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

...지휘관, 뒤를 조심해!


침식체

치이익ㅡㅡ!


권총을 뽑고 기민하게 피한 뒤, 서슴없이 뒤를 향해 총을 격발했다ㅡㅡ


침식체

치이익ㅡㅡ!!


침식체의 눈에서 붉은 빛이 사라지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라

지휘관, 괜찮아?


지휘관

아직 괜찮아.


자신의 상처를 간단히 살펴봤지만, 다행히 피부 외상뿐이었다. 응급처치를 한 뒤 아이라 측도 서둘러 전투를 끝냈다.


아이라

일단 이쪽은 안전하지만 그 녀석들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어.

퍼니싱 바이러스의 농도는 여전히 높아...


지휘관

결국 저쪽에 황금시대의 기계 공장이 있으니까.


기계공장의 무인 작업장은 자동으로 가동되고 있어 자재만 남아 있으면 얼마든지 더 많은 기계를 생산할 수 있다.

아이라의 핑크색 머리카락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뿌옇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아이라

작전하기 전에 미리 이 기계공의 발톱을 조사했어야 했는데….


지휘관

이것은 돌발 상황에 속해.


확실히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하루 전.

지상에 고립된 고고학 원정대를 구조하기 위해 예술협회에 협조하라는 임무 통보를 받았다.

고고학 원정대는 비정상적으로 나타난 침식체에 의해 폐보육구역에 갇혀 있었고, 임무가 복잡하지 않아 군은 구조체 1명만 파견했다.

정각에 준비실에 도착하니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ㅡㅡ



아이라

지~휘~관!


지휘관

아이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아이라

그야 당연히 내가 임무를 발기했으니까 그렇지~

예술협회가 곤경에 처했는데 도와주는 게 당연하잖아~구조체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휘관의 협동이 필요한데, 제일 먼저 지휘관 생각이 났어!

지휘관과 단둘이서 임무를 수행할 일은 드물어. 이건 보통 얻기 힘든 기회가 아니라고.


아이라는 신을 내며 팔짱을 끼었다.


지휘관

지휘센터가 사전 조사 상황은 하달했어?


아이라

여기 다 있어!


그녀는 단말기의 홀로그램 화면을 꺼내어 한 줄 한 줄 읽었다.


아이라

예술협회 고고학 원정대 중 한 분대가 지표면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왔어.

이들은 이 중 한 곳에서 폐보육구역에 위치한 문화재를 회수하다 예상치 못한 침식체 무리에 갇혀버렸대.

이 고고학 원정대에는 공격형 구조체가 없어 공중정원에 구조를 요청하는 통신을 보내왔어.

아, 뒤에 분대 명단도 첨부해놨는데 한번 받아볼래?


지휘관

꽤 능숙한걸.


아이라

물론이지. 나도 훌륭한 구조체 전사거든.

이 근처에 기계 공장이 있지만 퍼니싱 바이러스의 이상 농도는 표시되지 않았어.

인근 지형 동향을 살펴봤는데 기계 공장의 침식체는 보육구역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지휘관, 출발하자. 이번에 함께 작전을 펼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어.



임시 대피소에서 아이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의 허름한 보따리를 노려보았다.


지휘관

바깥 상황은 어때?


다른 화제로 아이라의 주의를 살짝 돌리려 했고, 아이라는 역시나 이를 낚아채고는 손목의 단말기를 만지기 시작한다.


아이라

지휘센터는 우리의 지원 신호를 받았고, 방금 인근 집행부대를 기계공장으로 파견해 진원지를 해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다행히 방금 지휘관이 상황을 통제해줬어. 나 혼자라면 그렇게 많은 고고학 대원들을 보호할 수 없었을 거야.


지휘관

아이라도 잘했어.


아이라

...


아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상처 주위에 시선이 오갔다. 그녀는 여전히 다소 우울해 보였다.

또 다른 침식체가 이 임시 대피소로 돌진했고, 불완전한 기계 부품이 이색적인 불꽃을 공중에 튀겼다.


침식체

치이익ㅡㅡ!!!


