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앞둔 이들은 각자의 첫발을 내딛는다.



내 평생의 단짝이자 평생의 '적'인 미켈레 바사리에게.

이 편지가 네 손에 들어갔을 때,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내가 당신에 대해 아는 한, 너는 봉투를 찢고 휴지통에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거네ㅡㅡ만약 자네가 아직 그럴 힘이 남아 있다면 말일세.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글을 썼네. 나는 결코 자네와 화해하기를 바라지 않아. 자네와 나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되어 시비와 성패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네.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택했고, 나는 우리가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서로의 우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믿었네.

자네는 언제나 나를 "카라스코", 자신을 "돈키호테"에 빗대곤 했지. 자네는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기사이며, 나는 상식을 고수하는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거겠지.

자네가 옳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나는 자네처럼 숭고하고 비현실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오로지 예술협회밖에 없었지.

모든 예술가가 자네처럼 강인한 것은 아니고, 모든 사람이 홀로 폭우를 거슬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어쩌면 모두가 자네의 성공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풍부한 예술가가 되기를 바랬을지도 모르네.

우리는 세상이 그림에 그려진 순수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바꿀 힘은 없었네.

그래서 거인에 도전하는 기사가 나타났을 때, 전 세계의 시인들은 가슴에 서사시를 남긴 것이네.

기사 자신조차 그가 실패할 것을 알고 있었지..."돈키호테" 또한 결국 현실에 패배했었기 때문이네.

자네는 스스로를 열두 번의 시련을 거친 헤라클레스,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 아라쉬와 지크프리드에 비교하지 않았었네.

자네는 스스로를 형편없는 갑옷과 노마를 끌고 미친 듯이 세계일주를 하나,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는 깡마른 노인에 빗대었지.

자네는 출발하기 전에 자신의 결말을 예상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연기처럼 흩어지는 것을 향해 쫓아갔었네.

젊은 '기사'가 내 앞에 설 때까지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지.

내가 정성을 다해 운영하던 이 곳을,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빼앗겼다'고 할 수 있네.

화가 난 나는 그의 의도를 물었을 때, 그는 오히려 나에게 더욱 어처구니 없는 답을 주었네.

그 젊은이의 눈에 비친 것은 자네와 같은 빛이었고, 내가 가장한 백월의 기사는 풋내기에게 져버렸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라고 한 것이네.

마지막으로, 자네가 시간을 거스르고 걸어가는 풍경을 상상하도록 허락해 주겠나. 내가 쓴 시편에 결말을 붙이려고 하네ㅡㅡ

기사가 그의 위업을 완성하지 못하자 그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고, 일말의 영광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알론소 키하노"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돈키호테 데 라만차"였다.


ㅡㅡ자네의 "카라스코"가, 남김.



세르반테스

...


둘시네아

세르반테스 씨, 무엇을 보고 계시나요?


하늘은 환하게 밝아졌고, 기계체 소녀는 풍차의 그늘에 서서 침묵하고 있는 창조자에게 물었다.


세르반테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결말을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몇 년 만에 들추어낸 노랗게 변한 편지지를 몇 조각으로 찢어서 손바닥에 받쳐 놓았고, 산들바람을 타고 종잇조각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흩날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세르반테스

둘시네아, 도시 내부의 기계체는 어떤가요?


둘시네아

이미 기계체의 83%가 콘스타레예에서 철수했고, 나머지는 떠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어요.


세르반테스

당신은 여기에 머무를 건가요?


둘시네아

...이 도시를 관리하는 기계체를 보좌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세르반테스

만약 그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면, 저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겠군요.

당신은요? 무언가 할 생각은 없나요?



세르반테스는 어떤 어두운 골목 모퉁이에 서서 조용히 저 멀리 일출을 바라보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방랑자

저는 이미 그녀들의 이야기를 목격했습니다.

이 추억은 힘이 되어 앞으로 귀담아들어야 할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겠죠.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세르반테스

그녀는 제가 추구하는 '답'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답이 없는 목표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었죠.

그래서 솔직히 말해 저도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승께선 기한을 두시지 않았으니, 저는 제멋대로 졸업 작품 제출 기한을 영구적으로 연장한 것이죠.

그리고 그 이상한 자들과 함께 지내던 날도 그리웠습니다.


방랑자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 당신의 연구와 무관한 장소를 만든 건가요?


세르반테스

훗...아마도 그렇죠.

이번에 돌아가면, 자신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서 여길 생각입니다.

