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그녀를 영웅인 채로 떠나보내야 한다. 어쨌든 결코 쿠로노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돼.

 


공중정원, 참모부 회의실. 니콜라는 문을 밀고 들어가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니콜라: 상황은 어떤가?

 



 

웰스: 별다른 피해 없이, 루시아 자신은 핵심 에너지 공급을 스스로 강제 차단한 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니콜라: 이 일은 현재 몇 명이 알고 있나?


웰스: [kuroName]은 신중하게 혼자 야외에서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다른 캠프에 가서 도움을 청하는 대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브리핑 업로드는 참모부로 직행하는 암호화 채널을 사용하는데, 그전까지 [kuroName]은 이 채널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너무 눈에 띄어 권한까지 동원해 차단했으니, 적어도 공중정원에서만큼은 소문이 퍼지지 않았습니다. 


니콜라: 마치 [kuroName]이 의도적으로 건네준 암호처럼 들리는군. 


웰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은 똑똑한 사람이니 그 행동의 결과를 잘 알고 있겠죠. 


니콜라: [kuroName]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전혀 놀랍지 않다. 의외인 건 너지, 웰스. 네가 이렇게 감싸기에 가까운 행동을 하다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나?


웰스: 예외는 없습니다. 참모장으로서 저는 원래 중요한 보고에 우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kuroName]이 자석처럼 남들이 피할 수 없는 번거로움을 끌어당기니, 저도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택했을 뿐입니다. 그 이중합 탑이 등장한 이후로 우리는 시시각각 새로운 사물을 마주합니다. 그 모든 것을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게 원래 참모부의 역할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대중의 공황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하산 의장이나 당신이 제 직책을 맡는다고 해도 같은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니콜라: 흥, 나는 단지 누군가를 좋게 보거나 어떤 소대를 편애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다. 참모부든 군부든 공중정원 전선을 책임지려면 언제나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 말에 웰스는 무의식적으로 상의 주머니를 만진다. 그 안에 은색 매 모양의 휘장이 조용히 담겨 있었다. 

 


니콜라: 왜 그러나?


웰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언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참모부의 임무는 가능한 한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 점에서 저는 어떠한 사적 감정을 섞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전사를 교환 가능한 패로 절대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소모품이 아닙니다. 이런 방법은 이성적인 게 아니라 인간성을 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성을 잃은 짐승은 결국 사냥당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니콜라: 너는 아직도 그 일을……됐다. 

 


니콜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니콜라: 하산이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나? 


웰스: 참모부와 의회의 거리가 군부보다 멀다고 말한 적이 있을 텐데……. 아니다, 이미 도착했습니다. 

 


방문이 다시 열리며 하산의 다소 초췌한 얼굴이 나타난다. 찌푸린 미간은 아무래도 걱정과 먹구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니콜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 셈으로 치고 웰스를 바라본다. 

 



 

하산: 대략적인 상황은 이해했다. 더 구체적인 기록은 없나?


웰스: [kuroName]의 전술 단말기는 전체 과정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업로드된 보고서에 있습니다. 

 


웰스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세 사람 앞에 살짝 흔들리는 화면이 나타난다. 

 


웰스: 일단 보시죠. 그게 제가 당신들을 여기로 부른 이유입니다. 

 


...

 




지휘관: 이전까지,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고농도 감염원과 접촉하지 않았다. 승격자로 의심되는 자가 목표물에 접촉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특별히 과학 이사회의 지원을 신청한다. 이상. 


 

...

 


인간의 말이 끝나며 이 짧은 영상이 끝난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소대장인 루시아는 의식의 바다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소속 지휘관을 공격했다. 어느 쪽이든 정화 부대의 긴급 명단에 오르기 충분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기괴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정책 입안자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처리하여 진짜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산: 웰스, 이전에 다른 구조체에서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적 있는가?


웰스: 예. 하지만 그것은 모두 특수 임무로 인해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제때 철수하지 못한 구조체한테 발생한 일입니다. [kuroName]의 위치 정보에 따르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는 곳은 청정 구역의 가장자리에 가까워 퍼니싱 농도가 극히 낮기에 그럴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예외는 노안입니다. 노안은 이미 통제의 법칙을 찾아냈고, 루시아 인근에서는 승격자의 흔적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kuroName]의 보고입니다. [kuroName]의 마인드 표식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하산은 아직도 입원해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고개를 젓는다. 

 


하산: [kuroName]은 가장 빨리 퇴원한 사람이라는 전과가 있어, 생명의 별이 이 지휘관에 대한 검사 절차를 무려 두 배로 늘렸다네. 게다가 루시아가 먼저 감염 증상을 보였으니 마인드 표식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은 낮아. 


웰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니콜라: 생명의 별 구조체 의사도 아니고 과학 이사회 소속 의식의 바다 전문가도 아닌 우리 셋이서 여기서 논한다고 해서 진짜 원인을 찾을 수도 없다. 