아이라

아뿔싸, 지원이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지휘관

침착해, 아이라.


움직이기엔 아직 사지에 고통이 가시지 않아 단말기에 기록된 근처의 지형도를 호출했다.

아이라 혼자서는 모든 고고학 대원들을 보호할 수 없으며, 이 버려진 보육 구역의 뒤쪽에는 고고학 팀이 올 때 운전하던 소형 적재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옆문이 있었다.

부상자들을 그곳으로 옮기기만 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한 가닥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침식체들의 관심을 돌리고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간단한 이동 명령을 내렸고, 아이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지시에 따라 뛰쳐나갔다. 행동 능력이 있는 몇 명의 대원들이 아이라의 행동을 엄호했고 부상자들은 우측 후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형도에 따라 침식체가 돌진할 수 있는 경로를 막고 침착하게 엄폐물 뒤쪽에 서서 침식체를 향해 권총을 뽑았다.

이 공세만 견디면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작전 태세에 돌입한 아이라는 의외로 침착했고, 광선총창은 손으로 붓을 놀리듯이 날렵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포위하고 있는 적들을 피하고 손을 돌려 다른 침식체를 물리쳤다ㅡㅡ


지휘관

(격발)


고고학 대원들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적을 물리치고, 나머지 침식체들은 총소리에 이끌려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식체의 관심이 모두 이쪽에 집중된 틈을 타 아이라는 손에 든 총창을 휘둘렀고, 화려한 빔이 하늘에서 빛나는 궤적을 깨고 마치 환색 붓이 하늘과 땅 사이에 장밋빛을 비추는 것 같았다.

단말기에서 똑딱거리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미리 옆문에 옮겨놓은 부상자들이 보낸 메시지였다ㅡㅡ


지휘관

아이라, 지원군이 왔어!


보육구역 외곽에서 교전음이 들려왔고, 단말기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지원 온 집행부대원들이 이미 그 공장을 에워쌌다.


보육구역 내부의 마지막 침식체를 처리한 아이라는 서둘러 벽을 넘어 자신의 곁으로 달려갔다.


아이라

지휘관, 괜찮아?


지휘관

응.


다만 방금 격렬한 움직임으로 상처가 터졌고, 간단하게 싸맨 붕대에 다시 피가 묻어났다.


아이라

내가 다시 감아줄게...


아이라는 자신의 작전 가방에서 다양한 부품과 붕대를 뒤졌지만 유독 쓸만한 약품은 없었다.

그녀는 낙담하여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맥없이 앉아 있는데, 모처럼 허망한 표정이었다.



아이라

지휘관, 나...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무릎을 끌어안고 다시 침묵에 잠겼다.


지휘관

아이라, 이게 뭘까?


땅바닥에 그을린 나뭇가지 한 토막을 주워 간단히 드로잉을 하자, 지저분한 붕대 위에 우는 캐릭터의 아이라가 나타났다.


아이라

ㅡㅡ야, 이런 못생긴 모습 그리지 좀 마.


아이라는 얼굴의 얼룩을 지우고 싶었지만 손에 묻은 먼지와 순환액 때문에 도리어 얼굴이 더욱 화려해졌다.


지휘관

(캐릭터 아이라의 얼굴에 몇 획을 더한다)


캐릭터 아이라는 분장한 아이라로 변신했다. 얼굴을 찡그린 모습은 지금 아이라의 표정과 거의 똑같았다.


아이라

ㅡㅡ피식.


아이라는 마침내 얼굴을 찡그리며 웃음을 터트렸고, 여전히 감정이 고조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낙담하지는 않았다.


지휘관

내 걱정은 너무 안 해도 돼.


자신이 여지껏 맞닥뜨렸던 위험에 비하면 사소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아이라

난 단지ㅡㅡ


아이라는 무릎을 껴안고 눈을 돌렸다.


아이라

나는 지휘관과 함께 지상에 착륙해 임무를 돕겠다고 신청했지만, 지휘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어.

임무 협조 신청을 할 때, 줄곧 지휘관이 조금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번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어.

모든 것을 미리 조사하지도 않았고, 지휘관용 의약품 의료용 가방도 준비하지 않았고, 나는...


