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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흑성 추락



9-1응답 신호

아이라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정신을 집중해 세레나가 보낼 만한 신호를 감지해 보려고 했다.



눈을 돌리자 텅 비어 있는 좁은 우주 정거장 통로에는 아이라밖에 없었다.

등이 깜빡거리면서 사방에서 다른 부대가 적과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라 : 후...


아이라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정신을 집중해 세레나가 보낼 만한 신호를 감지해 보았다.


공간에서 들려오는 잡음 : "....."(템페스트 대사)


아이라 : 역시...


공간에서 들려오는 잡음 : "....."(템페스트 대사)


아이라 : 세레나!

아이라 : 세레나, 내 목소리 들려?


공간에서 들려오는 잡음 : "....."(템페스트 대사)


아이라는 모든 통신 타입을 동원했지만 그래도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이라 : .........

아이라 : 세레나는 신호를 받을 수 없을지도 몰라... 분명 그럴 거야.

아이라 : 괜찮아... 너를 찾아내서 데려갈 거야...

아이라 : 그렇게 계속해, 세레나. 계속 노래를 불러...


아이라가 낫을 들고 확고한 의지를 품은 채 통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9-2도움의 손길

이곳은 세레나가 실패를 경험한 곳이야.



아이라 : 후...

아이라 :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레나의 소리에 집중하는 거야...


공간에서 들려오는 잡음 : "....."(템페스트 대사)

공간에서 들려오는 잡음 : "....."(템페스트 대사)


쾅--


아이라 : 무슨 소리지?


쾅--


통신 접속 중--


앨런 : 아이라... 긴급 통신... 접근하고...


아이라 : 대장?... 뭐라고요?


앨런 : 침... 가까...


통신이 중단되었습니다--


아이라 : 통신 상태가 너무 나빠...

아이라 : 하지만 알고 있어...

아이라 : 내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아.

아이라 : ..........

아이라 : 이곳은 세레나가 실패를 경험한 곳이야.

아이라 : 반드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9-3재상실

아이라의 존재를 느껴서였을까, 망자와도 같았던 잔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아이라 : 바로 이곳에...

아이라 : 세레나!


아이라가 꽉 닫힌 문을 힘차게 몇 번 내리치자 문은 완전히 구겨져 버렸다.

그리고...


아이라 : 하!


발로 문을 차 날려버렸다.


아이라 : 세레나, 여기 있어...?


선실은 어두운 비상등만이 벽을 비추고 있어 선실의 형태를 간신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됐다.

벽 쪽에 아직 작동 중인 단말기에 각종 데이터와 파형 도표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라 : ?


단말기 포트 패널은 뜯겼고, 몇 개의 포트는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연결된 선의 끝에는...



??? : ..........


심각한 손상으로 반밖에 남지 않은... 인간형태의 잔해가 조용히 벽 구석에 기대 앉아 있었다.

두 손이 양옆에 늘어뜨려져 있는 잔해의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 생명의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라 : 세레나...


아이라는 손에 든 낫을 내려두고 천천히 다가간 후 몸을 숙였다...

그녀가 상대의 얼굴을 향해 손을 천천히 뻗었다...


??? : --!


아이라의 존재를 느껴서였을까, 망자와도 같았던 잔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아이라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단호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새까만 잔해의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점차 선명해졌다.


아이라 : ............

아이라 : 아...

아이라 :  세레나...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세레나 : ...........


세레나의 발성 단자는 이미 심각하게 파괴됐는지 이상하고 괴이한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레나는 그 점이 신경 쓰이는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아이라 : 괜찮아, 세레나. 지금 바로 검사해 볼게. 그리고 널 데리고 돌아갈 거야. 가서 새로운 몸으로 교체하자.


아이라는 세레나의 각종 기능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아이라 : .........


보조형 구조체였던 세레나는 침식률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의 수준에서 간신히 머물고 있었다.

그 이유는 세레나 본인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아이라는 생각했다.


아이라 : 문제없는 것 같아. 돌아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


아이라는 세레나를 쳐다본 후 세레나가 연결한 단말기를 바라봤다.


아이라 : 우주 정거장의 단말기와 연결해 에너지를 공급한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거구나...


아이라는 세레나가 어떻게 이런 처참한 형태로 지금까지 어둠에서 버텨왔는지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아이라 : 아, 노랫소리...

아이라 : 단말기와 연결해 자신의 노랫소리 신호를 우주 정거장에서 퍼트리는 교란 신호에 추가했구나...

