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들이 분장을 마치고 무대 위로 올라온다.



공중정원 예술협회, 회장실.



앨런은 그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의 단말기는 암호화된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가상 화면을 투영했다. 앨런은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날 때까지 잠자코 눈앞의 깨진 코드와 숫자를 살펴보았다.


앨런

들어오세요.


레오니

앨런 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ㅡㅡ뭘 보고 계시나요?


앨런

레오니였군. 별거 아니야. 얼마 전에 메일 한 통이 왔는데, 자네가 본 대로 그것을 해독하려고 시도하고 있었어.


레오니

과학 이사회의 전문 인력에게 맡기지 않은 이유라도 있나요? 회장님 설마 암호학에도 해박하신 겁니까?


앨런

약간 접해보긴 했지. 더군더나 이런 일은 당연히 직접 해보는게 재미있거든.

미래에서 온 메시지일 수도 있고, 외계인과 연결돼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좌표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뒤따라보면 어느 황금시대의 예술의 대가가 남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수도 있고….


레오니

단순한 장난일 수도 있겠죠...회장님은 이상한 부분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앨런

허허, 무슨 일로 찾아왔나? 요즘 협회가 또 바빠지기 시작했나?


레오니

전시와 공연을 빨리 재개하라는 재촉이 적지 않게 오고 있어요…. 이런 건 신참에게 맡기고 있고, 저는 아이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만화'기체와 관련된 상세 데이터로 과학 이사회와 군부의 심사를 통과하였고, 의식 적응도 완료돼 이론상으로는 실전 투입이 가능합니다.


레오니는 앨런에게 '만화'라는 이름의 기체 양식과 각종 파라미터를 기록한 전자 문서를 전달했다.


앨런

성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군. 이 기체는 예술 협회의 수십 년 동안의 기대를 담고 있다. 나는 그것이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고 있어.

참, 홍앵소대에 관련해서 말인데, 현재 상황은 어떻지?


레오니

소대의 최종 명단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최근 잦은 인사이동으로 지휘부 쪽에서 갑자기 몇 가지 절차가 추가되었지만, 리더는 아이라가 맡는 것이 확실시되었습니다.


앨런

어차피 편제를 증설할 때 주어진 조건이었지. 이럴 때 만화 기체 개발이 완료되었으니, 때를 만난 셈이야


레오니

앨런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립니다만, 아이라는 고고학 팀에서 이미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데, 왜 우여곡절 끝에 의회에 비슷한 스타일의 팀을 신청하신 겁니까?



앨런

직접적인 계기는…. 이종 우주정거장 작전 이후 그녀가 나에게 새 기체를 신청하겠다고 했을 때였을 거야.

그녀는 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가장 단순한 것에 패배했지.

결국, 그녀가 세레나의 뒤를 이어 예술협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렴풋이 이 구상을 해놨던 것일지도 몰라.

고고학 소대는 좋은 곳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예술협회'에게 새로운 무대를 주고 싶어.

집행부대는 고고학 소대보다 순수하지 않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과 신조를 가지고 있고, 군부는 더욱이 용과 뱀이 뒤섞인 곳이기 때문에, 아마 지금쯤 많은 이들이 이 소대에 대해 여러가지 꿍꿍이를 품고 있을 거야.

하지만 바로 이런 곳에서만 그녀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동료를 만나...더 큰 '힘'을 모을 수 있어.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 나는 아이라가 우리 중 가장 뛰어나다고 믿어.

나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에게서 '신세대'에 속하는 서광을 보았는데, 그 서광을 잡지 못한 것이 협회장을 맡은 이래 가장 큰 아쉬움이었지.

이제 인류가 미래의 윤곽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나도 다음 내기를 걸고 싶어.

일명, '홍앵'(Iris)라는 이름의 내기를 말이야.

이 도박은 실패할 수도 있고, 한바탕의 허사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이는 우리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되겠지.



건물 몇 채와 복도를 지나고, 웰스는 집행부대가 사용하는 작은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그가 문을 밀고 들어서자 회의실 안에 이미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지휘관은 웰스를 보자마자 그에게 공손히 차렷을 하고 인사를 했다.



