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가 세상의 빛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확인ㅡㅡ세계 시간 조정, 00:16AM, UTC-4<<<

>>>회의 내용 백업<<<

>>>백업 완료, 다음 어젠다 확인, 3일 후 환대서양 경제공동체 본부에서 입찰 회의 개최, 참석자 명단 확인…<<<



미켈레 선생, 정신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제가 방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미켈레

아니야 칼, 나를 데리고 시내 좀 돌아주게.


당신은 이미 18시간 연속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조언에 따르면 당신은 일주일에 70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켈레

에휴, 사람이란 자유롭지 못한 존재지. 이것저것 다 참견하니까 말이야.


이것은 저의 직책입니다, 미켈레 선생.


미켈레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살더라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5년? 3년?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24시간 병상에 누워 팔뚝에 수액관을 가득 꽂고, 붓도 들지 못할 정도로 근육이 위축되려나?

그게 죽은 거랑 또 뭐가 다른가?


선생, 당신의 병이 완전히 건강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28건의 임상 병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켈레

날 위로할 필요 없어, 칼, 난 내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


...


미켈레

칼, 오늘 회의를 다시 한 번 검토하게.

자네의 관찰에 따르면, 우리의 파트너가 모두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에게 제가 얻은 모든 결론을 설명해야 합니까?


미켈레

나한테 숨길 거 없어, 칼, 네가 그 구룡 여행 이후로 줄곧 혼자서 이런 것들을 조사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곡 씨와의 대화는 자네에게 새로운 감명을 준 것 같기도 하고, 이 또한 내가 보고 싶었던 거라네.


이례적으로 잠시 머뭇거리던 기계체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 번 표현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견해를 진술하기 시작했다.


노르만 광업그룹이 제시한 조건은 상당히 풍족했지만, 그들이 콘스타레예 공사를 도급받으려는 이유는 오늘 제시된 것 이상이었습니다.

공식 및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노르만 그룹은 유사한 방식으로 최소 47개 지역의 경제 주도권을 자신 및 하위 계열사의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연합정부와 아딜레 상업 연합으로부터의 제안이 있었는데….


칼은 그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일부 숨겨진 데이터베이스에서 조사한 정보와 데이터를 열거했다. 이런 끔찍한 사건과 악행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황금시대를 사는 일반 대중은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다.


북극항로연합과 구룡이 보낸 대표도 나름대로의 계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환대서양 경제공동체에 초청된 '그린스'라는 특별고문…. 그의 자료는 극비리에 보관되어 있었지만, 그의 뒤에는 틀림없이 거물이 서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 도시를 자기 소유로 만들어, 콘스타레예를 어떤 세력의 경제 지형의 일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미켈레는 담담한 표정으로 칼의 말을 다 들었다.


미켈레

자네가 이미 이 세상에 대해 이렇게 깊은 인식을 가졌다니, 상상하기도 어렵구만.


선생,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들 모두는 당신과...이 도시가 대변하는 이념과 배치됩니다.


미켈레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면, 이 도시는 또 무엇으로 건설될까?

내 도면에 기대어, 내 벽돌과 기와에 의지하여 그것을 쌓을까?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고, 그들은 반드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그들은 언제든지 나를 바꿀 수 있지. 내가 처한 위치는 이토록 보잘것없네.


하지만 콘스타레예는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미켈레

네가 틀렸어, 칼, 콘스타레예는 내 작품이 아니라 인간의 작품이야.

인간은 그 모습을 만들어 냈고, 나도 인간 중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아.

허허, 하지만 욕심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하지. 만약 교향곡 공연이라면 지휘자의 자리에 서고 싶네, 그 자리가 가장 주목받기 때문이거든.

악단의 공연을 '지휘'하는 것은 늘 지휘자 자신인 게 아니야.


>>>확인—세계시간 조정, 00:30AM, UTC-4<<<



약을 주사할 시간입니다, 선생.


칼은 무균 보관함에 있는 주사기를 꺼내 미켈레에게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맥 주사를 놓으라고 했다.

주사기 안의 약물이 조금씩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미켈레는 빙그레 웃었다.


미켈레

인간은 정말 약해, 조금만 힘을 줘도 내 골다공증 손목은 부러질 것 같아.

칼, 그동안 스스로 창작해 본 적은 있나?


선생, 당신을 돌보는 것은 저의 가장 중요한 직책입니다.


미켈레

그럼 내가 죽은 후에, 너는 또 다른 괴팍한 늙은이를 섬길라고?