아이라 : 그런 거였어? 세레나, 내가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고 계속 믿고 있었던거구나...


세레나 : ..........


아이라 :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아이라 : 이제 나랑 같이 가는 거야.


세레나 : 잠깐...


아이라가 세레나의 단말기에 연결한 포트를 뽑으려는 순간...

단말기 화면에 무언가가 바뀌었다.


아이라 : 이건... 우주 정거장의 데이터베이스 자료...?

아이라 : 게다가 감시 화면까지... 이건... 그레이 레이븐?


화면 속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인력실의 고리 위에 있었는데 어찌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아이라 : 세레나... 내가 그들을 도왔으면 해?


세레나 : .......


아이라 : 하지만 이곳의 통신 설비는 이미...


세레나 : ........


아이라 : ... 그럼 근처에서 다른 단말기를 찾아볼게.

아이라 : 너무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전투 후-


아이라는 인력실 장치의 모든 정보를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게 알려줬지만,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통신하던 중...


콰--쾅--


가브리엘 : 목표 발견. 지금 회수하겠습니다.


아이라 : 잠깐... 이게 뭐지?


거대한 적이 지닌 엄청난 농도의 침식률을 본 아이라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아이라가 공격하려던 순간 적은 세레나를 단말기로부터 난폭하게 뜯어냈다...

적은 뒤돌아 자신의 넓은 어깨로 아이라의 일격을 받아냈다.


아이라 : 뭐?


아이라는 망설이지 않고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적을 향해 낫을 휘둘러 공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은 아이라와 싸우기는커녕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문까지 물러난 그는 인력실의 코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인력실의 고래에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었다. 그들과 얼굴을 마주친 아이라는 곧바로 가브리엘을 따라 떠 있는 조각난 플랫폼을 향해 뛰어올랐다...


쾅--


가브리엘이 몸을 돌려 포격하면서 그 힘을 이용해 전에 폭파 소대가 인력실 벽에 만들어낸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라 : 윽!!!


한차례의 폭발로 일어난 뜨거운 바람을 피한 후...


아이라 : 이런...

아이라 : 반드시 그것이 떠나기 전에...


그러나 아이라도 구멍을 향해 뛰어오르려는 순간 플랫폼 가장자리 쪽에서 한 기계 팔이 뻗어져 나왔다.


아이라 : ?


기계 발톱이 플랫폼 표면을 계속해서 기어올라 드디어 그것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코롤료프 : 인간은... 반드시... 멸망시켜야...


그것은 방금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의 전투로 진공의 난류에 휩쓸렸지만, 우주로 떨어지지 않고 간신히 살아남은 코롤료프였다.


코롤료프 : 제거해야 한다...


아이라 : 하필 이럴 때!

아이라 : 하앗!!!


공격받기 전에도 너덜너덜했던 코롤료프의 신체 구조는 아이라에 의해 두 동강이 나면서 모든 행동 능력을 잃었다.

하지만 이는 아이라의 발목을 잡기에는 충분했다.

아이라는 우주 공간과 연결된 구멍을 바라봤다...


아이라 : 서둘러야...


하지만 바로 그때...


한 굵은 광선이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싸우고 있는 퍼니싱 이중합 로봇을 맞췄다.

인력실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아이라는 떠 있는 플랫폼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마음 속에서 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이라 :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멈추면 세레나가...


아이라가 떠 있는 플랫폼을 계속해서 뛰어넘었다.

플랫폼 조각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장애물이 나타나면 손에 든 낫으로 베어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간 아이라는 드디어 우주 정거장 내부를 벗어나 우주로 빠져나왔다.

먼 지구 저궤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지만 아이라는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이라 : 세레나!


그러나 아이라는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

가브리엘과 세레나가 탄 귀환선이 문을 닫고 출발하려고 했다...


아이라 : 잠깐... 세레나!


아이라는 온 힘을 다해 우주 정거장 외벽 위를 뛰었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 귀환선과의 거리는 아이라가 아무리 뛰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귀환선에서 분사되는 열기가 아이라의 몸을 불태울 뿐이었다.


아이라 : .....


아이라는 지구를 향해 점점 멀어져 가는 귀환선을 묵묵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라 : 지구...


아이라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자신의 다음 목표를 정했다.


아이라 : 반드시 기회가 올 거야... 반드시...

아이라 : 세레나, 기다려줘...












아이라 시점이었네... 다음 스토리는 영구 열차... 진리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