시카

공중정원 표준시 09:00, 집행부대 지휘관 시카, 웰스 참모장님에게 보고드립니다.


웰스

아침 일찍 이곳에서 기다리느라 수고했네, 시카 지휘관.

자네가 이전에 인솔했던 그 소대 관련해서 말인데, 수속절차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웰스의 말에 시카는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시카

구조체 3명의 전근 수속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시카와 랜돌프는 '레드 스콜피온' 소대로 옮겨 이중합 타워 작전에서 잃은 대원들의 자리를 보충할 것입니다. 조지는...'팰리컨'소대에 합류해 현재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은...지휘부에서 새로운 소대로 배치할 때까지 공중정원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시카의 어조는 다소 가라앉아 보였다. 결국 소대가 해체와 개편을 겪었다는 것은, 지휘관인 그녀에게 있어 지휘부가 그녀의 면전에 '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웰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그들이 새 소대에서 신속하게 어울릴 수 있길 바라겠네.


시카

...

웰스 참모장님, 선배들에 비해 작전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제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스위프트'소대는 아직 해체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웰스

참모부 전원이 소대의 작전 성과를 평가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랜돌프, 제시카, 조지…. 세 사람은 모두 이력이 풍부한 엘리트 구조체였지만, '스위프트'에서는 엘리트 소대만큼의 작전 효율로 끌어올리지 못했지.

다른 우수한 팀이 새 멤버를 급하게 필요로 할 때, 이들을 차출해 소중한 전력 보충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네.

전사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편제 조정에서 견지하는 제1원칙이다.


시카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그동안의 많은 작전에서 저의 지휘에 부적절한 점이 많았었습니다...조지와 그들이 최대의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저의 직무상 과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바네사 지휘관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음 작전에서 저는 분명히 제대로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웰스

시카.


웰스는 시카의 말을 끊었다.


웰스

나는 자네의 목표를 알고 있네. 【지휘관 이름】, 맞지?


시카

아...


웰스

네 파오스 전술과의 교관으로서, 네가 파오스에 들어간 후의 모든 성적은 내가 전부 눈여겨봤어.

네가 수석이 된 것에 대해 당시 사관학교 지도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결의에 대해 나는 그다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네.

과거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차징팔콘 소대의 지휘관도 모두 그들 시대의 수석이었고, 그들 각자의 소대도 확실히 '전설'이라는 두 글자를 감당할 수 있었지.

이들 이후 처음으로 집행부대에 지원하게 된 수석졸업생. 동년배와 군부에서는 자네가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팔콘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네...

의회 일각에서도 자네를 추대하고 싶어 하는데, 통제하기 힘든 【지휘관 이름】보다는 풋내기인 자네가 '적절한' 성과를 낸다면...

같은 '공중정원 세대'인 젊은 층에 대한 잠재적 예비군력의 확대뿐 아니라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도록 고무시킬 수 있겠지.

자네가 졸업하자마자 '스위프트'소대에 배속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네.

그러나 이런 '기대'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크롬이든, 【지휘관 이름】이든, 이들은 수석의 신분 덕분에 오늘날의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석이라는 호칭마저 신화적으로 만들 만큼 화려하다고 할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는 제2의 크롬도, 제2의 【지휘관 이름】이 될 수도 없다.

자질, 잠재력, 실적, 모두 불가능해.


시카

...!


웰스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자네의 마인드 비컨의 강도는 훌륭해. 이중합 타워에 올라갈 때조차 오염되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야.

하지만 애초부터 소대원들과 흩어졌다면…. 넌 분명 이중합 타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최근 반년 동안의 스위프트의 활약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이렇게 높은 규격으로 이 소대의 편제를 유지하는 것은 낭비야.

