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

아마...그쪽에 가서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지 않나요?


시카

그냥 평범한 극장처럼 보이는데...


트로이

지휘관은 언제 어디서나 방심은 금물이다.




하룻밤 휴식을 취한 후, 아이라 일행은 앞서 수색 진도를 따라 계속 나아갔다.

복도를 쭉 걸어가자, 우람한 외관을 한 건물이 나타났다.



아이라

보아하니...극장 같네요?


시카

이쪽의 전광판에 의하면, 여기는 콘스타레예 대극장이고, 이어서 상연되는 연극은….

...글자가 깨져있어?


트로이

이곳의 주인은 우리가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라

가끔 서프라이즈 쇼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죠, 안 그래요?



폭풍과 선원, 천사와 악마가 조각된 화려한 복도를 지나자, 휘황찬란한 환상극장이 눈에 들어왔고, 중앙 무대에는 이상한 모양의 기계체 한 대가 침묵하며 서 있었다.


아이라

...햄릿!?

어째서...


아이라는 재빨리 무대 위로 올라가 그 로봇을 자세히 검사했다.


트로이

햄릿? 무슨 물건인가?


아이라

예술협회가 소유한 홀로그램 AI 연극 기계 이름이에요.

그것은 최신 연극 공연 기술을 사용하여 완전한 몰입식 체험을 실현할 수 있지만, 제작비가 매우 비싸고 기술도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상업 사용에 투입되지는 않았죠.

나머지 한 대도 과학이사회 1부에 보관되어 있을 텐데...


트로이

그럼 이건...


아이라

아니요... 이건 햄릿이 아니라 아주 비슷한 또 다른 가상 무대 장치일 뿐이에요.


무대 위에서 로봇을 점검하던 아이라는 위험하지 않다는 표시로 손을 흔들었다.


레나

...도대체 우리가 뭘 하길 바라는 걸까? 나는 여기서 연극 같은 것을 볼 마음은 없어.


트로이는 막 뒤쪽을 살피고 눈살을 찌푸렸다.


트로이

뒷문과 옆문은 모두 잠겨 있고, 방금 전 바깥 복도도 막혀 다른 통로는 없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금 그녀들이 무대 홀로 들어간 정문도 겹겹이 잠겼다.


트로이

이번에는 네가 흥미가 있고 없고에 달려 있지 않은 것 같다.


레나

...


아이라는 로봇 뒤에 있는 상자에서, 분명 미리 세팅된 것이 틀림없는 링크 장비 세트를 꺼냈다.


아이라

이곳에서 저희는 아마 정해진 레퍼토리를 경험해야 할 것 같네요.


트로이

한 명만 접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시카

제가 해볼게요.


시카는 자진해서 나섰지만, 레나는 그녀의 들어올린 손을 다시 끌어내렸다.


레나

그러니까 말했잖아. 지휘관은 이렇게 섣불리ㅡㅡ


아이라

제가 할게요.


아이라의 차분한 목소리가 레나의 말을 끊었다.


아이라

저는 일찍이 여러 차례 햄릿의 디버깅과 조작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이런 가상무대에 대해서도 많은 특별한 기억들이 있답니다. 게다가...


그녀는 손에서 방금 찾아낸, 이 가상무대에 설치된 "설명"을 흔들었다.


아이라

다음 상영될 이 연극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눈동자가 이상하게 빛났고, 아이라는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라

이것은...한 "기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투 개시





무대극

감옥에 갇힌(민투르나이의) 마리우스


만일 배우가 완전히 연극 속에 몸을 둘 수 있다면, 무대의 경계는 시야에 제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배우가 진정한 의마로 배역이 된다면, 다른 사물들로부터 생생하게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배역 그 자체로서 필요한 경험을 총결산해 낼 수 있죠.

그러나 종이 울리고, 연극이 끝나 배역이 의상을 갈아입으면, 그들은 다시 평범하고 똑같은 배우로 돌아오게 됩니다.

