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오역 O

 


사주: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순항 방향을 바꾸세요. 그녀의 상황은…….

 


사주는 격리 공간 안에 잠들어 있는 소녀를 돌아보며 상황을 확인한 뒤, 통신 반대편에 있는 니콜라에게 계속 대답한다. 

 


사주: 현재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녀의 무장도 수납되어 있으며, 이어서 아시모프 씨와 협력하여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니콜라의 통신이 끊겼다. 사주는 무장한 주변 대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사주: (아무리 그레이 레이븐 소대라도, 필요하다면 버려도 되는 건가…….)


구조체 대원: 임시 대장,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주: 항로를 조정하여 새로운 목표 지점으로 향합니다. Ω 정화 시스템 및 수술실을 개방하고 원격 수술 콘솔에 연결해야 합니다. 

 


가벼운 진동과 함께 수송기는 새로운 좌표를 향해 전진하고, 루시아도 수술실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아시모프: 나는 차단기 설치 수술을 시작할 테니, 조심히 운전해. 


조종사: 보고합니다. 지정된 공역에 진입했으며, 아직 수상한 표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주: 좌표 지점의 정확도는 갱신되었습니까?


구조체 대원: 갱신 중입니다. 과학 이사회에서 제공하는 위치 시스템은 약간의 연산 시간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기내 전체에 울려 퍼진다. 

 


사주: 무슨 일입니까?


조종사: 우리가 대공 미사일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이 수송기의 은신 코팅은 분명히 가장 선진 기술일 텐데, 상대방은 어떻게 알아차렸지?


사주: 지상의 방공 화력입니까? 


조종사: 아닙니다, 공중에서 온 무기명 전투기입니다!

 


경고의 섬광이 이미 기내 전체를 붉게 물들였고, 귀에 거슬리는 사이렌이 모든 사람의 귓가를 맴돈다. 

 


사주: 먼저 지상에 착륙합니다. 이 수송기는 무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조종사: 너무 늦었어요. 적어도 이번은 버텨내야 합니다! 꽉 잡으세요!

 


조종사가 버튼을 누르자 불꽃처럼 화려한 대량의 채프(chaff) 플레어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온다. 조종사는 레버를 당겨 수송기를 위로 비행시킨다. 그때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 기네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조종사: 조심하세요, 두 번째 공격이 옵니다!


 

채프를 다시 사출했으나, 폭발 직후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조종사: 왼쪽 날개가 파괴되어 연료가 샙니다. 추락할 것 같습니다!


 

조종사는 수송기가 구르지 않도록 애써 제어한다. 


 

사주: 전원 수송기에서 벗어나 탈출 캡슐로 진입합니다. 


구조체 대원: 몇 명씩 탑승하나요? 탈출 캡슐은 모두 1인용입니다. 


사주: 그녀를 먼저 그곳에 싣고, 착륙한 뒤에 수색하겠습니다. 


구조체 대원: 그러면 그녀를 깨워야 합니까?


사주: ……지연 각성 장치를 사용하겠습니다. 과학 이사회 측은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 그녀를 깨워도 증상에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구조체 대원: 네!

 


사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인다. 

 


사주: 그녀의 무장도 탈출 캡슐에 함께 넣으세요. 


조종사: 서두르세요! 방해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주: 전원 즉시 탈출 캡슐로 진입합니다. 탈출 준비!


 

...

 


아무런 지표도 없이 어둠을 헤매는 그녀는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다. 여기는 꿈인가? 의식의 바닷속 혼돈인가? 그녀는 답을 얻지 못하고 헛걸음을 치며, 앞일 수도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기억의 거품이 요동친다. 폭우 속에서 여동생을 끌어안고 울부짖다가, 빙원에서 거짓된 망령에게 속았다. 구룡의 천문대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고, 교회 정상에서 추락하는 하얀 새를 보호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배신당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탐욕과 비열함으로 혐오를 느꼈다. 말세의 인간적인 섬광에 감동했다. 따스한 기억은 어린 소녀의 손에 쥐어진 성냥처럼 차가운 어둠 속에서 잠시 빛을 유지하다 꺼지고, 그 줄기만 남았다. 엇갈린 기억의 끝에 다다르자 그녀는 걸음을 멈춘다. 지금 어디로 가야 하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라미아: 세상은 이렇게나 썩어버렸어.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편하게 사는 게 좋을지도 몰라. 

