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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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렷한 "꿈"을 꾼다. 방관자로서, 자신의 일생에 대한 "꿈"을 주시한다.



처음에, 나는 외로운 인간들에 의해 설원에 버려졌고, 교회에서 수녀가 되었다.

결국, 나는 다시금 신조를 거스르는 마녀로서 이곳에 돌아와 방황하는 침식체로 변한다.



"마녀"...그래, 수녀였을 때부터 나를 "마녀"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길, 내가 있는 곳마다 항상 누군가가 죽거나 실종되고, 혹은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을 모살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음을 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지만, 그때, 나는 그것을 해명하지 않았다.

"마녀"가 정말로 비앙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마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마녀" 때문에 신의 가호가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며, 이 "마녀"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를 증오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누구를 비난해야 기적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절망을 잊을 수 있는지, 누구를 추방해야 종말에 짓밟힌 공포를 발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이 호칭이 죄악을 의미하든 원죄를 의미하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각오를 다졌기 때문에...

설령 신조를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히 침묵하는 신이 신자들에게 상처를 준 원수를 용서하라고 말했더라도, 나는 결코 원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스노우 신부

그러나 얘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너나 나처럼 죄인의 몸이란다.


비앙카

그렇다면, 만약 제가 다른 이에게 도를 넘는 상처를 입힌다면, 영원히 저를 용서하지 않는 이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스노우 신부

...그렇다면, 너는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하고 있는 거니?




베살리

기체 교체 완료, 일어나.


칠흑같은 긴 꿈에서 깨어나자, 비앙카는 자신이 베살리의 연구실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살리

기체를 바꾸는 동안, 너의 의식의 바다에서 불안정을 감지했어. 또 설원에 관한 꿈인가?


비앙카는 조용히 대꾸하며 유지 테이블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베살리

아직 데이터가 남아있는데...참, 네가 신청한 코팅이 이미 제작되어서, 기체 유지 보수를 하는 김에 갈아 끼웠어.



그녀는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꿈속의 눈처럼 새하얀 코팅을 바라보았다.


베살리

심흔 기체가 기록한 데이터는 상당 부분 백야와 비슷한 내용이 많아. 다만 백야처럼 명료하고 포괄적이진 않지.

내가 그 기록들을 삭제해야 했었는데, 다시는 그 꿈을 꾸어서는 안 돼. 설마 네가 몰래 백업을 해놓고 아시모프에게 가서 '열람'하게 한 것은 아니겠지?


비앙카

제가 그렇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베살리

없어? 그건 승격 네트워크가 추진하는 미래야. 비록 네가 관측한 정보가 모호하더라도, 쓸모 있는 파편들을 찾아낼 수 있지.


그녀는 좀 더 한가한 자세로 바꿔 흥미롭다는 듯이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베살리

정화부대는 요즘 탈주자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지?


무언가를 떠보려는 듯, 베살리는 일부러 이 화두를 던졌다.


베살리

복원해 낸 파편 기록 중에 너의 죽음에 관한 몇 가지 기록이 있었어. 대부분은 동료에게 배신당해 죽는 것이었는데, 이 기회에 조사해보는 건 어떨까?


비앙카

데이터에 기록된 내용이 곧 미래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베살리

만약 네가 시뮬레이션 된 기록을 믿는 게 아니었다면, 또 무엇이 너의 의식의 바다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비앙카

...

그 "꿈"속에서, 저는 제가 가장 상처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보았어요.


베살리

그런 것 때문이었어? 정화부대의 리더에게도 애정을 쏟을 대상이 있다?


비앙카

물론입니다.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에, 저는 정화부대의 리더가 된 것입니다.


베살리

훗, 마음대로 해. 만약 네가 뒤에서 몰래 무언가를 조사하고 또 나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면, 너를 도와준 그 사람에게도 이 난장판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이튿날 새벽.

임무 계획에 따라 비앙카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그녀가 정화부대원 한 명과 나지막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 그녀는 즉시 대화를 멈추고 대원에게 떠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비앙카

지휘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이 코팅은...】


비앙카

베살리 씨가 추가 코팅 할당을 신청했어요. 심흔 기체가 급히 준비된 터라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초기 코팅을 추가했죠.

그녀는 이것이 자신이 주는 작은 성의라고 말했어요.


【이게 그녀가 준비한 거야?】


비앙카

아니요, 할당만 신청했었고, 구체적인 양식은 제가 고른 것입니다.

