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11 구룡 야항



11-2변장

아무튼 움직이지 말고 먼저 웃옷을 머리 위로 벗어.



카무이 : 조풍은 그냥 가버렸네. 우리와 함께 움직일 줄 알았는데.


크롬 : 구룡파와 함께 다녀봤자 의심만 커질 거야. 어차피 그한테서 필요한 정보는 얻었으니까.

크롬 : 어떤 조력자를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임무를 제대로 하려면 우리 둘이서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카무이, 잘 알아들었지?


카무이 : 어! 내가 그 시스템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게!


머레이 : 그 시스템은 화서라고 했지? 공중 정원 데이터베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게슈탈트와 근원이 같은 AI 중에 그런 이름이 있긴 해.

머레이 : 자료 검열이 심각한 상태라서 상부에 더 높은 열람 권한을 신청해야 해.


크롬 : 그럴 생각이야. 조풍의 말에 따르면 곡은 교역회에서만 나타난다고 하니까.


카무이 : 하지만 교역회는 우리가 전에 지나친 그 넓은 곳 아니야? 우리가 참가하면 바로 들키지 않나?


크롬 : 건물 속에 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곡에게 빠르게 접근하려면 중앙의 무대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해.


머레이 : 참가하는 건 이미 확정된 거네? 그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라리 변장을...하는 건 어때?


카무이 : 하지만 변장용 코팅을 배에 가져오지 못했는데.


머레이 : 그럼 짐칸의 상품을 이용하는 건 어때? 방금 조풍을 추적하면서 너희의 시각 시스템을 통해 옷이 대량으로 보관된 선실을 포착했어.


크롬 : 그렇다면 가능할 것 같아. 손님 또는 전시되는 구조체로 변장하면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머레이 : 가장 좋은 선택지는 역시 상품이지. 무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시스템은 여성 구조체를 원한다고 하니...


거기까지 말한 머레이는 생각에 잠긴 듯 눈앞의 두 차징 팔콘 멤버를 차례대로 처다보다가 마지막에 손뼉을 첬다.


머레이 : 크롬, 여자로 변장해 줄 수 있...


카무이 : 내가! 내가 할게!


크롬 : 그래.


말을 마치자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는지, 카무이, 크롬, 그리고 머레이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침묵에 빠졌다.


크롬 : 카무이의 체형을 생각하면 맞는 옷을 찾기 어려울 거야. 그에 비해 난 괜찮지.


머레이 : 이성적으로 고민한 결과일 줄이야... 아니면 선발대는 훌륭한 대장을 가졌다고 해야 하나...

머레이 : 그럼 카무이는 왜...


카무이 : 멋지잖아.


머레이 : ...이유가 그거 하나뿐이야?


카무이 : 응!

카무이 : 성별이 뭐든 상관없어. 내 모습이 어떻든, 대장의 모습이 어떻든, 본질은 그대로니까.


크롬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머레이 : 차징 팔콘 소대는 정말... 태연하다고 해야 하나...

머레이 : 그렇게 된다면 다른 변장 신분은 교섭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머레이 : 상품이 되는 일은 네게 맡길게, 카무이.


카무이 : 괜찮아. 그런데 내가 옷을 바꿔도 중앙 전시가 시작될 때까지 남아있지 못할 거 같은데.


머레이 :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옷만 구한다면 화장하는 법은 내가 알려줄게.

머레이 : 물론 크롬의 도움이 필요해. 역시 상품으로 적합한 건 카무이네.

머레이 : 그래도 좀 알거든. 아니면 내가 그런 제안을 할 리가 없잖아? 너흰 일단 옷을 찾아.

머레이 : 난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좀 받아야겠어... 20분 후에 다시 연락해도 되겠지?


크롬 : 그래. 20분 후에 다시 연락해.

크롬 : 그럼... 카무이, 함부로 어디 가지 말고 계속 뒤따라와. 수비병의 시선을 최대한 피해 필요한 옷을 찾자.


-전투 후-


크롬 : 이쪽은 다 됐어.

크롬 : 가장 큰 사이즈의 여성 옷은 내가 다 골라냈어... 이제 머레이의 연락을 기다리자.


카무이 : 그래.


크롬 : 그러고 보니 네가 호기심을 그렇게 잘 참을 줄은 몰랐네. 머레이에게 리에 대해 물어보지 않다니, 다른 사람인 줄 알았잖아.


카무이 : 관심은 많지만 나도 상식이란 게 있다고. 해도 되는 질문과 해서는 안 되는 질문 정도는 알아.

카무이 : 그 머레이가 리의 가족인 이유가 바로 이거겠지.