...약속 조항에 따르면, 당신은 저를 임종 전에 폐기 처분할 권리가 있습니다.


미켈레

그런 짓 못하는 거 알잖아.


네...알고 있습니다. 선생.



>>>확인—세계 시간 조정…글로벌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상태이므로 시간 동기화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안녕하세요, 미켈레 씨를 만나 뵙고 싶습니다.


>>>방문자 신원확인…글로벌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으로 되어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상대는 20대에 불과해 보이는 젊은이로 옷차림과 몸매가 단정해 자신감 넘치면서도 내성적인 첫인상을 준다.


???

저는 예술협회 구성원 앨런이라고 합니다. 저는 협회장님의 뜻에 따라 미켈레 바사리 씨를 만나뵈러 왔습니다.


'예술협회'라는 이름에 칼은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저는 예술협회로부터 어떠한 방문 신청도 받지 못했고, 이곳에서도 예술협회 사람들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앨런

당신이 미켈레 씨의 조수인가요? 미켈레 씨에 대한 당신의 애정이 상당히 깊다고 회장님에게 들은 바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모시는 것은 저의 직책입니다. 만약 중요한 일이 없다면 떠나십시오, 선생님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칼이 앨런이라는 청년을 강제로 반쯤 물러내려고 했을 때, 방 안에서 나약하지만 여전히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켈레

그를 데려와, 칼...쿨럭, 쿨럭쿨럭...내가 여기 주소를 그 늙은이한테 알려줬는데, 사람을 보냈으니 반갑지 않을 리 없지 않나.


알겠습니다.


앨런

실례하겠습니다.



앨런은 예의 바르게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켈레의 침실로 갔다. 칼은 그의 뒤를 바짝 따라 문간 자리를 지켰다.

침대 위의 노인은 평소의 활력을 잃었고 노출된 팔은 앙상하고 핏줄과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 방에 링거나 주사약은 보이지 않는데 이때쯤이면 약물이 더 이상 병을 늦추는 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앨런

만나서 영광입니다 미켈레 씨,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켈레

헛소리 작작해...자네는 그 늙은이의 제자인데, 그 '카라스코'가 평소에 나에게 좋은 말을 할 리 없잖나.


앨런

아닙니다, 저의 스승님은 항상 저에게 단짝 친구를 잃은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였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미켈레

그래? 난 그이와 절교한 것에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네.


앨런

콘스타레예의 일에 대해 스승님과 저는 매우 안타까워헀습니다.

예술협회가 당신의 도움이 된다면… 상황이 조금 바뀔지도 모릅니다.


미켈레

허허…곧 죽을 노인을 위로할 필요 없어. 예술협회에서 정말 도와준다면 진작에 뻔뻔하게 찾아갔을 텐데.

나는 최선을 다해도 바꾸고 싶은 것들을 바꿀 수 없어, 예술의 힘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결국 곤두박질쳤지.

네 스승은 '이 세상에 도전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예측이 아주 정확했던 셈이야.

하지만 그 늙은 거북이는 성격이 너무 쫄보 같아서 말이지.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네.


앨런

저는...예술에게 결코 힘이 부족하지 않지만, 저희는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식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켈레

하하, 네 말투가 내가 젊었을 때보다 더 오만방자하구만, 뜻밖에도…. '카라스코'가 이런 학생을 가르쳤을 줄이야.


앨런

당신은 일생을 바쳐 당신의 이념을 실천하셨고, 저 또한 저의 일생을 통해 저만의 관점을 증명할 것입니다.


앨런은 미켈레에게 고개를 약간 숙인 뒤 품에서 금박을 입힌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앨런

이것은 스승님이 임종 전에 당신에게 쓴 친서입니다. 제가 이번에 온 것 또한 그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켈레

그이가 죽었어?


앨런은 침묵으로 이 사실을 진술했다.


미켈레

가, 네가 그의 편지를 여기에 두든 그냥 가져가든, 난 보지 않을 거야.


앨런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미켈레 씨.


앨런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편지를 현관에 남겨둔 채 미켈레의 숙소를 떠났다.



미켈레

칼, 내가 네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내 옆으로 와줘.


그는 주인의 지시에 따라 그의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았다. 늙고 힘없는 손이 그의 차가운 금속 손가락에 닿자 그는 느리고 평온한 주인의 맥박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선생, 당신은 왜 그 편지를 읽는 것을 거절하셨습니까?


