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자아 개조는 고통스러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을 변화시키는 건 인간의 생물학과 윤리, 도덕에 기반한 모든 사회적 형태가 파괴되고 씻겨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가 새로운 질서로 교체됨에 따른 고통을 달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고드윈: 자네는 나를 너무 실망시켰군…….


 

고드윈은 임시 감옥인 지하창고에서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연구조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한다. 



연구조교: …….


고드윈: 왜 비밀을 누설하려고 하지, 과학 이사회에서 자네를 파견했나? 아니면 구룡이나 아딜레에서 돈이라도 많이 받았나 보지?


연구조교: 아무도 협박하지 않았고, 어떤 유혹도 없었습니다. 네……. 저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교수님, 그만 하세요. 그 실험들은 더 이상 계속되면 안 됩니다. 


고드윈: 여기로 처음 발령받은 날에 말했지만,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우리는 새로운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구시대의 족쇄에 묶이지 마.

연구조교: 그렇지만 그 사람들을 직접 실험에 사용하는 건…….


고드윈: 생리학적 측면에서 그들은 크틸라 계획에서 얻은 클론 실험체와 다르지 않아. 그러한 클론은 더 이상 다양한 샘플을 제공할 수 없고,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기술은 무의미해.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조교를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쉰다. 

 


고드윈: 인간의 지식욕은 이미 생리적 조건과 타협하기 시작했지. 머나먼 ‘뉴턴 시대’에, 인류는 끈기와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당시의 과학 지식을 모두 습득할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고된 노동으로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사고의 황금기를 놓치면 또 언제 얼마나 많은 혁신을 할 수 있겠나? 미래에는 인류가 평생 한 학문의 분야도 다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아. 그때가 오면, 인류가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늦어. 구시대 인류를 너무 아쉬워할 필요 없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길을 닦는 거야 말로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일 거야. 


연구조교: 하지만 선생님, 우리도 구시대의 인류이지 않습니까?


고드윈: 아니, 우리는 개척자다. 새로운 시대의 개척은 늘 피와 희생을 필요로 하지. 길을 찾는 개척자가 되지 못하면 길을 닦는 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모든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책임이야. 자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생이네. 이것을 이해하길 바란다. 


연구조교: 만약 그렇다면, 누가 우리에게 이것이 반드시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고드윈: 끝까지 가야 옳고 그름을 얘기할 수 있고,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법이야.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없지. 

연구조교: 교수님, 저는 당신의 눈에서 미래가 아닌, 악마가 보입니다.

 


...

 


통로를 따라 연구소 내부 깊숙이 들어가자, 탄흔과 움푹 들어간 곳, 깨진 스크린, 뒤집힌 탁자와 의자가 보인다……. 모두 이곳에서 예전에 얼마나 격렬한 갈등이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루시아: 시체가 없어?

 


혈흔이 남아 있다면 추적할 수 있겠지만, 제 역할을 다하는 청소 로봇에 의해 깨끗하게 청소된 것 같다. 

 


알파: 청소 로봇은 시체를 운반하는 기능이 없어.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겠군.

 


알파는 자신에게 수송기의 정보를 알려준 그 목소리를 떠올린다. 

 


알파: (설마 그녀인가?)

 


이것이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알파는 눈가의 잔광 속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모습을 포착했다. 휙――, 단도로 공기를 가르며, 길을 따라 떨어져 돌돌 말린 종이가 작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검은 형체는 벽에 못으로 박혀 있었고, 종이는 서서히 땅에 떨어지며 정체를 드러낸다. 

 


루시아: 이건 배양 탱크의 실험체!


알파: 보니까 이게 바로 조립된 완성품인 것 같네. 정말 악취미한 디자인이군. 앞으로 갈 구역에는 아마 이런 적들이 많을 거야. 이것들은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자유의지를 잃은 위조품이지. 구조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니까. 그것의 뇌에 속지 마.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어. 


루시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 


 

전투 개시


티어 연구소로 이동하세요.



시스템: 삭제 완료

 


북아시아생명과학진화연구소

의식 연구 센터

 


루시아: 이 층은 뇌와 의식의 바다에 대한 연구 센터인 것 같아. 


알파: 로비에는 상세한 자료가 없어. 계속 나아가. 자, 가자. 

 


출구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을 찾으세요. 

 


루시아: 이 엘리베이터는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어. 

 


승강교를 통과하세요.

 


알파: 뭐지!


루시아: 적이 있어!


 

모든 적을 물리치세요. 

 

루시아와 다음 행동에 대해 논의하세요.

 


알파: 다른 콘솔을 조작해야 할 것 같군. 


루시아: 나한테 맡겨줘. 

 


설비를 조작하여 승강교를 내리세요. 



저장소 열기

승강교 작동(IC 카드 필요)

IC 카드를 찾으세요.