크롬 : 평소에도 그렇게 영리하게 행동하면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유가 뭐야? 반즈가 네게 물었을 때도 우물쭈물하잖아.


카무이 : 그럼 계속 그렇게 하게 해줘. 이 일에 관해서는 그 녀석의 발언권이 더 크니까.


크롬 : 그 녀석이라는 건... 카무를 말하는 건가?


카무이 : 쉿, 깰지도 몰라.


크롬이 카무라는 두 글자를 내뱉는 동시에 카무이가 "조용히"라고 손짓했다.


카무이 : 여기서 가만히 기다려봤자 아무 의미도 없으니 먼저 옷이나 갈아 입어볼까?


크롬 : 어쩌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지도 몰라. 전에 비슷한 유형의 옷을 본 적이 있어. 넌 일단 앉아봐.


카무이 : 그랬나...?


크롬 : 아무튼 움직이지 말고 먼저 웃옷을 머리 위로 벗어.


카무이 : 잠깐만, 크롬, 내 역원 장치가 걸렸어! 걸렸다니까!


크롬 : ...고개를 들면 돼. 그다음은 몸을 숙여. 등 뒤의 지퍼를 올려야 해.


카무이 : 아파! 등이 찝혔어! 크롬!


크롬 : 이게 가장 큰 사이즈야. 좀 참아 봐.


카무이 : 하아... 하아...


크롬 : .........


머레이가 다시 통신에 접속하자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옷더미와 그 위에 엎어진 두 차징 팔콘이 눈앞에 나타났다.


머레이 : 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크롬 : 옷을 갈아입는 건... 싸우는 것보다 어렵네.


머레이는 처참한 현장을 보며 두 사람도 상당히 고전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크롬에게 전했다.


머레이 : 아무튼 이다음은 내게 맡겨줘. 음... 내 지시에 따라 카무이에게 다시 의상을 입히고 화장을 해줄래?


크롬 : 알겠어... 카무이, 다시 일어서.



카무이 : 여장이 싫어지기 시작했어...


머레이 : 카무이, 그런 말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카무이 : 어?



11-3흐릿한 정신

여기에 갇힌 상황인데도 이같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다니, 제어당한 건지 꿈에 중독된 건지 모르겠네...



머레이 : 카무이는 이미 무대에 올랐겠지? 이렇게 순조로울 줄이야.


크롬 : 조풍이 사전에 우리를 도운 걸지도 몰라.


.....


크롬 : 하지만 조풍이 말한 다른 조력자가 그레이 레이븐일 줄은 몰랐어. 상부도 이 사실을 알고있나?


머레이 : 나도 방금 알게 됐어. 형과 형의 일행은 왜 이곳에 오게 된거지? 이곳으로 파견되는 임무를 내린 사람은 없을 텐데.


크롬 : 그러고 보니 머레이, 리랑 그레이 레이븐에게 인사 안 해도 돼?


머레이 : 아니, 난 그냥 이대로 형을 지켜볼래. 게다가 지금 상황은 꽤 재미있는걸?


크롬 : 재미라니...


교역회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기계 꼭두각시가 사방을 순찰하고 있었다. "구조체 전시품"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크롬 : 여기에 갇힌 상황인데도 이같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다니, 제어당한 건지 꿈에 중독된 건지 모르겠네...


길게 늘어진 소리 : 이다음은...


크롬이 생각에 빠진 사이 기계 꼭두각시가 다음 번호를 부르게 시작했는데, 그건 카무이가 이번 교역회에서 받은 번호였다. 그러자 카무이와 머레이의 시선이 동시에 무대 쪽으로 향했다.


카무이 : ....


루시아 : .....


여장한 카무이와 평소와 다른 복장을 한 루시아라.


머레이 : 하하, 그쪽이랑 생각이 같을 줄이야.


머레이는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렸지만, 특화 장치로 위치를 추적해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던 크롬이 무대를 바라보자...

카무이가 이쪽을 향해 계속 윙크했다.


카무이 : (찡긋~) 대장! (찡긋~)


크롬 : (뭐 하는 거야...)


바로 외치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의 충동을 억눌렀다. 카무이를 향해 "숙녀답지 못한" 행위를 멈추라고 계속 손짓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카무이는 무슨 생각인지 이쪽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었다.


카무이 : 루시아, 대장은 나더러 네게 지면 안 된다고 했어.


루시아 : 어?


그다음 카무이가 갑자기 자신의 치마를 들쳐 현장의 분위기를 확 띄었다.


크롬 : 카무이!


