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은 칩을 걸기 시작했다.



공중정원, 참모부회의실



니콜라

늦어서 미안하군.


니콜라는 서둘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손에는 정리되지 않은 서류 뭉치가 쥐어져 있는 것을 보니 방금 전에 수많은 작전 배치를 급히 끝낸 것 같다.


니콜라

웰스, 홍앵소대의 임무 진척도는 어떤가?


웰스

예정대로라면 그녀들은 이틀 전에 콘스타레예에 도착하여 현재 도시의 핵심 지역을 조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니콜라

진행 상황 브리핑이나 영상자료 같은 피드백은 없었나?


웰스

안타깝게도 도시 내부의 신호 교란은 여전히 강력해 현재 저희와 안정적인 원격 통신을 구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근접 레이더로 지휘관의 마인드 비콘을 탐지할 수 있고, 현재까지는 여전히 강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일단 그녀들의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니콜라

음...방금 전,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백로 소대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그들 모두 분배 받은 구역의 탐사 임무를 예정 기한보다 앞서 완수하여 3일 후에 다시 작전 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하다면 그들을 보내 증원할 수 있다.


웰스

니콜라 사령관님, 이 임무가 꽤 신경 쓰이나 보군요?



하산

홍앵소대가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중에는 자네가 잘 아는 팀원도 있네. 단순한 조사 임무라면 굳이 엘리트 소대 둘을 추가로 차출할 필요도 없겠지.


앨런

허허, 니콜라 사령관은 저처럼 '콘스타레예'라는 이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웰스

앨런 회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니콜라

앨런...됐다. 이런 케케묵은 일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겠지. 너도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그렇다면 네가 설명해라.


앨런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단지 젊었을 때 미켈레 선생과 몇 차례 만난 인연이 있었지요.


하산

미켈레 바사리, 콘스타레예의 설계자, 또한 황금시대 예술 협회의 일원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당신은 아이라 일행에게 콘스타레예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길 것을 강력히 요구했었죠.


앨런

네. 순수 효율성만 놓고 보면 홍앵소대가 1순위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예술협회의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 일을 해결하길 원합니다.

이것은 미켈레 선생에 대한 저의 경의이기도 합니다.


웰스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앨런, 콘스타레예에 대해서는 당신과 니콜라가 저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앨런

흠흠, 좋습니다. 그럼 할 말은 많으나 최대한 간략히 설명해드리죠.

지금으로서는 격세지감이나 다름없으나, 수십 년 전의 인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문명사상 가장 찬란한 시대를 거쳤습니다.

지표에너지가 극한으로 개발되고, 인공지능과 기계공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국가라는 정치개념은 세계연합정부로 대체되고…우리가 이룩한 문명의 성과는 고전시대를 넘어, 르네상스를 넘어, 산업혁명과 과학기술혁명을 넘어, 곧 하늘의 별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었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피렌체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처럼...황금시대의 사람들 역시 자신들만의 금자탑을 가지고 이 시대의 위대함을 기념하고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어떤 형식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당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무수한 결론이 모여 하나의 답으로 수렴했습니다.

그것은 세계 4대 경제대국인 구룡, 아딜레, 북극항로연합과 환대서양 경제공동체가 공동 투자한 특급도시였습니다.

다만, 그때는 퍼니싱이 폭발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었고, 콘스타레예의 건설은 아직 초기 비밀 단계에 있어서, 이 도시가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 그리고 이 도시가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 시대에 철저히 묻어둘 수밖에 없었고, 이 점은 예술협회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콘스타레예에 대해 《대화편》의 아틀란티스와 같은 모호한 인상만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아마 이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웰스

확실히…공중정원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기록조차 거의 전무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재발견하지 않았다면 그 자료의 진위조차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니콜라

흥, 그것은 인위적인 조작의 결과에 지나지 않아.

표면적으로 그 도시는 4대 경제대국이 공동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했지만, 진정한 주도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답을 모를 사람은 없을 거다.


하산

쿠로노, 그들이 암암리에 콘스타레예의 건설을 주도했지.


니콜라

금자탑이니, 영광이니...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해.



앨런

...


니콜라

콘스타레예의 진정한 존재 의미는, 쿠로노가 지하자본을 옮기고 흡수하는데 사용한 거대한 '곡창'이었다.

