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12 구룡 순환 도시



12-6매와 개

케르베로스와 차징 팔콘의 협동 작전은 순조롭지 않은 것 같았다.



카무이 : 크롬, 방금 폭발 소리가...


크롬 : 침식체 쪽에서 자폭 공격을 한거겠지. 하지만 구룡의 외벽에는 피해를 거의 주지 못한 것 같아.


차징 팔콘 소대가 주둔한 곳까지 폭발의 충격이 느껴졌다. 차징 팔콘에게 주어진 임무는 돌격이 아닌 수비여서 무기를 꽉 쥔 채 이곳에서 전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베라 : 그렇게 쉽게 깨진다면 구룡도 자신만만하게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겠지.


이때 이곳으로 배정된 다른 소대가 드디어 도착했다. 케르베로스는 전쟁이 그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차징 팔콘의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크롬 : 케르베로스, 오래 기다렸다고.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베라 : 크롬 대장... 내가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크롬 : 현장의 파견 명령은 가장 먼저 집행해야 할 텐데... 잠깐, 나머지 두 명은 어디 있지?


크롬의 지적은 옳았지만 베라는 여전히 상관없다는 미소를 유지했다. 그리고 크롬은 말을 이으면서 베라 뒤에 있어야 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녹티스 : 당연히 여기 있지. 차라리 여기서 누가 더 강한지 대결해 볼까? 규칙만 따르는 도련님?


크롬 : 왜 통신을 사용하지? 이 근처에 있나?


베라 : 승부를 가리고 싶다면 나에게 오는게 어때? 너희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제하에.


녹티스 : 아, 그쪽 자료를 읽어본 적 있어. 몸에 다른 의식이 숨겨져 있지? 뭔가 좋은 냄새도 나고, 재미있네...


베라 : 함부로 정해진 위치를 벗어나지 마. 내가 여러 번 강조했을 텐데?


녹티스 : 쯧...


크롬 : 정해진 위치라니? 다른 임무라도 받은 건가?


베라 : 비슷하지,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 세 명이 모여 있어도 의미가 없으니까.


카무이 : 홀로 적에게 맞서는 것보다는 그래도 함께 움직이는 게 낫잖아...


차징 팔콘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케르베로스를 추궁하고 싶었으나 큰 진동에 모두가 위를 바라봤다.


21호 : 위쪽에 적 발견!


침식체 : --!!!


대량의 침식체가 단거리 분사를 통해 도시로 뛰어 들어오고 있다는 통신을 받았는데, 두 소대의 위치는 바로 그것들이 착지하는 곳 중 하나였다.


카무이 : 크롬, 이것들은 평범한 침식체가 아니지?


침식체 : --


눈앞의 온몸이 검은 침식체를 본 카무이는 전에 부대가 우주에서 만난 이중합을 바로 떠올렸다. 그리고 크롬도 고개를 끄덕이며 카무이의 판단에 동의했다.


베라 : 그러니까 승격자가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다는 거잖아... 성가시네. 녹티스, 21호, 전투 준비해.


21호&녹티스 : 알겠어.


크롬 : 우리도 방어를 시작하자! 카무이!


침식체 : --!!!



12-7전투에서의 선택

사람들의 결정은 계속해서 전쟁을 가속시켰다.



롤랑 : 가브리엘, 그쪽은 어때?


가브리엘 : 예정 대로입니다. 구룡이 보유한 힘은 전에 파악한 것보다도 성가시군요. 아마 라미아 아가씨 쪽도 비슷할 겁니다.


라미아 : 내가 답하려고 했는데... 왜 통신에서까지 날 괴롭히는 거야!


가브리엘 : 괴롭힐 생각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롤랑 : 라미아는 내버려 둬. 그보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알파와 루나 아가씨는 처음 도착한 그곳에서 놀고 있고, 전투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겠지?


가브리엘 : 네. 본래 이번 임무는 우리 세 명이서 진행해야 하는 거니까요. 두 분은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롤랑 : .....

롤랑 : 아무튼 구룡 쪽은 아무 말도 없지만 녹존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대로 가다간 임시로 강화한 침식체가 다 망가지고 말 거야.


가브리엘 : 그래서 계획이 있는 거죠?


롤랑 : 구룡의 구조체에는 역원 장치가 없을 테니까 여기서부터 승격자의 힘으로 퍼니싱을 가능한 한 퍼뜨리자.

롤랑 : 농도만 높아지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장난감으로 전락할 거야.


가브리엘 : 퍼니싱을 퍼뜨리는 건 처음부터 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롤랑 : 그러니 그 전에 우리는 소극적으로 싸우면서 가능한 한 시간을 끄는 거야.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가브리엘 : 하지만 그건 루나 아가씨의 부탁과는... 그래도 퍼니싱을 퍼뜨리는 그 계획에는 동의합니다.


