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다녀왔습니다.”

 


펄펄 끓는 탄피가 총 밖으로 밀려나 땅으로 떨어지면서 다른 탄피와 부딪힌다. 피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 진흙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미 이 동작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정확히 셀 수 없다. 총기가 자동으로 빈 탄창을 튕겨내고, 구조체는 즉시 몸 뒤에서 새것을 하나 꺼내어 검사한 다음 장전한다. 이것들이 어느 쓰러진 동료에게서 수집됐는지……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것은 흙먼지에 물들고, 어떤 것은 손상이 심하며, 어떤 것은 심지어 피투성이가 되었다. 굳어진 혼돈 속에 직접 보기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들 몇 개가 뒤섞여 있다. 그러나 구조체는 슬퍼할 시간조차 없다. 그녀의 기도에는 상자 속의 탄약에 대한 것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들이 이물질에 걸려 자신이 찾은 마지막 소총을 폐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리브라는 이름의 구조체는 그녀의 지휘관 곁을 필사적으로 지킨다. 구조체는 자신이 이럴 때 쓰러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사격하고, 또 사격한다. 지휘관이 괜찮다고 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그래, 오른쪽을 보면 안 된다. 차징 팔콘 소대가 이미 그곳으로 갔다. 지휘관은 구원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은 틀림없이 매우 보기 흉할 테니, 나는 어쨌든 그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 

 

빈 탄창이 발을 내리치자 그녀는 다시 기계적으로 손을 뒤로 뻗는다. 이번에는 한 마리의 이합 생물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다. 손이 허리를 반 바퀴 넘게 더듬었는데, 그녀에게 응답하는 건 텅 빈 칼집과 총집이다. 칼은 미쳐버린 동료의 허벅지에 꽂힌 듯했고, 권총도 지원을 위해 도착하기 전에 중상을 입은 지휘관에게 넘겨졌다. 

 


구조체: 정말 뇌가 잘 안 돌아가네……

 


그러면, 저기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줘도 괜찮아……

 


……

 


한줄기 광선이 이합 생물을 수몰시켜 그것의 날카로운 발톱과 함께 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각도 때문에 그 구조체도 영향을 받아 정면으로 쓰러져 잠시 행동 능력을 잃는다. 

 


리브: 따라잡았다……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부유포 위에서 방열 장치가 열심히 돌아간다. 새빨간 포관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와 몇 차례 사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휘관: 리브……


리브: 지휘관. 

 

지휘관: 가서 그녀의 자리를 대신해 방어선을 지켜. 


리브: ……

 


그녀의 손이 내 손을 꽉 쥐지만, 이미 그녀를 위로할 여력이 없다. 

 


지휘관: ……날 믿어.


 

리브의 팔에서 벗어나려 하자, 그녀는 나의 등을 벽에 기대게 하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 움직임에 따라 즉시 쇳내가 나는 액체가 입술로 스며든다. 

 


리브: 지휘관!

 

지휘관: (주사기 하나를 뺀다)

지휘관: (덮개를 제거한다)


 

바늘을 다리에 바로 찌른다. 

 


지휘관: ……


 

약이 주는 각성 효과를 느끼며 얼굴에 웃음을 짜내고, 리브의 손등을 두드린다. 

 


지휘관: 괜찮아. 아무리 어려운 전투라도 다 끝났어. 그들에게는 아직 네가 필요해. 부탁할게.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내딛는 리브의 뒷모습을 보며, 쓰러지려는 몸을 다시 한번 위로 들어 올린다. 교전 이후 지금까지, 원래도 매우 취약했던 지휘 시스템이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 만약 자신의 링크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가까스로 전개된 방어선은 즉시 붕괴될 것이다. 이 전투는 이미 파오스 사관학교 조교의 조례를 모두 어겼다. 책에 기록된 이면 사례처럼 많은 사람이 막연한 도박을 하고 있다. 뒷받침할 데이터와 대응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 심지어 그들이 전투를 계속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 희미한 성화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잔혹한 전장을 통해 그가 전력을 다하는 자태를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이걸로 충분하다. 그가 아직 싸우고 있는 한, 나는 무조건 그를 믿는 방향을 선택한다. 이전의 그가 그레이 레이븐의 모두를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구조체: (우물쭈물하지 말고, 내가 말하면 바로 탑으로 달려가 그를 좀 도와줘!)


