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녀를 아는 사람이 그녀 앞에 서도 한동안 그녀를 알아보기 힘들 것 같지만, 그녀의 바람은 변함이 없다.



니콜라

다른 이들과 달리, 너희는 한 단계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


루시아

뛰어난 자질이요?


니콜라

그래, 너희들은 탄탈-193 공중합체에 대한 뛰어난 적응성을 지니고 있고, 이는 너희들이 구조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루시아

구조체...구조체가 뭐예요? 우리를 로봇으로 개조하려는 건가요?


니콜라

그렇게 된다면 너희의 몸은 더 이상 나약한 육신과 달리 퍼니싱에 저항할 힘을 얻게 될 거다.


니콜라

너희들은 인간을 뛰어넘을 힘을 얻고, 불꽃이 되어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다.


니콜라는 바짝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니콜라

이것만이 너희들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환경의 굴곡 속에서 너희들의 몸부림은 그저 연명에 불과해.


루시아

구조체가 되는 것이라면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


루시아

저는 단지 루나를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충분해요.


니콜라

잘 생각해 봤나?


루시아

생각...


루나

네, 잘 생각해 봤어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니콜라의 시선은 그녀를 지나쳐 뒤에 숨어 있던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시아의 뒷모습을 넘어 루나는 앞으로 나섰다...



루나

언니?


루시아는 손을 뻗어 더 이상 그 어둠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루나를 꽉 붙잡았다.


루시아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을 거예요. 루나도 떠나보내지 않을 거고요.


니콜라

...


니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뒤에서 사람을 집어삼키는 어둠이 둘의 작은 그림자를 향해 밀려왔다.


이것은 추억이 아니라 그녀가 줄곧 두려워했던 악몽이다. 비극의 사슬은 그녀를 정해진 궤적에 단단히 묶는 족쇄를 형성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더 늦기 전에...



히로

이미 늦었다.


히로

루시아, 그녀는 이미 침식체가 되었고, 구제할 방법도 없다.


히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녀의 고통을 일찍 끝내는 것뿐이지.


앞에 있는 구조체는 침식체에 의해 팔다리가 찢기는 동시에 근처의 고농도 퍼니싱에 침식당했다.


당초 '신체도 의식도 더 이상 퍼니싱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것이 실전에서는 '더 높은 농도의 퍼니싱에 견딜 수 있는 기간'이 되어버렸다.


루시아와 히로가 구원의 신호에 따라 그녀 근처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그녀는 남은 팔다리로 바닥에서 발버둥치며 루시아를 향해 기어들어왔고, 입에서는 두드거리와 같은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체공학 피부는 바닥과의 마찰로 벗겨지면서 은빛 탄탈륨 몸체를 드러냈다.


인공 심장은 과부하로 두근거렸고 반쯤 남아있는 주입 튜브에 순환액이 쏱아져 나와 바닥에 끌린 흔적을 남겼다.


루시아는 손에 있는 태도를 들어올려 그녀의 고통을 끝내려고 했다.


침식체

언...니...


루시아

...!



니콜라

네 여동생은 개조에 실패했다.


니콜라

그녀는 이미 폐기 처분되었어...


니콜라

마지막 개조 테스트에서 그녀의 몸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퍼니싱 바이러스 반응을 보였고, 침식 속도는 매우 빨라서 거의 한순간에 그녀의 전신을 침범해버렸다.


니콜라

그 말인 즉, 루나는 침식체가 되어버렸고,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니콜라

유감이지만, 너는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칼이 번쩍이고 침식체는 울부짖음을 멈추었다.


루시아

몇 번이 되었든 나는 그녀를 다시 찾을 거야.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길은 아닐 거야.



루나

그날은 나의 마지막 길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어.


루나

언니, 그 사람들이 말한 것 중 한 가지는 옳았었어. 구조체가 퍼니싱으로부터 몸과 의식을 침식당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어.


루나

하지만 구조체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승격 네트워크의 선별을 통과해야 해.


루시아

승격 네트워크의 선별?


루나

선별을 통해서만 우리는 퍼니싱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힘을 거꾸로 이용할 수 있어.



루나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탈출구야.



니콜라

인류의 유일한 탈출구다.



???

이 별의 유일한 탈출구야.



루시아(?)

네가 소망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루시아(?)

이번에는 그녀를 보호할 충분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루시아

그런 비슷한 말은 이미 충분히 들었어.


루시아

공중정원, 레븐쉬, 그리고 너까지...모두 다 똑같아.


루시아는 천천히 태도를 눈앞에 있는 자신에게 겨누었다.


루시아

이번에는 더 이상 속지 않을 거야.



라미아

으으, 이거 놔! 라미아는 그냥 그녀의 상태를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외부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려왔고 루시아는 눈을 떴다.


라미아는 롤랑의 사슬총에 단단히 묶인 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롤랑

네가 그녀를 방해하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어쨌든 네가 이 승격자에게 섣불리 접근하다가는 무의식적인 반격만으로도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롤랑

자질을 갖춘 자를 찾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거든.


라미아

근데 네 말은...잠깐, 그녀도...승격자라고?!


라미아

그럼 왜 저러는 거야? 진짜로 승격자가 되면 고통스럽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라미아는 끓는 물에 던져진 개구리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루시아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튀어오르려 했다.


라미아

으엑...아파.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묶인 사슬을 잊고 있었음이 분명했고, 거대한 꼬리지느러미에 그만 균형을 잃고 단숨에 넘어졌다.


그녀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물가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푸들거리며 항의했다.


