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이후 이야기이므로 본편 내용 관련 스포일러 유의



1장



황량한 설원,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

약탈당한 보육시설은 온통 부스럼 투성이였고, 잿빛 재난구호 텐트 하나가 폐허 위에 우뚝 서 있었고, 참았던 울음소리는 쇳내 나는 바람과 함께 허름한 거리를 휩쓸었다.

루시아는 검열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군부의 여러 고려에 따라 자신은 한동안 그레이 레이븐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니콜라는 겨울 계획의 기밀 자료를 회수하라는 긴급 임무를 받은 후, 마침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멘티스 소대원들을 자신에게 차출하여 최대한 빨리 이 자료를 회수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지휘부가 계산한 가장 효율적인 배치였다.

임무를 받자마자 멘티스 소대를 이끌고 출발했으나...한 발 늦었다.

무장 폭도들이 이 보육구역을 약탈하고 보육구역 내 여과탑을 파괴해 버린 것이다.

이중합 탑 주변에는 안전 구역이 형성되어 있지만, 범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지표면 범위를 커버할 수 없다.

이중합 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보육구역 또한 여과탑의 보호를 받아야 겨우 대지에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대기 중의 퍼니싱 바이러스 농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고, 아마도...



크로와

지휘관님, 여과탑의 점검을 완료하였습니다. 원심분리기 배열의 구성 요소에 심대한 손상이 있어 일시적으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교체 가능한 핵심 부품은 있나?】


크로와

이런 손실이 있으리라곤...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을 뿐더러, 게다가... 여과탑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여과탑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기술자는...

저희가 한 발 늦은 것 같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단순 자료 회수 임무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크로와

또 이 보육구역에 살던 주민들에 대해서는….


【...알겠어】


여과탑이 일시적으로나마 재가동되지 않으면, 이곳의 생존 조건은 매순간 더욱 혹독해진다.


【기존 물자와 보급 상황은 어떻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흰 털이 수북한 고양이가 자신의 발에 바짝 붙어 있었고, 크로와는 재빨리 다가와 고양이를 돌려 보내고 단말기를 뒤적거리며 보고를 이어나갔다.


크로와

제가 보육 구역에서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직원을 찾아 통계를 내봤는데, 여기에는 면역 혈청과 월동 물자가 상당수 부족하고, 경미한 침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이제...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체 대기 중인 부품이 교체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고, 정비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보육 구역은 거리가 얼마나 되지?】


크로와

약 230km입니다. 수리 후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적재 차량은 한 대뿐이며, 가는 도중 또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망설일 시간 없어】


일단 차량을 이용해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다른 보육구역으로 일부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번에 자신을 따라온 멘티스 소대를 2개 조로 나눠 1조는 노인과 아이와 함께 먼저 떠나보내고, 다른 조는 자신과 함께 나머지 주민들을 호송해 이동시키면서 무장 폭도들의 행방을 쫓는다.

보육구역 주민들과 이해 관계를 명확히 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은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 선두 대열은 곧 모여 출발했고, 나머지 주민들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불현듯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어둠이 내려앉은 설원,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침식체들을 연달아 소탕했으나, 설원의 혹독한 작전환경과 아직 숙달이 필요한 작전방식 때문에 피로가 나날이 쌓여갔다. 결국 승리를 거뒀지만, 모두가 제각기 다른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를 안정시키고 크로와와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인드 표식에 이상한 과부하가 걸렸다.


크로와

...지휘관님? 【지휘관 이름】 지휘관님?


【윽...】

【별거 아니야...】


잘게 부서지는 전류음과 함께 낯설고 익숙한 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

...【지휘관 이름】


눈보라 치는 들판에서 걸어 나오는 하얀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목소리...설마...


【...알파?!】←선택

【네가 어떻게?】


알파

아무래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기억력은 꽤 괜찮은 것 같네.


【네가 어떻게?】


알파

왜, 나면 안돼?

공중정원에서 또 어떤 수단을 동원했길래, 너 같은 귀중한 카드를 내놓은 걸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알파

넌 공중정원에서 편안하게 찻잔을 들고, 어떤 기술자가 나에게서 얻은 승격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해독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어?