당신과 그분...당신들 사이에 어떤 기이한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나요?


방랑자

...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나고' 저에게 올 것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지긍믄 아직 '끝낼' 때가 아닙니다. 그녀에게나, 저에게나.

아직 찾지 못한 것들이 많아, 그 말에 담긴 기대를 돌려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거슬러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시들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발걸음을 잠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지금의 제가 잊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ㅡㅡ

원래, 저...세레나에겐...

줄곧 돌아갈 곳이...존재했었다는 것을요.



일주일 후, 공중정원.



아합

최종 정기검사가 끝났으니 '퇴원'하셔도 됩니다, 트로이 씨.


트로이

고맙네, 아합...씨?


트로이는 회복실에서 일어나 앉아 수척해 보이는 늙은 연구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합

이곳에선 아무도 저를 경칭으로 부르지 않아요, 그냥 아합이라고 불러주세요.

베살리 주임은 여분의 기체 키트를 남겼고, 저는 그녀의 설명대로 손상된 부분을 교체했을 뿐입니다.

의식의 바다에 관해서는...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어요.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트로이

괜찮다. 나도 거의 익숙해지던 참이다.

베살리 씨는 왜 여기에 없는 거지?


아합

그녀는 다른 일로 바빠서...마인드 비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실례합니다. 트로이 씨 있나요?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지만, 아합이 온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전에 보안 자물쇠가 자동으로 열렸다.



트로이

어? 희한하구만,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올 줄이야...

노르만 도련님.



노르만

아하하하. 몇 년 동안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트로이 양.


트로이

겉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속은 이미 많이 망가졌다.

너야말로 그때 그 날뛰던 소년이 지금처럼 건들건들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 모습으로 변할 줄이야.


노르만

어이어이, 그렇게 모욕하지 마세요. 저는 스스로 꽤 훌륭하게 행동했다고 자부하거든요.


아합

두 분...전에 알던 사이인가요?


트로이

면역 시대가 끝날 시기까지 노르만 광업 그룹에 파견된 이래 그들의 보안 대장을 맡았었다.

당시 노르만 도련님은 콧물도 못 닦는 꼬마였는데, 가장 좋아하는 일은 돌이 갓 지난 여동생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노르만

그...오래전 일은 굳이 꺼내서 말할 필요 없지 않나요.

이야, 이거 아합 연구원이잖아? 오랜만입니다. 월면 기지 갔다 온 이후로 잘 지내셨나요?


노르만은 일부러 친근하게 아합의 어깨를 두드리며 옆으로 끌어당겼다.


노르만

트로이 아가씨랑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잘 아시잖아요. 구면인데 평소에 못 보던 사이라 이 기회에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합

암요암요, 비켜드리죠, 비켜드리겠습니다...


아합은 노르만과 트로이 두 사람을 남겨두고 의기소침하게 실험실을 떠났다.


트로이

...

말 돌리지 않고 물어보지, 날 보호관찰 명목으로 여기로 들여보낸 사람이 바로 너였나?


노르만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죠.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는 메뚜기이니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에요.


트로이

...결국 그 실험체는 쿠로노에도, 의회의 손에도 넘어가지 않았는데, 헛수고가 되어버린 셈이지 않나?


노르만

아니요...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결말인 셈입니다.

저는 그린스 씨와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히든 카드'인 이상 서두르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 손에 꽉 쥐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녀의 탈출은 우리의 손으로 비장의 카드를 잡을 기회를 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트로이

직접 나선다니, 맨주먹으로 그 실험체를 잡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노르만

그것말고...또 뭐가 있을까요?


노르만은 냉소적인 미소를 거두었고, 그의 매서운 눈빛은 트로이의 마음을 꿰뚫는 듯했다.


노르만

당신은 이미 우리를 한 번 도와주셨죠. 그린스 씨께서 타이밍이 아주 훌륭했다고 하셨어요.


트로이

참모장에게 보낸 우편물 말인가? 정해진 시간에 보내도록 설정했을 뿐이지, '트로이'라고 불리는데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너희 쪽을 선택한다면 '홍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녀들은 모두 나와 고난을 함께한 동료들로, 우리는 이미 깊은 우정을 쌓았다.


노르만

설마 당신은 정말로 그 소대에 정이 들었나요?


트로이

...내 말의 의미는 더 지불하라는 뜻이다.


노르만

성과만 낸다면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이건 그린스 씨가 전해달라고 부탁한 내용입니다만, 저는 그처럼 남을 윽박지르고 회유할 능력은 없어요.