구조체: (아! 못 참아, 못해!)


루시아: (리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멈추면 안 돼!)


리브: (아직은 버틸 수 있어……!)


구조체: (지금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너무 일러!)

 


……의식의 바다 링크를 통해 스스로 많은 사람들의 상념에 닿은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그 감정들의 주인은 흔들리는 촛불처럼 하나둘씩 꺼진다. 덕분에, 실제로 의식 부담이 낮아진다. 고통……분노……무력……혼란스러운 정서는 산 정상에서 굴러온 눈덩이처럼 점점 더 쌓인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건 링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산 중턱에서 그것을 사사롭게 떠받치는 것이다. 

 


지휘관: 얼마나 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리브도 방어선 유지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반 토막밖에 남지 않은 이합 생물이 몰래 내 앞으로 기어올랐을 때, 아무도 달려와 나를 도울 수 없었다. 무기는 이미 나의 요구대로 압수되었다…… 땅바닥에서 포복하는 그 이합 생물은 두 팔로 천천히 기어 오며 나에게 접근한다. 부상일까? 아니면 기습 공격을 하는 걸까? 혹은……죽을 사냥감을 조롱하며 상대방의 생사가 결정되는 경계선을 제멋대로 서성거릴 뿐일 수도 있다. 지금 그것은 구름 속에서 우뚝 솟은 거대한 탑과 하나가 되어, 흉악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연약한 인류에게 날카로운 비웃음을 보내는 것 같다. 그것은 한 손으로 땅을 짚고 허리를 곧게 편다. 다른 한 손은 곧게 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발톱을 그것이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본다. 

 


선택 1

지휘관: 정말이지……얕보였네.


선택 2

지휘관: (가까운 곳에서 무기를 찾는다)


 

오른손에 단단한 물건이 만져진다. 그것은 언제 내 곁으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돌이다. 그것은 매우 소박하고 거칠며, 초라하다. 눈앞에 높이 있는 신비로운 이중합 탑과 비교하면 마치 우스운 파충류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신명에 대항한다. 그것은 비천하고 허약하여, 주제넘게 신명을 웃길 수도 없다. 그러나 바로 수백만 년 전에 인류의 선조는 이런 돌을 쌓아 지면에 웅크려 앉아 첫 번째 불을 피웠다. 그때부터 그들은 어둠에 대항할 무기를 갖게 되었고, 짙은 어둠 속에 꼿꼿이 서서 별하늘을 바라볼 자유를 갖게 되었다. 다섯 손가락은 돌덩이를 꽉 움켜쥔다. 이합 생물의 흉악한 얼굴을 통해 우뚝 솟은 거대한 탑을 망라한다. 심호흡한 뒤 마지막 힘을 전부 오른팔에 쏟아부어……

 


지휘관: (세차게 내리친다)


 

돌멩이는 허약한 인류의 손에서 가장 원시적인 병기로 변하여 두려움 없이 우뚝 솟은 신에게 던져진다. 눈 부신 빛이 이 순간부터 대지로 밀려와 미래로 가는 문을 두드린다. 

 


...


 

공중정원. 

 



로사: 아! 죽겠다, 죽겠어!


 

아담한 체구가 테이블 아래에 웅크려 있다. 손에 든 쟁반으로 구조체의 단단한 머리 윗부분을 향해 빠르게 휘두르며 ‘딩동댕동’ 소리를 낸다. 갑자기 그녀는 어떤 결심을 한 듯 눈빛이 한없이 날카로워지더니, 끊임없이 휘두르는 그 팔을 죽어라 쏘아본다. 그녀는 뒤에 숨겨둔 망치를 빼내 테이블 밖으로 끌어 내려 하는 통제 불능의 구조체를 향해 내리친다. 그러나, 큰 소리가 나기도 전에, 그녀의 공격이 적중하기도 전에 그 구조체는 땅바닥에 꼿꼿이 쓰러졌다. 