...당신이 보기에 어떤가요?


【잘 어울려】 ← 선택

【별로야】


비앙카

네, 저도 이 코팅 디자이너가 설계한 테마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것을 고를 당시에 예술협회 사람들은 이 코팅이 마치 결혼식 때 입는 웨딩드레스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죠.


【확실히 꽃으로 장식한다면 더 그럴듯하네】


비앙카

이것의 컨셉은 '설원'인데, 추운 설원에 꽃이 있을 수 있나요?


【...설원이라...】


【고향이 그리운 거야?】


비앙카

네, 저도 요즘 자꾸만 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어서요.


【어떤 꿈을 꾸고 있어?】


비앙카

비밀이에요.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귓가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겼고, 이 동작을 하면서 뒤를 곁눈질하며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했다.


【이번에 원격 링크를 신청한 건, 추적장치를 이용하기 위해서인가?】


비앙카

맞아요, 탈주자와 관련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너와 같이 갈까?】


비앙카

이 임무는 알려지지 않은 위협들이 매우 많아요. 탈주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장소에 있는지 알아내기 전까지, 당신을 위협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추적장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딥링크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지 않았어?】


비앙카

네, 이번 임무 지점은 퍼니싱 농도가 높지 않고, 추적장치도 개량을 거쳤기 때문에 원격링크면 충분해요.


비앙카는 손을 들어 이미 세팅이 완료된 의식 연결 고리를 드러냈다.


비앙카

안심하세요, 지휘관님. 저희 손에 있는 연결 고리는 저희를 언제나 연결시켜 줄 거랍니다. 당신은 보다 더 안전한 장소에서도 제가 안심하고 싸우도록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의 미소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는데, 미처 전하지 못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비앙카】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요즘 괜찮아?】


비앙카

...요즘이요?


비앙카는 여전히 차분하고 단호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들었다. 마치 그녀의 말투에서 보여진 동요가 그저 터무니 없는 생각인 것처럼...


【얼마 전에 뭔가 들은 게 있어...】



구조체 군인1

들었어? 정화부대 중 한 명이 도망쳤는데, 리더가 직접 처리해야 한대.


구조체 군인2

상부는 늘 겉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제약만 없었더라도 누군가 의회를 전복시키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지. 정화부대라도 별 수 없는 거야.


구조체 군인3

쌤통이다! 그 자식들도 조만간 우리처럼 밧줄 위의 메뚜기 신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 결국 그 누구도 도망칠 방법은 없다니까.



【...】


대다수의 집행부대원들은 모두 정화부대에 대해 표준적인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는 냉혹, 잔학, 비인간적, 심지어는 개별적으로 직권을 남용하는 놈들이라는 인상을 품고 있었다.

모두들 항상 정화부대의 존재에 대해 저마다 불평이 많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구조체 군인

지상의 전황을 봐!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기 편을 죽일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야?


정화부대 또한 비밀리에 진행하는 임무가 적지 않다. 그들은 반드시 자신의 신분과 임무 내용을 숨기고, 내색하지 않은 채 정보를 수집하고, 재차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이런 은밀함은 또한 어느 정도 오해를 키웠고, 알고 싶어도 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앙카

혹시 염려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직접 말씀하셔도 됩니다.


【정화부대에 탈주자가 나타났다고 하는데...맞아?】


비앙카

그 건에 대해서는...


그녀는 말을 이어가다 도중에 멈추었다.


【왜 그래?】


비앙카

루이난.


비앙카는 돌아서서 아무도 없어 보이는 모퉁이를 향해 이름을 불렀다.



???

리더!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지휘관과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다가오기 좀 쑥쓰러웠거든요.

어... 당신들을 방해한 건가요?


그녀는 자신과 비앙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공적인 대화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적인 대화 현장을 깰까 봐 염려했다.


비앙카

괜찮아요.

이 사람은 루이난, 정화부대의 일원입니다.


비앙카가 더 이상 나무라지 않자, 이 여성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과 함께 단정한 경례를 올렸다.


루이난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안녕】


【이번 임무는 너희들이 함께 가는 건가?】


비앙카

맞아요. 그녀는 원래 치코의 직속 부하, 중대 리더였고, 전투 능력은 뛰어나나, 조만간 엘리트 소대로 전입할 예정입니다.