신흥 과학 기술 도시로 포장해 막대한 투자와 금융 자본을 끌어들여ㅡㅡ

더욱 많은 재벌, 조직과 긴밀한 합작을 달성했고, 무대 위에 근거지를 세워 방대한 규모의 '겨울계획'을 반포했다.


하산

...즉, '겨울계획'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라는 것인가?


웰스

그러나 퍼니싱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 모략도 일찍이 파산했어야 합니다.


니콜라

맞다. 그들은 대부분의 자료를 삭제했고, 마치 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여긴다.


앨런

'누군가'가 몰래 콘스타레예의 건설을 넘겨받아 우리에게 그 존재를 스스로 드러낼 때까지는 말이죠.


하산

자네는 이 일에 쿠로노가 간섭할 여지가 있다고 보나?


니콜라

100% 확신은 어려워. 솔직히 말해 지금의 쿠로노가 황금시대가 남긴 아수라장을 치울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쿠로노의 일관된 행보에 따르면, 그들이 이를 두고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상상하기 어렵다.


웰스

앨런 회장, 당신은 이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전제하에 여전히 홍앵소대가 이번 작전을 완수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앨런

웰스 참모장, 저는 아이라 일행의 능력을 믿습니다.

어쩌면 쿠로노의 눈에는 콘스타레예가 그들이 세계를 탈취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의 몸에는 '예술협회'의 의지 또한 담겨있지요.

제가 정신론자인 것은 아닙니다만, 모든 자물쇠에는 자기만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앵소대, 이번의 열쇠는 바로 그들입니다.

더욱이 웰스, 당신도 이것이 우리에게도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웰스

무슨 의미인지...


앨런

제가 홍앵소대의 창설을 제안한 초심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계기'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술협회는 줄곧 '황금시대'라는 침몰해버린 거대한 배를 인양하는 데 주력했으나, 그것의 뼈대를 박물관에 전시해 참배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고칠 것이고, 인류를 태워 미래로 항해하는 방주가 될 것입니다.


현장에 있던 네 사람 중에서 앨런은 의심할 여지 없이 경력이 가장 얕고, 가장 젊은 그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군부의 관련자도 아니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오히려 부인할 수 없는 침착함과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하산

현재 사태에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점이 존재하므로 엘리트 소대를 콘스타레예에 추가로 파견할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의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홍앵소대의 지휘관이 더 자세한 지상 정보를 공중정원으로 보낼 때까지는 기다려야ㅡㅡ


하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안에 맑은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하산과 니콜라는 소리의 근원인 웰스에게 눈길을 보냈다.


웰스

아, 개인 단말기의 메일 알람입니다...음소거로 설정했어야 했는데...

죄송하지만 잠시 내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누가 이런 시간에 자신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냈을까ㅡㅡ웰스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 손을 뻗어 개인 단말기의 가상 화면을 띄웠다.

발신자와 발신지 주소가 모두 불명확한 것은 개인회선을 해킹해 전송된 메일임이 분명하다.

참모부의 장관으로서 웰스가 사용한 전자 장비는 하산, 니콜라와 마찬가지로 공중정원의 가장 빈틈없는 보호 아래 있었다.

군 최고급의 안전 협의를 해킹할 수 있는 송신자는 분명히 수단이 매우 뛰어난 해커이며, 게다가 아마 공중정원의 내부 인사일 것이다.

편지 내용을 재빨리 훑어본 웰스의 얼굴에는 준엄한 빛이 떠올랐다.


하산

왜 그럽니까, 웰스?


웰스

...


웰스는 하산에게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약간 감고 왼손으로 가슴 주머니 안의 어떤 위치를 어루만져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는 앨런을 한 번 쳐다보았다. 마치 그를 회의실 밖으로 불러낼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하산과 니콜라로 눈을 돌렸다. 이 예술협회 회장도 그 정보를 들을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웰스

하산 의장, 니콜라 사령관, 방금 받은 메일을 당신들에게 공유합니다. 비록 진위여부는 확실하지 않으나, 당신들이 한번 훑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홍앵소대의 작전에 대해서는...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엔지니어 부대의 베이스캠프에 가까워지자 밝은 색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꾀죄죄한 남자 한 명이 산만하게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그는 엔지니어 부대원들의 괴상한 시선을 무시했고,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 이따금 공장 내부를 힐끔거렸다.