또 나한테서 뭘 얻을 생각이지? 말해 봐, 직접 너에게 알려줄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공중정원이 지휘관과 승격자에게 사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를 주는 치명적인 저급 실수를 저질렀다는 소리야?


【분명 네가 일방적으로 걸은 강제 연결인데, 내 목적이 뭔지 물어봐야 되는 거야?】

【난 너에게 무엇도 보고할 의무가 없어】


알파

...훗.


돌풍이 불어오자 텐트 옆에 있던 검사용 기기가 비틀거렸고, 얼른 손을 뻗어 부축했다.


알파

...지상이야?


강제 연결은 가능했지만 알파는 자신이 있는 곳의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조금 전의 움직임과 바람소리는 이미 일부 정보를 드러냈을 것이다.


【물론】

【(침묵을 유지한다)】


【넌 아직 내 지난번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그 후에, 넌 무엇을 하러 간 거야?】


반대편은 잠시 조용해졌고, 가벼운 전류잡음이 알파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알파

나? 나는...쥐새끼들을 사냥하고 있었지.

그래서, 그 거래를 통해 너희들은 이번에 또 무엇을 상대할 생각이지? 적조? 승격자? 이합생명체?


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에게 알쏭달쏭한 대답을 주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고 있어】


알파

...흥.


콧방귀를 뀐 알파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듯 침묵했다.


【네 쪽에서 바람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데】


알파

그래?


잠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알파는 일방적으로 신호 링크를 차단했다.

알파에게 불현듯 무슨 생각이 떠올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비록 알파가 자신의 임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겨울 계획의 기밀 자료는 추적당하고 있고, 공교롭게도 알파와 연관되어 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크로와

지휘관님, 방금 전 무엇이었습니까?


【승격자의 시그널을 받았어】


크로와

승격자라고요?!


크로와에게 사건의 경과를 간략히 설명했다.


크로와

강제 연결...승격자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니...


【과학이사회는 이 현상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그 원리를 규명하지 못했어】


크로와

그거 정말 위험한 일 아닙니까?!


【나에게 생각이 있어】

【하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해】


이것은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알파로부터 겨울 계획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승격자에 대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를 통해 그녀의 구체적인 위치까지 알아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수동적으로 연결당할 수 있는 상태여서 섣불리 출격하거나 계획을 변경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리 임무 브리핑을 해놓은 다음, 승격자의 정보와 함께 공중정원에 보냈고, 얼마 후 답변이 왔다.

'알겠다. 즉시 증원을 보내겠다.'

'조심히 행동하고, 연락을 유지해, 보고를 끊지 말 것'

그럼 이제, 그녀의 두 번째 연락을 기다릴 차례다. 그때까지 임무는 계속되어야 한다.

무장 폭도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를 다시 확인한 뒤에야 보육구역 주민들을 데리고 긴 이동길에 올랐다.

설원의 바람이 그치지 않자, 그때 알파의 채널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소리가 채널에서 들려왔는데, 좀 시끄럽긴 했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들렸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 위에 오랫동안 쌓인 눈이 마침내 내리기 시작했다.




2장



공중정원의 행렬이 보육구역에 도착하기 하루 전

차가운 공기가 창백하고 황량한 대지를 찢으며 시간은 여기서 멈춘 듯했다. 언덕, 숲, 모든 것이 눈부신 하얀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의 폐허가 된 전방의 보육구역을 제외하고는.



알파

...

한 발 늦었군.


엔진 소리는 지상에서 흩날리는 눈먼지를 날려버렸고, 알파는 오토바이를 보육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둔 채 허름한 앞 도시를 쓸쓸히 훑어봤다.

이 보육 구역은 방금 누군가에게 약탈당한 것으로 보였다.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으며 대기 중 퍼니싱 바이러스 농도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어 도시의 여과탑까지 손상된 것일 수도 있다.

이전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곳의 폐연구소는 겨율 계획의 2급 비밀 연구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정보를 받자마자 그녀는 즉시 밤낮을 지새우며 달려왔다.

알파는 눈앞에 불타는 연구소를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았고 남아 있던 철제 간판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쾅'하고 문틀에서 떨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자잘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옆 건물 뒤로 몸을 피했다.