한 소대가 최종적으로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물론, 조직원과 지휘관 간의 상성도 고려해야 하는 것까지, 나는 이것이 오롯이 너의 책임이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대가 가장 큰 효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휘관으로서의 첫 번째 임무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전장의 실정에 맞게 순간적으로 조정하고 판단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술을 익히고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워도 작전이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되지는 않을 것이고,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카

...이건 모두 참모부의 원칙에 따른 판단입니까, 참모장님?


웰스

참모부에서 오래 몸담고 있다 보니 평상시의 사고방식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네.

하지만 군 참모장으로서가 아니라…. 과거의 스승으로서 조언한 것으로 치게.

남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려다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지.


시카

...

교관...아니, 참모장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웰스

허…. 가르치는 버릇이 또 도져버렸구만, 젊은이만 보면 자꾸 몇 마디 중얼거리게 된단 말이지.

자, 성가신 설교는 여기서 끝. 이번 회의의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가 다음에 배속될 소대에 관한 문제인데, 이번 회의도 이를 위해 열었네.

원래 지휘관의 전근사항은 지휘부에서 직접 전보 명령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이 소대의 창설은 아직 검토 단계이고 지휘관과 대원의 선임도 잠정적으로 확정됐을 뿐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나는 자네가 이 소대의 지휘관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네.

특히 이 팀의 리더는 '또래'인 자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줄 거라네.


시카

또래요...?


웰스

구체적인 사항은 '담당자'가 직접 듣게.


때마침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앨런

오랜만입니다, 웰스. 지금은 참모장이라고 불러야겠죠.


시카

당신은...?


앨런

나는 예술협회의 회장인 앨런이라고 해. 동시에 홍앵소대의 발기인이기도 하지.

만나서 반가워, 시카 양.



짧은 어둠 후에 시각 모듈이 다시 가동되었다.

구조체는 의료실에서 일어나 앉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백발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베살리

정기치료가 끝나면 내일부터는 오지 않아도 된다. 오리칼쿰(Orichalcum).


???

...이제 마지막인데 아직도 '트로이'라 불러주기 싫은 건가?



트로이를 자처하는 여성 구조체는 베살리를 향해 약간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베살리

마지막인데 이런 무의미한 헛소리를 하다니, 의식의 바다가 손상되서 너의 지능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 걸까, 오리칼쿰?


트로이

그냥 자기 주치의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까, 기왕이면 이름 부르는 게 좀 친해 보일 것 같아서 말이지.


트로이는 베살리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료실을 떠났다.


베살리

허.

의식의 바다의 26.13% 부분에서 영구 손상이 나타났는데, 오리칼쿰 기체의 기능적 한계를 고려할 때 이 수치는 더 이상 줄어들 수 없다.

너의 기체가 이토록 심하게 손상되었는데,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게다가 퍼니싱에 의해 신체가 오염되면 안정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억 데이터를 손상시킬 수 있지.

새 기체를 교체하지 않는 한…. 실패율은 높지만, 너에게 흥미로운 작은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트로이

기억말인가...

기억이 안 나더라도, 이전 임무의 기록은 공중정원에 기록되어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최고비밀'로 분류된 것 같은데….


베살리

흥, 너의 그 하찮은 일들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녀를 향한 트로이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알아차린 베살리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베살리

너를 도와 의식의 바다를 복구해주겠다. 다만 애초에 나 역시 오리칼쿰의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비록 1차적인 군용 구조체이지만, 너의 상황은 내가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야.


트로이

정말 유김이군.


자신의 부탁을 베살리가 거절할 것을 알고 트로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쓸쓸한 쓴웃음을 지었다.


베살리

구조체로서 과거에 집착하는 발상은 족쇄일 뿐이다.

쿠로노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한 건가?


트로이

그야...혹시 모르지?


트로이는 자조 섞인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트로이

26.13%의 의식의 바다 영구손상, 역원장치와 지휘관의 마인드 비콘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침식되지 않게 막아줄지는 차치하고...

기체와 의식의 동조율도 크게 떨어져 전투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내가 '너희들'에게 가치가 있을까?


베살리

만약 너에게 이용가치가 없었다면, 넌 지금 내 앞에서 이런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공중정원의 쓰레기 수거함에 흩어졌을 것이다.