인내심이 다 한 크롬이 인파 속에서 분노를 터트렸다. 카무이는 크롬의 "응원 소리"를 듣자 더 열심히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카이사이 :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교역회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풍과 비슷한 차림의 구룡파 일원이 무대를 가린 장막을 걷어 올렸다.


: .....


머레이 : 크롬... 저건...


크롬 : 조풍이 언급한 곡이겠지.


머레이 : 형... 아니 그레이 레이븐도 움직일 텐데 그들과 협조해 혼란을 일으킬 거야?


크롬 : 우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과 연락해봐야겠어.


.....

통신이 끝나자 크롬은 자신의 옷을 찢는 동시에 숨겨둔 낫을 꺼냈다. 그리고 관중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불청객을 보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곡예단 멤버 : --


루시아 일행은 이미 곡을 납치해갔다.

그리고 기계 꼭두각시 배우는 크롬 일행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룡파 일행은 곡을 납치해간 그레이 레이븐을 목표로 잡았다.


조풍 : 그레이 레이븐의 목적도 제어실이니 어서 이 기계 꼭두각시들을 없애고 쫓아가도록 하지.


크롬 : 하지만 이곳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을 텐데...


조풍 : 그래서 내가 이쪽에 온 거다.


카무이 : 설마 일부러 우리를 도우러 온 거야?


조풍 : 우린 손을 잡았으니까.



11-4비틀비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혼이 한 곳에 앉아있다. 그들은 서로 등진 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다.




크롬 : 분명 무언가를 쫓아 여기까지 온 건데...

크롬 : 어, 도대체 무엇을 쫓았지? 왜 쫓았지?

크롬 : 게다가 여긴 어디지?



요한 : 여긴 우리 집이다. 왜 여기서 넋 놓고 있는 거지, 크롬.


크롬 : 스미스 씨...?


요한 : 오래전에 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잊었나?


카무이 : 지휘관은 단지 잠이 덜 깬 걸 거야. 매일 야근했잖아. 지휘관, 차라리 오늘은 전부 쉬는 게 어때?


크롬 : 홀로 휴가를 받는 건 불가능한데... 잠깐, 카무이, 날 뭐라고 부른 거지?


카무이 : 지휘관이지. 왜? 크롬이라고 불러줄까? 뭐, 난 상관없어.


크롬 : 아니, 난 지휘관이 아니야. 난 너희들의 대장이라고!

크롬 : 난 차징 팔콘의 대장이야!


카무이 : 역시 잠이 덜 깬 거 아니야? 우리 차징 팔콘의 대장은 반즈잖아. 그리고 우리의 지휘관은 크롬인걸?


카무이는 크롬의 말에 좀 당황했는지 집 밖을 향해 크게 외쳤다.


카무이 : 반즈! 지휘관이 멍청이가 돼버렸나 봐!


--


카무이 : 반즈!


반즈 : 잘 들려! 그럼 넌 제대로 치료한 후에 데리고 나와!


카무이 : 이 녀석은 대장이 돼도 게으름 피우는 걸 못 참네. 지휘관, 어서 그를 혼내주러 가자!


크롬 : 그러니까 난 지휘관이 아니야. 그보다 내 몸은 왜 이런...

크롬 : 역원 장치는? 난 구조체일 텐데.


카무이 : 음... 크롬, 도대체 무슨 일이야?


크롬 :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난 구조체란 말이다. 지휘관 시험에서 떨어져서 구조체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지원했는데.


요한 : 넌 지휘관 시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크롬 : 내가 시험을 통과했다고?


카무이 : 어. 그리고 우리 차징 팔콘의 지휘관이 돼서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쓰러뜨려 왔지. 이제 지구를 되찾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크롬이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크롬의 아버지, 카무이, 그리고 이곳에 온 모든 사람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알려줬다.

크롬의 아버지는 항상 그를 잘 보살펴줬고, 그는 자신의 선택과 노력으로 지휘관이 된 거였다.

그리고 차징 팔콘을 이끌고 침식체들과 싸워 지구의 함락 지역을 되찾고, 승격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

결국 승리했다. 문밖의 모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누군가에 의해 불행해지지 않는 세계가 방 밖에 있다.


카무이 : 가자, 크롬. 떠올렸다면 이제 서둘러 마지막 임무를 해야지.


크롬 : 그래... 그럼 문밖에서 잠시 기다려 줘. 옷만 갈아입고 오지.


모두를 내보내자 방은 공백의 상태로 돌아왔다. 오로지 밖으로 연결된 문만 유난히 뚜렷했다.



크롬 : 넌 저쪽으로 가, 랭스턴.