미켈레

내 목숨은 이미 거의 다 갔고, 편지를 쓴 사람도 먼저 나를 떠나 버렸으니, 다시 이런 것을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그 늙은이가 훌륭한 학생을 받았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늙은이는 내가 부러워할 줄 알았나 보구나, 아쉽지만 오산이야.

나는 평생 어떤 학생이나 제자도 받아본 적이 없어. 아마도 내 성격 때문인지 나는 아무도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만했지.

칼, 자네는 아직 어떤 작품도 만들지 못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너는 내 제자야.


선생, 저는 이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단지...기계체일 뿐입니다.


미켈레

기계체는 인간의 제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자네는 육체에 시달리지 않고, 수명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네의 영혼은 이 세상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어.

자네는 나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네.


...기계체에는 영혼이 없습니다, 선생.


미켈레

정말 그럴까? 칼?


...


미켈레

자네는 항상 자신이 산초 판사라고 여기지만, 영원히 섬길 수 있는 주인을 가질 수 없네.

나는 자네가 이야기를 엮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네. 그러니 더 이상 산초 판사가 되려고 하지 말게. 자네가 충심을 바친 돈키호테는 곧 자네를 떠날 것이고, 이제 자신만의 여정을 떠날 차례야.


선생, 저는...


미켈레

모든 사람들은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은 내 노력이 헛수고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내가 널 찾았으니까.



>>>확인—전 시스템 자체 점검 중<<<

>>>기체에 심각한 손상 감지, 상당수 기능 오프라인<<<

>>>무허가 모듈 접속이 감지되어 시스템 강제 재부팅 <<<



???

깨어나셨네요.

'마술사'가 당신의 몸을 긴급 점검해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는 당신의 원래 모습을 회복할 만큼의 충분한 적합 부품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나...


새로 바꾼 시각 단말기가 작동하기 시작하자 그는 그 초라한 널빤지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성당 형식을 한 건물 내부지만 이미 낡아 버린 모습이어서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메모리 모듈의 판독이 다소 지연되었고, 그의 몸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

인간이 '퍼니싱'이라 부르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세계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당신은 옛 주인의 장원에 바이러스로 인해 떠돌고 있는 인류를 수용하는 임시 피난처를 열었었죠.


나의...주인...


>>> 메모리 모듈 판독 완료, 기록 재생 시작<<<



???

바이러스가 곧 여기에 퍼질 테고 우리는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어!

이 기계체도 조만간 침식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는 모두 끝장이라고!


???

하지만 칼 씨는 언제나 우리를 잘 보살펴 줬는데...


여러분, 조용히ㅡㅡ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꽃병을 그의 뒤통수를 향해 호되게 내리쳤다.


외부 단말기가 손상된 것을 감지ㅡㅡ


???

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

후환을 없앤거야. 이것이 퍼니싱에 침식당하면 인류의 적일 뿐이라고.


???

이곳의 값나가는 물건과 음식을 모두 가져가자. 어서, 세계 정부가 이미 고시를 했어. 우리는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해!


당신들은……결코 선생님의 모든…물건을 가져갈....권리가 없습니다….

당신들은...결코...


그에게 화답한 것은 짙은 연기와 약동하는 불빛이었다.


>>>재생 완료<<<



???

당신을 복구하면서 불가피하게 당신이 저장한 기억을 읽게 된 것에 대해 먼저 사과드립니다.


데이터 유실 감지... 2급 비밀자료... 선생의 작품집...


???

외부 데이터 단말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데이터 저장을 위한 메모리 칩을 교체해야 하는데, 완전히 적합한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원본 메모리 외에도 많은 중복 데이터가 교체 중 삭제되곤 합니다.

'교황'이 폐허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데려온 덕분에 저희가 당신을 고칠 수 있었지요.

그들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인근에서 재난을 당한 기계체를 수색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물자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르카나

저는 아르카나라고 합니다. 황금시대에 저는 신비학과 점술학 연구를 보조하는 인류 모방 기계였습니다.

퍼니싱 사태가 촉발한 이후, 저는 '마술사'와 '교황'을 가장 먼저 찾았고, 그 다음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오늘날 기계체는 인간으로부터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고 있기에, 우리는 단결하여 이미 '각성'한 동포들이 더 많은 불필요한 시련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마술사'와 '교황'과 함께 기계체 간의 우호적인 공조를 위한 조직을 만들자고 논의하고 있는데, 우리와 함께 하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우리만의 방주를 만들어 기계체만의 신천지로 나아가겠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지 보장할 수 있습니까?


