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망

루시아는 자신의 칼을 들고, 도시를 따라 무릎 꿇어가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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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도시의 그늘을 빠르게 넘나들며, 인류의 거점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먼곳에서 행군하고 있는 인류의 부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좋은 방향을 확인한 후, 루시아는 뒤돌아보아, 감염체의 행방을 발견하지 못해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껴, 점차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


루시아

녀석들이 따라오기 전에, 부대에 돌아가기만 하면......

윽!


짧은 순간, 수많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루시아의 의식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루시아

인류......

안돼, 갈 수 없어......


루시아의 다리 아래가 의식적으로 떨렸다, 그녀는 두통을 참고, 방향을 틀고, 등을 돌려 , 인간의 거점을 따라 계속 나아갔다......



며칠 후......




롤랑

정말 완강하구만......

나도 놀고만 있기 질렸다고......


루시아는 자신의 칼을 들고, 도시를 따라 무릎 꿇어가며 달렸다.

장시간에 걸친 고강도 작전에, 더하여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표식이 없는 루시아의 몸의 모든 측면은 경계상태에 들어섰다.




루시아

윽.


기체는 이미 움직일수 없다는 경고를 보냈고, 루시아는 땅에 세게 내동댕이쳐져, 무기도 날려버렸다.

루시아는 무기가 떨어진 위치로 천천히 기어가며, 오른손은 무기를 잡고 바닥에 꽂아 힘주어 일어서려고 했다.


루시아

아직 멈출 수 없어, 어서 일어나......


루시아가 무릎을 반쯤 꿇은 자세로 돌아왔을 때, 마침내 완전히 힘을 잃어, 몸 전체가 다시 바닥에 넘어져, 루시아는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졌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루시아는 눈을 천천히 떴다, 하지만 주위는 049구역의 폐허가 아니라 기억 깊숙한 곳에 있는 친숙한 교회였다.

루시아는 두 손을 들어보았다, 그곳엔 차가운 기계와 생체를 모방한 피부가 아닌, 따뜻한 체온을 뛰는 생생한 육체, 자신이 소리를 내고싶다면 아무 말이나 하는 입이 있었다.

갑자기 루시아는 뭔가를 느끼고 뒤를 돌아보자, 한 어린 여자 아이가 누추한 개구리 인형을 안고 자기에게 말을 걸었고, 자신의 몸음 소녀와 스스로 대화를 나눴다.






루나

──언──


루시아

내가 널 지켜줄게, ──


루나

──


소녀가 루시아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루시아는 소녀가 뭐라고 말했는지 큰소리로 물어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곁에 있는 교회가 사라지고, 루시아는 또다시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어둠 속에 아무것도 없는, 고독과 공허함, 황혼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사방에서 밀려오던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자 루시아는 다시 눈을 떴다.

혼수상태에서 체력의 일부를 회복했는지, 루시아는 마침내 무기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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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멀리서 전투 소리가 들려와,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일어났어.

이 감염체만 뚫고 지나가면......여길 벗어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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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드디어......빠져 나왔나?

하지만 나는 또 어디론가 가야만해......

......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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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통곡

루시아는 마치 무너진듯이 루나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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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는지 모른다, 하늘엔 이미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롤랑의 발자국 소리가 루시아의 은신처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

이때의 롤랑은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롤랑과 수없이 손을 맞대고, 수없이 도망가고, 수없이 숨고, 루시아의 기체는 이미 다 닳아 퇴색한 모습이었다.

장시간의 전투는, 롤랑의 몸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고, 빗물의 침식으로, 온몸이 허름해졌다.


롤랑

난 정말......지겹단 말이다......


루시아

벌써 여기까지 쫓아온건가......


롤랑

루시아! 이 근처에 있는거 다 안다, 그만 숨고 빨리 나와.


루시아는 고통을 참으며 무기를 입에 물고, 왼손은 제복의 천 조각을 잡아당긴 뒤, 자신의 오른손에 무기를 묶었다.

제복이 뜯겨져서, 구조체의 인식표가 루시아의 품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루시아는 눈을 천천히 감으며, 몇 초 후에 살짝 고개를 들고, 인식표를 주워 자신의 목에 걸었다.

이 모든 움직임을 완료한 루시아는 벽에 기대서서, 천천히 일어나 기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먼 곳의 건물 잔해 속에서, 가브리엘은 새까만 우산을 쓰고, 루나를 위해 비를 막아주었고, 루나는 우산 아래에서 롤랑과 루시아가 있는 거리를 보고 있었다.


루나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도 언니를 제어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어.)

(만약 처음에 언니에게 급하게 승격자의 능력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상황이 훨씬 나았을텐데......)

(하지만 그 사이에......내가 언니랑 만난지도 벌써 여러번, 만약 한 때의 미망이라면......)

(어쩌면, 언니는 미망에 빠진적이 한번도 없다면......퍼니싱 바이러스에 대한 증오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어......)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해낸 루나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돌아서서 롤랑과 루시아의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향했고, 가브리엘은 따라가려다 루나에게 가로막혔다.


