 그는 더 심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머레이: 나는 형의 지휘관만큼 훌륭하지 않아.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지금 움직일 수 있어?

 


그는 리를 일으켜 세워,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머레이: 형이 가려고 하는 종점까지 데려다줘. 형이 원하는 답이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믿을 거니까. 형이 나에게 살아갈 기회를 줬으니까, 나도,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내 인생을, 형에게 돌려줄게……

 


――이런 식으로 주지 마. 그는 이렇게 자기 동생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기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해서 그 ‘기점’에 도달하면 또 무얼 할 수 있는가?

 


?: 다시 한번. 다시 실패하더라도. 

 


그는 길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다. 머레이의 손을 힘껏 잡고, 그 정보가 모이는 나선형 허브를 향해 걸어간다. 

 


머레이: 고마워……

 


그는 손에 실리는 힘에 미소를 짓는다. 

 


머레이: 형은 지금쯤 ‘왜 고맙다고 해?’라는 생각을 하겠지.


리: …………


머레이: 형은 언제나 나를 어린애 취급하니까. 


 

머레이는 리를 부축하며, 두 사람은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머레이: ‘괜찮아’, ‘다 작은 상처야’, ‘별거 아니야’……‘걱정할 필요 없어’, ‘자신만 잘 지키면 돼’…… 형이 곤란해지면, 언제나 항상 숨겼어. 

 


마치 작별 인사를 하듯, 머레이는 나직하게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다. 

 


머레이: 왜냐하면 나는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쉽게 속아서 뭘 하든 사람들이 걱정하니까. 형이 의지하고 싶지 않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멀어지는 건 당연한 거야. ……‘이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형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리: ……


머레이: 근데 그거 알아? 날 등지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니까, 아버지가 떠나셨을 때의 뒷모습이 생각나. 어렸을 때 내가 형에게 물었지. 내가 병든 놈이고 거추장스러워서 그런가……그가 우리를 버리고 살아갈 기회를 선택한 거냐고. 형은 아니라고 하지만, 늘 혼자 부담하며 살고,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나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짐짝이니까. 그때 나는 형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함께 감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가 가볍게 기침하자 선혈이 코에서 쏟아져 나와 깔끔한 양복 위로 뚝뚝 떨어진다. 

 


머레이: 이제야 형이 나에게 한 번 의지하려고 해. 


 

이 탑의 끝, 모든 것의 시작에서, 두 형제는 멈춰 섰다. 

 


머레이: 이번 생에 형을 한 번이라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뻐. 이번 한 번이라고 해도.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무너져 내리는 리의 시각 모듈 속에서 산산조각이 난다. 

 


리: …………

 


...

 


시작점이 가져올 가능성이 눈앞에 있고, 의식 과부하가 가져올 붕괴도 눈앞에 있다. 

 


리는 손을 내밀어 허황된 후광에 닿자, 반복적으로 번쩍이던 화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 또 한 번 이런 대가를 치르고 기점에 도달했어. 네가 가장 중시하는 사람은 도대체 몇 번이나 더 희생해야 너를 탑 정상으로 가는 길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리: …………


???: 괜찮아. 네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문지기’로서 계속 너를 지켜볼 거야.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해서 모든 것을 되돌려. 


리: 메시지……

 


튀어오르는 정보는 빨갛게 달아오른 바이러스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바뀐다. 

 


――이중합 파편을 가지고 있어서 이 단락을 읽을 수 있는 자에게:

여기에는 퍼니싱 언어와 그 고차원적 특성에 대한 자료가 기록되어 있어. 

퍼니싱 언어만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과거로 메시지를 전달하여 이 재난을 덮어쓸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어……

당신이 그동안 슬픈 이별을 많이 겪었다는 걸 알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만회할 수 있어. 

……나나미가 여러분께 드리는……‘미래’라는 이름의 선물이야. 

이 메시지는 여기만 보면 충분해.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자료를 읽어 봐. 

…………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서둘러 오지 않아도 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리브, 루시아, 그리고 살아있는 다른 자들에게……한마디 전해줄래?

――나는 항상, 모두를 생각하고 있었어. 

 


리: …………

 


이곳에 살며 인간을 사랑했던 소녀는,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솎아내는 기회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는 결코 이 마음과 유일한 기회를 저버릴 수 없다. 

 


리: 퍼니싱의 언어……메시지……이게 기시감과 예지의 원인인가…… 그렇다면, 이번에 나는……

 


그는 자신의 모든 연산력을 동원하여,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과거를 향해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