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울리던 조수의 소리는 이제 완전히 멎어들었다.

눈을 뜨자, 이미 새롭게 변한 세계를 목격하였다.

탁 트인 풀밭은 옅은 붉은색을 더했고, 이름 모를 식물이 나무뿌리에 감긴 채 흙 속에서 싹을 틔웠다.

밤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공기 중에 약간 습한 느낌이 나는 향기가 가득하다.

그 전에는 자신이 이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이렇게 분명하게 인식한 적이 없었다.

앞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막연히 느껴졌다.

그래서 걸음을 옮겨 밀림의 더 깊은 곳으로 갔다.

이 직감은 잠시 후 이내 화답을 하였다.



???

...

오셨군요.


붉은 눈동자를 한 소녀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녀는 고목 그늘에 기대어 앉아, 손에 막 딴 선홍색 들꽃 한 송이를 쥐고 있었다.


【크레도.】


크레도

다행이에요. 제 이름을 잊지 않으셨네요.

반가워요...작별인사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당신의 선택으로 세상이 본디 되어야 할 모습으로 바뀌었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것은 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어요.


【...】


크레도

걱정 마세요. 이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처음에 제가 당신에게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제가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에요.

당신의 여정이 어떤 종점에 도착하든...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겠다고요.


【이미 '종점'에 다다른 건가?】


크레도

...그래요.

어떤 의미로는, 이곳이 바로 종착점인 셈이죠.

축하해요. 당신의 여정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저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붉은 꽃은...아직 세상 곳곳을 채우지 못했죠.

저는 이것이 '새로운 생명'을 대표하는 꽃씨로서 눈에 보이는 모든 장소에 뿌리고 싶어요.

당신도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겠죠?

이 다음...마지막 순간까지 저와 함께 있어 주시겠나요?


【원하는 대로.】

【아니.】 ← 선택


크레도

하하...정말 원치 않으셨더라면 제 앞에 서 있지 않으시겠죠.

이것은 당신이 선택한 결말, 당신과 제가 약속한 계약입니다.



그녀는 일어나서 자신의 손을 잡았다.


크레도

우리는 당신이 바랐던 이 세상에서 계속 여정을 이어나갈 거예요.



계약

새로운 계약을 맺었고, 소녀는 당신과 함께 "신세계"의 여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