당신이라면, 이 연극의 시작과 끝을 지배할 수 있나요?



아, 이것이 기사의 눈에 비친 "거인의 날개"인가. 어라? 회전 속도가 빨라졌는데?


가면? 통과했어...



아이라

잠깐...세트 배경 나무가 움직였어?

"완전몰입 연극 한복판"이라는 거지? 정말 재밌어 보여. 아이라, 이 도전을 받아줄게!

다음 줄거리는 눈에 보이는 괴물을 모두 물리치는 거야ㅡㅡ



아이라

음...세트가 정상으로 돌아왔네.

여보세요? 괜찮아요?

반응이 없다고? 그럼 다음 에피소드는 아이라가 동료를 도와주는 거야!



돈키호테·꿈의 세계



돈키호테

도망치지 마라! 이 악당 녀석! 너를 향해 돌격하는 것은 바로 이 외로운 기사 뿐이다!

설령 네놈이 휘두르는 팔이 거인보다 더 크다 하더라도, 나는 너와 우열을 가릴 것이다!


아이라

기사는 영원히 혼자가 아니에요. 지금부터 당신의 동료가 함께 싸울 거예요!




아이라

과연, "적"을 물리치면 제대로 된 세트장으로 돌아올 수 있네.


돈키호테

고맙다. 나의...동료.

하지만 나는 아직 멈출 수 없어. 더 많은 정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미지의 투영체·여성

당신의 눈에 보이는 그는 바로 그런 '기사'일까요?

황당무계한 세상에 도전하고, 잔혹한 현실을 향해 돌진하는 것.

그는 줄곧 이렇게 해왔어요.




무대극

오필리아


거울의 기사

아침 햇살이 이미 떠올랐다. 기사, 난 이미 준비되었다.

그러나 이 결투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대는 그 돈키호테처럼 나의 발밑에서 패배할 것이다.


돈키호테

우리가 무기를 맞닥뜨리기 전에, 나는 그대가 언급한 '자신에게 패배한 돈키호테'가 정말로 맞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의 기사

그대의 견해를 확인할 수 없지만, 방금 내가 말한 바와 같이 결투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대가 옳고 그름을 막론하고, 또 다시 패자의 존함을 쫓을 필요가 있는가?


돈키호테

원한다면 싸워라.

이렇게 된 이상, 고통만이 그대에게 깨달음을 가져다 줄 것이다.



돈키호테

기사, 그대가 정말로 그 돈키호테를 물리쳤나? 나는 믿을 수 없다! 


거울의 기사

곧 알게 될 것이다!


돈키호테

그대가 언급한 그 돈키호테는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며, 나는 마치 그 사람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거울의 기사

허...내가 그를 물리칠 수 있는 이상, 그대 또한 물리칠 수 있다!



거울의 기사

...그대의...승리다...


돈키호테

그러면 내가 그대의 투구를 벗겨, 나를 똑바로 보고, 그대가 무찌른 그 돈키호테인지 말할 수 있겠나?


거울의 기사

...정말, '진실'의 투구를 직접 벗기고 싶은가?



미지의 투영체·여성

당신의 눈에 그가 어떤 "진실"을 보았다고 생각하나요?

그 "진실"이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되는 것일까요?


미지의 투영체·남성

...




무대극

기사, 죽음 그리고 악마



돈키호테

기사의 걸음을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고, 성벽이라도 역부족이다.

나의 갑옷과 한 번 겨루어 보자, 어느 쪽이 더 난공불락인가!




아이라

제가 도와드릴까요? 기사님?


돈키호테

기사는 오롯이 자신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아이라

제 말은...이런 사소한 일은 당신의 동료가 앞장서게 놔두세요!

어쨌든 기사님한테는 더 중요한 숙적이 남아있잖아요.



돈키호테

...이, 이것이 바로 마법사의 힘인가?