트로이

...농담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슈퍼 여과탑을 가지고 있으니까….

집행부대의 압박도 꽤 줄어들 것이고, 엘리트 소대도 어두운 뒷배경을 가진 '늙은 절름발이'인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거다. 아니면 쿠로노가 날 예전의 '직장'에 싸게 팔아넘기려 하는 건가?


베살리

왜, 노르만 광업그룹에 있던 나날이 그립나?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네가 한동안 나의 실험쥐로 남아 있게 하고 싶군.

안타깝게도, 나는 너를 배치할 권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혹시 '예술'쪽에 흥미는 있나?


그 말에 베살리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미소가 더 짙어지는 듯했다.


트로이

...?



지상, 안티-이중합 타워의 영향권에 있는 폐허 근처.

훤칠한 키의 남성 은발 구조체는 폐허 더미 벽 뒤에 숨어 있다가, 화살촉이 바람 부는 소리를 내며 그의 발에 꽂혔다.

그 후, 화살 안에 숨겨져 있던 화약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남성 구조체는 폭발의 위력을 가까스로 피해 옆으로 비켜섰고,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손에 든 활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의 화살에 답례헀다.

멀리서 둔탁한 폭파음이 울려 퍼졌고, 상대도 그와 마찬가지로 공격을 피했다. 남성 구조체는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한 채 폐허 깊숙이 달려갔다.



테슈

...쳇, 까다롭군.

끈질긴 공중정원...'탈주자'를 끝까지 쫓아다닐 작정인가.

그 쓸데없는 움직임 때문에 꼬리를 잡힌 건지...

이전에는 도저히 누릴 수 없었던 대우로군.


지난 몇 달 동안 테슈는 공중정원에서 온 구조체의 추격을 받아왔고, 상대방이 정화부대는 아니지만 그의 태도에 집착해 추적을 뿌리치고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끈질기게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테슈

...그 승격자들과 함께 뭉쳤더라면 이런 큰 번거로움은 없었겠지.

그러나 그것은 남의 집에 틀어박혀 망명을 구할 뿐, '자유'라고는 할 수 없다.


???

흥, 그들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랄게, 겸사겸사 승격자의 소굴도 소탕할 수 있을 테니까.


또 다른 강철 화살이 곧장 테슈를 향해 날아오자, 그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비켰고, 화살촉은 벽돌 벽에 꽂혔다. 강한 반작용력으로 화살의 깃털이 거의 부러질 뻔했다.

이 화살의 위력은 그의 장갑을 관통하기에 충분했고, 테슈를 명중시켰다면 퍼니싱 없이는 거의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

저항은 포기해, 탈주자 테슈.


부서진 벽 뒤에서 연보라색 단발머리를 한 여성 구조체가 나왔다. 그녀의 손에 가득한 콤파운드 화살은 이미 기세를 올리고 있어 테슈가 조금만 움직이면 가차없이 그의 이마에 꽃을 피울 것만 같았다.


테슈

이 활은...


???

왜, 궁술이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무기때문에 졌다는 핑계를 밀어붙일 셈이야?


테슈

훗...이런 머리색을 한 여자들은 어째서 죄다 얄미운지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테슈라고 부르지 마라. 난 이미 그 이름을 버렸다.


???

너와 입씨름을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아.

순순히 탈주자의 소재지를 자백하면, 살아서 군사 법정에 설 기회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테슈

하하…공중정원이 날 잡으면 내 '죄'를 공정하고 공개적으로 심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럴 리 없어. 그들은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수격자 샘플을 바라고 있다…. 차징팔콘 소대의 카무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백로소대의 테슈'는 그다지 좋은 복이 없었지.

나는 단지 어느 날인지 알 수조차 없는 지상 기지에 잡혀서, 자신을 천재라고 믿는 미치광이들에 의해 밤낮없이 쪼개져 연구될 것이다. 자, 이것이 네가 원하는 결과인가?


???

개소리 집어 치워, 한심한 탈주자 같으니...!


