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님, 접니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죠.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일찍이 난제에 봉착했을 때 이렇게 말했었죠,

결국에는 해결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제가 손쓸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모델의 적응성을 갖추는 일까지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세상의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구석에서 누군가를 데려오는 것처럼요.

당신은 그리 오랫동안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했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

저는 당신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방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물건의 배치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이 또한 당신이기에 정상이겠죠.

그러니까 당신은 돌아온다는 거죠?


지휘관님

통신장치가 또 고장난 줄 알았어요.

리브예요.

지휘관님의 목소리를 정말 오랜만에 듣는 것 같아요.

지휘관님, 기억하시나요?

이전에 저희가 지상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주웠던 식물 종자 말이에요.

지금은 모두가 그것을 보살피고 있고

서서히 싹이 트기 시작했어요.

지휘관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 날이면

저도 가끔씩 그 아이와 얘기를 나눈답니다.

루시아가 더욱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 걱정스러워요.

리 씨가 더 많은 책임을 짊어지는 것에 대해 자책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여전히 가장 드는 생각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그리움이랍니다.

참, 휴게실에는 항상 당신이 좋아하던 것이 놓여 있어요.

저도 최근에 요리를 하나 배웠거든요.

지휘관님이 돌아오시면 같이 먹어보도록 할까요?

조금이라도 빨리 당신과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예전처럼 함께 작전을 계속 해 나가는 거예요.


여보세요, 지휘관님이신가요?

루시아예요.

지난번에 교신한 뒤 꽤 오랜만이네요.

최근, 제 기체는 늘상 알 수 없는 교란을 받고 있어요.

지휘관님이 곁에 없다는 것에 적응이 안 되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요?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곘네요.

할당받는 임무가 줄어든 후, 취미를 하나 찾았어요.

네, 아마 천문관측이라고 하는 활동이겠죠.

가끔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같은 궤도에 떠있는

하나의 별처럼 느껴져요.

거리가 멀더라도, 발광하는 빛이 서로를 잇고 있어요.

그리고 지휘관님은, 그중에서도 제일 밝은 별이랍니다.

당신이 있다면,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방향을 잃을까 두렵지 않아요.

지휘관님이 임무를 순조롭게 완수할 수 있길 바랄게요.

저희는 그레이 레이븐의 자리에서 당신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Hola amigo,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아, 무슨 방법으로 당신과 교신을 했냐고 묻는다면,

하하, 약간의 트릭을 썼을 뿐이야.

너희 공중정원의 단말장치를 쓴 것일 수도 있겠지.

엄청 낡았어.

이런이런

당신의 이런 경계하는 모습, 꼭 마치 내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잖아.

시나리오의 특정 시간대에 뭔가 튀어나올까 걱정하지 마.

걸림돌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악역 배우로서의 기본 소양이거든.

지금은 말이야, 아직 때가 아니라고.

오늘도 그래.

그냥 인사나 나눌까 싶어서 연락한 거야.

하지만 만일 이 행동이 당신을 감동시켜,

당신으로 하여금 빛을 버리고 어둠을 쫓도록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승격자 연합에 가입한다면,

나, 승격자 롤랑 또한 기꺼이 당신의 새로운 가이드가 되어줄 테니까.

하하하하

농담 좀 해봤어.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너와 다시 만나게 될 날이 기대돼.

어쨌든 모처럼 그런대로 재미있는 상대를 만난 거잖아.

그때는 또 어떤 대본이 쓰여지게 될까?


신호가 또 차단된 건가?

흥, 됐어.

오랜만이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네가 이 음성 메세지를 받을 때면, 나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을 테지.

최근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아마 너의 주위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이것 또한 떠나기 전에 너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이유기도 해.

너의 응답을 기대하지.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당분간 알려줄 수 없어.

하지만 만약 관심이 있다면, 이번 여정에서 돌아오길 기다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차 키는 내가 저번에 있던 곳에 둘게.

자, 시간이 늦었어.

나도 이제 출발할 준비가 되었어.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 전에,

쉽게 죽지 마.


오랜만이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내가 누군지 너에게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용감한 행적은, 언니와 나도 어느 정도 들었어.

도대체 무엇을 대가로 너희들이 말하는 세상의 새로운 탄생을 얻게 된 걸까?

절망의 토양도 생명의 꽃을 피울 수 있어.

인류의 완강함이 다시 신의 예상을 벗어났지.

하지만 그 높은 탑에겐 여전히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

승격네트워크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어.

요즘 언니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네가 알 만한 일이 아니야.

오늘의 경고도 무심코 보낸 연락일 뿐이야.

듣기로는 너는 또 지난번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한다며?

나로서도 관측할 수 있는 대상이 하나 사라지는 것에 불과해.

그럼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