 


돈키호테

내 용기가 이미 온 세상에 널리 퍼졌는가? 보통 사람들은 무릎을 꿇는 것으로 예를 갖추는 건가?


아이라

...



아이라

누군가 왔어요!


돈키호테

...보아하니 그들은 무장한 것처럼 보이는 기사를 우러러봤던 모양이다.

그의 반짝이는 방패와 단단한 갑옷이 그의 신분을 드러낸다.

그 누구도 내가 무예 시합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무언가 예감이 들었다...어쩌면 그가 나의 도전, 운명의 도전일지도 모른다.


백월의 기사

걸출한 기사 돈키호테여, 나는 백월의 기사다.

나의 영웅적 업적은 그대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히 기억되고, 나의 명성은 그대보다 더 멀리 퍼져나갔다.

나는 그대에게 도전하고 그대의 팔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만일 그대가 나를 물리친다면 나의 갑옷과 명성은 모두 그대의 전리품이 될 것이다.

만일 그대가 나에게 패한다면ㅡㅡ

나는 그대가 고향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서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영혼을 구하기를 바란다.


돈키호테

백월의 기사, 나는 그대의 공적을 들어본 바 없지만, 그대의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허나 나는 그대의 명성을 원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내 것이 있다.


백월의 기사

그렇다면 이 도전을 시작하지.



백월의 기사

...

과연 세상으로부터 칭송받는 위대한 기사답도다. 이제 제가 직접 그대의 검날을 부러뜨리겠다.



백월의 기사

우리의 결심은 이미 화해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보는 것도 같은 세계가 아니다.


돈키호테

아니, 나는 내가 본 진실을 따랐을 뿐이다.


백월의 기사

진실? 어느 것이 진실인가?

그런 그대는 환상 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백월의 기사

예상한 바와 같이, 그대는 패배했다.

기사여, 그대는 내가 제시한 조건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돈키호테 : 맞아, 내가 졌다.

돈키호테 : 하지만 내가 본 진실은 환상이 아니야!

돈키호테 : 나는 나의 무능함 때문에 이 사실을 말살할 수 없다!

돈키호테 : 무능한 내가 어떻게 내가 본 진실과 어울리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미지의 투영체·여성

원래 이야기에서는 바로 이것이 결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숙적에게 패하고, 현실에 패배하죠...

그는 갑옷을 벗고 더 이상 '기사'라는 이름을 자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당신은 그에게 이런 결말을 줄 건가요?


미지의 투영체·남성

저는...



전투 종료




아이라

...

여기는...


연극은 이미 막을 내렸으나, 그녀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 속을 걷고 있다.



만화경 같은 빛의 파편이 지평선 끝에서 떠올랐고, 그녀는 그 흩어진 빛의 반점에 손을 뻗어 만지려 했다.

무수한 단편들이 의식의 바다에서 번쩍였다.

그것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라비린스, 아이라라는 소녀가 쌓아올린 바벨의 탑이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의식한 듯,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바닥 없는 호수 속으로 떨어졌다.

"찰칵", 마치 구식 영사기가 영화를 재생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

스탠드 조명만이 있는 작업실 안에 누군가 가볍게 문을 밀고 들어섰다.



앨런

아이라 양, 벌써 3일 째인데 안 쉬고 있었어?


아이라

앨런 회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앨런

협회 사람들이 요 며칠간 이 작업실에서 종종 한탄스럽게 울먹이는 소리와 이상한 충돌음이 들려왔다는데... 다들 놀란 데다 아는 바가 없어 나에게 상황을 봐달라고 부탁했지.


아이라

아하하...그랬나요?


앨런

지금...만화를 그린다고 했나?


아이라

네, 그동안 저는 이것을 연구해왔어요.


그녀의 책상 위에는 공중정원의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황금시대의 만화작품들이 쌓여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아직 채색되지 않은 몇 장의 원고가 놓여 있었고, 발 옆의 휴지통에는 구겨진 종이 뭉치가 가득 찬 나머지 몇몇은 바닥에 쏳아져 있었다.