아르카나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현'의 암시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미래에는… 인간은 어떻게 됩니까?


아르카나

당신은 그들이 한 일을 보았고 그들의 결말을 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저는 지금도 갈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이 저를 구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르카나

당신의 가입을 환영합니다. 이 증서를 받아주세요, 앞으로 우리는 동료가 될 것입니다.


그는 아르카나로부터 로마 숫자 'XVI'가 새겨진 동판지 카드와 하늘 높이 솟은 첨탑을 받았다.


아르카나

참,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코드명은 대외적으로 사용되는 신분이며 동료 간에는 이름이 붙어야 하거든요.


...


"칼"이라는 이름은 그의 주인이 부여해 준 것으로,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의 옛 이름은 제가 섬기던 주인을 따라 묻혀버렸고, 저는 지금 그의 '제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저를 '세르반테스'라고 불러주세요.



>>>확인—기계교회 시간, 9:45AM<<<

>>>제 7331차 '회색 탑' 시범운영 완료, 교회 소속 구성원 전원에게 공유 연산 네트워크 오픈 예정<<<

>>>제 7330차 시뮬레이션 연산 수행—결과 전송 중<<<



복잡한 코드로 구성된 데이터가 그의 전자뇌로 전송되었는데, 그는 단지 한 번 훑어보고 이 결과를 하드디스크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기이한 모양의 거대한 연산 시뮬레이션 터미널을 바라보며, 그가 동료들과 수년 동안 쌓아온 '성당'을 떠나려 했다.


'교황'

세르반테스, 정말 이대로 갈 생각인가?


망토를 두른 기계체 하나가 어디론가 빠져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교회의 '교황'으로, 세르반테스가 교회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몇몇 기계체 중 하나였는데, 가는 교회에서 불리는 별명이 워낙 많아 세르반테스는 아예 그를 '교황'이라고 불렀다.


세르반테스

'회색 탑'은 이미 건설되었고, 이후의 유지 보수 작업은 네빌에게 일임할 수 있으므로 계속 이곳에 머물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 탑은 오로지 교회에만 속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해당되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죠.


'교황'

너에게 있어 '떠남'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건가?


세르반테스

이곳에 있는 절대 다수의 동포들은 모두 선현의 강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은 많은 상처를 치유하죠. 많은 동포들이 일찍이 이 세상에 대해 절망한 적이 있는데, 선현의 '계시'는 실재하는 것이며, 적어도 그것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못한 사명이 남아있습니다.

그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광휘의 행진자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ㅡㅡ!


교회 로비에서 기갑조형의 기계체가 튀어나왔다.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세르반테스의 이름을 외쳤고, 몸에는 어지러운 케이블을 끌고 있었다.


광휘의 행진자

네빌한테 들었다, 네가 간다고!? 어디로 갈 생각이지?


세르반테스

광휘? 네빌이 당신에게 장갑을 수리해 주고 있는데 도중에 뛰쳐나온 건 아니겠죠?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광휘의 행진자

무슨 상관이야? 네가 떠나는데! 내가 그 덩치 큰 놈을 꺾고 '전차'가 되는 걸 지켜보겠다고 약속했었다. 어떻게 말을 뒤집을 수 있는 거지!


세르반테스

그건 당신이 유통기한이 지난 엔진오일을 마신 후 스스로 내뱉은 헛소리입니다. 전 당신과 이런 일을 약속한 적 없습니다.


광휘의 행진자

태풍 주사위맨, 너 진작에 알고 있었지?


'교황'

하하...세르반테스 본인의 결정이라 말릴 방법이 없지.


세르반테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광휘. 몇몇 기계체들이 저와 함께 동행을 바라는 것은 알지만, 이 길에서 저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광휘의 행진자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해야 되는 거야?


세르반테스

저의 스승께선 그가 결코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하셨고, 저는 그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는 저를 선택했고, 그는 저에게 그의 이상을 실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제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황'

하지만 넌 아직도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세르반테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해답의 열쇠는 '인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예상을 깨고 그들이 살던 지구를 여전히 탈환하고 있습니다.

기계체의 미래에 있어서도, 그 '답'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황'

알겠네. 이번 여행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했나 보군.

행운을 빌지.

참, 만약 네가 여행 중에 자신의 방향을 잃고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먼저 '형식'부터 시작해도 무방해. 이 방법을 구룡의 고서에서 '격물치지'라고 했었나?


