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고어 대사 주의!!!


 






대지와 하늘 사이 6,400km의 거리를 두고 유성 꼬리의 불꽃이 하늘가로 사라졌다. 비록 서로 다른 피가 흐르나, 뗄 수 없는 얽힘은 여전히 그녀들을 단단히 연결했다. 

 



채널 잡음: 이건 아마도 함정에 불과할 거야. 성의는 단지 다른 꿍꿍이를 드러내는 거일 거고.

 


어둠이 짙어지자 발소리만 들리던 청각 모듈에서 익숙한 잡음이 들린다. 

 


알파: 공중정원이라면 이렇게 번거로운 함정을 둘 필요가 없어. 

 


알파는 이러한 잡음이 나타나는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순간 그녀는 이러한 잡음을 빌려 유동적인 사고방식을 펼치는 걸 개의치 않는다. 

 


채널 잡음: 너는 적이 공중정원에서 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알파: ……


채널 잡음: 등질래? 아니면 믿을 거야?


알파: 덫이라도 충분한 미끼를 놓아야 해. 

 


빠르게 달리는 과정에서 알파의 눈길은 미행하거나 매복한 흔적이 없는지 구석구석을 훑는다. 

 


알파: 나는 그 탑 근처에서 운을 시험하는 것보다 내가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선택할 거다. 


채널 잡음: 하지만 그것도 결코 완전한 확신이 아니야.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갖지 못할 거야.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


알파: 난 이미 배신의 대가를 보았기 때문이지. 


채널 잡음: 세상에 공짜는 없어. 권리와 의무는 천칭의 양쪽에 동등한 칩으로 존재해. 

 


알파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예전처럼 머릿속의 잡음을 무시하려 한다. 

 


채널 잡음: 일시적인 도피는 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할 때에만 가능한 거야. 그리고 이미 값을 치를 때가 왔어. 

 


착각인지 머릿속의 잡음에서 자조에 가깝게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알파: 도피? 나는 처음부터 대행자가 될 생각이 없었어. 

 


그 비오는 밤 이후에 그녀가 무거운 군복을 벗은 후, 알파가 하고 싶었던 일은 단 한 가지 뿐이다……

 


채널 잡음: 루나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

 


알파는 잠시 멈추었다가 계속 자갈과 벽돌을 넘어 목표물을 향해 나아간다. 무의미한 분노는 현재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식의 바다의 감정 격동은 오히려 어떤 사물이 싹을 틔우도록 유도한다. 알파는 침묵으로 맞섰지만 빨라진 발걸음과 더 이상 두리번거리지 않는 눈빛은 그녀의 불안함과 반대된다. 


 

채널 잡음: 그녀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것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했어. 너네들은 이미 혈연을 잃었는데, 이제 승격자의 이 마지막 연결고리도 잘라내려는 거야?


알파: 비록 체내에 더 이상 같은 피가 흐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소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달빛이 발밑의 길을 가리킬 수는 없지만, 38만 km 떨어져 있는 이 위성이 굴절시킨 빛은 알파에게 어둠이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알파: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승격 네트워크가 루나를 선택했고, 나도 똑같이 그녀를 선택했어. 

 


청각 모듈 속 잡음은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치 구식 자동응답기를 귓가에 갖다 대는 것 같았다. 전자음이 천천히 짧은 말로 합쳐진다. 

 


채널 잡음: 승격 네트워크가 그녀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녀가 승격 네트워크를 선택한 거야. 

 


...

 


몇 개월 전, 도시 유적지 아래.

 


 

 


부두?: 죽여버릴 거야……

 


날개의 잔해는 움직일 수 없는 잔해에 덮여 있었고, 발톱도 가지런히 잘려있었다. 일어서서 앞에 있는 사냥감을 찢어 버리려 해도 조종할 수 있는 관절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서진 흉강에서 말할 때의 공기가 갈라져 나와 풀무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알파는 태도에 묻은 순환액을 털어냈지만 납도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한 방향을 노려보며 등 뒤에서 나는 미친 소리를 못 들은 척했다. 

 



 

잠시 후 알파 앞에 보라색 구조체가 나타났다. 그 아래에는 특이한 모양의 의자가 있었다. 

 


혹사: 그냥 떠나는 게 어때. 나를 봐도 기뻐하지는 않을 거잖아. 그렇지? 루시아……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이 이름이 알파의 의식의 바닷속에 약간의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물 위에 낙엽이 앉은 듯 잔잔한 물결은 금방 사라졌다. 

 


알파: 여긴 무슨 일로 왔나?


혹사: 나는 지금 단지 내 동료를 데려가려고 할 뿐이야.