테슈

그래? 내 눈에는 공중정원에 휘둘려 자멸한 뒤, 살인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인형들이 정말 한심해 보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더니 손바닥 안에 있는 스위치를 뒤로 젖혔다.


???

무슨ㅡㅡ!



그 구조체가 반응하기 전에, 미리 배치된 전자기 트랩이 테슈에 의해 작동했고, 강한 전류가 그녀의 몸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행동을 봉쇄했다.


테슈

안심해라, 너에게 아무 짓도 안 할 거다.

너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 같군...'선별'을 통과할 수 있는 인재라면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깝거든.


???

뭐...라고...?


테슈

여기에 더 머물러봤자 의미도 없을 테니, 어쩔 수 없군...우선 그 '신참 아가씨'를 찾아가 상황을 물어봐야겠다.

잘 있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뜻을 함께하는 '동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

빌어먹을...


구조체는 테슈가 그녀의 시선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자기 트랩의 효과는 약 3시간이 지나서야 점차 사라졌다.



???

동료...? 도대체 무슨...장난이지...


그녀는 오랫동안 마비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헐레벌떡 땅바닥에 반쯤 꿇어앉을 수밖에 없었다.



???

살려...줘...

제발...우릴...살려줘...



???

앗ㅡㅡ


그녀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비에서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

또 도망쳐버렸어...

니콜라 사령관이 준 기한 내에 탈주자를 한 명이라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정화부대의 정보만 헛되히 날려버리고...


그녀 자신은 정화부대의 일원이 아니었고, 다만 탈주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잠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정화부대로부터 그 임무를 인계받았을 뿐이었다.

두 발이 여전히 감각을 찾지 못하자 아예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바닥에 누웠다.

물빛의 안티 이중합 타워가 시야의 먼 곳에서 비치고 있었고, 거대한 탑은 마치 허황된 그림자처럼 고요히 대지 위에 서 있었다.

몇 번을 올려다봐도 이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기적'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

그레이 레이븐...


그때 그녀의 개인 단말기에서 전자음이 울렸다.


???

하필 이럴 때 오는 건가...


그녀는 항복하듯이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상반신을 지탱해 일어나 그 메시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

신규 소대 전보 통지...경고합니다. 전근 편성을 지속적으로 무시할 시, 지휘부는 정화부대를 파견해 당신을 공중정원으로 강제 송환하고 그에 상응하는 군사적 처분을 내릴 것입니다...

'소대'따위...있어보이는 척 하는 가식에 불과해...

뭐...지금은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녀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단말기의 메시지를 뒤적거렸다.


???

앞으로 소속될 소대는….

홍앵...?



공중정원, 예술협회.



아이라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지휘관 이름】.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의식은 긴 어둠을 뚫고 현실로 돌아왔다.


아이라

오늘 수집한 '고래노래'는 나중에 레오니와 함께 분석해서 대조해본 다음, 완전히 해석을 마치면 관례에 따라 결과를 한 부 보내줄게.


지휘관

고마워, 아이라.


아이라

나야말로 지휘관에게 고마워. 사실 '햄릿'을 다루는 건 그때만 해도 너무 무리였고, 게다가 지휘관의 몸도 회복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지휘관

(1)아이라를 더 도와주고 싶었으니까.

(2)나도 빨리 세레나를 찾았으면 좋겠어.


'환주'와 '햄릿'을 이용한 원격 링크의 가능성을 검증한 이후, 수시로 예술협회를 찾아 아이라가 지구상의 '고래 노래' 신호를 검색하는 것을 돕곤 했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자신은 세레나와 원격 접속할 수 있는 최적임자였지만 당시 햄릿에 남겨진 연극의 도움으로 성공했을 뿐, 그런 결과를 되풀이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끔 정말 짧고 불안정한 원격 링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캡처할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의미가 불분명한 잡음일 뿐, 진정한 가치가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은 집행부대의 지휘관으로서 매일 예술협회에 갈 수 없다. 적어도 생명의 별에 있는 시간은 여기보다 훨씬 길었을 것이다.