 

로사: 헉!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로사는 급히 망치를 버리고 테이블 아래로 숨는다. 몇 초를 기다리다, 떨리는 손을 내밀어 변형된 쟁반으로 상대의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


 

참모부 대문. 

 


웰스: 탄약이 모두 소진됐다. 탄창을 가지고 있는 자는 없나?!


참모부 대원: 참모장님, 그게 마지막입니다!


웰스: 쯧……


 

웰스는 탄약을 모두 소모한 권총을 버린다. 대신, 총기 스트랩을 떼어내어 그것을 손에 감아 주먹을 쥐고 세게 내리친다. 

 


그린스: 시작 멘트라도 외쳐 줄까?


웰스: 그럴 필요 없다. 


 

말을 마치자, 웰스는 앞으로 주먹을 뻗어 아주 교활한 각도를 골라 통제 불능인 방위 기계의 머리를 가격한다. 원래는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전술이었을 뿐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단번에 그것을 땅에 쓰러뜨렸고, 다시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린스: ……


니콜라: ……


하산: ……


웰스: 내 탓이 아니라……

 


하지만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참모부 대원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듯 두 눈을 비비고 고함을 지르며 개인 단말기를 높이 들고 달려온다. 


 

참모부 대원: 참모장님, 지상에서 온 긴급 보고입니다!

 


...

 



……그것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 빛이다. 두려움, 기괴함, 슬픔, 광기…… 짙푸른 빛깔로 세탁된 아래 고운 모래가 밀려나는 듯 여과되었다. 비명이 멎자,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던 무기가 잇달아 바닥으로 떨어진다. 통제 불능의 구조체들은 망연히 사방을 둘러본 뒤 하나씩 쓰러진다. 이합 생물들은 수면을 떠난 물고기처럼 격렬한 몸부림을 쳤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생존자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행동을 멈추었다. 탑신에 감도는 빛을 바라보며, 카무이는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진흙 바닥에 주저앉는다. 

 


카무이: 리……걔가 성공했어. 

 


더 이상, 눈 아픈 선홍색도, 광란의 무질서도 없다. 그 탑을 닻으로 삼아 퍼니싱 바이러스는 눈에 보일 정도로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했고, 탑신에 빛이 휘감긴 후 완전히 소멸되었다. 

 


크롬: 반즈, 상황은 어때. 


반즈: 사방에 생존한 이합 생물이 없음을 확인했어. 감염된 구조체들도 행동을 멈췄고. 


루시아: 그러니까, 위기는 일단락된 셈이네. 


크롬: 이건 좀 더 조사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각 집행 부대원은 부상자를 먼저 구조하고, 쓰러진 지휘관과 구조체를 우선 회수하세요. 그동안 경계에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에게 다음 작전 계획을 확인하겠습니다……

 


반즈: 크롬 대장. 


크롬: 왜 그래?


반즈: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과 연락이 안 돼……

 


거의 동시에, 네 사람은 몸을 돌려 그들이 온 방향으로 달린다. 수많은 이합 생물의 시체를 뛰어넘으니, 그 낯익은 모습은 이미 폐허의 벽 옆에 주저앉았다. 


 

...

 


…………지……휘……지휘관! 지금의 상황을 분간하기 어려워, 겨우 눈을 뜬 후에야 비로소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루시아&리브: 지휘관!


지휘관: 나 아직……살아있네……

 

리브: 지휘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의료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지휘관: 잠……잠깐만……



손을 들어 가볍게 리브의 말을 끊는다. 

 


지휘관: 지금……상황은 어때?


 

시간이 얼마나 지났고, 난 언제부터 땅바닥에 누워 있었는가? 이중합 탑의 상황은 어떻고, 그 전자기 복사는 어떻게 됐지? 

 


루시아: 지휘관, 이중합 탑은……

 


...

 




니콜라: 이중합 탑이 퍼니싱 바이러스를 흡수하고 있다고?!


하산&웰스: ……


 

세 사람은 처음에 놀라다가, 약속이나 한 듯 얼굴빛이 그림자에 검게 칠해진 것처럼 급변한다. 그 농도와 수량의 퍼니싱 바이러스가 중합하고 있다고? 무슨 농담인가! 그 참모부 대원은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짐작이라도 했는지 서둘러 덧붙인다. 