구조체 한 명이 마주 오자 그의 모습을 알아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노르만

Aloha~ 카레니나 양. 요즘 잘 지내?


그는 마치 그들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자랑하는 것처럼 엔지니어 부대장에게 이상한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카레니나

당신은...노르만? 당신은 퍼펫의...


노르만

오? 너 나 기억나? 좋아좋아, 여동생이 엔지니어 부대에서 오빠에 대해 얘기 한 적 있었나 보네?


카레니나

어...만약 걔가 말한 '본업따위 내팽겨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끔찍한 패션 스타일에 아직도 얄밉게 구는 또라이'가 당신을 가리키는 거라면 맞을 거야.


노르만

하하, 크리스티나의 입버릇이 여전히 독한 걸 보면 요즘 기분이 꽤 좋은 것 같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카레니나

당신은 노르만 광업 그룹의 도련님 아니야? 엔지니어 부대에 볼 일이라도 있어?


노르만

하하, 노르만 그룹은 일단 엔지니어 부대와도 일정 협력 관계에 있으니까 어르신들이 나를 보내 상황 좀 보고 오라고 심부름 시켰지.


카레니나

그래? 난 당신이 퍼펫 찾으러 온 줄 알았는데.

뭐 됐어. 보고 싶으면 그냥 봐. 엔지니어 부대는 최근 공중정원 시설을 복구하고 있는데, 지금도 거의 끝나가던 참이야.

그런데 마무리 하고 나면 어떻게 될진 모르겠어. 갑자기 지상에서 엄청난 게 나타나 상황에 따라서는 부대에서도 사람을 나눠 주둔시켜야 할지도 몰라.


노르만

그 '콘스타레예'인가 하는 도시 말이지? 나도 약간의 소문은 들었어.

황금시대가 남긴 도시...지상재건을 추진한다면 좋은 기점이 될 거야.

너희 엔지니어 부대라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뻐하지 않았을까?


카레니나

흥...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일이야. 어쩌면 예전처럼 갑자기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올지도 모르지. 연례 행사잖아?


노르만

후후, 이건 확실히 뭐라 못 하겠네.


카레니나

난 일 있어서 먼저 갈게.


카레니나는 더 이상 노르만과 끝없이 지껄이고 싶지 않아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그를 지나쳐 여기를 떠날 작정이다.


카레니나

참, 퍼펫베어는 지금 제 3개발부의 생산 작업장에 있을 거야.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거기로 가면 돼.


말을 마친 카레니나는 쉴 틈 없이 공장으로 돌아갔다.



노르만

...여동생은 분명 날 보고 싶어하지 않겠지.


노르만은 자조적인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는 엔지니어 부대와 인접한 회의실에 도착하였고, 바로 위에 '사용중'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그가 휘파람을 불며 들어가자, 방 안의 한 남녀가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레베카

노르만?


그린스

어이쿠, 노르만 도련님 아니신가? 지난번 월면기지 때 만난 적 있었지?


노르만

이런, 누가 이미 여길 쓰고 있었네요. 쏘리쏘리~ 마침 쉴 곳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린스

허허, 군부가 최근에 엔지니어 부대에 주문서를 보내 나와 레베카가 진척도를 점검하러 왔지. 죄다 지루한 잡일이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야.

노르만 도련님도 한가하다면, 여기서 차나 마시면서 잡담을 나눠 우정을 쌓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노르만

그럼, 그린스 씨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죠.


레베카

...


레베카는 말없이 자기 앞에 두 남자가 인사치레를 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다소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레베카

이제와서 연기하지 마시죠, 그린스. 당신이 전에 말한 그 '손님'이 바로 노르만인가요?


그린스

그렇게 성가신 표정 짓지 마, 레베카.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손님이지, 노르만 도련님이 지금 우리와 마주치게 된 것도 인연 아닌가?


레베카

...일단 먼저 알려드리죠. 위조된 감시 카메라와 회의록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 밖에 안 돼요. 쓸데없는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전부 허비하지 마세요.


그린스

ㅡㅡ아리따운 레베카 양이 이렇게 말했네. 아무래도 우리가 만남을 가질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모양이야, 노르만 도련님.


노르만

좋아요. 안 그래도 엔지니어 부대가 퇴근하기 전에 여동생을 보러 갈 생각이었거든요.