랭스턴 : 그럼 넌? 크롬.


크롬 : 난 이쪽으로 갈게.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혼이 한 곳에 앉아있다. 그들은 서로 등진 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랭스턴 : 그건 정말 힘들 거야, 크롬.


크롬 : 힘들지 않은 일은 없어.


그렇게 말하곤 그는 그곳을 벗어났다.



11-5아지랑이

그 꿈이 충분히 아름답지 못해서야.



카무이 : 크롬 대장,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조풍 : 하아... 하아...


크롬 : 하아... 하아...


크롬 곁에는 계속 웃고 있는 카무이와 겨우 서 있는 조풍이 있었다. 입 밖으로 낸 사람은 없지만, 크롬은 모두가 방금 그 꿈에 빠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머레이 : 다행이야. 모두 무사하지?


크롬 : 머레이인가? 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겠지?


머레이 :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너흰 적과 그레이 레이븐을 따라 제어실에 들어선 순간 매복 공격을 당해 지금 시스템 "화서"의 모의 의식의 바다에 갇혀버린 거야.


크롬 : 이곳은 그 시스템의 모의 의식의 바다인가... 그럼 방금 그것은?


머레이 : 그가 만든 허상일 거야. 그래도 다행히 전에 비슷한 사건을 처리해봤어.


크롬 : 방금 그 출구는 네가 연 게 아니었나?


머레이 : 응. 하지만 너희 모두 직접 출구로 빠져나올 줄은 몰랐어. 그곳과 연결하는 방법까지 찾으려고 했는걸.


: 나도 정말  놀랐어. 모두 그 꿈에서 벗어날 줄이야.


크롬 : 곡? 어째서 여기에...


조풍 : 저건 곡님이 아니다... 그녀가 바로 화서, 이 배를 제어하는 시스템이지.


카무이 : 시스템은 그쪽 리더와 똑같이 생겼어?


크롬 : 모습을 따라 한 거겠지. 이곳은 그녀의 의식의 바다이니 몸을 바꾸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테니.


화서 : 이건... 내 분신일 뿐이야. 최고 권한을 보유한 자와 함께 있을 때만 내 본체를 드러낼 수 있거든.


크롬 : ...화서, 왜 우리가 꿈을 꾸게 했지? 다른 사람처럼 우리를 제어할 생각이었나?


화서 : 그 누구도 제어할 생각 없어. 난 꿈을 만드는 기계일 뿐이야. 너희가 게슈탈트를 찾고 있어서 게슈탈트의 힘을 보여준 것뿐인걸.


카무이 : 하지만 게슈탈트는 꿈을 꾸게 하는 기계가 아닐 텐데.


화서 : 응. 진짜 게슈탈트는 훨씬 더 강할 수도 있어. 난 비슷한 복제품일 뿐이니까.

화서 : 그럼 이제 싸워보자. 나를 쓰러뜨리면 너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화서 : ...이 배를 멈춰줘. 꿈을 멈춰줘.


크롬 : 그 말은 마치 네가 배후에서 조종한 게 아닌 것처럼 들리는데...


조풍 : 아마 우리가 잘못 안 거 일지도 모르겠군... 배를 제어한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혼돈에 빠뜨린 건 곡님일지도. 화서는 단지 시스템일 뿐이고.


화서 : .....


머레이 : 그럼 이곳을 벗어날 방법만 찾으면 되겠는걸. 싸울 필요가 없겠어, 크롬.


크롬 : 그건 안 돼. 머레이.


머레이 : 어째서?


크롬 : 화서는 진심이기 때문이지.


화서 : 곡은 이 의식의 바다의 또 다른 곳에서 나를 위해 싸우고 있어. 내가 원한 게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의 마음을 져버릴 수는 없으니까.

화서 : 차징 팔콘, 공중 정원에서 온 손님. 내게 발버둥 칠 기회를 주겠어? 패배할 기회를 줘.



크롬 : 그럼 전력을 다해봐, 화서.


화서 : 뭐?


크롬 : 싸울 의지가 없는 적과 싸울 생각은 없어. 그리고 내가 시스템에 질 리가 없으니까.

크롬 : 그러니 전력을 다해 발버둥 쳐봐. 나도 전력을 다해 널 쓰러뜨리고 이 세상에서 없애줄 테니까.


화서 : ...고마워.


크롬의 말을 들은 화서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허공에서 장도를 뽑아냈다.

그리고 크롬이 외투에서 낫을 꺼내 펼쳐 두 사람 모두 전투태세를 취했다. 조풍은 카무이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칼이 서로 부딪쳤다.