라미아 : 음... 그래서 가브리엘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가브리엘 : 공격하면서 퍼니싱을 퍼뜨릴 테니 두 분은 알아서 움직이십시오.


라미아 : 방침을 정하자마자 통신을 끊다니, 행동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롤랑 : 뭐 원래 그런 성격이잖아. 라미아, 아무도 안 본다고 해서 몰래 게으름피우지는 마.


---


카무이 : 케르베로스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라는 거지... 크롬 대장, 그들에게 연락은 닿아?


크롬 : 신호는 연결되지만 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고 있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카무이 : 카무는 그들이 따로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고 해...


크롬 : 카무... 벌써 그 녀석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건가?


카무이 : 혼잣말하는 시간이 더 많지만 가끔 그로부터 의견을 받기도 해.


크롬 : 의견?


카무이 : 예를 들어 지금 칼을 휘둘러야 한다던가!


침식체 : --!!


크롬 : ...지금은 적을 상대하는데 집중하자. 그리고 가능한 한 높은 곳을 차지하는 거야. 알겠지? 카무이.


카무이 : 내게 맡겨줘! 대장.



12-8프랑켄슈타인

구룡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 아무래도 그들은 승격자를 너무 얕본 것 같다.



녹존 : 윽...


구조체 : 아, 안돼, 이 괴물.....


구룡이든 공중 정원이든 모두 갑작스러운 충격에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떨어진 낙엽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브리엘 :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


그리고 현장을 그렇게 만든 가브리엘은 이 "나뭇잎의 길"을 따라 나아갔다. 검은 옷 아래의 몸집은 거대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는 발밑의 구조체들이 아직 의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일격은 그들의 신체 기능 일부만을 멈추게 했을 뿐이지 모두 일어서려 노력하고 있었고, 가브리엘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이정도로 충분했다. 그는 가능한 한 살육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 그의 신념보다는 루나의 명령이 더 중요했다.


가브리엘에게 있어서 루나는 하나의 지표이자 모든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누구보다 반드시 가장 노력해야 했다.


가브리엘 : 빛의 벽... 보호막이군.


빛의 벽 앞에 멈춘 가브리엘은 빛의 벽을 통과할 방법을 모색했다. 빛의 벽은 유약해 보이지만 정체를 모르는 것에는 신중해야 했다.


구조체 : 망할 침식체들!


침식체 : --!


자신을 따라 도시에 들어선 침식체가 뒤에서 다른 부대의 방해를 하고 있었다. 대충 뿌리쳐봤자 움직이는데 방해될 거라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구조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브리엘 : 죄송합니다.


구조체 :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 괴물아!


외투 아래에서 기이한 형태의 팔이 뻗어져 나와 지상의 구조체를 잡았다. 가브리엘은 붙잡힌 자의 욕설을 무시하며 빛의 벽 범위를 살펴보며 위치를 확인한 후...


바로 구조체를 빛의 벽에다 박아 버렸다.


구조체 : 으아아아악!!!


마치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가브리엘은 손에 든 구조체를 장난감마냥 빛의 벽을 향해 계속 휘둘렀다.

그리고 그는 빛의 벽의 본질을 파악했다.


그건 거대한 빛의 역장이었다. 그것은 방어이자 공격 수단이었는데, 손에 든 구조체가 녹아 끊어진 흔적만 남고 몸을 계속 떨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가브리엘 : 이런 성질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겠어. 더 강한 에너지를 부딪친 후 빈틈이 생기면...

가브리엘 : 내부의 레이저를 생성하는 부분을 중단시키면 돼.


가브리엘은 쓸모가 없어진 구조체를 버리고 빛의 벽을 향해 손을 들었다.

--!


카무이 : 또 폭발 소리가! 크롬 대장!


크롬 : 이번에는 코어 구역이야. 침식체가 빛의 벽을 공격하고 있나...?


카무이 : 빨리 코어 구역으로 이동해 확인하는 게 좋겠어!


크롬 : 그래. 최단 거리로 가자!



12-9미소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그레이 레이븐은 약속했다.



관리자 : 번호 C에서 H의 팀은 서문으로 가라. 구룡의 경계권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들어간 순간 공격당할 거다.


구조체 : 그럼 지원 부대는 어디에 배치 되는거죠?


관리자 : 보급선은 임기응변이 가능해야 하니 각 소대에 지원 부대의 인원을 배치해 전달하게 할 거다. 또 질문이 있나?


리브 : 모두 긴장했네요...


나도 긴장했어.

너도 긴장했어?


이름 : 나도 긴장했어.