루나

난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해서, 잠시 떠나있을게, 가브리엘, 넌 여기서 롤랑을 보고있어, 그가 통제력을 잃어서 자신과 언니의 기체를 망가뜨리게 하지 마.


가브리엘

분부대로.


롤랑은 수색 끝에 루시아가 숨은 위치를 찾아 조심스럽게 루시아를 향해 나아갔다.




롤랑

어이어이, 그런 더러운 벽 구석이 너랑 잘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거야?




루시아

!


롤랑이 벽의 사각지대에 다다랐을 때, 루시아는 갑자기 벽 뒤에서 튀어나와 롤랑의 목을 향해 베었다.

하지만 이 참격은 롤랑의 사슬칼만을 베었다, 일찍이 대비하고 있던 롤랑은 루시아의 약한 기습에 다칠리가 없었다.


롤랑

큰일날뻔 했네.

너가 기회를 잡지 못했으니, 이젠 진짜 내 차례라구.


롤랑은 사슬칼을 뒤집어, 루시아의 무기를 땅으로 끌어내리고, 뒤이어 온몸을 던져 루시아의 품에 부딪쳤고, 루시아를 벽 뒤에서 거리로 날려보냈다.


루시아

큭.


롤랑은 몸을 구부리고 숨을 헐떡이며 체력을 약간 회복한 뒤 루시아를 향해 총을 들었다.


롤랑

드디어!

넌 숨을수 없어......


루시아는 쓰러진 후에도 일어나려고 발버둥쳤고, 막 무기를 들고 일어서려 할 때, 롤랑의 총은 루시아의 머리에까지 닿았다.


루시아

......


롤랑

움직이지 마, 안그러면 다음 총알이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테니까.


루시아

핫!


루시아는 전력을 다해 무기를 휘둘렀고,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해 롤랑은 한동안 중심을 못잡았고, 결국 뒤로 움직여서야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엇다.

롤랑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루시아는 무기를 들어올려 자신의 심장을 겨누었다.


롤랑

뭣!


롤랑도 루시아의 성격이 이렇게 강직할 줄은 몰랐다.



루나

언니!


도신이 기체에 닿는 순간 먼 곳에서 감자기 들려온 소리가 루시아의 움직임을 멈췄다.


루시아

......


루시아가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것은 길 너머에서 천천히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루나의 모습뿐.

빗물에 마구 쓸린 자신의 몸에도, 루나가 뿜어내는 꼿꼿하고 도도한 기질은 꺾이지 않았다.

하짐나 어울리지 않는 것은, 루나의 얼굴에 맺힌 슬픔이었다.


루나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는, 확실히 죽는게 훨씬 낫겠지......

하지만 우린 같이 살아남자고 약속했잖아......

한때는 바보처럼 따라다니며 의지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여동생.

살아남아서 바로 네 앞에 있어.

지금의 너는, 나를 버리고 갈거야?




루나는 등 뒤에 감춰진 인형을 꺼냈다.

허름한 개구리가 한마리 있었다.


루나

이 인형은 진짜는 아니지만, 근처의 폐허에서 찾았어.

왜냐하면......원래 그 개구리 인형은......내가 떠나기 전에 언니에게 남겨둔거니까.

그 개구리 인형은, 지금.......

아직도 갖고있어?


루시아는 부동의 자세를 유지했지만, 얼굴에는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루나의 한마디에, 루시아의 눈앞에는 어린 시절의 그 교당, 그 소녀, 그리고 그 힘없는 자신이 다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거리의 먼 곳에서 걸어온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기억속의 그 아리송한 소녀의 이미지는 루시아의 눈에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루나

언니, 언제쯤이면 언니랑 같이 나갈 수 있을까?


루시아

......나가면 안돼, 밖은 너무 위험해.


루나

언니가 계속 나를 지켜줬으니까, 나도 언니를 지켜주고싶어......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


루시아

엄마 아빠에게 널 상처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모험적인 일은 내가 할게.


루나

내가 크면, 꼭 언니랑 같이 나가서, 나도 언니를 지켜줄거야!


루시아는 왼손을 내밀어 유년기의 루나를 만지려 했지만 아무것도 만지지 못했고, 두 어린 소녀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현재의 루나와 루시아 사이를 지나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루시아

루나......


루나는 마침내 루시아의 앞에 도달해, 한 손으로 루시아의 얼굴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루시아의 손에 있는 칼자루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루나

루시아 언니......


루시아

루......

루나!




루시아는 마치 무너진듯이 루나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루시아

아──!


루시아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찢는다.


포연, 전장, 인간, 퍼니싱 바이러스, 생존, 구원, 신뢰, 배신, 절망, 희망......

지금 이 순간 루시아는 마침내 무거운 모든 짐을 포기할 수 있었다......

평범한 한 사람의 소녀로서, 아주 잘, 크게 울었다.

가브리엘과 롤랑은 묵묵히 옆에 서있었다.

억수 같은 폭우가 여전히 그치지 않아, 크고 시끄러운 빗소리를 내어, 이곳을 침묵으로 바꾸었다.


루나

언니, 이젠 내가 지켜줄게......

그러니까, 오늘부터는......너 자신이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