한 연로한 주민이 폐허 속으로 들어가 힘겹게 기침을 하고 있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주름진 두 손으로 무너진 벽돌과 잔해를 헤집으며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했다.



보육구역 주민

그 망할 놈의 폭도들...콜록콜록...내가 진작에 그 녀석들이 미리 염탐하러 왔다고 했거늘,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어...

겨울나기 음식을 약탈하고, 여과탑을 불태웠어...이것이 바로 너희들이 호의로 데려온 승냥이인게야...

...연구소에 남은 방이 있다고 하면서, 그들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너희들이 얻은 건 뭐지?...


얻은 것은 더욱 공허한 절망과 선혈이 낭자한 두 손뿐이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노인은 폐허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보육구역 주민

얘야, 내 아이야!

내가 말했잖아, 내가 말했잖아!!!


알파

...


알파는 뒤돌아서 황폐한 보육 구역을 벗어났다.

찬바람이 부서진 울음소리와 신음소리로 초토가 되어버린 땅을 스쳐가자 그녀는 눈밭에 너저분한 바퀴자국을 바라보며 등 뒤의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목적은 그 자료들이다.



보육 구역 외곽.

간단히 인근 지형도를 그려보고 잠시 고민한 끝에 알파는 무장 폭도들의 철수 경로를 특정지었다.

바퀴 자국을 보니 재빨리 대피할 수 있는 소형 차량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며, 눈보라가 흔적을 묻어버리기 이전이었으므로 따라잡을 여유가 있다.


알파

나와.


그녀는 냉담하게 옆의 폐허를 향해 주의를 기울였다.

폐허 도시 뒤에서 누더기 차림의 어린 소녀가 천천히 머리를 내밀었고, 경계하듯이 그녀를 주시했다.



어린 소녀

당신...구조체 맞죠?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 있어요.


알파

따라오지 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알파는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걸 준비를 했다.


어린 소녀

자, 잠시만요!


어디서 힘이 솟구쳤는지, 어린 소녀가 갑자기 폐허에서 뛰쳐나와 알파의 오토바이 앞을 가로막았다.


알파

...



어린 소녀

실례지만, 혹시...식량이 있나요?

그 나쁜 사람들이 도시의 모든 식량을 빼앗아 갔고, 제, 제 동생은 이틀 동안 밥을 먹지 못했어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다, 당신, 가지고 계시나요...

교환할 물건은 가지고 있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옷으로 눈가에 고인 물을 지우고는 알파를 빤히 쳐다보았다.

부서진 추억이 의식의 바다에서 솟구쳤고, 알파는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주머니를 만졌다.

그곳에는 오래전 주머니에 넣어둔 미끼로 쓰려던 과자 한 봉지가 있었던 것 같다.


알파

난 마음씨 좋은 구조체가 아니야. 불로소득을 원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고.

넌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알파의 말뜻을 알아챈 소녀는 이내 기뻐했고, 창백한 뺨이 옅은 홍조를 띠었다. 필사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며 알파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어린 소녀

이거예요! 이건 제가 보육구역 밖에서 찾은 새 손수건과 깨끗한 붕대, 그리고...


마지막 물건을 꺼냈을 때 소녀는 눈에 띄게 속도를 늦추었다. 그것은 작은 종이 꾸러미로 싸여 있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린 소녀

이것은...엄마가 저에게 남긴 머리핀이에요. 이것이...엄마가 저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에요.


알파

붕대를 줘, 거래 성립이야.


어린 소녀

아...


알파의 시원스러움에 다소 놀란 어린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움츠렸지만, 한쪽에 놓여 있던 붕대는 알파가 가져갔고, 대신 그녀와 동생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과자가 손에 들어왔다.


어린 소녀

이, 이거 너무 많아요! 저...


소녀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알파는 이미 오토바이를 타고 훌쩍 떠났다.

그녀는 결코 쓸데없는 감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저녁 무렵, 무장 폭도들의 뒤를 따라 멀지 않은 산자락을 추적한 알파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야간 행동은 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녀의 의도는 그 자들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불을 밝힌 모닥불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고양이를 끌어들였고, 알파가 적의가 없는 것처럼 보이자 흰털 고양이는 쾌활하게 모닥불 옆에 엎드렸다.