 


하지만 가끔 바다 쪽을 바라볼 때,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거지?


 

리브: 우리는 집을 그리워해요. 아무리 튼튼한 배라도 바람을 피하는 항구가 필요하고, 아무리 단단한 마음이라도 따뜻함이 필요할 거예요. 


 

돌아갈 곳……. 하지만, 나의 귀착점은 이미…….



돌아갈 수 없다.

 


피를 머금은 기억이 문득 가슴에 떠오른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했다. 이것은 그 사람이 그녀를 용서하든 말든 간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흔들림 없는 질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녀에게 지지 말라고 했지만, 날카로운 칼이 피로 물든 순간 이미 여지없이 패배했다. 어쩌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떠난다. 

영원히 헤어진다. 

 


롤랑: 지금부터 자신이 외톨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비관적이야. 너를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 한, 그건 너의 귀착점이 되겠지. 


리: 너는 너무 오랫동안 싸워 왔어. 이제 쉴 시간이야. 휴식해도 돼.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루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쪽으로 와도 돼. 나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kuroName]: 남은 건 우리에게 맡겨. 


루나: 언니. 


지휘관: 루시아.


 

……

 


루시아&알파: 아니야!

 


루시아: 루나의 일은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어. 내가 돌아갈 곳은 결코 승격 네트워크가 아니야. 


알파: 다른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루시아: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나의 종착지야. 나는 그레이 레이븐의 모두가 흩어지게 하지 않을 거고, 내 신념을 배반하지도 않을 거야. 


알파: 끝없는 싸움이 눈앞에 펼쳐져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싸울 거야. 


루시아: 우리는 같이 약속했으니까. 


알파: 우리는 같은 미래니까. 


루시아: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해. 


알파: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변혁을 가져와야 해. 


루시아&알파: 미래는, 내가 직접 가서 증명해 보이겠어!


 

>>>>>>>>>>시스템 재부팅<<<<<<<<<<

>>>>>>>>>>재부팅 성공. 의식: 루시아 재연결<<<<<<<<<<

 


루시아는 다시 눈을 떴으나, 주변에는 군데군데 켜져 있는 표시등 외에는 어둠만이 있다. 여는 버튼을 더듬어 누르자 앞에 있던 해치가 바닥에 뚝 떨어지며 차가운 눈보라가 들이친다. 루시아는 뒤쪽에 있는 탈출구를 돌아보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무장과 통신기를 발견한다. 



루시아: 장비는 그대로고, 역원 장치에 뭔가 추가된 것 같은데. 통신기는……신호가 없는 건가? 이런 탈출 캡슐을 썼다니, 혹시 중간에 무슨 사고가 생긴 건가?

 


루시아는 눈앞에 있는 약간 변형된 탈출 캡슐을 둘러보며 구조 신호를 보내는 송신기가 켜지지 않은 걸 발견한다. 

 


루시아: 적은 감염체나 이합 생물이 아닌 건가?

 


탈출 캡슐의 발신기는 발사 전에 수동으로 꺼야 한다. 착륙 중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식별되지 않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자 루시아는 단말기를 켠다. 그녀는 뜻밖에도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주: 임무 목표인――루시아에게. 저는 정화 부대 대원인 사주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 메시지를 보신다면, 이미 우리 호송 인원들과 헤어졌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현재 사령부의 예방책에 근거하여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임무를 위임합니다. 현재 기체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지속적으로 수신되는 신호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혼자 움직인다는 전제하에 이 신호원을 찾아 파괴를 시도하여 자구하세요――

 


루시아: 그 신호원은……분명히 알파야. 

 


휴면하는 동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루시아는 마음속으로 분명히 인지했다. 

 


루시아: 알파……알고 보니 너는 계속 이런 것에 저항하고 있었어. 

