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도

...

어째서죠...?


소녀의 눈동자는 의혹을 감추지 못했고, 그녀는 황야를 거닐었다. 모래먼지로 뒤덮인 대지에 썩은 묘비가 가득 세워져 있다.

그녀가 "재앙을 걷는 자"라고 부른 인류는 최후의 선택을 내렸다.

인간의 숨결은 사라졌고, 그것을 위한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크레도

분명히 머지않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마지막 순간에 포기한 건가요?

분명히 아무도 이런 "결말"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를 중얼거렸다.


크레도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인류'는 연구하면 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종이군요.


그녀는 곧 멸망할 이 세계를 주시하며 자신의 소멸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크레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나, 이번 여정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죠.



그녀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펼치고 눈을 감으며 무릎을 굽혔다.

그녀는 무수한 묘비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크레도

오랜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예상을 깨고 놀라움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내린 모든 결정은 제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저는 당신에게서 받은 모든 것을 간직...아니, 잘 활용하도록 하죠.

별의 광대한 파도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생명을 더욱 빛나는 결정체로 응집시키기 위해...

이 다음..."우리"와 "당신들"과의 더 나은 만남을 위하여.


그녀는 감격하여 그 인류에게 경의를 표했다.


크레도

아...참.

마지막으로 '제'가 저 자신만을 대표하여 당신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당신이...'당신들'이 만든 이야기는, 대단히....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그 후에...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소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잠시 동안만 존재했던 이 작은 환상을 날려버렸다.

...



이 구역의 검사는 끝났을 겁니다. 지휘관.


리브

잔류 퍼니싱 농도가 안전 임계값 아래로 떨어졌어요. 여기에서 적조가 완전히 물러난 것이 분명해요.


【수고했어】


【적조가 저절로 사라지는 현상은 보기 드문데】


루시아

네, 그러나 침식체나 이합생명체의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이상하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일단 '안전'으로 표시해 둡시다.


추후에 다른 부대가 더 정밀하게 조사할 것이고, 단지 저희가 먼저 현장에 발을 들인 것일 뿐입니다.


【뭐 찾은 거 있어?】


그게...리브가 버려진 건물에서 이걸 발견했는데, 아마 어느 부랑자의 물건으로 보입니다.


리는 심하게 닳은 산악용 배낭을 자신에게 건네주었다. 간단히 뒤져보니 겉표지가 누렇게 변한 노트 한 권과 잉크를 다 쓴 만년필, 곰팡이가 핀 붕대 몇 개만 남아 있었다.


리브

주변의 생명 신호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 배낭의 주인은...


자신은 그 무명의 부랑자가 남긴 공책을 훑어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브가 말을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건넸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농도의 적조로 뒤덮여 있어, 일반 인간의 생존 확률은 무시할 정도로 낮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남겼지】


루시아

노트에 뭐라고 쓰여 있나요?


마지막 단락을 묵독하고 난 뒤, 책장을 닫았다.


【'이야기'야】


이야기? 어떤 이야기인가요?


【...좀 복잡해서 한 두 마디로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너희들이 보고 싶다면 내가 나중에 예술협회에 가서 원고 몇 부 복사해 달라고 부탁할게】


【임무가 끝났으니, 우선 돌아가자】


자신은 공책을 조심스레 돌려놓고 누군가의 소유였던 배낭을 메고 소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것은 이 황량한 세상을 걷는 보통 사람이 마음대로 쓴 황당무계한 작품이었다.

그 이야기는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감상하거나 해부하거나 칭송할 만한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쓴 이야기는 언제나 그 나름의 '독자'를 맞이한다.



???

...

이렇게 □면, □□□의 소원....□□이루어진 □까.....?


저 멀리,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아련한 여음이 퍼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