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리는 이중합 탑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위험한 붉은 빛을 내뿜는 거대한 코어를 응시한다. 

 


리(?): 하지만, 성공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기에 가장 위험한 때라는 걸 넌 가장 잘 알고 있어. 


리: 그렇지……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리(?): 마지막 시련으로서, 그것은 네 과거에서 가장 증오하고,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연약한 적을 나타낼 거다. 비록 난 너의 눈에 보이는 게 어떤 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난 널 믿어. 이번에는……


 

그의 환영은 점차 녹아내렸고, 마지막 덧그림은 결국 리와 겹쳐 모든 인과가 이미 여기에 수렴했다는 걸 나타낸다. 

 


리: ……이번에는, 난 그걸 뛰어넘을 거야. 

 


리는 몸을 돌려 끊임없이 변환하는 탑 안의 시공간에 직면해 조용히 기다린다. 그는 이미 다음에 나타날 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걸쭉하고 붉은 퍼니싱 이중합체는 공중에서 떨어지며 플랫폼 위에서 천천히 두 개의 창백한 인간 모양으로 응집된다. 그것들은 인간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직관적으로 눈앞에 있는 한 쌍의 남녀 생명체가 바로 인간의 본원적인 적이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인간형 생물체: ……


리: 인간의 모습을 한 채로……인간의 지혜를 모방하여……인간이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을 꾸며냈지……

 


인간형 생물체는 천천히 지상에서 일어나 냉담하게 리를 바라본다. 이것들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불편하게 한다. 리는 이것들이 단지 이중합 탑이 자신의 내면에 근거하여 복제해 낸 모방품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마찬가지로……그가 본 적이 있는 인간형 생물체보다 더 위협적이다. 

 


리: 너희는 인간의 모든 것을 모방하면서 유독 인간의 소위 감정이 없다……그러니, 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할 수도 없겠지. 

 


여성 인간형 생물체는 리를 향해 왼손을 들어 올린다. 원래 팔이었던 곳은 활 모양으로 바뀐다. 

 


인간형 생물체 – 여: ……

 


여성 인간형 생물체의 팔이 가볍게 움직이며, 고농도 퍼니싱이 응집하여 만들어진 화살이 매우 빠른 속도로 리에게 명중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그것은 기쁨도 감격도 없이, 그저 멍하니 팔을 내려 눈앞에 구조체의 죽음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상과 달리 연기와 먼지가 다 걷히자 화살이 터진 자리에는 희미한 허영 하나만 남아 있을 뿐, 죽어야 할 구조체는 자취를 감췄다. 

 


리: 난 수없이 실패했다……인간도 수없이 실패했어……

 


남성 인간형 생물체는 공중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바로 위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 고공에서 총기 케이스를 둔기로 삼아 돌격하는 리를 막는다. 거의 동시에 여성 인간형 생물체가 동료의 엄호 아래 계속 백스텝을 밟으며 그의 등을 향해 여러 발의 화살을 쏜다. 하지만 리는 사각지대에서 등장했고, 반드시 맞아야 했던 공격은 리가 손에 쥔 총기 케이스에 의해 거의 불가능한 각도로 연이어 막힌다. 

 


리: 수많은 실패……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건 절망뿐만이 아니라, 더욱 강인한 의지이다……

 


리는 남성 인간형 생물체에게 총을 든 채로 계속해서 돌격한다. 그는 강인한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총탄의 충격에 밀려 연신 후퇴한다. 


 

리: ……끊임없이 관찰하고, 계속해서 학습하며 창조한다. 

 


돌격 가속도에 힘입어 그는 이미 남성 인간형 생물체 곁에 접근해 그가 자랑하던 손목 갑옷을 걷어찬다. 

 


인간형 생물체 – 남: ……!?

 


남성 인간형 생물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이 짧은 시간만으로도 그의 동료는 다시 새로운 화살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이번에 자신이 실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화살이 발사되기 바로 전 순간, 말도 안 되는 각도에서 여성 인간형 생물체를 향해 무거운 총기 케이스 하나가 공중으로 던져진다. 

 


리: ……작은 발전이 쌓여, 조금씩 강대해진다. 

 


어느새 남성 이합 생물을 발로 차던 리는 허영으로 변했고, 본체 리는 이미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속사 권총과 총기 케이스를 변형한다. 

 


리: 난 수없이 보았고, 또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 바로 너희들을 마주한다. 

 


반즈: 저격 요령? 이런 걸 왜 알고 싶어 하는 거야……사실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어……조준하다가 잠들지 않는 것 빼고는…… 아마 네 총기에 익숙할 거고, 또……한 방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겠지. 

 


카레니나: 중력자 다이너마이트? 쉿……나한테 이런 게 있는 줄 어떻게 안 거야…… 고에너지 탄환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과학이사회 IUO-9호 기준에 허점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알았어, 알았어. 네가 뭘 하러 온 건지 모르겠지만, 너희 지휘관한테 내가 줬다는 건 절대 알리지 마……알겠지!