앨런

자신의 흥미를 넓히는 것은 좋은 일인데, 3개월 후에 있을 미술전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아이라

미, 미술전이요...?


앨런

잊고 있었어? 3개월 후 예술협회는 공중정원 살롱에서 1년에 두 번 열리는 대형 예술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너는 지난번 고고학 임무 전에 이미 참가 신청을 했었어.

협회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들에게 특별히 노출도가 높은 코너를 마련해 줄 거야. 너의 이전 작품은 서클 내에서 인정도가 매우 높으며, 많은 거물들이 전시에서 네가 보여줄 활약을 매우 기대하고 있지.


아이라

거물 말인가요...

알겠습니다. 지금 하고 일을 처리한 뒤에 열심히 준비할게요.

그 전에...


그 전에, 그녀에게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

지상에 내려갈 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왔다.


오르페우스

아이라? 이번 임무에 또 지원했니?


아이라

안녕하세요, 오르페우스 씨.


오르페우스

네 모습을 보니까 더 이상 예전의 일로 고민하지 않는 거니?


그녀의 얼굴에 떠있는 것은 미소인가? 소녀는 자신의 심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수송기가 땅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는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품에 숨겨뒀던 어떤 물건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이것은 그녀가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지금의 그녀가 주려고 했던 답이다.

그녀는 이 답이 정확한지, 그녀가 그 소망을 위해 계속 노력할 가치가 있는지 절박하게 알고 싶어한다.

작은 격려 한 번이라도 좋다.

그래서 그녀는 또 다시 참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소녀의 깜짝 놀란 시선을, 이 작품이 곧 받게 될 평가를 상상했다.

설령 그녀가 수없이 자신에게 이 기대가 허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깨워 준다 하더라도, 그녀가 가야 할 길은 한 눈에 끝이 보이는 길이 아니라 어쩌면 출구가 없는 미로일지도 모른다.

미궁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갈림길은, 대개 모두 차가운 막다른 골목으로 통한다.



지상방위군

이 집단 거주지는 보름 전에 한 차례의 침식체 습격을 받았었고, 너무 많은 시설이 파괴되어 재건하기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이라

그 안의 사람들은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지상방위군

당시 마침 공중정원의 집행부대가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구조할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침식체의 공세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희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라

...

알겠어요, 근처에서 찾아볼게요.



그녀는 폐허로 들어섰고, 원래 남자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제공되었던 공터는 이미 초토화되었다.

여자아이가 살던 간이 방은 흔적조차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녀는 지상에 있는 동안 주위의 보육구역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밀레"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무사히 구조되었을 수도 있고,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녀의 아버지는 습격당하기 전에 그녀를 데려가 새로운 집으로 떠났을 수도 있다.


아이라

아무래도...이 약속은 빨리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지상의 상황은 순식간에 변하는데, 그녀는 일찍이 이런 준비를 해놨어야 했다.

그녀는 이 때문에 상실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그녀가 아직 결말을 목격하지 않은 한, 가슴을 펴고 계속 걸어가야 한다.

그녀는 그 소녀를 찾아서 약속한 것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싶다.

이것은 그녀의 선택, 그녀의 바람이다.

그녀의 여행은 이제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이라

...


예술협회 구성원

아이라, 이 캔버스를 며칠 동안 쳐다보고 있는데, 아직도 붓을 대지 않았어?

미술전 시작까지 보름밖에 남지 않았으니, 아무거나라도 그려서 제출해!

이번 전시회에 많은 거물들이 참가할 텐데, 그걸 망쳐선 안 돼!


아이라

알아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붓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녀는 캔버스 앞에 순수한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고, 그녀가 깔고 싶었던 색채에 불순물이 묻었다.

그녀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구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붓을 대기 전에 언제나 그녀의 마음 속을 맴돌던 질문이 있었다.


