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한겨울을 보낸 횃불이 문명을 불태우려는 불길로 바뀌었다. 

 


고드윈: 연구 방향을 바꿔 구조체를 군사화하는 쪽으로 가자는 건가?

 


상대방의 요구를 들은 고드윈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드윈: 내 연구는 이런 지루한 목적을 위해 다이달로스나 극북 연구소에 맡긴 게 아니야.


???: 인류는 퍼니싱과의 전쟁에서 계속 패퇴하고 있으며, 우리는 상황을 안정시킬 새로운 무기가 시급합니다. 고드윈 씨,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맞은편의 사람들은 부탁하는 투로 말했으나, 고드윈은 회유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드윈: 연구 방향을 조정하고 싶어도 기존 실험 재료가 적합하지 않아. ‘크틸라 프로젝트’가 폐기된 지금은 쓸만한 실험 소재가 없어.


???: 그 점은 고드윈 씨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부서에서 당신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서 용감하게 헌신하는 지원자가 적지 않을 테니까요.


고드윈: 만약 그들이 정말로 자원한다면.


???: 만약 고드윈 씨가 실제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신다면, 저희는 다른 사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고드윈: ……미리 탄탈 합성체의 적합성을 테스트하는 걸 잊지 마. 반드시 실패하는 실험은 의미가 없다. 


???: 아니요, 우리는 이러한 실패가 필요합니다. 


고드윈: ?


???: 이를 통해 탄탈 합성체의 적응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연구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이런 때에 리모델링 실패는 늘 있는 불행일 뿐이죠. 


 

...

 


붕괴된 지역을 떠난 후 루시아와 알파는 어두운 복도를 걷는다. 상층부와 달리 직선 통로가 하나밖에 없고, 얽혀 있던 지류가 마침내 하나로 수렴한다. 

 


알파: 이 흔적은 새겨진 지 얼마 안 됐어. 모두 구조체 전용 무장의 흔적이야.


 

알파는 복도의 벽에 남은 흔적을 관찰하며 금방 결론에 도달한다. 


 

알파: 이곳은 쿠로노에게 중요한 자산이니 그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거야. 

 


알파의 가슴에 계속해서 맴돌던 당혹감이 갑자기 풀린 것만 같다. 

 


알파: 우연히 잘못 들어온 우리와 다르게 그들에게는 직진 통로가 있어야 해. 그들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자산을 회수하는 것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위층에 존재의 흔적이 없는 거지. 


루시아: ……


알파: ……아까부터 정신이 팔려있는데, 뭘 묻고 싶은 거지?


루시아: 여기가 루나가 이송당하기 전에 있던 곳이라고 했지?


알파: 진실을 전부 알려줬는데도 여전히 의심하는 모양이군……. 이것 또한 그들의 비밀스러운 성격과 닮았지. 


루시아: 루나는 지금 어때? 


알파: 네가 알 필요 없어. 네 입장에서 ‘취서체’와 같은 더 큰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녀와 같은 전선에 서야 할 이유가 있나? 지금 네가 자신의 소대와 함께 행동하지 않은 것도 그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 아냐? 이왕 선택한 거 끝까지 잘하지 그래. 망할 망상은 그쯤 하고 루나 걱정도 하지 마……. 쯧…….


 

알파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식의 바다의 잡음을 가라앉힌다. 

 


알파: 정말 빈틈이 없군. 


 

아까의 이유 없는 짜증을 생각하며 알파는 다시 눈살을 찌푸린다. 


 

알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변화하는 게 아니야. 분명 어떤 유인이 있을 거야.)


 

그녀의 생각을 증명하듯 앞쪽 문이 열리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루시아: 실험체? 아니야, 이미 완전히 감염됐어! 넌 직접 그를 통제할 수 있어?


알파: 만약 네가 빨리 승격자가 되고 싶다면.


 

알파는 대태도를 빼들고 앞에 있는 적을 바라본다. 


 

알파: 그것과 접촉하지 마. 승격 네트워크의 침식을 가중시킬 거야. 


감염체: 키이익!!!

 


돌격을 알리는 호각 소리처럼, 그림자 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염체가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한다. 

 


전투 개시

 

북아시아생명과학진화연구소

유전공학 실험실

 

감염이 심각합니다. 두 사람의 공격이 20% 감소합니다. 

두 사람의 조화율 향상, 캐릭터의 CD 전환을 최소화합니다. 

 


길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세요. 