불똥이 튀어오르는 와중에, 알파는 자신의 기체를 점검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윈터 홀드 전투 이후, 겨울 계획의 실종 자료를 쫓느라 자신의 기체를 자세히 점검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결코 그 루시아와 계속 연결되고 싶지 않았다.

의식의 바다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루시아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겼다는 사실에 그녀는 만족하였다. 그런데….


???

치, 치지직ㅡㅡ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그 마인드 표식 채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루시아와 한때 연결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신호 대역이 잠시 바뀐 것일까? 아니면 공중정원의 안전망이 그녀의 현재 신호대역을 그 루시아로 인식하는 것일까?

아니면...공중정원에서 【지휘관 이름】을 미끼로 삼아 그녀를 끌어낼 생각일까? 그들은 승격자를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해, 【지휘관 이름】을 통해 시도하려는 것일까?

지난번 퍼니싱 바이러스를 이용해 그녀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역원장치 신호를 모방하여 【지휘관 이름】의 마인드 표식을 해독하고 역간섭 링크를 한 뒤, 공중정원은 이미 그녀의 신호대역을 걸러냈을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이따끔 기분이 내킬 때마다 다시 접속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다.

표류하는 바람은 산기슭의 덤불 사이를 지나가며 짧고 촘촘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알파는 능숙하게 그 채널에 연결했다.


???

치직, 치지직ㅡㅡ


미세한 전류음이 울리고 익숙한 느낌이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

...【지휘관 이름】 지휘관님...


링크는 성공했다. 약간의 시끄러운 소리가 났고, 신호는 좀 더 선명해진 것 같았고, 다소 익숙한 목소리가 무슨 말을 띄엄띄엄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알파

...【지휘관 이름】?


전류음이 갑자기 커졌고, 그녀의 의식 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상대의 경악을 알아차리기에 충분했다.


알파

왜, 나면 안돼?


예상보다 순탄한 링크였지만 상대방의 말투에는 의아함이 묻어있었다.


알파

공중정원에서 또 어떤 수단을 동원했길래, 너 같은 귀중한 카드를 내놓은 걸까?

왜, 넌 공중정원에서 편안하게 찻잔을 들고, 어떤 기술자가 나에게서 얻은 승격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해독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어?

아니면, 공중정원이 지휘관과 승격자에게 사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를 주는 치명적인 저급 실수를 저질렀다는 소리야?


채널 쪽에서 상대방의 응답이 들려왔고, 그 말투에 알파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렸다.

상대방이 여전히 그녀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아주 좋다.


알파

...훗.


이때 그녀는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너저분한 소음이 전류의 간섭이 아니라 휙휙 지나가는 바람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파

...지상이야?


대화는 뚝 그쳤고 알파는 침묵했다. 모닥불 옆에 있던 고양이는 몸을 나른하게 뒤집고 부드러운 배를 불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반응을 보면 상대도 자신의 신호대역이 왜 유출됐는지 잘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꽤 흥미로울 것이다.


알파

나? 나는...쥐새끼들을 사냥하고 있었지.

그 거래를 통해 너희들은 이번에 또 무엇을 상대할 생각이지? 적조? 승격자? 이합생명체?


이 근처에…. 공중정원에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내려보낼 만한 임무가 있을까?

아니면...

【지휘관 이름】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알파

...

그래?


상대방이 계속 무슨 말을 하려는지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알파는 일방적으로 신호 연락을 끊었다.

분명히 지난번만 해도 강제 링크에 속수무책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미 이 링크를 이용해서 거꾸로 승격자의 정보를 염탐할 수준에 이른 것일까?

모처럼 재미있는 상황이 생겼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쉽다. 그녀는 오히려 그 사람이 이번에는 얼마나 발버둥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

알파는 채널을 끊으려는 움직임을 멈추고 대신 모닥불에 장작을 넣었다.

거의 꺼져가던 불이 다시 세차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얼음이 갈라진 땅 위를 알파는 홀로 걷고 있다.

