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의 연회장은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시상식 시간이 다 되었고, 행사장 배치와 참석자 명단은 예술협회가 이번 행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라는 무대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그녀는 새로운 코팅으로 교체했다.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쓴 드레스 스타일의 특수 디자인으로 장중해 보이면서도 아티스트의 새로운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ㅡㅡ



아이라

지휘관! 이거 내가 새 기체를 위해 디자인한 코팅이야!

제작이 끝나자마자 입고 와서 지휘관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는 거야! 어때? 독특하지?

드레스핏의 특별한 디자인으로 점잖으면서 아티스트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았어. 넥라인 디자인이 엄청 마음에 들어.


지휘관

이뻐.


아이라

이쁘지!


아이라는 가볍게 턴을 돌며 새로 갈아입은 코팅을 자신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라

이것은 내 신기체의 첫 번째 코팅이니까 당연히 진지하게 임해야 해.

이 핑크색은 내가 특별히 만들었다구...



아이라는 연회장 시상대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이어갔다.


아이라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는 많은 영웅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몸을 바쳐 인류의 보금자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을 불태우고, 세계 문명을 재건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갑니다.

우리는 어쩌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그런 영웅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손에 든 붓으로 그들의 업적을 다른 형태로 전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록하고, 서술하고, 생각합니다.

불꽃처럼 빛나는 영웅정신은 언제나 우리를 이 예술 작품의 발전 방향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예술 협회는 아마 이쪽 무대의 불빛을 전문적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라의 연설과 함께 바닥에 금빛 별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이라의 눈동자에는 금빛 유광이 비치고, 무수히 많은 찬란한 별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무대의 황금빛 빛줄기 속에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옆으로 기울여 자신의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뮤즈.

왠지 며칠 전 옛날 신화책에서 본 명사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의 아이라는 마치 그 신화책에 나오는 예술을 관장하는 요정 같았다.

습관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공책을 꺼내 망설임 없이 시상대 위 소녀의 모습을 간략하게 그렸다.


아이라

ㅡㅡ시간은 흥망성쇠를 멈추지 않으나, 예술만큼은 영원합니다.

다음 봄, 꽃들이 다시 새싹을 틔울 때, 오랫동안 잃어버린 사랑과 아름다움이 함께 흙에서 피어나오길 바랍니다 ...


조명이 어두워지고 주변의 시끄러운 분위기가 자신의 생각을 도화지로 끌어 냈다.

아이라는 연설을 끝냈고, 앨런은 무대에 올라 간단히 요약하고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아이라

지휘관! 이쪽이야!


연회장 테이블에서 아이라는 힘껏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대 위 불빛의 온도가 높았는지, 무대 뒤에서 축하주를 마셨는지 아이라의 뺨에 홍조가 띠어있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녀는 옆 테이블에서 의알코올성 전해액 한 잔을 집어들고 그녀를 따라 옆문으로 빠져나오라고 몸짓을 했다.



옆문 밖의 작은 광장, 밤이 되자 가로등이 켜져있었다. 모두가 연회 중 사교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서 여기는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다.


지휘관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아이라

이미 매니저랑 인사했어. 아마 나 대신에 다른 문제를 해결해 줄 거야.

이런 자리에서 지휘관을 만나야지, 다른 사람을 상대할 시간 없다구.


아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을 가슴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말아올렸다.



아이라

아니면 혹시 다른 볼일이라도 있어? 지~휘~관?


지휘관

휴식 시간은 아직 2시간 남았어.


아이라

흐흥, 그럼 됐어.

아까 지휘관이 내 발언을 집중해서 듣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거든!

이건 옳지 않아. 지휘관이 온다고 해서 연설 원고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썼는데!


지휘관

집중해서 들었어.


아이라

어? 정말? 지휘관은 어떤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지휘관

'시간은 흥망성쇠를 멈추지 않으나, 예술만큼은 영원합니다.'


아이라

마지막 두 마디밖에 못들었지!


아이라는 화난 척하며 두 손을 가슴에 안았다.


아이라

지휘관이 공책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노리고 있었어! 뭔가 새로운 작전 계획이나 지난 회의의 총결산 같은 게 분명한데….


지휘관

...


아이라는 호시탐탐 노리는 눈빛 아래 서슴없이 막 그림을 그린 페이지로 노트를 넘긴다.


지휘관

이것이 바로 아까 전 '회의의 총결산'이야.



아이라

어???

나를 그린 거야?


아이라는 매우 놀랐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노트에서 페이지를 꺼내 가로등 아래에서 자세히 감상했다.


아이라

늘었네, 지휘관~

이쪽에 형체 처리 잘 해놨네, 저번에 나왔던 투시 문제도 이번에 고쳤고….


컵 안의 액체를 두 모금 삼키자 아이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가로등이 굴절되는 가운데 그녀의 눈에는 윤기가 감돌았다.


아이라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있어.

이렇게 밝은 광경에 어떻게 색채가 없을 수 있어?


지휘관

물감을 안 가져와서...


아이라

물감? 그림 그리는데 물감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예를 들어서...


입꼬리를 치켜든 그는 컵에 담긴 금색 액체를 손에 담그고 그림 속 소녀 주위에 뿌렸다.

알록달록한 빛이 화지에 잔잔한 유채를 수놓아 찬란하게 빛났다.


아이라

누가 반드시 물감이 있어야 색채를 표현할 수 있다고 했을까?


아이라는 '색깔'을 입힌 도화지를 보여주며 눈동자에 작은 득의양양함을 드러냈다.


지휘관

아름다워.


아이라

아직 안 끝났어.


아이라는 신비롭게 자신을 향해 집게손가락을 세웠고, 그녀는 그 그림을 들어올리고는ㅡㅡ

'치익'

불이 붙는 소리다.

타오르는 주황색 불길이 화지에 다가왔고 불꽃이 종이 위의 선을 흐리게 했다.

그녀는 그 스케치에 불을 붙였다.


아이라

이거...신기하지 않아?


종이에 액체를 바른 방향으로 불길이 번졌고, 도화지 위의 소녀는 마치 불꽃에 춤을 추는 듯 알코올로 붉게 물든 아이라의 뺨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 모든 것이 의알코올성 전해액의 발화점과 부식성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휘관

신기해.


눈이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휘어졌고, 아이라는 도화지에 붙은 불을 끄고 도화지를 들어올렸다.

그 타오르는 불꽃 문양은 가로등의 빛을 드러내며 그림 속 소녀 뒤의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아이라

이 그림도 나한테 줘.

꼬옥 잘 간직할게~


자신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았고, 아이라는 자신이 번복할까 봐 들고 있던 그림 클립에 곧바로 그림을 집어넣었다.


아이라

어...매니저한테 메세지가 온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아직 지휘관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지휘관

다음 기회가 있잖아.


아이라

음...그렇지. 다음이 또 있으니까.

그럼 같이 연회장으로 돌아가자. 이번에 주문한 과자 꼭 먹어봐, 정말 맛있어….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가로등이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길게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