 


참모부 대원: 흡수는 아닌데, 흡수에요! 아. 아니지, 아니지! 다시 말해야겠네요…… 정확히는 정화입니다. 이중합 탑은 거대한 Ω 무기와 역원 장치의 결합체로 변하여 일정 범위의 퍼니싱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흡수하고 있습니다. 


 

...

 



크롬: 공기 중 퍼니싱 바이러스의 농도가……굉장히 감소 속도가 빠르군. 

 


그럼에도 리브는 만일에 대비하여 나에게 혈청을 투여해 준다. 

 


리브: 지휘관, 몸 상태는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불편하시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는 걸 본 후에야 리브와 루시아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천천히 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갑자기 멀리서 생존자를 수색하던 대열에서 소동이 벌어진다. 하지만…… 계속 마인드 표식과 연결되어 있던 희미한 성화가 갑자기 밝아진다. 밤하늘에 가장 눈부신 광채와도 같이, 머나먼 하늘을 가로질러 나를 부른다. 

 


카무이: 설마……!

 


카무이가 제일 먼저 소리를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달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보고 다시 멈춘다. 


 

카무이: 지휘관은 걷기 불편하니까, 내가 업고 가는 게 낫겠지?!

 

선택 1

지휘관: 아냐, 아냐……


선택 2

지휘관: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 약해지지 않았어. 


지휘관: 너희 먼저 가. 


카무이: 알겠어……


리브: 적어도 제가 부축하게 해주세요, 지휘관. 

 

지휘관: 고마워, 리브.


 

리브와 루시아는 발걸음을 늦추고 내 옆을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중이 모여드는 가운데 그 낯익은 모습을 본다. 

 


리는 먼저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본 후 눈빛으로 리브에게 묻는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그는 마음을 놓는다. 

 


리: 왜 자꾸 자신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는 겁니까.

 

지휘관: 너도 비슷해.


 

작전에 처음 투입된 기체는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눈으로 보아도 멀쩡한 곳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었을 거다…… 이 끔찍한 흔적들은 바로 그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리: 전 문제 없습니다. 모두 일반적인 외상이니 간단한 유지 보수만 하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이……빨리 가서 몸 좀 추스르는 게 좋겠죠. 


 

리의 대답은 예상하기 쉬웠다. 그가 말하고 있을 때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몇 번이고 그의 주위를 에워싼다. 

 


리: ……뭡니까?

 


카무이: 등은 문제가 없네. 아마 이합 생물한테 몇 번 긁힌 거겠지. 


크롬: 왼팔 부분에 심각한 부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반즈: 왼쪽 허벅지는 화살에 찰과상을 입었을 뿐, 위험한 건 아니네. 


루시아: 오른쪽 팔은, 음……단순히 장갑 표면에 긁힌 상처야. 


리브: 사지 운동 궤적에는 이상이 없고, 온도 변동도 정상 구간이에요. 


리: 난 괜찮으니까……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리는 참을 수 없는지 눈길로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휘관: 사실 난 먼저 간단한 검사를 진행하는 거에 찬성이야. 아무래도 리는 고집 하나는 대단하니까……아니, 동료가 걱정하지 않도록 숨기는 걸 좋아한다고 해야 맞지. 


리: …………이건 돌아가면 제가 일일이 당신에게 보고하겠습니다. 저는 다시는, 어떤 일도 숨기지 않을 겁니다……

 

지휘관: 많이 컸네. 


리: ……


 

약간 놀리는 투의 내 말을 듣고 리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다. 

 


지휘관: 잠깐, 아직 검사가 다 안 끝났어……


 

나는 여전히 ‘필요 없다’라는 대답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리는 뜻밖에도 정말로 손을 벌려 나와 리브가 그의 상처를 샅샅이 검사하도록 내버려 둔다.

 


지휘관: 큰 문제는 없네…… 의식의 바다 과부하도 걸리지 않았어. 