 


루시아의 시선은 눈보라를 뚫고 정상을 향하는 듯하다. 

 


루시아: 만약 네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


 

루시아는 단말기를 꺼내 녹음 기능을 킨다. 

 


루시아: 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루시아입니다. 이하 내용은 어떤 의미에서의 협박이나 방해에 상관없이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의지에서 서술합니다…….

 


루시아의 목소리는 눈보라에 가려질 듯 말 듯 하는데, 마치 마지막 곡을 앞둔 솔로 같다. 

 


루시아: ……이상.

 


루시아는 녹음을 마친 단말기를 탈출 캡슐 안에 넣었는데, 손에 쥔 인식표만큼은 끝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장비를 걷어내고 눈밭을 밟으며 정상을 향한다.


 

루시아: 이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해. 

 


...

 


알파는 다시 눈을 떴다. 주변에는 감염체의 흔적이 없고, 몸에 묻은 진흙도 사라졌다. 

 


알파: 버틴 건가?


 

의식의 바다에서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녀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완전히 새로운 기체를 내려다본다. 흰 트렌치코트가 바람에 흔들리며 주위의 설경과 어우러진다. 검은 붕대로 선홍색 왼손을 단단히 묶었지만, 억제할 수 없는 붉은색 전류는 여전히 틈으로 새어 나온다. 승격 네트워크의 힘을 사용할수록 그것이 선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알파: 이게 내 모순인가…….


 

강대한 힘과 견고한 속박. 칼집 없는 칼날은 사람은 물론 자신마저 다치게 한다. 

 


알파: 그레이 레이븐……아…….


 

그녀는 자신에게 복잡한 의미를 지닌 이 이름을 가볍게 말하고 있다. 

 


알파: 그러나 이런 그레이 레이븐도, 필요하다면 버려진 아이로 취급되는군. 

 


그 몇 마디를 떠올리며 알파는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알파: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건 정말 무모한 일이군. 그레이 레이븐의 입장으로는 바둑알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어. 

 


그녀는 눈보라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알파: 좋아. 이 출발점에 선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보자고. 

 


...

 


텅 빈 산꼭대기에 눈보라가 치는 소리만 함께한다. 그리고 눈앞에 예상했던 사람이 나타났다. 

 


루시아: 알파…….


 

기억 속 모습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루시아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본다. 

 


알파: 넌 결국 왔군. 


루시아: 내 몸의 상태는 너 때문이야?


알파: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묻는 건지, 아니면 그냥 사고일 뿐이라는 걸 운 좋게 바라고 있는 건가?


루시아: 나는 그냥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고 싶을 뿐이야. 


알파: ……승격 네트워크가 새로운 선별을 수행하고 있어. 너는 나와 같은 의식의 바다를 가지고 있으니 선별 대상으로 오판된 거지. 

루시아: 새로운 선별?


알파: 네가 승격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너와 상관없다. 


루시아: ……그래서 널 타파해도 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지?


알파: 맞아. 승격 네트워크는 선별이 시작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아. 네가 정말 성공한다고 해도, 그저 두 배의 부담을 받을 뿐이지. 더군다나 너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어. 


루시아: ……


알파: 나는 네가 그레이 레이븐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기념으로 남길 수 있는 며칠을 함께 하는 걸 추천하지. 


루시아: 너에게는 선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렇지? 


알파: ……너도 역시 의식의 바다 공명을 통해 내 기억을 봤군. 그래, 방법이 하나 있어.


 

이 질문에 알파는 부인하지 않고 잠시 침묵한 뒤 대답했다. 


 

루시아: 그러면 같이 움직이자. 


알파: 넌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기나 해?


루시아: 네 기억을 봤으니까, 난 네가 선별을 막는 이유가 승격 네트워크에 저항하기 위한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알파: 우리는 적이야. 아니면 결국 공중정원을 포기하고 이 길을 택한 건가?


 

루시아는 탈출 캡슐에서 꺼낸 장비를 꽉 쥔다. 


 

루시아: 너를 승격 네트워크로 몰아넣는 건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나도 그것의 하수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지금은 공동의 적이 있으니 협력을 제안할 수 있어. 


