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총창이 번쩍 빛났다.

그녀는 촛불 아래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고, 그녀는 그늘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방관했다.



???

...


처음에는 단순히 이유 없는 호기심에서였다.

방랑자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목격하기 위해 돌아보았다.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지나쳐 가는 낯선 소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했다.

단지 그것뿐이다.

단지 그녀에게 데자뷰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원래 심장이 있던 자리에 뭔가가 살짝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맴돌던 그림자가 그녀의 등뒤에 서 있었다.



???

곧 그녀들은....그녀는 '커튼 콜'을 맞이할 거야.


???

맞아...나는 그녀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거야.


???

단지 그것이 전부야?


???

그게 전부야.


???

너는...그녀의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아?


???

난...

나는 이름 없는 방랑자일 뿐, 누구의 이야기에도 등장해서는 안 돼.

나는 이미 그 이름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


???

...하지만 너는 아직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녀처럼, 그렇지 않아?


???

...


???

그저 하나의 환상일지라도, 그저...과거에서 비롯된, 부서진 물거품일지라도.

너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무언가 남아 있지 않아?

그렇다면 망설이지 마.

언젠가 너는 그것을 되찾고 네가 돌아가야 할 곳을 찾게 될 거야.

가.


마음속의 그 그림자가 그녀를 살짝 밀었다.


???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거야.

그리고...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



칼바람은 어두운 공간을 뚫고 부서진 기계체에 빛의 장막을 드리웠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홍앵 소대가 긴 전투 끝에 손을 잡고 포위망을 뚫었다.


루시아

저와 지휘관은 길을 찾을게요. 아이라, 당신들은 계속 추격하세요!


시카

으...


시카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하루 종일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데, 지금까지 싸울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시카

...저는 여기에 남아서 【지휘관 이름】선배를 도울게요. 아이라 씨,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도 짐만 될 것을 알고는 달갑지 않은 마음이 있어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지휘관

아이라, 너한테 맡길게.



칼날과 총알이 뒤에서 공격하는 기계체들을 가로막았고, 추격전의 막판 스퍼트를 눈앞에 두고 바통을 아이라에게 넘겼다.


아이라

좋아!


모두의 부탁을 받은 그녀는 겹겹이 쌓인 장애물을 뚫고 풍차탑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홀을 향해 달려갔다.



세르반테스

다시 한 번 뵙겠습니다, 아이라 씨.


그러나 어두운 형체가 그림자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길을 막았다.

그는 여유롭게 아이라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 우아한 태도에는 한 시대의 암울함이 쌓여있었다.


세르반테스

앞서 당신이 언급한 것에 대하여 우리 사이에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라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인데, 무슨 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렸다가 나중에 하기로 해요.


세르반테스

아니, 그녀를 쫓는 것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선택을 하였고, 더군더나 이것은 저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아이라

선택?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세르반테스

그녀는 당신의 팀 동료로서, 당신은 그녀의 본질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라 씨, 당신은 말했었죠. 비록 결말이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당신은 계속 고집할 것이라고.

그럼 지금은 어떤가요?

당신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잡을 수도 없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임무 보고에서 방금처럼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있다고요?


아이라

당신이 막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그녀를 따라잡았을 거예요.


세르반테스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은 없습니다.

패자는 패자일 수밖에 없고, 아무도 '성취했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여겨도 됩니다만, 어쩌면, 제가 한 모든 일은, 단지… 제 선생도 '실패자'가 되고 싶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세르반테스

저를 당신의 반대편에 서게 해주세요, 아이라 씨. 비록 임시 추가 공연이지만, '이야기'는 이미 마지막 단계에 와 있습니다.


아이라

왜 이러는 거예요?


세르반테스

당신이 저에게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저는 당신이 어떻게 자신의 이념을 증명하는지...혹은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마주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는 언제나 흙 위에 앉아 있다가 조만간 썩어버릴 나사일 뿐이고, 승리의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우리의 기억은 흙에 스며든 때, 치욕의 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라

때라도 대지의 자양분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라고요.


세르반테스

그럼 추적을 포기하고 우스운 후회와 때를 남기세요.


아이라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고 남은 흔적이야말로 양분의 때가 되는 것이지, 시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저는 그곳에 도달할 겁니다.


세르반테스

이미 시간은 없습니다.


아이라

뛰어갈 거예요!


세르반테스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돌아가는 풍차에 자신의 그림자가 합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집념이 일그러진 지 오래지만 더 나은 선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기계에게 있어 본디 선택은 없고 선택받는 것만이 존재할 것이다.

'자유'와 '각성'을 얻은 뒤, 자신을 뒤덮은 모든 먼지들이 다시 그에게 묻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부추겼다.


세르반테스

...마지막 만큼은 '내멋대로' 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길.

이 '이야기'에서 제가 맡고 싶은 역할을 맡는 겁니다.


기계 조각상이 그의 등 뒤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는 어쨌든 전시관의 건설자였고, 여전히 이러한 기계체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라

그럼 당신도 알겠네요. '주인공'은 결말까지 아무도 발걸음을 막을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

...그럴 필요 없어.


어디선가 나지막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한 선율이 이온화된 먼지를 일으켰고, 번쩍이는 뇌광은 여러 개의 기계 조각상을 관통한 후 멈췄다.



망토를 두른 구조체 한 명이 세르반테스 앞에 섰다.


???

'임시 추가 공연'인 이상, 그렇다면 기사 역시 또 다른 조력을 받는 것이 마땅하죠.

제가 그녀의 '동료'를 연기하는 역할을 맡는 것은 어떨까요?


세르반테스

…관객으로서 무대 밑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예의입니다.

당신이 여기에 나타날 이유가 없습니다.


???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하나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


세르반테스

...


???

단지 마음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쳐 올랐었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본능을 따랐을 뿐입니다.

이유, 입장, 그리고 기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순수하게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아이라

넌...


그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낯익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가능성이 마음에 스쳐갔다.


???

지금은 이것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야, 너는 아직 너의 목표가 있어.

폭풍 속에서 자신을 잃지 마. 이것은 너와 나에 대한 위로야.


아이라

...하지만 아직 확인하고 싶은 게 많아.


???

어서 가, 네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아이라

...알았어.

하지만 반드시 널 찾아올 거야!

그러니까 너, 절대, 절대 내가 돌아올 때까지 가면 안 돼!


다그치는 소리 와중에 아이라는 그 뒷모습을 향해 마지막 말을 하고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전투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