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눈앞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발밑에서 희미한 흔들림이 느껴진다. 스스로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난 어디에 있는 거지? 이러한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항로처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빙원과 달리 이곳에는 갈색 흙과 머리를 내민 새싹이 있다. 이것은 북극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복(起伏)하는 하얀 산들이 햇빛을 막아 협곡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게 세상 끝의 높은 담장 같기도 하고, 마귀의 소굴로 가는 입구 같기도 하다. 여기에는 뭐 하러 온 걸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처 없이 돌아다녔으나, 눈에 들어오는 건 아득한 하얀 색뿐이다. 혹시 조금 더 내려가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발을 헛디뎠는데, 가벼운 무중력이 느껴지며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뒷면에는 검은 바위가 눈밭 사이로 우뚝 솟아있다. 성벽과 보루, 첨탑이 뒤섞여 있으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괴물과도 같다. 계속 앞을 바라보니 멀리 산맥의 노출 지대에서 어두운 보루가 보인다. 저곳이 바로 목적지라고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수긍한다. 그것을 향해 걸어갔지만, 걸음을 내딛기 전에 마음속으로 세 번째 의문이 들었다. 나<//너>는 누구지? 이 문제는 혼돈 속에서 자신을 끌어당기는 가르침이다. 

 


...

 


급히 일어나자 이마에 맺힌 촉촉한 물체가 미끄러진다. 

 


???: 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내 행동에 놀란 듯 가볍게 외친다. 

 


지휘관: 수건?


 

옷 위에 내려앉은 물체를 보고 방금 들은 소리와 함께 추리하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 리브?


리브: 지휘관, 몸은 좀 어떠신가요?

 


옆에 있던 구조체가 맑은 물 한잔을 나에게 건네니 그제야 갈증을 느낀다. 

 


지휘관: (컵을 받는다)


 

맑은 물이 목뒤로 넘어간다. 같이 기억나는 건 어젯밤이다. 루시아를 배치하고 암호화 채널을 통해 참모부에 정보를 전달한 뒤, 속효성 진통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대충 처리한 상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다시 싸매져 있으며, 그 옆에 놓인 아직 닫히지 않은 의료 상자를 보니 확신을 얻었다. 

 


지휘관: 난 괜찮아……. 그냥 속이 좀 쓰려서 그래.


리브: 그건 진통제의 부작용이에요. 지휘관은 앞으로 적게 복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휘관: 이번에는 상황이 좀 특수했어. 


 

리브는 빈 컵을 다시 따뜻한 물로 가득 받아 건네준다. 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위로 들어가며 통증도 한결 가벼워진다. 

 


지휘관: 사령관이 너희들을 보낸 거야?


리브: 리 씨도 오셔서 지금 의료 수송기의 위치 측정을 돕고 계세요. 


지휘관: 의료 수송기?


리브: 네. 컨베이어에서 원격 진료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해요. 지휘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리브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자신도 모르게 꼭 쥐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리브: 왜 루시아가 그렇게 됐을까요. 전 지휘관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알게 됐어요……

 


리브는 아직도 그것이 그녀가 거듭 확인한 사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깨문다. 

 


지휘관: 니콜라 사령관이 너희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어?


리브: 루시아가 당분간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검사를 마친 저와 리 씨에게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 이상한 건, 세리카 아가씨가 떠나기 전에 우리에게 지상에 도착한 후 모든 걸 지휘관의 판단에 따르도록 당부했다는 거예요. 

 


이건 전혀 필요 없는 부탁이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아직 시련을 겪지 않은 새 소대가 아니며, 리와 리브도 그렇게 어려운 골칫거리가 아니다. 이 말을 전할 대상은 리브와 리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지휘관: 내 판단이 기준이라……. 바쁜 일 먼저 끝내고 와. 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임시 막사에 울려 퍼진다. 

 


리브: 감염체의 습격이에요……. 이 수는?!


지휘관: 그들이 수송기의 배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서는 안 돼. 


 

내 단말기에도 감염체의 대략적인 공격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지휘관: 리브, 당장 이 작전 위치로……. 이 방향은 내가 맡을게……. 리…….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먼저 내가 파견하고 싶은 장소를 표시한다. 

 


리: 제가 가야 하는 곳이 이 자리가 맞습니까? 


지휘관: 역시 너다워…….


 

리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리: 제 복합 병장은 초장거리 타격이 가능하니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휘관: 끝난 다음에 내가 널 착취한다고 불평이나 하지 마. 


리: 일단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리브: 지휘관…….

 


리브는 무언가를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당부하게 되었다. 