【지휘관 이름】과의 첫 연결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나도록 그녀는 재접속을 시도하지 않았다.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잘 가려놨지만, 알파는 목소리의 주인이 한순간 지친 모습을 포착했는데, 이는 결코 좋은 상태라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을까? 단순한 물자 수집으로는 엘리트 소대 지휘관을 동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위험한 임무일 리도 없는데, 만약 그랬다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구조체가 최소 하나라도 따라 나와야 한다….


알파

...


하나의 추측이 마음속에서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녀는 다시금 채널에 접속하였다.



크로와

...부동액은 현재 겨우 쓸 수 있는 수준이고,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식량 부족입니다. 1조의 행진 속도와 비교해보면 저희는...


어렴풋한 전류음이 채널 너머로 들려왔다. 이번에는 엔진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고, 점차 익숙해져 버린 의식의 과부하를 동반했다.

그래서 크로와에게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그는 자신의 표정을 보자 이내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알파?】


알파

응.


【무슨 일이야?】


알파

넌 알 필요 없어.


【...】


알파

내가 부동액 분배 방법에 대한 기밀을 훔칠까 봐 걱정하는 거야?


【설마 그럴리가】


설원에 바람이 휙휙 불며 차가운 기운을 섞어 뺨을 스쳤고, 엔진음과 함께 통신 너머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알파

네가 원하는 물건은 찾았어?


【네가 쫓던 사냥감은 잡았어?】


알파

훗, 이런 상투적인 수작을 부리시겠다?


【피차일반이지】


알파

그러면 누가 먼저 자기가 원하는 걸 잡을 수 있는지 보자고.


【난 아직 임무가 있어서 너와 시합할 시간이 없어】

【넌 나랑...시합하고 싶어?】


알파

마음대로 생각해.


말이 끝나자 반대편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고, 자신도 이런 무효한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다시 손에 쥔 물자 명세서에 관심을 쏟았다.

그때 한 어린 소녀의 쭈뼛쭈뼛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어린 소녀

...실례해요, 당신이 바로 공중정원에서 오신 지휘관님인가요?



채널 음성

...실례해요, 당신이 바로 공중정원에서 오신 지휘관님인가요?

...동생이 말했어요. 당신이 자기 식량 통조림을 나눠 주셨다고요. 이건 제가 전에 붕대로 다른 언니와 교환한 과자인데...



어린 소녀

실례지만, 당신...식량이 있으신가요?


이건 얼마 전에 들어본 목소리다.



알파

...


부동액, 보온, 눈보라...그리고 【지휘관 이름】에게 과자를 건네는 어린 소녀.

알파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바퀴가 삐걱거리는 마찰음을 내었고, 그녀는 핸들을 꼭 쥐었다. 마음 속 막연한 추측이 확인되었다.

【지휘관 이름】은 그녀와 같은 구역에 있었고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찾고 있는 '물건'은 자신의 목표인 겨울 계획과 같은 자료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 황량한 지역에도 회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이 한 가지뿐이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사실이라면, 호쾌한 사냥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비록 사냥감은 쥐덫에 걸려 도망칠 뿐이지만, 그녀를 지루하게 하지 않을 경쟁자가 있다.

그녀는 【지휘관 이름】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을 것이며,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채널링크를 다시 열지 않을 것이다.

【지휘관 이름】이 이렇게 오래 뒤쳐진 상태에서도 더 이상의 정보원 없이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다면...

그녀는 【지휘관 이름】과의 짧은 추격전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




3장



작은 언덕을 넘어 알파 앞에 얼음 호수가 펼쳐졌다.

행방을 감추려는 듯, 무장 폭도들은 일부러 이 얼음 호수를 뚫고 지나갔고, 내려앉은 눈을 틈타 자신들의 흔적을 감추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파의 추적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었다.

무장 폭도의 흔적을 확인한 알파는 핸들을 힘껏 비틀자 엔진은 날카로운 굉음을 내었고, 빨간 오토바이가 공중에서 눈부신 궤적을 미끄러지더니 호숫가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이 얼음 호수만 건너면 황급히 도망치는 쥐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토바이의 타이어가 얼어붙은 호수에 하얀 자국을 남겼고, 알파가 계속 나아가려 할 때, 하늘에 피어오른 연기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알파

저긴...


눈을 가늘게 뜨고 방향을 자세히 알아보자 알파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알파

...보육구역 쪽이야.