지휘관

아이라는 혼자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


아이라

...맞아.


아이라는 입술을 오므렸고, 눈동자에는 희미한 빛이 비쳤다.


아이라

우주정거장의 일이 있은 후 회장님은 세레나를 찾는 고고학 원정대를 조직했었어.

처음에는 모두가 신이 나서 이 작전을 '고래 찾기 작전'이라고 불렀어.

하지만 이 작전은 고고학과는 달랐어. 고고학은 매번 예술품을 발굴하는 즐거움을 누려. 하지만 '고래 찾기 작전'은...

매번 발견할 수 있는 거라곤 끝없는 실망뿐이었어.

비록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다른 멤버들이 스스로 헛된 짓을 한 것에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나서 나는 자진해서 그 작전을 중지하고 혼자서 세레나의 노래를 계속 찾겠다고 결심했었지.

나와 계속 동행하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완곡하게 거절했어.

그래서 홍앵소대를 결성하기 전까지 나는 줄곧 혼자였어.

역시...다른 작전이나 전투와 달리 이런 건...


아이라는 말을 계속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은 자기도 잘 알고 있다.

아이라는 홀로 임무를 띠고 세레나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혼자서 싸우고, 움직이며, 혼자서 고래가 헤엄치는 방향을 찾고 있다.


지휘관

아이라도 엄청 외로웠구나.


아이라

...


아이라의 맑은 두 눈에 막막함이 스쳤다.


지휘관

아이라는 확실히 우수한 구조체 전사야.

하지만 '동료'의 정의란, 서로 책임질 수 있고 상호 의존할 수 있다는 뜻이야.

'상호 의존'이란 너의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뜻이지.

승리의 성과도, 패배의 쓴맛도 함께 나누는 거야.

그러니까 상대방이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상대방에게 의지해 보는 건 어때?


아이라

...그런 거야?


지휘관

틀림없어.

다음엔 나에게 의지해 보는 건... 어때?


아이라

지휘관에게...의지해?


지휘관

그래, 이번 작전처럼?


이번 상황이라면 아이라 혼자서도 대부분의 고고학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필사적으로 가져온 예술품들은 손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신분을 막론하고 아이라 역시 단 한 사람일 뿐이다.


지휘관

나까지 합치면, 우리는 두 명이잖아!


아이라

푸...이상한 논리야!


입으로는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아이라의 표정은 확실히 밝아졌다.



아이라

그렇게 말해도 지휘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내가 지휘관에게 어떤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혹시...조각해줄까?


지휘관

?


아이라

전에 내가 그려준 그 사진 기억나? 그, 키가 2m21cm인거!


지휘관

??


아이라

내가 그 그림을 조각으로 만들어서 지휘관에게 보내줄게! 아니면 3D 프로젝션 아트를 더 좋아해? 아니면...


지휘관

...그냥 내가 너의 첫 번째 관객이 될 수 있게 해줘.


아이라가 더 엉뚱한 제안을 하기 전에 입을 열어서 아이라의 발산적 사고를 제때 멈추었다.


아이라

첫 번째 관객?


지휘관

아이라는 전시회를 자주 열지 않아?

만약 내가 시간이 된다면 다음 전시에서 나를 첫 번째 관객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때?


아이라

어, 이게 뭔 보상이야...


지휘관

대예술가 아이라의 작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보상이라 할 수 있지.


아이라

음...그런가?

하지만 나한테는 전혀 '보상'이 아니야.

왜냐하면 나로서는 전시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내 작품이라면 지휘관이 첫 관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왔으니까!


마치 하늘에서 작은 별이 쏱아지는 것처럼 아이라의 눈이 반짝였다.


지휘관

나에게는 이것이 최고의 선물이야.


아이라

그럼...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

나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지휘관을 초대해서 내 새로운 작품을 보게 하는 거야!


익숙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이라는 다시 한번 자신만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황량한 보육 구역에서 소녀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아이라

방금 문득 생각났는데,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둘만의 종말여행'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어떨까!

제 1부는....이 폐보육구역을 소재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