 

이 대답을 듣고 마음속의 궁금증을 해결한 알파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칼을 거두어 기지 밖으로 향했다. 

 


부두: 혹사, 그녀를 붙잡아!


부두?: 죽여버려, 저년을 쳐 죽여. 죽어도 저년이랑 같이 죽어……하……아니, 더 비참해야 해.


혹사: ……우리만으로는 할 수 없어. 그리고 선생님의 명령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더 이상 말하지 마. 그러면 더 고통스러울 뿐이야. 종이학, 그녀를 데리고 가. 

 


말이 끝나자 혹사 아래의 의자는 긴 뱀 같은 모양으로 변하여 부두를 살며시 말았다.

 


부두?: 너 뭐 하는 거야, 내려놔! 저년이 가게 놔두다니……쿨럭……

 


혹사는 기지 입구까지 이동한 알파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사: 너는 나를 죽이지 않는 거야?


알파: 나는 의미 없는 일은 안 해.


혹사: 적어도 기분은 풀 수 있잖아.


부두: 야, 혹사!


혹사: 걱정하지 마. 내가 죽더라도 종이학이 널 데려다 줄 거야.


알파: ……너를 완전히 죽일 방법이 있다면, 아마 그렇게 하겠지. 그 당시 네가 없었더라도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다른 승격자와 연락할 수 있었겠지. 비극은 조만간 일어날 거야. 단지 낮인지 밤인지의 차이일 뿐이고. 난 이미 공중정원과 아무 관련이 없어. 과거의 그늘에 빠자기보다 더 중요한 일을 완성해야 해.


혹사: 그렇구나……비록 선생님께서 다르게 생각하실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네 소원이 실현되길 바라.

 


알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백색의 긴 머리는 유적 출구로 사라졌다.

 


부두?: 다음에는 반드시 죽일 거야! 더 강한 발톱으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거라고! 더 빠른 날개로 가지고 놀아주겠어!


혹사: 넌 포기하는 게 좋겠어. 계속 위세 부려도 결국에 상처받는 건 자신이야. 


부두?: 저년의 다리를 자기 입에 쑤셔 넣게 할 거야! 안구를 도려내고 순환액으로 눈앞을 채워주지!


 

부두는 더 이상 바깥 세상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가슴의 순환액이 종이학의 꼬리를 타고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미친 내용을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혹사: ……안심해. 로키든 부두든, 최선을 다해 구해줄게.


 

...

 



 

통신 내용을 들은 알파는 가장 빠른 속도로 그 유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롤랑과 부두를 앞질러 달에 가서 루나를 찾으려고 했지만, 먼저 출발한 그들은 그녀보다 먼저 우주선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부두와 대치하던 중 승격자인 알파는 황급히 달려오는 네 번째 사람을 눈치챘다. 본ㆍ네거트가 이런 후수를 두었으니 알파도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롤랑과 함께 우주선에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느 쪽이든 루나를 구출하는 데 유리한 방향은 아니다. 루나가 어떻게 되든, 알파는 루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본ㆍ네거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대행자가 방해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알파는 이번 구조의 성공 확률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롤랑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맡겼다. 자신의 말이 루나에게 전달됐을까?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그 후엔 어떤 선택을 할까? 백발의 승격자는 황야를 홀로 걸으며 다른 사람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 않았다. 갑자기 그녀는 무슨 말을 들은 듯 고개를 살짝 들어 동틀 무렵에 가까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유성이 하늘을 가르며 검은 커튼을 찢고, 천천히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알파: 루나……

 


대지와 하늘 사이 6,400km의 거리를 두고 유성 꼬리의 불꽃이 하늘가로 사라졌다. 비록 서로 다른 피가 흐르나, 뗄 수 없는 얽힘은 여전히 그녀들을 단단히 연결했다. 알파는 넋을 놓고 있다가 한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알파가 도착했을 때 태양은 대지를 향해 그것의 첫 번째 빛을 던지고 있었다. 손질하는 사람도 없이 제멋대로 자란 피나무는 이미 낡은 집보다 높았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내리고, 은백색의 소녀에게 백반(白斑)이 감돌았다. 그녀는 눈앞에 이미 썩은 나무 울타리를 보고 있었다. 떠날 때, 그녀는 아직 그 높이의 절반도 건드릴 수 없었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누군가 다가오는 걸 눈치챈 소녀는 뒤돌아본 뒤 자신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을 봤다. 그냥 가만히 보고 싶기도 했고,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싶기도 했고, 모든 게 다 말없이 아름다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루나: 언니, 나 왔어.


알파: 응.

 


알파는 몇 년 전처럼 석판을 들고 루나에게 다가갔다. 다만, 그때만 해도 이곳은 아직 잡다한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