 


리브: 자신의 안전에 주의하시고,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지휘관: 응, 나도 수시로 통신할게. 출발하자. 


 

전투 개시

 


D14 임시 대피소


적이 당신의 근처로 접근하는 걸 막으세요. 


 

리: 참 가지가지 하는군. 


리브: 그리고 마치 목표가 있는 것처럼 공격 방향이 거의 분산되지 않아요!


리: 목표……. 설마…….


리브: 아, 지휘관의 탄창이 절반도 안 남았어요. 리 씨는요?


리: 난 스스로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수송기는 얼마나 남았어? 


리브: 앞으로 5분이요!


리: 5분이라……. 지휘관, 중거리 적도 저에게 맡겨주세요! 당신은 근처의 적에게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리브: 저도 도울게요! 부유포 에너지는 아직 있으니, 제가 측면의 적을 제압하겠습니다!

 


전투 종료

 


발사한 총알이 감염체의 연약한 관절 연결부에 정확하게 맞았다. 이건 완전히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진격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지휘관: 리!


리: 알겠습니다!

 


사냥 본능으로 움직이는 감염체가 한곳에 모여든다.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져 안전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해진다. 멀리서 뻗어 나온 이온 빔은 감염체들이 모인 중앙으로 떨어진 뒤 푸른 불덩이로 변하여 그들을 집어삼킨다. 새 탄창을 권총에 밀어 넣고 핀을 눌러 총기를 푼다. 찰칵 소리와 함께 트리거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음 총알이 장전된다. 마지막 탄창인데, 앞에서는 감염체가 계속 몰려오고 상처도 다시 벌어져 거즈가 묵직해진다. 

 


지휘관: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하는데…….


 

손을 들어 쏘면서 대책을 고민한다. 기술과 전술은 수와 무장의 격차에서 미미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휘관: 역시 어쩔 수 없네. 


 

구조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지휘관은 전투 중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경우가 많다. 총기가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마지막 탄창을 비웠다. 

 


지휘관: (전술 칼을 뽑는다)


 

입장이 반전된 지금, 자신이 무력함을 더 깊이 깨닫는다. 구조체의 성능이 더욱 상승하는 반면, 인간의 연약한 육신은 오히려 전체 대열의 단점이 되고 만다. 통신기에서 리와 리브가 응원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나는 조금만 더 버텨야 한다. 

 


감염체: %#……¥*&进…&……

 


감염체의 부패한 발성 모듈에서 포식하기 전 낮은 고함처럼 알기 어려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

 


???: 승격……. 진화…….


알파: 누구냐?


 

윈터 홀드 인근의 설산으로 내려간 뒤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이 끊임없이 알파에게 전해진다. 

 


알파: 또 그 잡음들인가……. 아니, 좀 다르군. 


 

몇 번이고 소용없음을 감지한 알파는 계속해서 눈보라를 밟고 나아간다. 바로 앞에 있는 나무를 옆으로 밀어내니 마음이 탁 트인다. 

 


알파: 여기에서도 저 탑이 보이는 건가?

 


텅 빈 평지에 서니 무거운 산들 뒤로 푸른 나선의 탑이 나타났다. 한차례의 바람이 그녀의 왼쪽 눈을 가린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나선의 탑이 그녀의 잿빛 왼쪽 눈에 거꾸로 비친다. 

 


알파: 윽!


 

훼손된 시각 모듈에서 붉은빛이 장렬하게 나타난다. 강한 의식 충격에 알파는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알파: 큭…….

 


초월<//도태>……. 접납<//지배>……. 개조<//선별>……. 청각 모듈에서는 잡음이 점차 중복되고, 왼쪽 눈에서 솟아오른 순환액 방울은 땅 위에 떨어져 까맣게 그을린 자국을 남긴다. 

 


감염체: 승격……. 진화…….


알파: 감염체?

 


주변을 보니 어느새 감염체에 둘러싸여 있다. 알파는 이들이 진짜인지 확인할 틈도 없다. 

 


감염체: 탄서……. 지배…….


 

그들은 마치 죽은 사자를 나누어 먹으려 빙빙 도는 독수리 같다. 퍼니싱이 서서히 알파 주위에 모여들어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 반 이중합 탑으로 변모한 퍼니싱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승격자를 찾아내어 그들에게 진화된 자양분을 제공한다. 혹은……. 그들을 거의 잠식한다. 눈에서 흘러나온 순확액이 점차 끈적한 검은색으로 변했다. 또한, 어떤 접촉 불량 스크린처럼 희미한 색 덩어리가 서서히 그녀의 온몸을 뒤덮는다. 부식된 통증이 그녀의 온몸을 태우고, 알파의 것이 아닌 분노가 그녀의 의식을 가득 채운다. 옷가지, 칼날, 심지어 몸 자체까지 모든 것이 소화되고 개조되고 있다. 마치 아킬레우스가 잠긴 스틱스강처럼 고농도 퍼니싱 이중합체가 알파를 완전히 감싼 뒤 몸을 개조하여 정신을 갉아먹는다. 이번에는 테티스도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낼 수 없었다. 