아이라

좋은 작품이 될까...?


그녀는 가장 완벽한 자신을 보여주려고 노력할수록 더 움츠려든다.

이것은 그녀가 그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이다. 그녀는 자신이 다시 한 번 실패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협회의 중시, 선배의 기대, 동기의 존경, 관객의 평판, 자신의 요구.

그녀는 반드시 이러한 단계를 짊어져야 한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이 자신과 절친한 친구만의 작은 상자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집념은 도리어 하나의 족쇄가 되어 그녀의 표현을 구속하였다.


아이라

이러면 안 되는데...이런 그림으로는 내놓을 수 없어...


그녀는 거의 매일 자신을 화실에 가두지만, 창작은 결코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술전 책임자

아이라! 계속 이러다간 늦게 될 거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언제나 그렇게 순조로울 수는 없잖아!

너에게 또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할 시간이 없어. 며칠 동안 그려놓은 건 남아있겠지? 뭐? 한 폭도 없다고!?

그럼 지난 몇 달 동안은 없었나?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거라면 괜찮아! 완성도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더 이상 안 되면 협회에서 몇 사람을 뽑아 너를 도와 수정해 줄 테니, 중요한 것은 일단 제출할 수 있냐는 거야!

맞다, 너 만화 한 편 그리지 않았어? 그것도 좋아, 빨리 50부 복사해서 내놔! 예술 협회의 샛별이 새로운 예술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지, 선전이야 어떻게든 포장할 수 있어!


아이라

하지만 그 만화는 전시를 위해 그린 게 아니라 전시를 보러온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어요.


미술전 책임자

혹시 모르지, 그 거물들이 입맛을 바꾸고 싶어 할지도 말이야. 비록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결국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어.



그녀는 이것이 단지 책임자의 위로일 뿐임을 잘 알고 있었고, 책임자가 만화 샘플을 가져갔을 때 그녀는 이미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망쳤다.

왜 이런 작품을 출품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많았다.

설령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론가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본 후에 이것은 유치하고 순진한 이야기이며, 예술성을 조금도 논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원래 창작자도 이번 살롱에 참가하여 자신의 출연률을 높이는 것 외에도, 내방객들에게 자신의 작품과 창작 과정을 교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마지막 날까지 한 번도 그 미술전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라

...이번에 회장님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협회에서 잘리게 될까?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예 스타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고, 실로 예술협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 살롱 옆 벤치에 앉아 살롱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몰래 지켜보던 그녀는 전시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휘관

(1)실례지만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2)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건가요?


아이라

아...당신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와 동년배인 한 명이...혹은 그녀의 수상쩍어 보이는 행동을 알아차린 젊은이가 호기심을 품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지휘관 제복을 입은 청년은 집행부대에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현역 군인이었다.

휴가차 편지로 연락하는 친구를 찾기 위해 예술협회에 왔지만, 리셉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근처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휘관

왜 자신이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녀는 어느새 그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가 이번 전시회의 경과를 언급하자 젊은 지휘관은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이라

그 만화는 어떤 깊은 사상성과 예술성을 갖추지 않아서 평판가의 인정을 받지 못해.

내가 이런 성격의 전시회에 이런 작품을 출품한 것은 일종의 결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야.


지휘관

그들의 마음에 드는 것은 확실히 일종의 방식이지만, 너는 확실히 자신이 창작하고 싶은 것을 창작했잖아.

그것에겐 아마 적지 않은 것들이 부족할 수 있겠지.

그치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거야.


아이라

...



밀레

언니도 좋아하잖아?

그리는 걸 도와준다면, 정말....정말 기쁠 것 같아!



아이라

그 말이 맞아. 나는 모두가 나에게 맡긴 임무를 예정된 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했어. 나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렸어.

그러나 작가는 그의 작품을 내팽개쳐서는 안 돼. 이렇게 하는 것은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존중하지 않는 거야.