지휘관

요즘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이라

응, 차라리 기본적으로 진전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거야.

'고래노래'로 포착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과학이사회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정확도가 더 올라갈 수 없어.

게다가 '고래노래'에는 딜레이가 있어서, 발생 이후 포획, 해석까지, 그 사이의 시간차가 자그마치 한 달이나 되는데, 그때 가서 수색해도 아마 유의미한 결과는 없을 거야. 적어도 이미 열 몇 번은 실패했으니까.

가능하다면 공중정원에서 세레나에게 메시지를 역으로 보내고 싶은데...어째서 안 되는지 모르겠어.


지휘관

(1)...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

(2)수고가 많아.



아이라

사실, 가끔 나도 이런 생각을 참을 수 없어….

세레나는 도대체 왜 지구를 떠돌아다니고, 어째서 내가 그녀를 따라갈 수 없게 자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걸까?

그녀가 이미 나를 잊고 우리가 함께 겪었던 모든 것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지휘관

아이라...


아이라

객관적으로 말해서, 위치 정확도가 더 이상 향상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세레나를 찾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거야.

예술협회의 친구들이 나를 배려하는 마음 때문에 내 앞에서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그들도 나에게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일 거야.

하지만, '반드시 그녀를 찾을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

현실은 눈앞에 있고, 제아무리 내가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녀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내가 기억하는 '세레나'와 달라졌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녀가 어떤 이유로 지구를 배회하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

내가 가진 건 소망도 아닌 집착에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나더러 벽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뒤돌아볼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야.


지휘관

나도 마찬가지야, 아이라.


아이라

그나저나, 만약 정말 찾게 된다면 내가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세레나에게 보여줄 거야! 석 달 동안 내가 고생한 만큼 겪게 만들 거야ㅡㅡ아니, 적어도 반년 동안 그래야 돼!


그러자 핑크빛 머리 소녀는 태연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라

참...


아이라는 마치 무슨 생각이 난 듯 아직도 링크석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몸을 숙이고 손등을 들어 자신의 이마에 붙였다.


아이라

음...좋아, 열도 없고 오한도 없는 걸 보니 별 이상은 없나 보네.

지휘관의 몸 상태는 화면에 다 나와 있지만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돼.


지휘관

사실 이미 익숙해졌어.


아이라

익숙해지기만 하니까 더 걱정되잖아!


아이라의 완고한 태도에 자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에 부착된 전극을 떼어내고 원격 링크용 기기를 떼어내고 링크석에서 일어섰다.

옆을 훑어보니 거대한 연극 장치 '햄릿'이 방금 전까지 사용했던 링크석과 연결되어 있었다. 자신이 아이라를 도울 수 있었던 것도 지난번 '햄릿'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 덕분이었다.

아이라는 예술 협회의 레오니와 함께 '햄릿'에 대해 몇 가지 기술적 개선을 하여 지상의 '고래 노래' 신호를 더 쉽게 포착하고 가능한 한 시각화된 메시지로 변환하였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메시지는 '햄릿'의 원격 링크 제한과 인체에 대한 의식 및 보호 메커니즘으로 인해 현실로 돌아올 때 완전히 잊혀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꿈을 꾼 것처럼, 모래처럼 흐르는 '기억'이 손가락 사이로 새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이 엄청난 무력감은 몰입에서 회복될 때마다 한동안 계속된다.


지휘관

...



눈앞의 아이라는 여전히 단말기 앞에서 조작하며 '고래노래'에서 의미 있는 부분을 모아 정리하고 있었다.

세레나가 실종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알 수 없다.

까마득한 것보다 조금 나은 '희망'을 움켜쥔 소녀는 지칠 줄 모르고 단짝의 발자취를 찾아 헤매고 있다.

수많은 실패와 실망, 무기력함의 세례를 겪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조금도 위축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웃음꽃으로 장식하면서도 그 '집념'을 지탱해 온 그녀의 원동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지휘관

참...