 


아시모프: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무기……왜 그런 생각을 했지? 아니……물론이지. 다만 이런 무기는 형평성이 매우 떨어질 수 있고, 또한 대부분 실용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넌 도대체……무엇을 목표로 하는 거지?

 


리: 만약에……제가 거의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적을 혼자 상대해야 한다고 하면, 지휘관은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휘관: 일단은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해야지. 


리: 그렇긴 하지만……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면요. 


지휘관: 만약 그런 강적이라면, 무조건 막아선다고 할 때 상대방도 허점을 많이 드러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보수적이면 안 되고, 공격해. 


리: 앞서 공격하란 겁니까?

 

지휘관: 적에게 동원되지 말고, 네가 동원하는 거야. 모든 단계를 자세히 계획해서 적을 똑똑히 관찰하고, 적의 생각을 상상해봐. 기회는 한순간뿐일 수 있으니 놓치지 마. 그런 다음……


 

공중으로 뛰어올라 저격총의 총구를 점점 인간형 생물체에 겨누고 있는 그는 유일한 기회를 기다린다. 모든 인과는 시간과 차원에 얽혀 있고, 바늘은 천천히 회전하며……모든 총알이 격발되면, 결국 모든 것을 관통한다.

 


리: 그리고……방아쇠를 당긴다. 

 


리는 찰나의 기회를 포착하여 일격에 두 인간형 생물체의 머리를 관통시킨다. 그들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위치는 가루가 되었다. 

 


리: 하……당연히 이렇게 쉽게 죽지 않았지. 

 


탑이 만들어낸 존재인 만큼 머리는 다른 이합 생물처럼 치명적인 약점이 아닌 듯하다. 이들의 몸을 구성하는 붉은 고름은 부풀어 오르며 다시 머리를 형성한다. 

 


리: 얼마든지 덤벼. 몇 번이라도……내가 너희를 시서의 끝에 묻을 것이다. 

 


전투 시작

 



이번에는……내 탄환은 반드시 너희가 있는 곳에 닿을 거야. 

 


너희들의 웃기지도 않는 모방을 관통할 거다!

 

 


전투 종료

 


이중합 탑이 정체불명의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 지 이미 두 시간이 지났지만, 대량의 이합 생물들은 여전히 외딴 섬과 같이 인류의 전선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더 무서운 점은, 이전의 전투에서는 신변과 배후가 모두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전우였지만, 지금은 그 기괴한 붉은 빛의 영향으로 모든 사람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지휘관: 리브, 다른 소대 지휘관의 상황은?

 


리브: 활력 징후는 문제없지만……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지휘관: 알겠어. 계속해서 모두의 상황을 감시하자. 


리브: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휘관……지휘관!

 


리브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재빨리 의료기구를 꺼내 이쪽으로 달려온다. 

 


지휘관: 리브? 무슨 일이……


 

무의식적으로 촉촉해진 입술을 손으로 닦아내니 빗물에 젖은 줄 알았지만……입과 코에서 새빨간 피가 솟구쳐 나온다. 멈췄던 내출혈이 다시 일어나는 건 무리하게 많은 구조체를 연결했기 때문일까……

 


지휘관: (콜록콜록……)


리브: 의식 링크가 한계를 넘었어요……!? 지휘관! 버텨주세요!

 


리브는 주사를 위해 응급 지혈제를 꺼냈지만, 한 손으로 가느다란 목을 꽉 조른다. 

 


지휘관: 이건……나의 손!?


 

비록 인간의 악력은 구조체에 있어 전혀 위협이 되지 않지만, 여전히 리브를 겨누고 있다. 그녀는 피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은 채 목구멍이 서서히 조여지도록 내버려 둔다. 

 


리브: 괜찮아요……지휘관……괜찮아요……

 


리브는 고통을 참으며 부드럽게 주사를 마친다. 그러나, 마인드 표식이 오염되어 더 끔찍한 부작용이 생겼는데, 실제로 다른 손이 홀스터에 가기 시작한다. 

 


지휘관: 이리 줘……멈춰!


 

그나마 마지막 한 가닥의 신체 통제력으로 팔의 움직임을 제지했지만, 점차 그 몸이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지휘관: 리브……


리브: 지휘관, 저는 여기 있어요!

 

지휘관: 내가 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기 전에……내 총과 전술 나이프를 압수해줘. 


리브: 하지만 그렇게 하면……지휘관은……

 


적의 포위 속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행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확실히 자살과 다를 바 없다…… 유일한 차이점은 아마 지금의 자신은 자살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택 1

지휘관: 내 안전에 주의할게. 


선택 2

지휘관: 리브, 이건……내 부탁이야. 


리브: 알겠습니다. 어쨌든……우리는 이곳을 잘 지킬 거에요. 

 


리브는 결국 나의 권유로 명령을 이행한다. 또다시 자신이 통제 불능이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에 무기를 쥔다는 건 가장 위험한 일임이 틀림없다. 

 


...

 


――바로 이때, 드디어 좋은 소식이 왔다. 