알파: 내가 싫다고 하면?


 

루시아는 천천히 태도를 뽑아 든다. 매서운 칼날이 찬 바람에 한기를 더한다. 

 


루시아: 그러면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널 해방할 거야. 어쨌든 이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겠어. 나는 다시 루시아가 되어, 그레이 레이븐으로 돌아가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곁으로 갈 거야. 


알파: 보아하니 그레이 레이븐은 이미 너의 약점이 됐네. 심지어 네가 희생할 용기를 잃게 만든 것 같군. 


루시아: 희생은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이든 산 자에게 상처를 주지. 나는 이미 그 사람을 상처입혔어…….

 


루시아는 인공 심장이 있는 가슴 부근에 주먹을 꼭 쥔다. 


 

루시아: 그러나 이렇게 많은 경험을 했고, 나도 이곳의 아픔을 알고 있으니, 다시는 다른 사람이 이 고통을 똑같이 겪지 않게 할 거야. 그러니 ‘반드시 잘 돌아오겠다’는 게 내가 그들과 한 약속이야. 그 후 무엇을 마주하든, 그것이 군사 법정이나 감시 연구라도 상관없어. 나는 이 일을 모두 해결하고, 돌아가서 지휘관과 나를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직접 사과할 거야!

 


 


알파: 아직도 깨닫지 못했군!

 


알파도 태도를 뽑아 들고 루시아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알파: 나는 네가 다른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했어. 네가 인류에게 더 맹목적으로 충성하더니 그들의 무기가 될 줄은 몰랐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이게 너에게 무슨 이점이 있는데?


루시아: 우리 사이는 일시적인 협력이지, 전반적인 신뢰가 아니기 때문이야. 나는 너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 없어. 나는 이미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니, 반드시 행동해야 해. 


알파: 넌 그냥 자살하는 거야. 


루시아: 그래도 눈앞의 위협을 방치하는 것보다 나아. 


알파: 만약에, 네가 정말 그럴 생각이라면……. 내가 너의 가치를 보여주지. 


루시아: 나도 검증하고 싶어……. 네가 정말 그 힘을 억제할 수 있는지. 

 


전투 시작

 


 


전투 끝

 


선홍색 입자가 알파의 왼손에 모이고, 그녀와 루시아의 의식이 연결된다. 의식의 바다에 울려 퍼지던 소란은 점차 잠잠해졌고 루시아의 감염률도 낮아졌다. 

 


루시아: 아까의 전투로 힘을 소모하고 억제하는 요령을 찾고 있는 건가?


알파: 알아챘나?


루시아: 어쨌든 여러 번 맞붙어 봤으니, 네가 이상하다는 건 여전히 알 수 있어. 


알파: 잘 아는 척하지 마……. 하지만 이번엔 네가 맞혔어. 


루시아: 왜 그러는 건데?


알파: 그래야 시간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네 말이 맞아. 승격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공동의 적이야. 만약 우리가 생사를 가린다면, 그게 선별의 본의겠지. 


루시아: 우리가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도 선별의 일환이라는 거야? 선별이 도대체 뭔데?


알파: ……승격 네트워크에 접속해야만 알 수 있는 게 있지. 되고 싶나?

 


루시아는 고개를 젓는다. 

 


알파: 그러면 더 이상 묻지 마. 따라와, 협력을 약속하지. 물론 네가 지금 후회해도 늦었어. 결국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너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그리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할 거다. 


루시아: 이 일은 지휘관과 무관해. 나는 출발하기 전에 이미 증언했어. 


알파: 하,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어쨌든 그곳은 빛을 볼 수 없는 곳이니까. 어느 쪽이 더 공포에 질릴지 모르겠군. 


루시아:  ……넌 무엇을 조사하고 있는데?


알파: 북아시아 생명과학 진화연구소에는 윈터 홀드라는――알기 쉬운 이명이 있지. 거기에는 네가 조사해 온 겨울 계획의 전말이 있고, 쿠로노 그놈들이 가장 깊숙이 숨겨놓은 실험실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