 

리브: 네. 공중정원으로 돌아가면 아시모프 씨가 종합적으로 기체 검사를 진행하실 거예요. 


리: 그보다는, 지휘관과 공중정원에 먼저 보고해야겠어.

 


그는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리: ……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지휘관: 우리가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자. 참,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리: 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지휘관: 그래. 리, 어서 와.


루시아: 어서 와, 리.


리브: 리 씨, 어서 와요!


 

이해되지 않는다, 놀랍다, 당황스럽다, 어쩔 수 없다, 마음이 놓인다…… 

 


인파에 둘러싸인 리는 다소 어색하지만 진솔한 미소를 보인다. 혈전의 아픔과 헤어짐의 걱정이 이 순간으로 다 녹아 없어져, 재난 후 여생의 기쁨으로 바뀐다. 아득히 긴 밤이 지나자, 그들은 다시 한번 새벽을 맞이한다. 대가는 크고, 내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가시밭이다. 그러나, 이 길을 걷는 느낌은 이렇게 든든하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소속을 잃지 않았고, 혈혈단신도 아니다. 또한 그는 지켜야 할 많은 보물이 있다. 과거의 발자국은 바로 뒤에 있어 그도 이것을 돌아보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더 이상 막막하지 않다. 과거를 바꿀 수 없으니, 각오를 다지고 용감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이 어두운 밤을 밝힐 것이며, 우리는 새 생명을 가져올 것이며, 우리는……함께 내일로 나아갈 것이다. 약속에 따라 리는 모두의 곁으로 돌아왔다. 

 


리: 여러분, 다녀왔습니다. 

 


...

 


한 달 후, 공중정원. 이 에덴동산에 참모부가 생긴 이래 어느 시기가 가장 떠들썩했냐고 묻는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이중합 탑 사건 이후의 한 달 동안을 가리킬 것이다. 의회는 공중정원 복구가 전방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각 부서의 대표들이 모여 임시 부서를 구성하기로 했다. 군부의 대표는 바로 참모부다. 집행 부대의 인원 이동, 파손된 비행기의 보충, 구조체 부품 제작……그때 여기저기 흩어진 무기 회수 작업조차 참모부가 책임지고 처리했다. 이 부서의 부장이 웰스 참모장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각 부서는 ‘인색한’ 주관자와 소통하는 것보다 웰스와 교제하며 가능한 한 자신이 속한 부서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쟁취하는 걸 선호한다. 

 


그린스: 웰스 참모장, 나머지 β형 교체 부품은 언제 도착하지? 구조체들은 다시 두 다리로 걷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웰스: 시카, 그린스 씨의 요구는 네가 책임져라. 

 


시카: 네! 그린스 씨, 이쪽입니다. 


그린스: 시카 르블랑……난 네가 이전에 ‘스위프트’라는 소대를 지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보아하니 전황이 매우 좋아지는 것 같군. 집행 부대의 그렇게 훌륭한 지휘관까지 와서 우리를 도와주다니. 


시카: ……

 


시카가 반박하기도 전에, 그린스는 그녀에게 흥미를 잃은 듯 서류 한 부를 꺼낸다. 

 


그린스: 번호 E0M2-0022, 보충 물품, 총 90세트의 β형 교체 부품이다.


시카: ……β형 교체 부품 90세트.


웰스: 70세트.


시카: 7……


그린스: 하이고, 늙으니까 늘 일을 잘못 기억한단 말이지.


웰스: 그린스 씨, 모처럼 직접 참모부에 왔으니 우선 옆에 응접실에서 잠시 쉬는 게 어떤가?


그린스: 주니어 닉도 거기에 있나?


웰스: 난 너와……단둘이 이야기하고 싶군.


 

그린스는 시카의 데스크 위에 서류를 내던지고, 동시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는지 방을 나간다. 허둥지둥 서류를 뒤적거리며 다시 확인하는 시카를 보며, 웰스는 콧등에 내려온 안경을 밀치고 캐비닛에서 서류들을 꺼내 다른 방으로 향한다. 

 


...

 



니콜라: 누구지?


웰스: 그린스, 쿠로노 쪽은 아마 서로 물어뜯느라 바쁠 겁니다. 