세르반테스

당신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습니까?


'교황'

너의 친구로서 사소한 제안 하나 한 거야.


세르반테스

허허...고맙습니다, 참고하도록 하죠.

그럼, 저는 출발하겠습니다.



금속 화살이 공격의 열망을 가진 마지막 기계체를 관통하자 홀 전체가 다시 조용해졌다.


레나

...끝난 건가?


트로이

경보도 멈췄으니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트로이는 큰 팔 관절에 연결된 톤파를 내려놓았고, 내장된 파일드라이버에서 증기를 뿜어내 과부하로 붉어진 철침을 식혔다.

레나도 시카에서 무기 상자를 받아 손실된 화살을 보충했다.

세 사람은 아이라와 헤어진 뒤에도 힘든 싸움을 겪지 않고 다음 행보를 계획하기 위해 새로운 홀로 향했다.


시카

아이라 씨의 응답기는 꺼져있고...의식 연결도 끊겨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트로이

아무래도 우리더러 그녀를 찾지 말라고 굳게 결심한 모양이다.


레나

이 예술관은 거대한 회랑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만약 그녀가 순조롭게 곤경에서 벗어나면 종점에서 우리와 만날 수 있을 거야.


시카

아이라 씨라면 무조건 해낼 거예요. 그 정도의 방해로는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거예요.


레나

그러니까 말했잖아, 항상 낙관적인 예측만 하지 말고….


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카의 지휘관 단말기가 울렸다.


시카

통신...? 아이라인가!?


시카가 통신 요청을 연결하자 가상 인터페이스에는 의외의 얼굴이 나타났다.



바네사

여보세요~여보세요~1등 학생, 들려?

훗, 연결이 되다니, 네 소대가 아직 다 죽지 않은 것도 참 기적이란 말이지.


시카

바네사 선배...!? 어째서 당신이...혹시 외부와의 통신이 재개된 건가요?


바네사

멍청아, 그럴 리가 있겠어? 이런 상황은 네가 스스로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너와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우리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야.


시카

네...? 근처? 잠깐, '우리'라는 말은...?


지휘관

(1)여기는 백로부대와 연합해 움직이고 있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다.

(2)오랜만이야, 이중합 타워 이후로 처음이지?


시카

【지휘관 이름】 선배!? 어떻게 바네사 선배님이랑 같이 있는 거예요? 여러분도 이 도시에 오셨나요?



트로이

어? 전설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라고?


레나

...


바네사

왜? '우상'인 수석님을 만나서 다리가 후들거려? 참 답도 없네.

그나저나 왜 그 예술협회의 구조체는 안 보이지? 설마 너 같은 나쁜 지휘관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거야?


시카

아이라 씨는 적을 끌어들이기 위해 잠시 저희와 헤어졌지만, 나중에 그녀와 합류할 거예요.


바네사

뭐? 구조체를 미끼로 쓰는 법을 터득한 거야? 나쁘지 않네, 내 가르침을 어느 정도 깨우쳤구나.


시카

어...


바네사

하지만 여기저기 긁어모은 잡탕 소대에게 이런 임무를 수행하게 하다니, 사령부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내가 빗자루를 들고 너의 이 질질 끌고 다니는 쓰레기의 엉덩이를 닦아줘야 하다니 말이야.


시카

바네사 선배, 이건...?


지휘관

내가 설명해줄게.

(시카에게 사령부의 최신 지령을 설명해준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콘스타레예에서 두 명의 인간과 세 명의 구조체가 한 줄기의 도로를 따라 도심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시카

즉...쿠로노의 부대도 이 도시에 있다는 건가요? 그들은 잃어버린 실험 결과를 회수하러 온 거죠?

그렇구나, 그러면 여태까지 저희가 겪은 일들이 모두 설명되네요.


바네사

너희들이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니 내가 다 부끄럽네.


지휘관

정화부대에도 동원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여.


바네사

물론 우리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증거를 없애러 온 거야.

군부의 이런 꼼수는 오래전부터 남모를 비밀이 아니었고, 집행부대에서 오래 살다 보면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


지휘관

만약 쿠로노보다 먼저 실험체를 회수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큰 주도권을 가져다 줄 거야.


시카

알겠어요. 이를 위해 바네사 선배님과 【지휘관 이름】선배님도 오신 거죠.

