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얼음을 깨다

머나먼 극지방에서, 어부는 선원을 재촉하고, 숲을 지키는 자들은 감염체를 쫓는다.





몇 시간 전──





추운 극지방은 하얀 눈으로 둘러싸여, 어부는 도구를 등에 메고 눈 위에 무거운 발자국을 남긴다.

그 전방에 항로 연합원들이 함께 쓰고있는 어느 항구는 평소처럼 두세 척의 배만 정박해 떠 있고, 일부 선원들은 난로처럼 생긴 난방장치에 둘러앉아 여러 가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부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와, 특유의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부

어이, 오늘 출항 할수 있지?


나무의 쌓인 눈이 떨렸다, 선원들은 이 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귀에 박히자 한 선원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온 어부에게 출항 못한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어부

어이, 오늘 출항이다!


어부는 손동작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발자취에 맞추어 선원 무리로 갔다.




선원

......

아니, 지금은 안돼.


어부

그 말을 몇번이나 하는거야, 게으름 피우는 것도 적당히 해야하지 않을까?


선원

게으름 피울 생각 따윈 없어, 정말 게으름 피울려면 여기 모여서 왜이러고 있겠어.


어부

그래, 바다로 나가지도 않을거면서 여기 모여서 뭐하고 있는거야!


어부는 계속 큰 목소리로 선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에게는 이런 날씨에 바다에 나가지 않는 것은 어이없는 행동이었고, 며칠동안 바다에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조차 보지 못했다.


어부

공중정원이 우리에게 준 혈청도 있어, 이 근처 퍼니싱 농도가 조금 높다고 해도 상관 없다고, 좋아, 어서 바다로 나가자.


선원

하아.......안가, 안간다고, 바다에 안간다고 말했잖아.


어부에게 계속 시달리던 선원은 마침내 일어나, 어부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선원

먼저 너네 어부들이 왜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않는지는 말 안할게, 하지만 우린 이미 여러번 말했어, 요즘 바다의 감염체는......


어부

감염체는 원래 있었잖아, 배에 실린 대포는 그거에 맞서기위해 준비해둔거고.


선원

일단 말좀 끝까지 들어!

......바다의 감염체가 흉폭해지고, 또 많아졌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근처에 먼곳의 감염체가 모여들었어.


어부

먼곳......혹시 근처의 무인구역의 감염체야?


선원

그래, 그 녀석들이 무슨 목적으로 바다에 뛰어들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몰라, 하지만 한가지 알수 있는건 이곳 바다가 중계소로 이용되고 있다는거야.


어부는 선원의 설명을 들은 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좋은지 알것 같았고, 그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공구를 다시 등으로 끌어당겼다.


어부

여.......여긴 별일 없지?


선원

적어도 아직 해안에 올라온건 없어, 녀석들은 단순히 이곳을 합류후 출발점 정도로 쓰고있으니까.


어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근처의 감염체는 줄어들겠지, 이번 '물결'이 지나가면 우린 더 안전해질까?


선원

아마도......




???

그건 불가능해.


두 사람의 대화를 끊은 것은 네발을 가진 여성이었다, 장창을 든 그녀의 뒤에는 비슷한 형태의 동포들이 뒤따랐고, 어부처럼 몸에 약간의 보따리를 메고 있었다.


어부

뭣, 숲을 지키는 자인가.......이 근처에 감염체가 있는건 아니겠지?


어부는 눈앞의 이인형 구조체들을 보고 경악했지만, 곧 탐색적인 말투로 숲을 지키는 자가 나타난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다이애나

감염체는 전부 바다에 있어, 우린 오늘 다른 일때문에 왔어.


선원

무슨 말이야?


다이애나

숲을 지키는 자도 감염체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녀석들을 성공적으로 모이게 한다면 분명 어떤 나쁜 결과가 발생할거야.

그러니까 배좀 빌려주지 않을래, 선원여러분.


선원

너희들 감염체 뒤를 쫓아갈 셈이야?


다이애나

그래, 쫓아가서 감염체의 목적을 확인하는거지......그리고 뭔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선원

......그럼 어떡할까, 선장?


선원은 고개를 돌려 줄곧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또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한참을 생각한 뒤, 자신의 배와 숲을 지키는 자들을 번갈아 보았다.


선장

배는 빌려줄수 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다.


선장이 거래를 제안하려는 것을 듣고 다이애나는 눈썹을 찡그렸지만, 상대방에게 자신의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이애나

교환할 자원은 별로 없는걸, 할인좀 부탁할까 하는데......


선장

이건 양보 못하지.


선장은 화가 난 목소리로 다이애나의 말을 끊었고, 다이애나는 이 소리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이애나

......할인이 안되는 이유는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이야?


선장

내가 지금 그런 일을 신경쓰고 있는줄 알아, 내 말은 배는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너희는 반드시 적지않게 이곳으로 돌아와야 하는게 조건이다.


다이애나

......


경악에서 기쁨으로 바뀐 순간, 다이애나는 선장이 내민 큰 손을 다시 잡았다.


다이애나

고마워, 숲을 지키는 자는 너와의 약속을 꼭 지킬거야.


선장

거래는 성립됬다, 얘들아, 배의 비밀키를 숲을 지키는 자에게 넘겨라, 그리고 너네의 그 더러운 옷들도 빨리 치워!


선원

잠깐, 선장 우리도 따라가지 않을래?


선장

싸울수 없는 우리가 따라가는 것 자체가 짐이다, 그런것 정돈 나도 알고있다고, 알겠냐, 빨리 움직여!


선장의 지휘 하에 선원들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까는 경악하고 있던 어부들도 가세해, 숲을 지키는 자들을 감탄시켰다.


숲을 지키는 자 멤버

우리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나 바뀔줄은 몰랐는데......


다이애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린 이 감염체의 이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내야만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의 배치가 끝나면 바로 승선하자, 숲을 지키는 자, 출항 준비!


숲을 지키는 자 멤버

알겠습니다!


다이애나

로제타, 너라도 이렇게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