하산: 그러나 후속 처리 계획을 수립하려면 사실에 기반한 전제 추론이 필요해. 


니콜라: 그럼 바로 루시아 본인의 의식의 바다에 문제가 생겼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시작하지. 


하산: 왜 그렇게 확신하지, 네 직감인가?


니콜라: [kuroName]은 훌륭하지만, 특이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루시아는……. 흠, 그녀의 의식에는 원래 불안정 요소가 있다는 걸 잊지 마. 


하산: 의식 백업…….


니콜라: 그녀는 우리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지만, 유일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그럴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지구를 되찾는 일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첫 번째 특화 기체, 가장 성공적인 의식 백업 사례, 승격자에 대한 의식적 잠재력…….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특별하고, 루시아는 더 특별해. 


웰스: 니콜라 사령관이 이것을 언급한 건 논의의 전제를 제시하려는 것 이상입니까?


니콜라: 맞아. 내 건의는 즉시 그레이 레이븐을 소환하여 [kuroName]을 먼저 군부로 이송한 뒤 가병 심문을 하는 거다. 


하산: 미리 군부의 보호하에 쿠로노가 ‘치료 감호’ 명목으로 [kuroName]이 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건가? 네가 이런 보증을 할 수 있다는 건 통제되지 않는 많은 요소를 제거한 것 같군. 


니콜라: 이 점에서 내가 한 일은 네가 최근에 한 일과 다르지 않아. 단지 내가 시작한 시간이 좀 더 빨랐을 뿐이지. 너와 나 사이의 거짓 대립은 이미 간파되어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 비록 군부는 쿠로노의 세력이 크지만,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제 이들의 뿌리는 예전처럼 길게 뻗을 수 없을 거다. 


 

니콜라는 가볍게 말했다. 


 

하산: 루시아는? 그녀는 어떻게 처리할 건가?


니콜라: 과학 이사회가 그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아무리 많은 이유를 대도 문제가 없을 거다. 그러니 그 의식 수술에 함께 참여했던 자들은 우리와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과학 이사회도 그녀의 상황에 속수무책이라면…….

 


잠시 침묵하던 니콜라의 뇌리에 피 묻은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결국 그는 다시 강철 같은 냉랭함을 되찾는다. 

 


니콜라: 폐기해. 그녀를 영웅인 채로 떠나보내야 한다. 어쨌든 결코 쿠로노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돼.

 


니콜라는 잔혹한 말을 흔들림 없이 내뱉었다. 

 


하산: 우리가 은퇴를 선언하든, 희생을 선언하든 군과 민중의 사기에 타격이 커. ‘영웅’이라는 이름이 붙을 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를 향한 대중의 신뢰를 움직여. 


니콜라: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는 거다. 이것으로 대비하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일이지. 정말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 폭풍을 최소한의 손실로 넘기는 걸 고려해야 한다. 


하산: 이건 전사들의 절망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조차 승리의 서광을 볼 수 없다면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약속할 수 있겠나?


니콜라: 설마 루시아를 승격자로 만들어 놓고 배신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는 건가? ‘깃발’이 쓰러지면 다시 세울 수 있지만, ‘깃발’이 적의 손에 넘어가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산: 의회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이 깃발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격앙된 민심 앞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네. 어떤 일은 현재 우리의 위치에서만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 깃발을 어떻게든 지켜야 해. 


니콜라: 군부도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어. 이 바닥에서 나는 모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댐은 이미 이전의 대규모 반란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엘리트 소대 하나만을 위해 질서가 무너지는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다. 게다가 쿠로노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편애한다면 이것으로 공격할 틈을 놓치지 않겠지. 그 녀석들은 피에 굶주린 상어 무리야. 약간의 피비린내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만약 루시아가 감염 상태에서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녀를 남겨두는 건 쿠로노에게 구실을 제공하는 거야. 지금 우리 양측은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찾고 있는데, 설마 너는 이 칼을 이렇게 내줄 생각인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웰스가 입을 열었다. 

 


웰스: 당신들이 무엇을 논쟁하고 싶든 간에, 이 모든 것은 루시아의 상황에 대한 과학 이사회의 분석에 기초해야 합니다. 루시아와 [kuroName]을공중정원으로 데려오기 위해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하산: 아니, 그렇게 하면 쿠로노가 제일 먼저 알게 될 거야. 


니콜라: 그럼 운송기에서 과학 이사회가 원격 진단을 하도록 만들지. 


하산: 네가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쓴다고? 과학 의사회는 협력에 동의하나? 


니콜라: 이건 원래 군부만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원래 뒷수습의 책임이 있어. 우리는 같은 줄의 메뚜기이지. 


웰스: 저를 끼우지 마십시오. 저는 그때 몰랐습니다. 


하산: 이제 와서 참모장은 지금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았겠지. 


웰스: 물론 아닙니다. 참모부도 최대한 조율하여 파장을 최소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