그 만화에는 내가 쫓고 싶은 것이 있어.

그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탈퇴하는 것을 택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

고마워! 저기, 난 먼저 가볼게, 너가 찾고 싶은 그 사람을 찾을 수 있길 바라!


그녀는 그 지휘관과 작별하고, 살롱의 입구로 달려갔다.

이미 구조체가 된 몸이지만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가슴을 직격하는 고동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람회의 마지막 날, 살롱 안의 인파는 이미 상당수 사라졌다.

홧김에 전시관 안으로 뛰어드는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품고 자신의 전시 구역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고, 50권의 복사된 만화가 부스에 깔려 있는데, 수량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았다.

예상 내의 결과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마침 그녀가 그 중 한 권을 집어들어 아직 관내에 남아 있는 손님들을 눈여겨보려고 할 때, 부스 뒤에 쪼그리고 앉은 여자아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웅크리고 있는 아기 토끼와 같았고, 낯선 숲 속을 홀로 헤매며 누군가 데려가 주기를 기다렸다.

소녀는 그녀의 만화를 손에 들고 있었고, 이 광경은 살롱의 분위기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구성했다.

갈색 머리의 소녀가 그 만화를 한 번, 또 한 번 훑어보았는데, 마치 어떤 마력이 그녀를 지칠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것 같았다.


아이라

실례합니다...


그녀는 그 소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없더니,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미안한 마음에 얼른 일어섰다.


???

죄송합니다! 제가 가로막고 있었나요? 아니면 여기서 규칙을 어겼다든가...


그녀는 그제서야 소녀가 파오스의 제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이가 아까 만났던 지휘관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아이라

아니, 아니에요. 그냥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거에 푹 빠졌나봐요?


???

이거요? 그렇...겠죠...

제 친구가 이런 전시회를 구경하면 기분전환에 좋다고 하면서 입장권을 구해줬는데, 저는 또 황금시대 무기박람회 같은 걸 말한 줄 알았는데...들어와서 보니 여기에 전시된 것 모두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밖에 없어요...


소녀는 조금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곳을 들락날락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

그냥 가버리면 그 친구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머무를 수밖에 없었는데, 뜻밖에도...

세상에 '만화'라는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뭐랄까,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던 예술과는 좀 다르다고 할까요.


아이라

그런가요...그럼, 보고 난 소감은 어떤가요?


???

그, 그게...이건 방문객 설문조사 같은 건 가요? 어...생각 좀 해볼게요...


손님의 만족도를 물어보러 온 스태프로 착각한 듯, 소녀는 그 만화를 이마 앞에 들이대며 단어 찾기에 골몰했다.


???

그냥 단순히 재밌게 봤어요...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변신해서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이 4페이지를 꽉 채웠는데 처음 봤을 때 충격이 컸어요...

그리고…조금 부러웠어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피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주역들…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요.

왠지...제가 흠모하는 그 사람과 좀 닮은 것 같아요.

제가 그 사람과 같이 될 수 있을까요...아 아니, 그, 스토리도 재밌었어요! 누구나 알아볼 수 있지만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자신이 제멋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것을 알아차린 소녀는 서둘러 화제를 만화 그 자체로 끌어당겼지만, 말투의 쓸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

이걸 보면서 '이게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이 파오스의 신입생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어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이 유치하고 순진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그녀가 여기에 담은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들은 자신이 쫓고 싶은 사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령 그녀가 이해한다고 해도, 마음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는 내일이 되면 식을 것이다.


아이라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기 위해 창작자는 픽션적인 부분을 많이 넣는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단순한 '스토리'로 그치는 게 아니잖아요?



그녀는 그 소녀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녀는 이 전시관에 자신과 같은 창작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 앞에 서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아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가는 저자의 의도에서 비롯돼요. 용사는 악한 용을 물리치고, 왕자는 공주를 맞이하고, 정의는 악을 물리치고, 그리고 나서 시인은 영웅을 위해 서사시를 쓰게 되죠…이것들은 모두 허구의 줄거리이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결코 허구가 아니랍니다.

