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선택 1: 새로운 세계선에 진입하기

 


다시 이곳으로……하지만, 끝없는 회랑의 답은 이미 풀렸다.

 


남은 일은 탑 정상으로 가는 것이다.

 



리?: 여기서부터는 되돌릴 수 없다. 준비됐나?

 


출발하지.

잠깐만.


리?: 그러면, 시작한다. 나는 탑 정상으로 가는 통로를 찾았으니, 다른 건 너에게 맡기지. 탑 정상으로 가는 길을 여는 도중이지만, 그들이 이미 와있군.

 



 

“자신”을 보호하고 이합 생물을 처치하세요.

 



 

리?: 다 됐다, 탑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어! 어떻게 된 거지?!

 



 

이화 기체가 있는 곳을 찾으세요.

 



 

리: 역시 이렇게 순탄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쪽 상황은 어떤가?


리?: 안전하다. 이 벽은 탑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 중 하나여야 해. 

 


리: 내부에서 돌파할 방법은 있어?


리?: 시도해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어.

 


리?: 아무래도, 나는 잠시 여기에 갇힌 것 같군. 그러나, 이곳의 시공간이 혼란스러운 이상 시간을 끄는 건 무의미해.

 


리?: 조심해. 이 벽의 목적은 단순히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야. 나는 계속 해결 방법을 찾을 테니 경계를 늦추지 마. 조심해, 바로 옆이다!

 


리: 나한테 맡겨.

 


다른 자신과 이야기하세요.

 



 

리?: 좋은 소식이 있다. 난 이 벽의 구멍을 찾았어. 충분히 강력한 화력이 있어야 해……내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어. 너라면 할 수 있다.

 



 

필살기로 벽을 격파하세요.

 



 

리?: 좋아. 역시 나군. 계속 앞으로 나아가. 


리: ……

 


선택 2: 구 세계선으로 돌아가기


끊임없이 상승하는 플랫폼은 마치 끝없는 강의 외딴 배와 같다.

 


기괴한 광경이 의식의 가장자리를 잠식한다. 반드시 이곳의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상한 울부짖음)

 


갑자기 나타난 적을 격파하세요.

 


리: 증원? 예상대로군! 여기서 너희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겠어. 이대로 가면 과연 탑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리?: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군…………됐어,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

 


겉보기와는 다른 이유로 이합 생물의 수가 증가한 것 같습니다.

 


리: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리?: 이 공간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어……


 

리?: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많은 걸 말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모든 게 네 상황에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어. 


 

리?: 과다한 정보는 더 많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무단으로 “수정”하면 더 많은 번거로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겠지. 

 


리?: 너는 너만의, 가장 중요한 답을 찾아야 해. 그 단서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어. ……내가 할 수 없는 건 너에게 맡기지. 

 


시공의 틈에 접촉하세요.

 


리: 일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 

 




...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리고, 케로베로스 소대를 지휘해 사이먼과 노안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시킨다. 단말기 앞에서 다음 행동을 계획하며, 머레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이렇게 냉정해져 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 전술, 포병, 보급 의약……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 순간에 불필요해 보이는 자질구레한 과거들도 모두 그의 머릿속에 뚜렷이 진열되어 있다. 마치 제본되어 눈앞에 펼쳐진 책과도 같다. 이렇게 힘든 순간에 자신을 지탱해 준 게 형과의 좋은 추억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한 장면에는 실수와 아쉬움이 가득하다. 

 



 

축제 날 밤,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했던 아쉬움.

 



 

형이 구조체로 개조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여,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 

 



 

머레이: 왜냐하면 형은 우리가 진정으로 형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리: 내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잖아. 

 


불안과 걱정, 분노 속에 숨어있던 엇갈린 진담이 쏟아지는 순간들. 이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점들은 결국 평범한, 곧 머레이에 의해 잊혀야 할 오후를 가리킨다. 

 


...

 



 

머레이: 사이먼은 지금 어때? 


베라: ……죽을 수 없어.

 


베라는 숨을 헐떡이며 뒤에서 쫓아오는 미친 구조체를 물리친다. 

 


머레이: 위치를 다시 표시했으니 안전 구역으로 계속 이동해. 