 


루시아: 지휘관! 증원 요청으로 산 올빼미 소대 지휘관을 접했는데……그는 아직 정신이 정상인 것 같습니다. 

 


시카: 해리조 지휘관의 잘못된 설명을 들은 구조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지휘관: 좋은 소식이야……드디어 반격할 수 있겠어. 


시카: 적의 취약한 부분을 노리고 돌진한 다음 이중합 탑 근처에 있는 거점을 탈환하면, 익숙한 위치에서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요. 

 

지휘관: 응, 그거 괜찮은 것 같아. 


시카: 그, 그냥 교과서 내용일 뿐이에요……


선택 1

지휘관: 실전에 응용할 줄 아네.


선택 2

지휘관: 그렇게 하자. 


 

동시에, 이는 리의 퇴각을 보장할 수 있다――임무를 완수했을 때 이미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리가 많은 적들을 다시 상대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지휘관: 충분한 전력만 있으면, 전황은 우리 쪽으로 기울어질지도 몰라……


루시아: 네. 제가 바로 그들을 이끌고 여러분과 합류하겠습니다. 


지휘관: 그에게 통신을 연결해 줘. 


루시아: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산 올빼미 소대의 지휘관. 이쪽은 우리의 지휘관……

 


루시아가 산 올빼미 소대의 지휘관에게 통신을 넘기자, 단말기의 화면에서 그의 모습이 보인다. 

 


지휘관: 루시아! 빨리 떠나. 그는 산 올빼미 소대의 지휘관이 아니야!


 

바로 루시아에게 주의를 주는 순간, 그 지휘관이 들고 있던 총검의 총알은 무방비 상태의 루시아를 향해 발사되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총검이지만, 루시아를 다치게 할 정도의 위력은 충분하다. 

 


산 올빼미 지휘관(?): 어리석은 승격자! 속았구나! 산 올빼미 소대, 그녀를 없애!

 


이 자는 산 올빼미 소대의 지휘관이 아니라, 단순히 마인드 표식이 오염된 지휘관이다. 그는 자신의 마인드 표식으로 산 올빼미 소대의 대원들을 강제로 연결시켰다. 

 


루시아: 으윽……산 올빼미 소대! 여기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빨리 정신 차리세요!

 


더 많은 총탄과 무기가 동시에 루시아를 덮친다. 그녀는 오히려 사정을 봐주어 점점 패퇴하여 간신히 방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갑자기, 공격이 멈추었다―― 차가운 얼음과 서리가 점점 산 올빼미 소대의 기체 관절에 침투하여 그들의 활동력을 대폭 떨어뜨린다. 

 


루시아: 크롬!

 


정확하게는 한기를 내뿜는 구조체, 정식 차징 팔콘 소대의 대장, 크롬이다. 

 


크롬: 루시아, 죄송합니다……저희가 늦었습니다!


지휘관: 아니야, 크롬. 때마침 잘 왔어!


산 올빼미 지휘관(?): 쯧! 대견하군……승격자에게 증원이 있을 줄이야! 그래도 최소한……전과는 좀 따내야지!

 


그 지휘관은 자기 대원의 총기를 빼앗아 아랑곳하지 않고 루시아를 향해 총을 쏜다. 구조체 무기의 엄청난 반동으로 인해 그는 단 한 발의 사격으로 땅에 넘어진다. 총알은 시커먼 대검에 의해 막혀 루시아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카무이: 루시아! 일어설 수 있어? 


루시아: 응. 고마워, 카무이. 

 

산 올빼미 지휘관(?): 젠장!!!

 


산 올빼미 소대의 지휘관(?)은 막 일어나 계속 총을 쏘려고 했지만, 저격총용 마취 주사기에 조용히 뒷목을 찔린다. 

 


산 올빼미 지휘관(?): 아……아……

 

지휘관: 자……잠든 건가?



반즈: 순순히 수술하지 않으려는 환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게 필요할 때가 있지. 

 


멀리서 저격총을 든 반즈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크롬: 반즈……잘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본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카무를 제외한……저희 차징 팔콘 소대 세 명 모두 집결했습니다. 

 

지휘관: 응. 루시아가 전투할 수 있는 구조체를 결집하여 돌파할 수 있도록 협조해줘. 


크롬: 알겠습니다!

 


...

 


통신을 끊은 후에야 비로소 목구멍에 고인 피를 토해낸다. 

 


리브: 지휘관, 상태가 어떠신가요!?


지휘관: 난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만약 내가 이상이 있는 것 같으면 즉시 모두와의 링크를 끊을게. 


리브: 안……안 그럴 거예요!

 

지휘관: 그냥……하나의 보험일 뿐이야. 


 

머릿속의 의식은 갈수록 흐려진다. 오직 리와 연결된 마인드 표식만이 비록 미약하지만, 여전히 번쩍인다. 리도 분투하는 이상, 어떻게든 그 빛에 질 수 없다……더구나 연약한 자신에게 질 수 없다. 고개를 들어 그 높은 탑을 바라보니, 높이 있는 그것은 마치 신의 거처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의 빈사와 발악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계단을 오르며 신명이 있는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