 

전투 종료


 

윈터 홀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실험실 안. 화면에 비치는 눈부신 데이터에 고드윈은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친다. 

 


연구 조교: (요즘 교수님의 성질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아……)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은 고드윈이 화내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목이 움츠러든다.

 


연구 조교: 교수님, 좀 쉬셔야겠어요. 


고드윈: 휴식: 이런 때에 어떻게 쉬어?

 


고드윈은 다시 한번 흥분했고, 그는 마치 무언가 아득한 것을 잡으려는 듯 두 손을 흔든다. 

 


고드윈: 백야와 심흔 기체에서 얻은 데이터는 우리의 귀중한 열쇠야. 승격 네트워크를 손아귀에 넣을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겠나?


연구 조교: 그러나 ‘용기’ 의식의 바다의 안정도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물류부도 방금 지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적어도 지진이 지나갈 때까지 실험을 중단해야 합니다. 


고드윈: 지진? 언제 일어났는데?


연구 조교: 교수님……당신은 정말로 휴식이 필요해요.


고드윈: 다음 매개변수 모델로 바꾸고 실험을 계속해. 

 


조교는 무슨 말이라도 해 더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한숨으로 변했다. 


 

연구 조교: 알겠습니다.


 

명령은 일사불란하게 개입한 인원에게 내려졌고, 고드윈은 앞에 놓인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는 몸과 마음을 모두 쏟아붓고, 점점 발밑의 움직임을 무시한다…….


 

연구 조교: 또 지진인가? 어서, 실험 단말기를 보호해!


 

주위 소리를 무시한다…….


 

비명: 너 미쳤어? 경비! 경비……으악!


 

얼굴에 튀는 피를 간과한다……. 통증, 후각, 촉각을 소홀히 한다……. 눈에는 천천히 녹색 데이터만 흐르고, 평소 분석을 거쳐야 했던 데이터는 이제 어린이 그림책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드윈은 꺼진 데이터 단말기를 들어 올리며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린다. 

 


고드윈: 하하하, 내가 해냈어, 해냈다고!! 콜록콜록…….

 


눈가와 비강에서 흘러나온 피가 주름살을 타고 입안으로 흘러들어와 심하게 기침한다. 

 


고드윈: 콜록콜록……. 어서 이 데이터들을 기록해!


 

고드윈은 기침을 멈추고 큰 소리로 명령했지만, 이미 난장판이 된 시신은 분명히 그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앞의 광경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어느새 실험실에 침입한 검은 그림자를 가리키며 꾸짖는다. 


 

고드윈: 뭘 멍하니 있어, 시간 낭비하지 마!!


실험체: ……


 

...


 

마지막 수문을 열자 강한 비린내가 풍겨온다. 마른 피, 엎어진 책걸상, 부서진 터미널……. 가장 최고 기밀의 실험실인 만큼 청소 로봇의 진입은 자연스레 허용되지 않아, 오히려 당시의 참혹함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다. 비록 방금의 전투에서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그 엄청난 머릿수 앞에서 루시아는 감염체의 일시적인 접촉을 피할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의 접촉은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조차 필요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의 가벼운 퍼니싱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불꽃이 되어, 감염률을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보잘것없던 물보라가 천지를 뒤덮은 쓰나미로 변해 루시아의 의식을 삼키려 한다. 


 

루시아: (아직은 아니야…….)


 

알파는 아직 움직일 수 있지만, 왼손의 따가운 통증과 귓가에 울부짖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알파: 네가 장치를 켜. 


 

알파는 루시아를 시동 스위치로 데리고 간 후, 자신은 빠른 걸음으로 관찰창 뒤의 방으로 향한다. 

 


알파: 이건?

 


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알파를 당황하게 한다. 링크 장치에는 구조체가 아니라 퍼니싱에 의해 심각하게 부식된 유골만 보인다. 유골은 구속 의자에 수갑이 채워진 채 손목, 가슴 등이 골절되어 있다. 죽기 전에 어떤 투쟁을 겪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알파: 이게 루나가 말하는 접속장치인가. 이걸 통해 승격 네트워크에 직면할 수 있나……. 인간의 유골……. 그들은 이미 이 수준에 미쳐도 기다릴 수 없었던 거야. 


 

알파는 유골을 치우고 싶었으나,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유골이 온 땅에 흩어졌다. 

 


알파: ……


 

알파는 한참 망설이다가, 장치를 착용하고 루시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버튼을 누르자 알파의 의식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