전투 종료


 

끝없이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감염된 실험체가 쏟아져 나온다. 중앙에 둘러싸인 두 사람의 모습은 검은 바다에서 소용돌이치는 물보라 같다. 알파는 단도로 실험체를 자르고, 칼집은 옆으로 휘어져 초승달 모양을 이루며 뒤에서 공격하려는 실험체를 쓰러뜨린다. 한기로 만들어진 용오름이 허공을 스치고 날아가, 실험체는 얼음이 되어 땅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난다. 루시아가 분사기를 회수하여 앞에 있는 실험체의 공격을 막는 동안 다른 실험체가 천장에서 루시아를 향해 똑바로 떨어진다. 위험을 감지한 루시아는 한쪽으로 물러서려 하지만 또 다른 실험체가 그녀의 칼날을 움켜쥐고 만다. 머리 위에서 진행된 공격은 일시적으로 동작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뇌명이 갑자기 공기 중에서 폭발하여 오존의 비린내를 남긴다. 머리 위의 공격이 끝나자 루시아는 자신의 칼날을 잡은 실험체를 제친 김에 잘라 뒤로 물러선다.

 




이어 알파와 등을 맞댄다. 움츠러든 두 사람의 방어선에 실험체들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대책을 고민하는 듯했다. 

 


알파: 네 상황은 어때? 


루시아: 아직 문제없어. 

 


손의 움직임은 둔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말투에서 알아채기 힘든 피로를 느낄 수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오는 적을 막는 것 외에도, 두 사람 모두 의식의 바다에서 잡음을 억제하는 데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루시아와 알파의 피곤함을 눈치챈 듯 실험체는 잠시 두 사람을 훑어보다가 다시 달려든다. 

 


알파: 각자 한쪽을 맡자고.


루시아: 좋아. 

 


수 마리 감염체의 공세가 분사기에 의해 방패처럼 펼쳐지고, 이어 검붉은 태도가 이들을 두 동강 낸다. 뇌광은 검은 몸체를 타고 흘러가 잠시 정적에 빠지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칼빛이 번쩍이며 제어 중추를 정확하게 분쇄한다. 거울에 비친 칼빛은 등을 경계로 양쪽으로 피어나, 촘촘한 원을 형성한다. 검은 조수는 몇 번이고 일렁였지만, 소용없이 거품으로 부서질 뿐, 중심에 있는 암초는 도저히 흔들 수 없다. 그러나 몇 번이고 물살을 맞는 바람에 암초의 내면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루시아: ……


알파: ……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그녀들은 뒤에 있는 자의 상태를 또렷이 감지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방어전이 그들이 애써 지탱해 온 의지를 갉아먹고 있다.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는 날카로운 소리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심지어 그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실험체의 또 다른 공격을 격퇴한 뒤……. 


 

루시아: 알파!


알파: 준비됐어.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그녀들은 상대방의 다음 계획을 충분히 이해한다. 둘은 전술 면에서 놀라운 유사점을 가지고 있고, 짧은 협력 기간 동안 더할 나위 없는 암묵적 이해를 낳았다. 그것은——소극적 방어를 취하지 않고 오랜 시간 축적된 일격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위에 커다란 번개가 피어오르고, 루시아에게 잠깐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분사기의 끝에서 나오는 기류에 두 사람의 옷자락이 펄럭이며, 분사기를 꽉 쥐고 있던 루시아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한편, 알파는 대태도의 칼집을 걷어내고 루시아가 땅에 꽂은 태도에 발을 딛어, 그녀와 같은 높이까지 힘껏 도약한다. 칼집에 달린 표시등이 하나둘 켜지고, 대태도가 알 수 없는 속도로 알파에게 뽑히자 눈부신 뇌광이 순식간에 모두의 시력을 앗는다. 두 사람이 착지하며 일시적인 암전은 끝이 났다. 주변은 천둥 번개에 그을린 흔적들로 가득했고, 실험체들도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초토화돼 있었다. 루시아는 바닥에 꽂힌 태도를 빼내어 이미 가쁜 모방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당분간 주위에 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알파도 대태도를 잠시 칼집에 집어넣는다. 

 


알파: 먼저 가…….

 


알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밑에서 진동과 함께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 무중력감이 뒤따르며 지면이 두 사람의 오랜 공격에 무너진다. 


 

알파: (이런 비정상적인 깊이……)

 


무너진 지반의 깊이는 원래의 방 높이보다 훨씬 크기에 구조체가 바닥에 떨어져도 다칠 위험이 크다. 다행히 부상이 없더라도 함께 무너져 내린 낙석에 대비해야 한다. 알파는 사용할 수 있는 완충재를 찾던 중, 주변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며 한 손이 뻗어 온다. 

 


루시아: 여기야. 

 


분사기가 두 구조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루시아는 한기를 이용해 낙석을 얼려 간신히 내리막길에 붙인다. 알파는 루시아와 함께 동결된 내리막길을 밟고, 루시아는 이를 만들며 칼자루로 밀려오는 자갈을 헤집는다. 이윽고 발밑에서 현장의 감촉이 전해진다. 루시아는 이미 서리가 내린 분사기를 거둬들여 낯선 주변 환경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루시아: 이 지하실은 이전 기록에 없었어. 


알파: 그러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지……. 이곳은 쿠로노의 내부자 모두에게 숨겨야 할 곳이야. 루나가 이송되기 전에 있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