그린스

오, 크리스티나 노르만 여사님 말인가? 자기를 이렇게 아끼는 오라버니가 있다니, 정말 복이 많구먼.

애석하게도, 그녀는 자네가 자신이 가문의 통제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뒤에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는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야...



노르만

그린스, 여기서 크리스티나에 관한 것은 언급하지 마시죠.


그린스가 자신과 여동생에 대해 언급한 것을 듣자, 1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식적인 웃음이 만연했던 노르만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노르만

당신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왔어요.


노르만은 품속에 작은 전자 단말기를 꺼내 회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볍게 손을 털어 그것을 그린스의 앞으로 밀어냈다.


레베카

이게 뭐죠?


그린스

내가 담당하는 부분과 관계는 없지만, 예전부터 꽤 관심이 있었지.

굳이 설명하자면, '겨울계획'이라는 무성한 과일나무에 맺힌 달콤한 열매 중 하나인 셈이야.


레베카

겨울계획? 설마 승격자와 관련된 그 실험 말인가요?


그린스

겨울계획은 쿠로노의 최중심부로, 나조차도 그 전모를 엿볼 수 없지.


노르만

'의식의 바다 융합 및 분리의 모듈화 기술', 실험번호 W-014, 추진 시기는 아직 잘 모르지만 최소 5년 이상입니다.


레베카

의식의 바다...융합...?


노르만

마치 미친 과학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난감처럼 들리시나요? 구체적인 내용은 저도 잘 모르지만 구조체와 특수하게 연결될 수 있는 '생체병기'를 만드는 게 그들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생체병기는 링크된 구조체를 도와 퍼니싱 침식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향상시킵니다만...과학이사회의 새로운 기체는 이미 퍼니싱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사람은 분명 암암리에 욕을 하고 다니겠죠.


그린스

기능성에 있어 이 기술은 확실히 다소 낙후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의식의 바다에 관한 연구니까 참 난리났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


노르만

의식의 바다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역원 장치와 피차일반이라고 할 수 있고, 의식의 바다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공중정원이 줄곧 공략하려고 하는 기술 장벽이죠.


레베카

역원장치, 의식의 바다...쿠로노는 참 이런 소재에 집착하네요.


그린스

쿠로노 내부에는 모두 인간미 하나없는 미친 무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해… 오, 아니, 인간의 인지수준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상주의자들이지.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아이디어'와 '실행력'이야. 리스트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계획조차도 투자를 받을 수 있던 것처럼, 자네는 조직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 수 있겠지.


레베카

즉...월면 기지 외에 노르만 광업 그룹은 쿠로노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거죠?


노르만

흥, 빙산의 일각이죠. 당신은 지루한 부자들이 누구누구와 협력하고 다니는지 영원히 헤아릴 수 없을 거예요.

노르만 그룹은 쿠로노의 한 지상 실험 기지를 지원했었는데, 비록 저의 권한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자료는 결코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귀순'으로서 성의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레베카

노르만, 보아하니 당신과 리스트와의 관계가 파탄난 모양이네요?


노르만

뭐랄까, 그 사람은 건드려설 안 될 선을 건드려서 말이죠. 더욱이 월면 기지가 엉망진창이라 리스트는 당분간 저에게 아무 쓸모도 없죠.

그래서 저는 '칩'을 가지고 다음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 그린스 씨는 점잖은 무뢰한 같은 사람이라 분명 상당히 신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린스

하하하, 노르만 도련님이야말로 정말 상황을 잘 못 본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

루나를 잃은 후,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얼마 없어. 그게 아니라면 과학이사회가 역원 장치와 관련된 실험을 물고 가지 못하게 했을 테니까.

자네는 아주 나쁜 시기에 아주 나쁜 협력자를 골랐군.



노르만

바로 그렇기에 당신을 선택한 겁니다, 그린스.


그린스

어?


노르만

잃을 게 없는 미친 개만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을 물 수 있고, 일찍이 무언가를 잃게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을 되찾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품게 되죠.

당신이나 저나 모두 도박꾼입니다. 설마 집안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기 전에 올인을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죠?


그린스

하하하, 좋아좋아. 이전에 희미하게 낌새를 맡았는데, 이제보니 내 직감은 아직도 정확하군.

레오나르도 노르만, 자네와 나는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의 인간이야.