루시아 : 긴장되면 심호흡을 해보세요.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겁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하산 의장이 내린 집결 명령에 따라 구조체 소대가 계속해서 이 구역에 강하하며 집결하였고, 각종 전쟁 설비도 항구 근처와 후방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전장을 누볐지만, 이처럼 대규모 집결 전투는 모두에게 처음이라 불안하면서도 흥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리 : 아무래도 이번의 적은 평범한 침식체나 특정 승격자가 아닌 규율을 갖춘 "군대"인 만큼, 구룡 쪽에서 우리와 협력한다고 하면 일이 상당히 더 수월했을 겁니다...


카이사이 : 차라리 곡님을 다시 한번 설득해 보는 건 어떻죠? 우리 쪽의 생각을 전한다면...


리 : 너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보다 예정대로 우리의 후방을 지켜줬으면 해.


루시아 : 맞아. 후방에 야전 기지를 여러 개 배치했잖아? 위치적으로 전장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


카이사이 : ...하지만 이곳은 그래도 우리의 고향이니 우리가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요?


후방도 전장이야.

우리를 믿지 못하는 거야?


이름 : 후방도 전장이야.


카이사이 : 고마워요.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 쪽도 그 뜻을 따를게요. 후방의 기지는 우리 구룡파가 지켜내겠어요.


관리자 : 그레이 레이븐이죠? 소대 번호는 뒤쪽의 R이니 재정비 후 동문 쪽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알겠어.

지금 상황은 어떻지?


이름 : 알겠어.


관리자 : 역시 엘리트 소대는 듬직하네요. 그럼 부탁합니다.


리 : 승산은 어떻지?


관리자 : 승산이 없다면 의장도 부대를 이곳에 집결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관측한 바에 의하면 공동체 구룡 쪽에는 아직 상당수의 구조체가 숨어 있어, 침식체와의 전투는 우리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죠.


루시아 : 그렇다면 관건은 승격자를 쓰러뜨리는 거네...


관리자 : 노선도는 지휘관님께 지급했으니 나중에 직접 확인 하세요, 무운을 빕니다.


베라 : 어머... 여기에 있었구나.



전과 다른 옷을 입은 베라가 인파 속에서 튀어나왔다. 위의 표식과 모형을 보니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전투 코팅인 것 같았다.


리 : 베라!?


루시아 : 이번에는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지?


베라 : 너무하네. 너희의 상황을 보러온 것뿐이야. 전에 아시모프의 전용 비행기에서 위험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걸 봤거든.

베라 :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그러니까 단순히 장기말일 뿐이라는 거야. 아쉽지만...


리 : 베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알아듣게 똑바로 말해!


베라 : 무사히 살아남은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리 : 큭, 저 녀석...

리 : 누가 알겠어. 대장인 베라가 저런 구조체라면 그 휘하는 얼마나 이상할지...


루시아 : 아무튼 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면 됐어... 지휘관님, 어서 이곳을 벗어나 예정 지점으로 가요.


그래. 소대 간의 충돌은 피해야지.

그래. 중요한 건 승격자와의 전쟁이니까.


이름 : 그래. 소대 간의 충돌은 피해야지.


리 : 그러네요. 이곳에 계속 머물다가 베라가 생각을 바꿔 다시 돌아오면 성가시니까요.


리브 : 잠깐만요. 출발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루시아 : 뭔가 빠뜨린 거라도 있어?


리브 : 아, 아니에요... 모두, 손을 내밀어주실래요?


응.

손은 왜?


이름 : 응.


리브 : 고마워요. 루시아와 리 씨도요. 손을 한곳에 모아줄 수 있나요?



루시아 : 이렇게?


리 :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상관없지?


리브 : 네. 상관없어요.


리브의 부탁에 모두가 손을 한곳에 내밀자 네잎클로버같은 모양이 되었다.


리브 : 저도 처음이지만... 일단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리브는 자신의 의료 주머니에서 만년필 하나를 꺼내 모두의 손등에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



루시아 : 이건...


웃는 얼굴인가?

귀신 얼굴인가?


이름 : 웃는 얼굴인가?


리브 : 네. 조금 삐뚤어졌지만 뭔지 알아볼 수 있죠?

리브 : 이 웃는 얼굴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두가 다시 모일 거라는 걸 뜻해요. 이 얼굴처럼-


쿠쿵-


리브 :  앗!?


--!


루시아 : 폭발 소리... 게다가 거의 모든 방향에서... 지휘관님, 리브, 리, 바로 예정된 위치로 이동해야겠어!


폭발 소리와 함께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누가 먼저 공격하고 누가 먼저 뛰쳐나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전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알았다.




본격적으로 전쟁 시작...!

리브의 바람대로 전쟁이 끝난 후 모두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