【지휘관 이름】...보육구역의 그 무리를 데리고 저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동중에 의외의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빙원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보급이 어렵고, 폭도들과 부랑자들도 그녀가 추적하고 있는 그들이 전부가 아니기에, 습격 사건이 일어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며, 이 정도의 폭동을 처리하는 것도 공중정원의 집행부대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로 【지휘관 이름】의 일정이 늦어지게 된다면...좀 지루해질 것이다.

피로를 애써 감추는 듯한 목소리가 갑자기 의식의 바다에 울려 퍼졌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그 사람은 외부에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알파

...


그녀는 다시 채널링크를 열었다.

맞은편 인류는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과부하가 걸린 마인드 표식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누구와 무엇을 논쟁하고 있는 것일까?

'지휘관 특별 대우'와 '그들 중 누군가가 남의 물자를 훔쳤다'는 이유로 보육구역 주민들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옥신각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로와

지휘관님은 도중에 경미한 침식증상을 보였습니다. 그 혈청은 지휘관님 개인에게 배급된 물자라고요!

당신들에게 있는 모든 식량은 전부 지휘관 거잖아요...!


대략 【지휘관 이름】이 이번에 데려온 구조체가 이치를 따지고 있었는데, 이에 못마땅한 몇몇 주민들이 "그 물자는 원래 우리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따금 속삭이는 말 외에는 아무런 메아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고, 알파는 그 주변 사람들의 무감각하고 조용한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실랑이는 점점 격해졌고, 시끄러운 소리가 채널에서 울려 퍼지자,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공연한 입씨름과 궁색한 변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로지 충분한 힘만이 진정한 발언권을 얻을 수 있다.

무심한 눈빛을 한 채 알파의 시선은 미지의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채널 저쪽에서는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다.



크로와

조금만 더 참아주십시오, 보육구역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주민A

이건 불공평해! 무슨 근거로 우리가 참아야 돼! 지휘관이 뭔데? 어째서 그리 당당하게 우리의 식량과 의약품을 훔칠 수 있다는 거지?


【됐어, 크로와】


【다들 불안하신 것은 이해하나, 긴장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공중정원에 물자 보급을 신청했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운반해올 것입니다】


알파

칫.


【물론 그때까지, 저 또한 물자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크로와...】


알파

보급을 보장한다고? 고작 지휘관의 물자 보급품에 기대서?


【...전에 비축해 둔 보급품을 잠시 꺼내봐】


알파

역시나.


【침식된 노인과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배부해】


알파

그들의 생명도 생명이지, 그래서 넌 어쩌려고?


【저는 다음 보육구역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알파

그래서, 네가 찾으려는 물건은 다음 보육구역에 있고?


【...필요하다면, 저희는 우선 여러분들을 보육구역으로 호송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알파

참 사려깊어라.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은 무사히 새로운 보육구역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알파

하...또 참을 생각이야? 정말이지...천진난만하고 구제불능해.



【하지만 저는...】


【오늘과 같은 일이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민A

...뭔 소리야?


【이것은 당신들이 방금 "노획"한 "장물"입니다】


한쪽에 놓여 있던 식량을 집어들어 맞은편 주민들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당신들의 물자인가요?】


주민B

당연하지! 위에 우리 보육구역 표시가 있는 거 봐봐, 그런데 네 텐트에 이게 있었다고!


【그런가요?】


휴대하고 있는 적외선 검출기를 꺼내어 외부 포장에 대었다.


주민A

이건...


빔을 투사하자, 원래 비어 있던 포장에 녹색 형광 문자가 표시되었다.


【이것은 공중정원의 워터마크입니다】


【이 숫자는 보급품이 투입된 날짜죠】


【이 숫자는 보육구역이 습격당한 이후의 날짜예요】


주민A

무슨...


【두 분의 배낭에서 아마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주위는 떠들썩해졌고, 주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는 앞서 서슬퍼런 표정을 한 다른 주민을 돌아보았지만, 상대방은 이미 군중 뒤로 물러난 뒤였다.


주민A

너...


【도둑질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여러분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이전에 무엇을 했든 간에…】


【저희는 여기에 있고, 여러분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보급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저는 약속을 지켜 모든 분들의 공정한 물자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주민A

...치, 너, 너희들 뭘 꼬라봐! 꺼져! 꺼지라고!