쇠사슬에 배가 묶여있고, 자네가 횃불을 내 앞에 가져왔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명백해졌네.


노르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인가요?


그린스

노르만 그룹이 자금을 지원한 그 실험에 대해 사실 약간의 정보를 파악했었지.

그들의 실험 기지는 이중합 타워 사건 당시, 한 승격자가 혼란을 틈타 침입했었고, 기지 안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었으며, 물론 연구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어.


레베카

승격자에게 몰살당해...실험이 실패한 건가요?


그린스

그 반대야. 실험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어! 하지만 그 실험체는 승격자의 습격을 틈타 기지에서 도망쳤기 때문에 쿠로노는 사람을 보내 그 실험체를 잡아와야 하지.

그 덕분에 새어나간 정보를 들을 수 있었어.

공교롭게도! 그 실험체는 뜻밖에도 나와 구면이었던 사이인데, 그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할 줄이야...


레베카

구면...?


그린스

그 비통한 지난 일은 지금 이 자리에서 먼저 언급하지 않을 거야. 중요한 것은 그 도주 실험체가 쿠로노의 부대에 의해 추적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마침 나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


레베카

그 사람들보다 앞서 실험체를 되찾고 싶은 건가요?


노르만

흥, 저는 이 노회한 양복신사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린스

친애하는 노르만 도련님,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단짝 친구가 될 줄 몰랐구만.

그 실험체는 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죽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그것이 가장 주목받는 장소에서 가장 눈부신 방식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이야.

이렇게 찬란한 경치를 어떻게 우리만 누릴 수 있겠나?

적어도 공중정원의 모든 이들과 함께 상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레베카

실험체의 존재가 군에 드러나면, 쿠로노 내부는 의회에 의해 충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고, 노르만 광업그룹조차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린스

맞아. 생체를 이용한 이 비인도적인 실험은 쿠로노에서 가장 양심 없는 놈들만이 해낼 수 있지. 일단 폭로되고나면, 의회는 반드시 그것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릴 테야!

그리고...바로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일이지.

원예의 정수는 바로 여분의 가지와 잎을 적당히 다듬어 줄기가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나는 닉과 하산과 오랫동안 교류를 나눴는데, 이 두 개의 가위는 정말이지 예리하기 짝이 없어.


노르만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정보를 퍼뜨릴 계획인가요?


그린스

걱정 마. 이 세상에는 쪽지를 잘 건네는 사람이 많은데, 마침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불꽃놀이가 터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선의의' 경쟁자들이 무엇을 할지 지켜보자고.



공중정원, 정화부대 훈련실.


텅 빈 훈련실 안에는 구조체 한 명만 남아 있었는데, 다른 팀원들이 모두 일상적인 훈련량을 마친 후에도 오직 그만이 남아 지칠 줄 모르고 칼을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비앙카

이살레스, 아직 쉬러 가지 않았나요?


비앙카는 문을 밀고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이살레스가 아직 개인 숙소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이미 이에 익숙하다는 듯이 약간 어이없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살레스

왜냐하면, 나는 계속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비앙카

적조의 바다 사건 이후로 점점 강해지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네요.

...네, 당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살레스

대장은 무슨 일로 찾아왔지?


비앙카

임무입니다, 이살레스.

지휘부에서 정화부대에 최고 우선 순위 기밀 임무를 나누어 주었는데, 당신이 집행할 것을 지명 요구했어요.


이살레스

무슨 임무지?


비앙카

...자세한 상황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절차에 따라 연결을 담당했을 뿐, 임무의 상세한 내용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요.


이살레스

알겠다. 그런 임무인가 보군.


정화부대장조차 관여할 권한이 없고, 특별히 지명된 정화부대원에게 맡겨 임시 임무를 집행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군부의 어떤 인물이 정식 수단으로 비상식적인 일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취하는 조치 중 하나이다.

비앙카는 줄곧 이런 규칙과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은밀한 행위를 단속하려 했지만, 군부의 세력 성분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이 "전통"은 줄곧 보존되어 왔었다.


비앙카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살레스.


이살레스

...

아니, 수락한다.


청년 구조체는 잠시 침묵하다 비앙카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살레스

임무는 임무다. 누구에게 오든, 무엇을 위해 오든.

나를 찾은 이상, 숙청의 대상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닦고 칼집에 넣었다.


이살레스

그렇다면, 나는 피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