트로이

그 외에 두 배의 월급과 유급 연차, 매주마다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와 철야 주휴일이 필요하다.


노르만

이게...하하, 이게 지금의 당신에게 의미가 있나요?


트로이

도둑의 소굴에 들어간 이상, 마음의 상처를 메우기 위해 물질적인 위안을 찾아야 한다.

내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면은 이미 형편없이 망가졌다고.



시카

이렇게 해서...마지막 임무 보고도 마무리되었어요.


시카는 전자문서가 관제센터의 클라우드 서버에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어 단말기의 가상 화면을 껐다.



아이라

고생했어요, 시카.


시카

아이라 씨야말로 고생하셨어요. 분명히 예술 협회에 아직 바쁜 일이 많은데도 시간을 내서 저를 도와줬잖아요.


아이라

저는 리더니까 제 몫이기도 해요.


시카

다만, 오늘부터 이 소대는...


결론만 놓고 보면 홍앵의 첫 임무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녀들은 콘스타레예를 조사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도시를 회수했는데, 이는 인류의 지상 재건 계획에 크나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편 멤버 중 한 명인 레나는 행방불명되었고, 트로이는 "보호관찰"을 이유로 소대에서 전출되었다.

여러 해 동안 잠복해 있던 암류가 이번 임무로 콘스타레예에 집결하면서, 공중정원 내 서로 다른 세력들이 제각각 말을 이어가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던 홍앵소대도 자연스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더 큰 소동을 피하기 위해 홍앵은 '무기한 활동 중단'으로 처리되었고, 소대의 편성은 앨런의 노력으로 유지되었지만 적어도 그 후 오랫동안 홍앵이라는 이름은 지상 임무 목록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시카

사실 해체한 거나 다름없는데…. 아이라 씨, 제가 소대와 상극(克死)인 체질을 타고난 걸까요?


시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처지를 자조했다. 그녀는 그 소식을 듣고 가장 실망한 사람일 것이다.


아이라

괜찮아요. 제 목숨이 억세게 질긴 편이라, 당신에게 그럽게 쉽게 죽진(克死)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소대라는 이름으로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시카

아이라 씨는 요즘 콘스타레예 일로 바쁘죠? 예술협회가 도시의 재설계와 재건 지도를 맡을 것 같은데요?


아이라

결국 그 녀석과 전부 약속한 일이니까요.

그가 콘스타레예를 남겨둔 것은 지금의 우리가 미켈레 선생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예요.

그렇다면 저는 당연히 이 도전을 받아들여야죠!



기계체는 떠나기 전에 소녀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세르반테스

공중정원이 정식으로 이 도시를 인수하기 전에,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습니까?


아이라

...정말로 콘스타레예를 저희에게 맡길 생각이에요?


세르반테스

당신들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남아 있는 기계체도 있습니다.

저는 예술 협회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를 바라며, 이것은 하카마와 스푸너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아이라

물론이죠! 기계체든 인간이든 예술을 갈망하는 자는 모두 예술협회의 동료니까요!

저와 앨런 회장님이 책임지고 끝까지 그들을 잘 보살필게요.


세르반테스

이 도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선생께서 구상하신 것처럼 완성되지 않을 운명이었습니다.

황금시대는 지나갔고, 콘스타레예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한동안 '그'의 뜻을 이어받은 예술협회가 콘스타레예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궁금하군요.


아이라

예술 협회뿐만 아니라 당신도 이 도시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나요?


세르반테스

무슨 의미인지...


아이라

당신이 만든 예술관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들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의 사고, 당혹감, 의문을 모두 그곳에 묻어놨고, 예술관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창작에 몰입한 당신과 서로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콘스타레예에는 당신만의 일부도 있으니까, 미켈레 씨도 그것을 보고 기뻐하실 거예요!


세르반테스

그런가요...

그럼,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을 이어나간다고 여기죠.

저는 이미 저의 답을 바쳤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콘스타레예'라는 시험 문제에 어떠한 답안지를 제출하는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아이라

에헤헤ㅡㅡ실제로 완성하기 전까지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미켈레 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어쩌면...우리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다음 시대'로 접어들게 될 거예요.

주어진 모든 기대를 감당할 수 있을지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신은 할 수 있어요ㅡㅡ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인간과 기계체가 이 도시를 보았을 때ㅡㅡ

그들은 분명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이라

결국 세르반테스는 레나의 정보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고 사실상 자신은 그녀에 대한 사실을 밝힐 입장이 아니라고 했어요.