라미아

빨리 라미아 놔줘!



루시아

롤랑, 그녀를 놔줘.


롤랑

...


롤랑

내 이름을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지? 정말로 영광이야.


롤랑이 쇠사슬을 풀자 라미아가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방금 자신을 도와준 루시아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상대방의 카리스마에 두려워했다.


순간 라미아는 두 명의 승격자 앞에 서서 마치 멍하니 퀴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서 있었다.


루시아

왜 승격자가 되고자 하는 거지?


방금 전의 자질구레한 대화에서 루시아는 이미 라미아가 롤랑을 진작에 만났으리라는 것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조체가 승격자를 찾는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다.


라미아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루시아

만약 실패한다면, 넌 그 침식체들과 똑같이 될 거야.


라미아

뭐, 또 실패할 거라고?!


라미아는 잠자코 있던 롤랑을 노려보았고 롤랑은 그녀에게 웃기만 했다.


이를 본 라미아는 무슨 끔찍한 일이 생각난 듯 목을 움츠리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움츠러들었다.


라미아

쳇, 어쨌든 이런 결과도 나쁘지 않을 거야. 뭐가 되었든 살아갈 희망은 보일 테니까.


라미아는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미아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괜찮아.


루시아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롤랑

종막이 내리기도 전에 그 결말이 비극이라고 가정하진 말아줄래.


루시아

일단 돌아가자. 공중정원의 사람들이 아마 다시 찾아올 거야.


롤랑은 루시아의 말투에 담긴 냉담함의 변화를 곱씹으며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롤랑

물론이지, 네가 돌아오면 루나 아가씨는 진심으로 기뻐할 거라고.



한쪽에 의상이 전시된 쇼윈도를 지나던 중, 알파는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두툼한 군복은 상처투성이었고, 레이온 섬유의 머리카락도 완전히 탈색돼 이제는 아는 사람이 서 있어도 한동안 그녀를 알아보기가 힘들 것 같았다.


루시아

...잠깐 기다려.


루시아는 옷가게의 썩은 나무 문을 밀었고, 문에 걸린 빈티지 구리 방울이 소리를 냈다.



그날 이후, 루나가 속한 승격자 단체는 네 번째 멤버를 맞이했고, 루시아는 마침내 무거운 군복을 벗었다.



알파는 추억 속의 비슷한 방울 소리에 잠을 깼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하얀 고양이가 신기한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목의 방울이 털북숭이 머리를 흔들며 낭랑한 소리를 냈다.


알파

저리 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없어.


그러나 다른 생물을 본 지 오래인지 상대방이 입을 여는 소리를 들은 고양이는 오히려 알파의 발에 다가와 다정하게 다리를 문지르며 떠날 뜻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파가 다리를 다른 쪽으로 옮기자 하얀 털뭉치도 따라 움직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알파는 끈질기고 어쩌면 일종의 놀이를 하는 듯한 새끼 고양이를 보고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주머니를 더듬어 약간의 미끼를 찾았다.


알파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손을 벌리고 미끼를 손바닥 위에 놓았다.


하얀 고양이

야옹~


하얀 고양이는 방울소리와 함께 알파의 손바닥에 머리를 대고 가볍게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상대방의 손바닥에 있는 미끼를 핥았다.


알파는 딱히 손을 뻗어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하지도 않았고, 상대가 얼마 남지 않은 미끼를 다 먹은 후에도 손바닥을 거두려 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자신의 금속 손바닥을 핥도록 내버려뒀을 뿐이었고, 치켜세웠던 눈썹도 점점 내려갔다.


승격자들은 강렬한 감정이나 오랫동안 염원했던 숙원에 의해 떠밀린다.


이런 감정과 숙원은 가슴 속에 묻어두거나 숨김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런 감정이나 숙원이야말로 그들이 선별에 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아빠

루시아, 곧 너에게 여동생이 생길 거란다. 앞으로 언니로서 그녀를 잘 지켜주렴.



엄마

루시아, 어서 루나를 데리고 떠나. 동생을 잘 지켜주고, 꼭 함께 잘 살아야 해.



니콜라

네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면, 내가 너에게 선택지를 줄 수 있다.



루나

언니...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길 바라.




알파가 몸을 일으켜 다시 오토바이에 기대자 매서운 카리스마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알파

가.


눈앞에 있는 사람의 변화를 눈치챈 듯했고, 어쩌면 상대의 매서운 기세에 놀란 듯했다.


하얀 새끼 고양이는 이내 곧 거리의 끝으로 사라졌다.


알파의 바람은 변함이 없다. 루나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다.


알파가 아직 구조체가 되지 않았을 때, 그녀는 한때 공중정원이 루나에게 편안한 삶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루나를 버렸고 알파는 한때 그녀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구조체가 된 뒤에도 레븐쉬의 지도 아래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똑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선의의 가면 아래에는 독이 서려 있었고, 그녀 역시 비극의 일부가 되었다.


과연 상대방의 팔이 침식된 대원의 공격을 받아 잘렸던 것일까?


진상이 무엇인지 알파는 이미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알파는 루나를 보호하겠다는 희망을 다른 사람에게 거는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설령...그 상대가 루나에게 힘을 부여한 승격 네트워크일지라도.


알파는 다시 멀리 푸른 첨탑을 바라본 뒤 몸을 돌려 오토바이에 올랐다.


알파

루나, 기다려.


엔진이 굉음을 내며 모래 먼지를 일으켰고, 고독한 인물의 뒷모습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