베라: 근데, 그쪽은……괜찮은가 보네?


머레이: 하……죽을 수 없으니까.

 


머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베라가 했던 말을 돌려준다. 그의 스크린 조작은 여전히 빠르고 정확하다. 

 


베라: 흥, 정신이 말짱한가 보네? 내가 뭘 물어본 건지 알면서……

 


...

 



 

그것은 공중정원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평범한 하루’ 중 하나였다. 

 


동급생: 머레이? 늦겠다. 뭐 보고 있어?


머레이: 아……바로 갈게. 


동급생: 응? 그 구조체잖아? 낯익은데……너 보러 온 거 아냐?


머레이: ……응, 우리 형이야. 


동급생: 오! 평소에 말하던 그 ‘훌륭한 구조체 군인’ 형님이시구나. 구조체는 평소에 자유시간도 없잖아? 인사하러 안 가?


머레이: 아……응. 

 


머레이는 기대하며 바라봤지만, 리는 결코 그를 보지 못했다. 장비를 능숙하게 점검한 뒤, 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임무가 예정된 장소를 향해 직진했다. 

 


머레이: ……

 


파오스 학생 신분을 빌려 공부한 지 한참 되었는데, 학교는 그가 공중정원의 윗선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는 뒷배경이 없기에, 최단 시간에 공중정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모든 시간을 다잡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야 한다. 모든 것은 그가 계획한 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는 소리 없이 원하는 자리에 들어가 더 높은 곳에서 형을 보호할 것이다. 형은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리고 앳된 그가 세운 ‘엉터리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옆에서 구조체 군인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급우들과 다를 바 없이,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일 뿐이다.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형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 

 


...

 



 

베라: 젠장……원래 있던 자리는 돌아버린 흰 가운 두 명이 점령했네. 


머레이: 상황은 어때?


베라: 풉……노안이 사이먼을 등에 업고, 우리는 표시한 위치로 이동하고 있어. 그 구조체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아. 


머레이: 고생했어. 군비와 의약품을 보급한 다음에……


 

이미 파악한 정보를 통합한 머레이의 지휘 아래, 케로베로스는 빠르게 아직 의식이 있는 지휘관과 구조체를 신속하게 옮긴다. 에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블록의 지도와 대피소 분포를 들춰보며 행동 계획을 곰곰이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어떻게 해야 할까?

 


...

 


하지만……지금은 달라졌다. 

 



 

리: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머레이: 그러면……약속한 거야. 우리는 이제부터 어떤 일이든 서로를 속여서는 안 돼. 


리: 응……약속할게.


 

...

 



 

‘형을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물론, 어느 날 밤 형으로부터 온 통신과 그 작고 사소한 약속은 머레이의 마음에 남아 어둠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는 등불이 된다. 고통과 진상을 숨기지 않으며, 그들은 서로 믿고 의지한다. 지상과 공중정원의 거리가 멀다고 해도, 그는 형이 여전히 함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형이 지상에서 인류를 위하여 미지의 존재와 싸울 수 있도록, 과거의 그가 형에게 약속한 것처럼 형을 지켜야 하고, 또 형이 보호하고자 하는 걸 지켜야 한다. 그의 몸은 지상에서 전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도중에 뜻밖의 사고를 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는다면……그가 어떻게 만족할 수 있겠는가? 머레이는 아직 형과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또 형과 나누어야 할 경험이 많다. 더 이상 서로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 더 이상 무력한 슬픔과 분노는 없다. 불안과 걱정, 분노에 가려진 볼멘소리도 더는 둘 사이에 앙금이 되지 않는다. 

 



 

리: 너……꼭 조심해.


머레이: 알겠어, 형. 원격 링크를 하면 지상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리: 돌아오면, 내가 널 찾아갈게. 


머레이: ……알겠어. 기다릴게, 형. 

 


...

 



 

베라: 아직 제정신인 지휘관과 구조체가 여기 있네. 

 


머레이는 에덴 지도의 위치에 빠르게 원을 그리며, 가볍게 한숨을 쉰다. 

 


머레이: 우선……케로베로스 소대……

 


형의 심장이 그의 가슴에서 뛰고 있다. 그는 형에게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그도 형에게 의지할 것이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