【엘리트 소대?】


비앙카

네, 성갑충 소대의 슈트롤 리더가 희생되어 대원 교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성갑충...원래 정화부대에 소속된 그 독립 소대 말하는 거지?】←선택

【슈트롤? 반즈랑 아는 사이였을텐데...】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루이난

예? 전에 지원했을 때 성갑충이라고 한 적 없었잖아요. 제가 바렐리아 지휘관 마음에 들 리 없을 텐데요.


비앙카

당신의 기체가 노후화 되어 제가 새로운 기체를 신청했어요. 교체가 완료되면 분명 그녀의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거예요.


루이난

정말요?!


비앙카는 깜짝 놀란 대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루이난

아직 미처 못 나눈 말들 있죠? 개의치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면 제가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비앙카

그럴 필요 없어요. 지휘관님, 저는 당신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어요. 집행부대의 입장에서 보면, 정화부대의 인사 변동은 확실히 큰 편이죠.


그녀는 방금 끝내지 못한 말을 이어가지 않고, 보다 '모호한' 공식적인 대답을 택했다.


비앙카

탈주자와 침식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무 이외에도 저희는 이름을 숨기고 잠복 수사가 필요한 임무도 수행하고 있어요.

구조체가 되어서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연약하고,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하죠.

만일 그들이 이 길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저는 끝까지 책임지고 바로잡을 것입니다.


【나는 최근 반 년 동안 정화부대가 모두 새로운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어】


비앙카

맞아요. 전황은 아직 심각한 상황인지라, 의장님은 일부 인원은 차출해 집행부대의 부담을 분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화부대도 구조에 동참하기 시작했구나...】


【그 탈주자 추적 임무는...】


비앙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저희는 탈주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구조에만 참여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일부 탈주자들은 승격자들이 종교단체를 적조로 인도하는 것을 돕고 있죠.


루이난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안 그래요 지휘관님?


【바쁠 틈이 있겠어?】 ← 선택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 일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살아갈 기회야. 더구나...】


비앙카

구조에 참여한 것은 본래 그들이 도주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었어요.


루이난

붙잡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원인을 조사하는 '비밀멤버'들이 있잖아요?


비앙카

이 점에 관해서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탈주 사건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소홀했던 집단에 대한 조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예요.


루이난

좋아요, 이 계획은 모두 비밀로 하죠.


【다음 임무도 이것과 관련있는 거겠지?】


비앙카

네, 저희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 '적음신계' 이후에 벌어진 사건을 추적해야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었어...】


루이난

맞아요. 비록 망각자와 인근 난민 거점에서 그레이스를 비롯한 많은 신도들을 수용했지만, 여전히 착실하게 따르지 않는 머리가 맛이 간 녀석들이 꽤 있거든요.

그 자식들 모두 제정신이 아닌 미친 놈들이에요. 지들이 믿는 귀신 얘기 말고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만약 치코 언니가 있었다면 분명 이런 구제불능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을 텐데.


【정화부대는 아직도 망각자를 조사하고 있어?】←선택

【구제불능인 사람은 없어】


비앙카

정화부대가 망각자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은 것, 이 역시 하산 의장님의 명령이었어요.


【감시?】


비앙카

네, 지구의 생존 환경은 이미 매우 척박한 상황입니다. 그들이 파격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의회는 좀처럼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인류의 거점을 해치는 것을 바라진 않죠.

다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탈주자들 또한 망각자에게 몸을 의탁할 수 있고, 정화부대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에...지휘관님, 수하들이 보내온 정보에 의해, 당신이 아직도 사적으로 망각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루이난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가 망각자에게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죠. 마음씨가 정말 좋네요. 명절마다 위문하러 간다면서요.


【...나에겐 나만의 이유가 있어】←선택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어?】


비앙카

고위층과 정화부대가 당신을 직접 제지하지 않는 것은 망각자들이 아직 반란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느 날, 그들이 탈주자들과 연합해 정화부대와 전면적으로 충돌해야 할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저희가 쫓아야 할 목표에 당신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았어】

【...】

【난 배신하지 않아】


비앙카

...

시간이 늦었네요. 저와 원격 링크를 형성합시다, 지휘관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재촉하며 더 이상 말하길 꺼리는 이유는, 옆에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원격 링크만 있으면 돼?】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빌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숨기는 것을 택했다.



비앙카

네, 이번 임무는 매우 안전해요. 지휘관님은 여기에 계시면 됩니다. 저희는 곧 돌아오겠습니다.


자신의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그녀는 또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였다.


비앙카

걱정하지 마세요. 추적장치는 더 이상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