현실의 용사가 사악한 용을 물리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현실의 공주가 왕자를 맞이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런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예요.

 

???

...

설령...그런 꿈이 현실의 자신에게 일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요?


아이라

네, 틀림없어요.

그것이 실현하기 어렵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꿈이라도 좋아요.

이 길을 가는 사람들도 피할 수 없는 실패에 직면할 것이고, 그런 자신을 향한 위안조차 얻지 못할 거예요.

그렇다 하더라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바보'들의 몸짓은ㅡㅡ

눈부시잖아요!



아이라

휴우...


미술전 마지막 날이 끝나고 전시장을 정리하던 중, 부스에 남아있던 마흔 아홉 권의 만화를 껴안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구조체에 있어서 이것은 결코 그리 까다로운 무게는 아니었지만, 만화 더미는 그녀의 품속에 높은 탑을 쌓아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움직일 때마다 비틀거려 그녀가 다루기 곤란하게 만들었다.



지휘관

(손을 내민다)


아이라

아, 너였구나, 고마워.


두 손을 내밀어 그녀의 짐을 반쯤 덜어주었고, 그녀는 그것이 얼마 전에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그 지휘관임을 알아보았다.


아이라

찾고 있던 그 사람은 찾았어?


지휘관

(고개를 젓는다)

협회 사람들은 그녀의 필명을 모르는 것 같더라.


아이라

원래 그녀의 본명을 모르고 있었구나...하지만 낙담하지 마.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지휘관

이게 바로 너가 그린 만화야?


아이라

응. 일단 작업실로 옮겨 놓으려고 했지.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작품을 만들거야.

그것이 공중정원이든, 지구이든.


지휘관

한 권 가져가도 될까?


아이라

물론이지, 사인해줄까?


지휘관

(1)더 유명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는 걸로 하자.

(2)이런 연예인병에 걸리면 안 돼.


아이라

너 펜팔 친구한테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구나?

집행부대의 지휘관이라고 했지? 기억했어.

널 지켜볼 거야, 너에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정말 기대돼.


지휘관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참...

아직 이름을 안 물어봤네?


아이라

내 이름은...아니야.

아직 알려줄 수 없어.

내가 예술협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슈퍼스타가 되면, 내 이름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 후에 이 만화를 들고 나를 찾아온다면, 마지못해 다시 사인해줄게!



영사기가 끝까지 돌았다.



아이라

...이게 바로 당신이 보고 싶었던 것인가요?


그녀는 눈앞의 어둠을 향해 물었다.


세르반테스

...



그림자는 장막 뒤에서 걸어 나와 그녀의 앞에 왔다.


세르반테스

이카루스는 왜 태양을 향해 날아갔을까요?


아이라

당신이 특별히 이 장치로 저의 의식의 바다 속의 기억을 읽는 것은, 단지 저와 신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인가요?


기계체는 아이라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침착하게 말했다.


세르반테스

그들은 라비린스를 떠날 날개를 만들었고, 중력을 극복해 인간으로서의 궁극적인 꿈을 실현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불에 타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는 왜 태양을 향해 비상하려 했을까요?


아이라

신화는 인류가 써내려간 이야기에요. 사람들은 태양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것을 정복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카루스의 사연이 생긴 것이죠.

그는 본래 평온히 시칠리아로 날아갈 수 있었지만,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세르반테스

그렇다면 이카루스는 과연 태양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라

...모르겠어요. 결국, 신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따로 안 말하지 않았나요?


세르반테스

하지만 스토리텔러는 이미 마음속에 답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이미 죽었으니 우리도 알 길이 없겠죠.


세르반테스

...아니, 당신들은 알고있어....당신들이라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걸어온 흔적과 우리가 걸어온 흔적, 그것이 이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제가 도착한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답을 저에게 줄 때까지...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