한참을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이라를 바라보다가 잡념을 잡아낸 뒤, 자신도 모르게 묻게 된 것은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고 있던 또 다른 일 때문이었다.


지휘관

아이라, 이 기체는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아이라가 입고 있는 기체는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일채"기체가 아니었다.

'일채'보다 세련되었고, 집행부대가 사용하는 전투형 기체에 가깝지만 상당부분 화려한 디자인을 살린 부분이 남아 있어 아이라 본인의 창조물임을 알 수 있다.


아이라

아, '만화' 말이야? 방금 의식 적응 테스트를 마쳤고 지금은 착용해서 동기율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야.


지휘관

아무래도 이전 기체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아이라

헤헤, 당연하지. '만화'는 집행부대 구조체 데이터를 참고해 '일채'보다는 전투 성능에 집중했기 때문이거든. 루시아 일행과 같은 특화 기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예술협회에서 가장 천재적인 디자이너의 모든 정성을 쏟았으니 넓게 보면 딱히 차이도 크지 않을 것 같아.

예전에 과학 이사회에서 의식 적응 테스트를 할 때 레오니가 아시모프에게 엄청 자랑했었어.

단지, 만약 이 기체가 일찍 완성되었다면, 이중합 타워가 떠오를 때 내가 지휘관을 도울 수 있었을지도 몰라.


지휘관

너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그런데 왜 전투용 기체를 만들었어?


아이라

그야 당연하잖아. 싸워야 되니까.


이 말을 하면서 아이라는 진지한 얼굴로 두 번 주먹을 휘둘렀다.


아이라

전투라고 하는 것도 사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방면의 준비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일채'는 확실히 훌륭한 기체지만, 본격적인 지상 임무를 감안하면 역시 성능이 떨어지는 느낌이거든.




[1]

지휘관

(1)본격적인 지상 임무…? ← 선택

(2)설마 집행부대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아이라

물론 '집행부대'의 지상 임무를 얘기하는 거야.


[2]

지휘관

(1)본격적인 지상 임무…? 

(2)설마 집행부대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 선택


아이라

흐흥~ 반반이야.




아이라

정확히는 예술협회의 협조로 만들어진 신규 소대 얘기야ㅡㅡ명목상으로는 집행부대에 소속되어 있어.


지휘관

신규 소대?


아이라

지휘관은 아직 모르고 있었어? 그럼 아이라가 사연을 살짝만 설명해줄게.

이전에 예술 협회의 고고학 임무는 일반적으로 집행부대와 고고학 소대의 형태로 구성되었어. 고고학 소대의 구조체는 대부분 전투능력을 갖추지 못해 별도의 집행부대를 파견해 보호해야 할 때가 많았었지.

그동안…. 정확히는 세레나가 실종된 그 사고 이후 앨런 회장은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애를 쓰셨어.

예전처럼 비대한 편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지휘관을 둔 특수소대를 꾸려 집행부대처럼 위험한 상황에 진입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면 이런 사건의 발생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중합 타워의 역전 덕분인지, 최근 앨런 회장의 구상은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결국 예술협회는 인류의 황금시대 과학기술을 회수하는 역할도 맡고 있고, 회수 면적이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작업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할 거야.

게다가 앨런 회장은 여러 가지 추가 조건을 조건을 달았어. 예를 들면 소대 운영 경비를 협회가 전액 부담하되, 기존의 과학이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든지...

요약하자면, 소대의 형식은 정해졌고, 나는 예술 협회의 대표로서 분명히 이 소대에 합류할 거야. 이것도 일종의 인력 지원이라고 할 수 있지.


지휘관

새로운 기체도 이를 위해 특별히 연구 개발한 거야?


아이라

정확히 말하면, 그때 우주정거장 임무 이후로, 나는 계속 새 기체를 신청하려고 했었어.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이루려면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거든.

필요할 때라면 예술가라도 총대를 쥐고 있어야 해ㅡㅡ모네, 베레샤긴, 블라맹크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라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미래에 대해 상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라가 그런 성격을 가진 것이 부럽기도 했다.