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사람을 몰아붙일 기세도 없이 손을 내저으며 군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로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진로를 막아섰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해서, 저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곧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질서가 있는 곳에서, 도둑질은 대가를 치르게 되죠】


【이 점도 유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로와】


크로와

네, 지휘관님.


【보급 수량을 다시 점검해】


크로와

알겠습니다.



통신 저편의 소동이 잦아들자 알파는 채널 건너편에서 가벼운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은 듯했다.

그녀는 그 사람이 물자 도둑질을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대원을 배치했으며, 또한 자신의 식량 일부를 나눠주며 면역 혈청까지 '더 필요한 사람'에게 분배한 정보를 들었다.

이미 경미한 침식을 당해서 그런 것일까? 어쩐지 자신이 마인드 표식에 순조롭게 접속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몰래 엿들을 거야?】


통신 채널의 나지막한 부름은 알파를 깊은 생각으로부터 끌어내었다.


【이번에는 또 뭔데?】


알파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무장하지 않은 주민들을 위협할 줄은 몰랐어.


【그건 위협이 아닌데】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건 아니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른 거지】


알파

그래? 나는 네가 꼴에 있어보이는 일장연설을 하고, 모두가 네 말에 감동받아 다 같이 손잡고 걸어갈 줄 알았는데 말이야.

예를 들어...'아니, 그들은 불안할 뿐이지, 확실한 보장만 있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아'처럼.


【...】


알파

도움이 필요해?


【뭐?】


알파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알잖아.

너의 힘은 더욱 충분히 발휘되어야 해. 내가 너에게 더 넓은 공간을 내어줄 수 있어.

승격자가 되어, 나와 함께 새로운 길을 찾는 거야.

수렁에서 떨어져, 서로를 물고뜯는 광대들에게서 떨어져.


【고마워, 하지만 필요 없어】


뜻하지 않게 거절당한 알파는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꺾었고, 엔진은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알파

...여전히 필요한 게 있지 않아?

네가 아무리 그 인간들을 도와주더라도, 그들은 탐욕스럽게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거야.


【하지만 전에 네가 한 말도 틀리지 않았어】


【그들은 단지 불안할 뿐이야】


고통을 인간 본성의 시험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세에 허덕이며 살아온 우리 또한 결국 보통사람이다.

의식주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보장일 뿐이다.

우리 또한 단번에 모두를 구할 수 없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알파

...치.


채널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알파는 자신도 모르게 잔뜩 찌푸린 미간을 풀었다.

이렇게 밝은 불꽃이 더러운 수렁에서 타서는 안 된다. 그것은 더욱 열렬히, 더욱 뜨겁게 온 세상을 완전히 불태울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녀가 더 일찍 【지휘관 이름】을 만났었더라면...그녀는 이 사람을 같은 길로 인도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허망한 환상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그녀는 결국 【지휘관 이름】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알파

그래서 넌 자신의 보급픔을 나눠줬다지.


무심코 화제를 돌렸고, 알파는 냉소를 터뜨리며 방금 마지막으로 들은 '최고의 분배 방안'을 떠올렸다.

기억이 맞다면, 이 사람은 하루도 채 안 되는 식량 보급품을 자신에게 남겨두고 혈청을 모두 나눠줬다.


【그건 임시 대책이야】


알파

그래, 대책없는 임시 대책이지.


【일정에 따라 우리는 곧 다음 보육구역에 들어갈 거야】


알파

다음 보육구역까지 버텨. 약속하지, 네가 굶어 죽기 전에 내가 꼭 네 곁에 있어줄 테니까.


【그 말은 나와 매우 가까이 있다는 소리인가?】


알파

알아서 맞춰봐.


애매한 말을 툭 던지며, 알파는 다시 오토바이 핸들을 비틀었다.

엔진이 요란하게 울리고, 얼음 호수에 쌓인 눈송이가 하얀 먼지를 흩날리며 알파의 마지막 소리를 가렸다.


알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네가 이렇게 버텨온 결과,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지켜보겠어.

이번에 그녀는 연결된 통신 채널을 끊지 않았다.







미친 츤데레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