-전투 후-


화서 : 다행이야. 날 쓰러뜨려 줘서 정말 다행이야.

화서 : 분신이 쓰러지면 본체도 힘이 크게 줄어들어.

화서 : 이 모든 것이 드디어 끝나게 되는 건가.


머레이 : 그러니까 우리 쪽이 승리한 것도 형이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건가...


잠시 멈춘 화서는 무언가 작별 인사를 하듯 표정이 더 부드러워졌다.


화서 : 크롬, 게슈탈트와 근원이 같은 내 본체는 진짜 구룡에 있어.

화서 : 강을 따라가.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벽이 무너졌다. 결국 아무도 방향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먼 곳에 희미하면서도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크롬은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고개를 돌려 점점 사라져가는 화서의 분신을 바라봤다.



화서 : 정말 좋네. 인간이란 건.


아침이 됐다. 그레이 레이븐은 이미 갑판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어 시스템을 잃은 배는 휘청거리며 위아래롤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레이 : 후우, 그래도 임무를 완수했네... 난 이제 이번 임무 보고를 정리해야 하니 통신은 여기까지 하자.


카무이 : 정말 리와 인사하지 않아도 돼?


머레이 :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에 다시 이야기하면 되지. 지금 중요한 건 정보를 정리하는 거니 난 간다.


조풍 : .....

조풍 : 그 머레이라는 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난 하마터면 거기에 갇힐 뻔했다. 그가 위험한 순간 날 구해냈어.

조풍 : 어째서, 어째서 너흰 그 꿈에 갇히지 않았지?

조풍 : 너희가 공중 정원의 구조체이기 때문인가? 그 기술 덕분에 너흰...


크롬 : 틀렸어. 조풍. 공중 정원에 그런 특별한 기술은 없어.


조풍 : 그럼 어째서지?


크롬 : 그 꿈이 아름답지 않아서야.


크롬은 조풍의 어깨를 툭툭 친 후 손을 흔들며 그레이 레이븐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카무이는 뒤따라가다가 또 금방 돌아왔다.


카무이 : 이 휘장을 줄게. 이건 우리 차징 팔콘의 휘장이야.


조풍 : 내게 주는 건가?


카무이 : 이후에 구룡파를 관둔다면 우리 쪽으로 와. 넌 우리 소대에 꽤 어울릴 것 같거든.

카무이 : 얘들아!


카무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크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레이 레이븐과 떠들었다.

조풍은 차징 팔콘의 휘장을 꽉 쥔 채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점점 밝아지는 햇빛 아래에서...

그는 가면 속의 눈을 가늘게 떴다.


---


카무이는 크롬의 등을 손으로 퍽퍽 쳤다.


크롬 : 결국 그레이 레이븐에게 도움을 받았네... 고맙다.


루시아 : 괜찮아. 모두 해야 할 일은 같으니까.

루시아 : 다 끝났네. 이제 이 배도 진짜 돌아갈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크롬 : ...그래. "구룡 상회"의 진짜 보루는 이 배가 마지막으로 정박한 곳 근처에 있을 거야.


: "진짜"라니?


크롬 : 이곳의 "구룡"은 어리석은 자들의 꿈일 뿐이야. 기껏해야 거짓된 항로를 밤낮으로 따라다니는 우로보로스일 뿐이지.

크롬 : 이제 가짜 항로가 지워졌으니 끝없는 야항선도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겠지.


카무이 : 아! 저것 봐!



하늘의 빛이 어두운 구름을 꿰뚫고 뱃머리를 비췄다. 우뚝 솟은 기형의 탑이 지평선을 반으로 갈랐다.


루시아 : 저건...








캐릭터 프로필

이름 : 조풍

생일 : 9월 5일

혈액형 : B형

구룡 야항선의 구룡파 일원으로 정찰과 첩보 업무에 능해 주로 데이터 수집과 측정을 담당한다.



진짜 말을 못잇겠다

크롬마망... 부디 카무이를 영원히 돌봐주도록 해... 해방시키면 안 돼, 그건 정말 안될짓이야


크롬의 과거가 살짝 나왔는데 궁금하다면 크롬 호광 외전을 보면 됨

인간시절의 크롬의 이름은 랭스턴이고 구조체가 되면서 크롬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는데 중간에 서로 대화하는 장면은 원래는 랭스턴도 크롬으로 뜨지만 일러스트는 분리되어있고 크롬도 인간모습의 자신을 랭스턴이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등 서로 다른 의식이라는 표현을 씀

랭스턴이라고 표기하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같아 랭스턴으로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