[1]

지휘관

(1)다른 팀원들은 내가 아는 사람일까? ← 선택

(2)소대에 너만 있는 건 아니겠지?


아이라

음...혹시 그 지휘관이라면 어느 정도 안면이 있을지도?


[2]

지휘관

(1)다른 팀원들은 내가 아는 사람일까? 

(2)소대에 너만 있는 건 아니겠지? ← 선택


아이라

응, 물론 다른 사람도 있어.




아이라

마침 지휘관이 알고 싶으면 이따가 그녀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ㅡㅡ


갑자기 손목의 개인 단말기에서 벨이 울리며 아이라의 말이 끊겼다.



루시아

지휘관, 예정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이중합 타워 주변 B구역에 대한 탐사 및 조사 임무가 시작됩니다.

오전 내내 지휘관님을 뵙지 못했는데, 어디로 가신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리브가 지휘관님을 작전실로 모셔다 드릴까요?


지휘관

괜찮아, 금방 갈게.


루시아와의 통화를 마치고 일어서며 아이라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라

공중정원의 에이스답게 지휘관은 정말 바쁘구나.


지휘관

사실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진 거야.


아이라

그럼 다음에 소개시켜줄게. 그레이 레이븐 대기실로 데리고 놀러올 거야.

그런데 루시아 일행에게 스케줄 말하지 않았더라? 흐응, 어째서일까?


왠지 아이라의 미소에는 또 다른 의미가 하나 더 담겨있는 듯했다.


지휘관

루시아 일행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사실 일부러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지난번에 퇴원한 이후로 그레이 레이븐 모두가ㅡㅡ특히 리브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더욱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밤을 새워도 차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리브에게 예술협회를 수시로 드나들며 특수한 원격 링크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다.


지휘관

그럼 나중에 봐, 아이라.


아이라

임무가 끝나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아, 잠깐, 지휘관.


지휘관

응?



돌아서서 떠나려는 자신에게 아이라가 다가와 손을 내밀며 자신에게 포옹을 했다.


지휘관

왜, 왜 그래?


그녀의 '깜짝 습격'에 어리둥절했지만 아이라는 당황한 기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밀착 자세를 유지했다.

약 십여 초 후에야 그녀는 손을 뗐다.


아이라

...이러면 문제 없어.


지휘관

문제없다고...?


아이라

그냥 지휘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어.

그리고 일단은 자신을 격려하는 의식으로 여겨, 신경 쓰지 마, 지휘관.

루시아 일행과 합류하지 않으면 이러다가 늦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개인 단말기에서 움직이는 초침은 서둘러 출발할 것을 재촉했고, 아이라의 포옹의 깊이를 곰곰이 생각하지 못한 채 자신은 예술협회를 떠났다.



복도에서 자신은 한 젊은 여성을 지나쳤다.

낯익은 모습이었지만 곧 작전회의 시간이 임박해서 여유를 부리지 않고 황급히 넘어갔다.



시카

방금 그건...?

저번에 만났을때도..그때도 그렇게 긴장해서 그 사람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줬을텐데..



???

왜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지?


갑자기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시카는 몸을 돌렸고, 그녀에게 말을 건낸 것은 남보라색 단발머리의 여성 구조체였다.


시카

너, 너는?


트로이

트로이, 의식의 바다 넘버 BPO-74ㅡㅡ내가 틀린게 아니라면, 네가 나의 새 지휘관인가?


시카

트로이 씨… 아, 처음 뵙겠습니다. 시카입니다. 잠시 홍앵소대의 지휘관을 맡고 있습니다. 잘부탁드려요!


트로이

그렇군. 참으로 예의바른 젊은이인데….너무 어리잖아.

나는 리더를 찾으러 예술협회에 왔어, 너도 그 때문에 온 거지?


시카

아, 맞아요.


트로이

방금 그 지휘관과 인사하고 싶지 않았어? 그 사람을 좀 의식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시카

...괘, 괜찮아요. 지금은...그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라 씨와 합류하는 거니까요.

갑시다, 트로이. 예술협회가 바로 코앞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