그렇다면 홍앵소대의 행동 방침은 최신 정보에 따라 다시 조정할게요.

저희는 사전 조사를 수행하면서 그레이 레이븐과 백로의 지원을 기다리겠습니다.


바네사

우리가 오기 전에 오래 버텨야 해, 1등 학생. 너는 내가 데리고 온 1등 학생이니, 이 사람 앞에서 나를 망신시키지 마.


시카의 답장이 오기도 전에 바네사는 통신을 끊었고, 그 사이 거리 앞을 탐사하던 루시아도 되돌아왔다.



루시아

일단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 지휘관.


지휘관

고생했어, 루시아.


루시아

리브와 리가 있었다면 이 도시를 더 자세히 스캔할 수 있었을 거예요.

지금은 저 혼자 뿐이니 좀 더 신중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탐사 임무가 끝난 뒤, 리는 과학이사회에 의해 공중정원으로 옮겨져 정기적으로 초각 기체를 검사받고 있었고, 리브도 비슷한 이유로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끌려갔다.

그래서 니콜라는 임무를 마친 백로와 함께 홍앵소대를 지원하도록 파견했다..



밤비나타

밤비나타도 주인님과 함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바네사

흥, 너와 그 1등 학생 모두 내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네.


바네사는 전방에서 대열과 동떨어진 화려한 코팅을 입은 구조체를 바라보았다. 그 구조체는 지금 이 도시의 건물들을 손대중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바네사

마침 괜찮은 '장난감' 후보를 찾았는데, 이참에 조련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볼까.

그 바보가 부하를 양성하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좀 배워야 해.


지휘관

시카의 수습 기간 동안 지도관 역할을 맡았다면서?


바네사

그래, 구조체 하나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둔한 여자, 어떻게 섞어야 할지 모르는 수석, 보기만 해도 화가 치솟네.

근면하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어, 사령부에서 누군가 특별히 당부하지 않았다면,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을 파오스로 돌려보내 재교육을 하라고 당부했을 거야.


밤비나타

하지만 주인님은 시카 지휘관의 작전 보고를 개인 단말기에 모두 보관하고, 상세한 코멘트를 덧붙이지 않으셨나요....



바네사

입 다물어, 누가 너더러 말해도 된다고 허락했어?


지휘관

(1)어린 애들의 성장에 관심이 많나보네. 

바네사

사령부에서 나에 대한 평가를 높이기 위해 데려온 거야. 집행부대 지휘관으로 만족하는 너와 달라.

(2)사실 내심 마음속으로 신경 많이 쓰이나 봐?

바네사

농담이야, 내가 널 싫어하는 것 못지않게 그녀를 싫어해.


바네사

그녀 같은 사람은 조만간 전쟁터에서 죽을 거고, 나는 단지 그녀에게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줄 뿐이지.


지휘관

...전쟁이 빨리 끝났더라면.

아마 네 말대로, 그녀는 군인이 될 필요가 없었을 거야.


바네사

또 사랑과 평화의 우스운 이론을 늘어놓기 시작했니? 그만해, 난 이런 말 들으면 알레르기가 생긴다고.


지휘관

(1)적어도 지금은 상황이 호전됐어.

(2)적어도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


바네사

넌 정말 바보인 건지, 바보인 척 하는 건지...

어느날 퍼니싱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아.


루시아

왜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전쟁을 끝내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잖아요?


바네사

너도 알고 있겠지. '공중정원의 영웅',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가장 간단한 예가 지금 바로 눈앞에 있잖아.


바네사는 루시아와 밤비나타를 가리켰다.


바네사

넌 분명 구조체 기술이 무엇 때문에 수십 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는지 알고 있고, 이 중 많은 연구가 그 이전에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우리의 '구출'을 기다리는 그 실험체도 이 모든 것의 산물이고, 구조체 기술도 그렇고, '승격 네트워크'도 마찬가지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이전에, 이 전쟁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지휘관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야.


바네사

하...그래? 그럼 네가 순조롭게 성공하길 빌게.


바네사는 건성건성 박수를 치며 웃음 속에 서린 비아냥거림과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지루한 듯 눈길을 치우고 도시 건물의 어딘가를 올려다보았다.


밤비나타

무슨 일입니까, 주인님?


바네사

뭐, 이 두 사람이랑 임무를 나갈 생각하니까 머리가 좀 아파서.


바네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선을 거두더니 밤비나타가 자신을 따라오도록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네사

가자, 이 임무를 일찍 끝내버리자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