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리넘버링 전 스테이지의 내용

 


이중합 탑의 붉은 빛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이미 거의 불덩이로 변한 수송기도 혼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이미 ‘알림’에 따라 준비된 낙하산을 잡는다. 해치를 걷어차고 훌쩍 뛰어오르는 순간, 불빛이 뒤에서 갑자기 피어오른다. 강압에도 여전히 몸 위에 남아 타오르는 환상통이 느껴진다. 리는 낙하산 가방을 열고 무기를 꺼내어, 잇달아 쫓아오는 이합 생물들을 격추한다. 그러나, 그 빨갛게 물든 괴물들은 먹거리를 발견한 마냥 몰려든다. 단독 무기로는 모든 것을 격파할 수 없었고, 특수 제작된 낙하산도 버틸 수 없었다. 지상에서 100m쯤 남았을 때 낙하산은 완전히 찢어져, 리는 빠르게 지상으로 추락한다. 

 


리: ……한발만 더!

 


그는 무기 상자를 열고 전력을 다하여 지면에 포를 쏜다. 그 순간의 반동력으로 지면에 착지한다. 붉은 빛을 뿜어내는 나선 탑의 입구가 바로 눈앞에 있다. 

 


...

 


리는 이 미지의 땅에 발을 들이면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을 느낀다. 

 



 

리: 난 여기에 처음 온 게 아닌가?

 


내뱉는 말조차 무시할 수 없는 데자뷰를 담고 있어 리는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앞은 바로 미지의 위험이기에 잠시 이질감을 억지로 눌러 놓을 수밖에 없다. 예방 차원에서 리는 관찰 장비를 사용하여 이전과 같이 테스트한다. 기체에 탑재된 전자기 관측 설비를 가동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손을 멈춘다――

 


리: ――‘그전처럼’……도대체 그게 언제지?

 


――왜 그는 이 설비를 사용하자고 생각했을까? ――이 설비는 또 언제 초각 기체에 내장된 건가? 또한 왜 이런 설비를 설치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들의 답은 모두 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그가 기억을 떠올릴 때면 어딘가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나, 그는 이 조금도 볼품없어 보이는 설비가 그가 탑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이 알 수 없는 결론이 어디서 도출되었는지 출처를 찾을 수 없어, 의심을 품고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

 


전투 시작

 



 

리: 신중하게 전진하자. 

 


탑 안의 수호자를 제거하세요.


지난번의 경로를 따라 단서를 찾으세요. 

 



 

???: 인지 범위를 벗어난 사물이 앞에 나타나면, 너는 아마도 그것의 형태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그때, 네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네 인지의 총합이야. 눈으로 보이는 걸 믿지 마. 자신의 직감을 믿어. 


리: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관측되지 않는 게 진정한 길일지도 모르지. 

 


리: 그때 만난 구조체……결국 대장은 되었나?


구조체 대장: 앞에 숨겨진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영원히 종점에 제대로 도달할 수 없어요. 여기는 잘못된 길이니, 현혹되지 마세요. 올바른 길<//진실>은 종종 과거에 숨겨져 있어요. ……당신은 이미 찾았으니, 저를 대신해 계속 전진하세요. 


리: 그러면 당신은?


구조체 대장: 돌아가고 싶어요……전 집에 가고 싶어요. 근데, 집은 어디에 있죠? (구조체의 허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리: ……

 


???: 무질서……탄생……근원을 거슬러 올라가……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에 발을 들이면, 너를 기다리는 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환이다. 빨리 멈춰,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마! 잘못된 시공간의 틈으로 빠지면, 너는 영원히 그 안에서 길을 잃게 될 거다. 이곳은 네가 찾고자 하는 종점이 아니다. 

 


리: 과연……저쪽이 진짜 길이군. 

 


리: “자신의 직감을 믿어라.”……나는 이런 근거 없는 것을 결코 믿지 않지만, 그건 나에게 도움을 줬어. “이론이 관찰을 결정한다.”는 관측 장비마다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거겠지. 

 


전자기 관측 설비를 작동하세요. 

 




 

무질서한 의식의 집합체를 처치하세요.

 



 

특이점에 접근하여 조사하세요.

 



 

무질서한 의식의 집합체를 처치하세요. 

 



 

리: 중력 이상……이곳의 물리 법칙은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다르군. 

 


전투 종료

 


...

 


전자기 관측 설비에 의지하니 탑 안의 공간에서 복잡한 중력 변화와 비정상적인 공간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탑’에 의해 의도적으로 숨겨진 모든 길이 리의 시야에 하나씩 드러난다. 만약 자신이 우회하여 그 좌표점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 장치를 기체의 상용 부품으로 채용하는 걸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우연 같다……그러나, 리는 누군가가 허공에서 자신을 인도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리는 탑 안의 높은 곳을 올려다보았는데, 그 꼭대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도 확신할 수 없었으며,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실재한다. 

 


리: 이 탑은……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

 


그는 이 탑이 단순한 퍼니싱이 이합하여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 내부에는 겉보기와는 사뭇 다른 공간이 있어, 마치 숨을 쉴 줄 아는 살아있는 물체처럼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을 때 보인 대응은 모두 두드러졌다. 그는 이러한 상상이 상당히 터무니없다는 걸 안다. 과거의 그였다면 이런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무수한 전투를 겪었더라도, 그들은 시종 미지의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것이고, 구래(舊來)의 이론과 경험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고를 고착화하지 말고, 자신의 무기인 복합 병장처럼 처음부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상상이 필요하다. 

 


?: 탑 전체가 하나의 시공간적 연속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지……여기서 너는 네 것이 아닌 세상의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어.


???: 인지 범위를 벗어난 사물이 앞에 나타나면, 너는 아마도 그것의 형태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그때, 네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네 인지의 총합이야. 눈으로 보이는 걸 믿지 마. 자신의 직감을 믿어. 


 

머릿속에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와 함께 리의 눈앞에 다시 한번, 너무나 현실적인 환경들이 나타난다. 그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참기 힘든 슬픔이 강렬하게 찾아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른다. 발을 들어 계속 앞으로 걷는다. 그것들은 결코 그의 현실이 아니다. 그의 임무는 오직 하나로, 이 탑의 정상에서 다시 닥칠 재앙을 막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지켜보는 어떠한 의지가 있다면……그 안에서 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