시카

어쨌든 그는 자신을 '반동인물'로 규정했었죠.

홍앵의 활동이 정지된 지금, 우리만의 힘으로 그녀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요ㅡㅡ레나가 되었든, 트로이가 되었든 말이에요.

아이라 씨가 찾고 있는 그 친구분 역시 이번에는 놓쳤지만, 우리에게는 다음이 있잖아요.


아이라

결국 그녀는 스스로 떠나는 것을 택했고, 이것은 아마 그녀가 아직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녀의 신호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고, 그녀도 분명 자신이 목격한 풍경을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해요.


시카

맞아요. 분명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의 눈앞에 섰던 걸 거예요.

서로 힘내요. 아이라 씨...아니, 아이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아이라는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라

그럼 저도 제 할 일을 하러 가야겠네요.

안녕히, 홍앵소대의 지휘관.


구조체는 그녀의 지휘관과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짧은 만남은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환상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 만남으로 인해 이들의 삶의 궤적은 조금씩 달라졌다.

풀어야 할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임을 말해준다.

장편만화가 일단락되고 캐릭터들이 제각기 움직이다가 새로운 챕터에서 재집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들은 각자 선택한 길을 가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 결국 모두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어있을 것이다.



웰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악수였던 것 같습니다, 앨런.

당신은 홍앵소대가 지상 재건 계획의 시작점이 되기를 원했으나, 당신이 직면할 장애물을 과소평가했습니다.

가장 큰 공동의 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위협으로 뭉친 동맹은 더 이상 굳건하지 않죠.

'전후의 신세계'ㅡㅡ이것은 아마도 200년 전에 있었던 세계 대전 이래 인류가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케이크일 것입니다.

전쟁에서 침묵하던 진영도 행동에 나설 것인데 이런 배경에 비하면 예술협회의 힘은 아직 너무 미약합니다.


앨런

...바람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서라도 저희들은 무대에 올라왔어야 했습니다.


웰스

홍앵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던 시도였습니다. 설령 소대 편성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당초에 예상했던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앨런

웰스 참모장, 당신 말이 맞습니다.

오늘날 인류에게 있어 홍앵의 출현은 확실히 너무 일렀죠.

의회가 줄 수 있는 지지도 제한적이고, 지상 재건 계획 전체가 또 하나의 끝없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최고의 기사만이 최후에 웃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상'을 받을 수 있지요.

허나 웰스, 당신은 이 규칙이 마음에 듭니까?


웰스

...참모부의 역할은 인간이 가능한 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가장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계획의 실행을 방해하는 그 어떠한 요소도 싫어합니다.


앨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저는 이토록 정밀하게 머리를 쓰는 심술궃은 싸움에 서투르고, 단순히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ㅡㅡ홍앵도 그중 하나지요.


웰스

당신이 이렇게 순수한 이상주의자일 줄은 몰랐습니다만?


앨런

하하, 저는 어찌됐든 예술협회의 회장이니 그래도 인간 본성의 진선미를 믿고 싶습니다.

저는 홍앵의 성공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그것이 하나의 신호가 되어...먼 미래에 꽃피울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 씨앗은 싹을 틔울 것입니다.


웰스

당신의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 같군요.



지휘관

하지만 저는 그것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젊은 지휘관은 앨런의 말에 감회를 금치 못했다.


지휘관

노크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향후의 임무와 관련해 웰스 참모장님과 인수인계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웰스

들어오게,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앨런

그럼, 저 먼저 실례하죠?


웰스

아니요...다음 업무는 예술협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신도 들으시죠.


지휘관

참, 우선 이 보고서를 제출하겠습니다.


지휘관의 보고를 받은 웰스는 습관적으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웰스

이젠 군의 승진 명령을 몇 번이나 거부했는지도 모를 일이군. 자네 쌓은 무공은 사령부에서 요직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해.


지휘관

이런 성과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웰스

만약 자네가 정말로 현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의 영향력을 보다 더 잘 활용해야 해.

지휘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제한적이네.


지휘관

물론 선전업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휘관으로서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 자리에 있기에 더 잘 보이는 일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앨런

허허, 역시 아이라 양이 반한 인물다워.

그레이 레이븐 소대…어떤 의미에서는 당신들이 없었다면 모든 것의 시작도 없었지.

나는 당신들의 다음 행보가 매우 기대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지휘관

혹한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가기 전에 누군가가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이것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책임입니다.

또한 '저'의 원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