 


알파?: …….

 


이미 정지된 먹잇감을 보며, 썩은 독수리는 더 이상 포식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발버둥치며 달려든다. 

 


감염체: 끼릭끼릭…….

 


그러나 흙탕물이 묻은 손이 그것의 머리를 꾹 누른다. 다음, 강철 머리는 뭉개졌다. 진흙에 뒤덮인 그림자가 몸을 일으켜 손에 든 잔해를 내던진다. 

 


알파?: 아…….

 


물결처럼 밀려오는 감염체에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의 모습은 경멸의 미소를 짓는다. 

 


...

 




한 지하 카지노에 두 인영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웃음을 띤 여성은 펼쳐진 카드 더미 위에 손가락을 살며시 올린다. 

 


???: 본ㆍ네거트 씨, 카드를 추가해야 하나요?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은 황금시대에 외부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지하 카지노로, 널찍한 공간과 백만 단위의 칩이 과거의 영광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은 바닥이 무너졌고, 과거의 가장 귀중한 칩들이 흩어져 있다. 화려한 기계는 산산조각이 났고, 릴리스도 두 개의 완전한 의자를 찾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면을 쓴 남자는 테이블 위의 패를 보면서도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손에 든 카드를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릴리스는 카드 한 장을 반대편으로 밀었고, 자신도 다시 한 장을 손에 쥐었다. 

 


???: 본ㆍ네거트 씨, 카드를 추가해야 하나요? 당신은 정말 자신의 비장의 카드를 볼 생각이 없나요? 


본ㆍ네거트: 미지도 도박의 재미 중 하나죠. 


릴리스: 당신은 모든 것을 운에 맡길 작정인가요, 아니면…….


본ㆍ네거트: 운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당신이 묻고 싶은 건 이것뿐입니까?


릴리스: ……정말 아무것도 속일 수 없네요. 공중정원의 정화부대가 진실에 가까워진 데다가 망각자들이 때마침 ‘조사해 낸 인원 명단’도 잘 모르겠어요. 그들은 분명 ‘윈터 홀드’의 구체적인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그 연구소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게 정말 좋을까요? 쿠로노는 여전히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건가요?


본ㆍ네거트: 정보는 적재적소에 유통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죠. 윈터 홀드의 정보는 저에게 더 이상 실질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이 그 카드를 꺼내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죠. 


릴리스: 왜 꼭 이런 때를 골라야 하나요?


본ㆍ네거트: 최소한의 생존 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인류는 도덕적 청산을 생각하기 시작할 겁니다. 세계의 혁신은 이들을 구시대의 무덤에 묻어야 하죠. 인간은 지키고 싶은 정의를 유지했고, 저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그들의 승리를 가로막는 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죠. 이 비제로섬 게임에서 매번 조금만 더 이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이 루시아를 추격하러 가든, 쿠로노 부대로 알파를 이끌었던 일이든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릴리스의 손이 저절로 움츠러들어서 카드에 약간의 주름이 잡힌다. 


 

릴리스: 저는 사전에 몰랐습니다. 단지 그녀가 호의를 베풀길 바랐죠. 


 

어두운 불빛 속에 침묵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릴리스는 어느새 똑바로 앉아 있었고,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때 가냘픈 그림자가 문간에 나타났다. 


 

하이디: 릴리스 양, 물건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릴리스: 하이디 양, 정말 고마워요. 제가 뭘 가져다 드릴까요? 예를 들어……쿠로노 쿠로카와의 소식?


하이디: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어머니만 있으면 충분해요. 


본ㆍ네거트: 출발합시다.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죠. 그녀가 완전히 잠식당해 승격 네트워크를 위한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됐든, 아니면 끈기를 져버리고 승격 네트워크의 혜택을 받든, 우리는 모두 그녀의 상황을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ㆍ네거트는 펼치지 않은 카드를 다른 카드 더미로 밀어 넣는다.

 


본ㆍ네거트: 이건 당신에 대한 마지막 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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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내용은 저어가 강제 매퍼노를 당한 탓에 중간중간 인물 스프라이트나 전투 컷씬 혹은 CG가 안올라올 예정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