 


니콜라는 기다렸지만, 상대방은 말을 이으려는 기색이 없다.

 


니콜라: 참모부의 사명이 무엇인지 내가 일깨워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웰스: 참모부의 사명은 공중정원을 도와 다가올 모든 위기에 미리 대응하는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이 일에 있어서 저는 어느 한쪽도 편들지 않을 겁니다. 


 

웰스는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한 장씩 늘어놓는다. 

 


웰스: 이번 이중합 사변은 기존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E-14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니콜라: E-14, 참모부 코드명 ‘신세계’……


웰스: 이것은 우리를 훨씬 뛰어넘는 착상이 아닙니까? 인류가 맞닥뜨려야 할 상황은 악화하지 않고 오히려 지상 재건 계획을 생각할 수 있는 단계로 앞당겨졌습니다. 


니콜라: 일정 구역 내에서 퍼니싱 바이러스 농도를 0으로 줄일 수 있는 이중합 탑은 과학 이사회가 그 원리를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의회가 군에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허용할 리 없다. 잊지 마라. 우리는 아직 그 대행자들의 죽음을 확인하지 못했고 승격자들의 목격 보고는 더 많아지고 있어. 퍼니싱 바이러스의 위협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계속 번질 뿐이다……


웰스: 그러니 우리는 거점이 필요합니다…… 희망의 도시로서, 그것은 승격자의 침투에 대항하는 우리의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니콜라: 일단 우리가 관련 계획을 추진하면, 참모부에서 우리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


웰스: 저는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지상으로 복귀하는 첫 번째 도시일지도 모르니, 참모부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니콜라: 알겠다.

 


니콜라는 웰스가 내민 모든 서류를 다시 모으고 자리를 뜨려 일어선다. 

 


니콜라: 맞다, 지난번 그 일.


웰스: 네?


니콜라: 정비 부대는 네가 월면 기지 분대에 각 회의 메시지와 전선 상황을 몰래 전달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웰스: 하하, 니콜라 사령관의 관대한 연설은 항상 당신이 제 말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니콜라: 그곳은 의회이기에 포장하지 않은 말로 체면을 세울 수 없지만, 결과로 볼 때 나는 확실히 너의 선택에 동의한다. 이 일은 내가 너 대신 처리하지.


웰스: 다음은 총사령관 법입니다.

 


니콜라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선다. 이렇게 큰 방에는 웰스 혼자만이 남았다. 

 


웰스: 결과적으로 나의 선택에 동의한다라……

 


그는 주머니에서 은색 휘장 하나를 꺼낸다. 그것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매로, 날카로운 모서리는 과거 소유자의 강렬함을 나타낸다. 

 


참모부 대원: 참모장님.


웰스: 말해.


참모부 대원: 지난주, 집행 부대는 새로운 소대의 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성원 명단은 여러 방면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참모장께 지휘관 적임자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웰스: 나에게 지휘관을 결정하도록 하는 건가?


참모부 대원: 그분은 당신의 안목을 믿는다고 하셨습니다. 


웰스: 흠……

 


웰스가 개인 단말기를 두드리자 극비라고 적힌 문서가 화면에 나타난다. 

 


웰스: 하……그렇군. 그의 제안이 마침내 의회의 비준을 통과했나? 이 시점에서……이상하지 않아. 내 생각이 완전히 읽혔다고 해야 하나? 특수 소대, 코드네임 ‘홍앵’…… ‘신세계’의 쐐기가 될 것 같군.

 


똑똑똑……

 


웰스: 들어와.

 


문이 열리자 방으로 들어선 시카는 웰스에게 경례한다. 

 


시카: 웰스 참모장님.


웰스: 무슨 일이지?


시카: 신청 내용에 좀 이상한 게 있어서요……


웰스: 알겠다. 내 책상 위에 올려놔라.


시카: 네!

 


시카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웰스는 검지를 구부려 테이블을 두드린다. 결국 그는 단말기에 있던 극비 파일을 종료하고 일어나, 방 안의 불을 끈 뒤 이 곳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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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임. 허접한 번역이랑 함께 각명나선 달린 퍼붕이들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