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몇 시간 전, 그레이 레이븐은 임시 캠프를 만들었다. 


 

리: 몇 시간 전, 그레이 레이븐은 임시 캠프를 만들었다. 


 

리의 조작과 함께 장황했던 비밀 코드는 짧은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으로 바뀐다. 


 

리: 지휘관, 이 주소로 연결해 드릴까요?


지휘관: (고개를 끄덕인다)


 

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의 주소를 연결한다. 가벼운 소음 이후 화면은 나오지 않았으나 스피커에서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시모프의 음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시아는…….


리브: 아, 이건 아시모프 씨의 목소리에요. 그들은 루시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통신의 품질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음성의 주인을 구별할 수 있다. 


 

리: 지휘관, 계속 들으실 겁니까?


지휘관: ……들어보자. 


니콜라의 음성: ……그것들은 모두 확인할 가치가 있다. 

 


스피커에서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자 통신은 꺼졌다. 세 사람은 침묵으로 사실을 소화한다. 

 


지휘관: 리브,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리브: 중간에 음성 및 환경음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위조가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휘관, 그들이 말한 게 사실일까요?


지휘관: 적어도 내 경험상 사실이야. 


리: 그러면 지휘관,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정보의 출처는 불분명하고, 그들의 대화 내용은 앞으로도 당신에게 공개되지 않을 겁니다. 사령부에 직접 방문하면 오히려 우리 정보의 출처를 따질 수도 있겠죠. 어쩌면 이 정보의 목적은 이간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휘관: ……니콜라 사령관에게 연결해줘. 


리: 지휘관? 이렇게 하면 당신은 반드시 정보 출처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 


지휘관: 괜찮아. 루시아와 관련 없는 질문은 하지 않을게. 이 정도라면 해석의 여지가 있겠지.


리: 알겠습니다. 그 전에 단말기에 있는 도청 기록부터 지우겠습니다. 

 


...

 


알파는 눈을 뜨자마자 격렬한 진동을 느꼈다. 모든 표시기는 거대한 짐승이 죽기 전에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미친 듯이 경고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알파는 낯선 그림자가 루시아가 있던 자리에 서 있는 것을 포착한다. 챙! 던진 단도가 유리를 뚫고 지나가자 보라색 우산 한 자루에 가로막힌다. 


 

알파: 넌 누구지?


 

늘씬한 여성이 우산을 접고 바닥에 떨어진 단도를 주워 한쪽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그녀는 모자를 벗고 알파에게 사뿐히 인사한다. 


 

릴리스: 지난번에 그런 면목 없는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존경하는 승격자님……. 아니, 지금은 대행자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는 릴리스, 진심을 다해 이곳에 왔습니다. 

 


릴리스는 모자를 다시 쓰고 고개를 돌려 진심 어린 웃음으로 알파를 바라본다. 

 


알파: (그때 목소리랑 똑같아……)


알파: 윈터 홀드의 수문도 네가 열었나?


 

윈터 홀드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파는 카메라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초점을 감지하고, 혹시 모를 적을 대비했다. 

 


릴리스: 당신이라면 제 도움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셨겠죠? 그러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겠어요. 


알파: ‘가장 완벽한 거짓말은 진실의 극히 일부만을 숨기는 것…….’


 

만약 이 말을 하는 승격자가 여기에 있다면, 아마 이미 상대방과 “속마음을 털어놓는” 행위를 했을 것이다. 

 


알파: 넌 그녀를 어디로 데려갔지?


릴리스: 그녀는 의식 과부하로 혼수상태에 빠졌어요. 저는 윈터 홀드 밖 안전한 곳에 놓아주었죠. 당신이 그녀를 아끼는 건 알지만, 다른 사람이 있으면 방해되니까요. 


알파: 방해?


 

그때 또 한 번의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윈터 홀드 전체가 떨린다. 


 

릴리스: 저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쿠로노에서 보낸 사람들이랍니다. 그들은 다용도 전투기로 도망치지는 못했지만,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더군요. 저는, 그들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웠는데 말이죠. 


알파: 무슨 목적이지?


릴리스: 승격자의 후배로서 막강한 선배의 자태를 흠모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당신의 힘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어찌 됐든 그것이 제가 승격자가 된 후 추구하는 목표이니까요. 


알파: 난 이런 일에 흥미 없어. 네 주인에게 가서 꼬리나 흔들어. 


릴리스: 그분은 절대 그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세요. 저는 권력 찬탈을 꾀하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고요. 당신, 그 구조체의 위치를 알고 싶지 않나요?


알파: 지금 그녀의 위치를 알려줘. 바로 떠날 테니.


릴리스: 그건 안 돼요. 제가 어렵게 얻은 기회인걸요.

 


주변에서 폭발음이 들렸지만 두 사람에게 당황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발밑의 땅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알파는 릴리스와 함께 아래로 떨어진다. 

 


...


 

눈앞의 폐허를 썰어내자 알파의 눈앞은 온통 용암이다. 

 


릴리스: 이곳은 그 과학자들이 실패작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곳이에요. 

 


반대편에서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노출된 철근 위에 앉아 눈앞의 광경을 감상하고 있다. 

 


릴리스: 물론 자신들도 결국 폐기물로 간주되어 소각장에 버려졌죠.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진화의 방향을 파악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결국 선별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죠. 


알파: 너는 왜 그렇게 잘 알지?


릴리스: 당신과 같은 인연일 뿐이에요…….


 

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가볍게 웃는다. 


 

릴리스: 정말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실 건가요. 우리는 ‘겨울 계획 피해자 협회’를 만들 수 있답니다. 


알파: 난 관심 없어. 그녀가 어딨는지 알려주기나 해. 


릴리스: 그러면 저에게서 얼마나 물어볼 수 있는지, 보여주세요. 


 

전투 시작









전투 종료

 


금속의 충돌음은 격렬한 폭발음과 섞이고, 배양 탱크는 원위치에서 떨어져 바닥의 용암으로 미끄러진다. 

 


릴리스: 맞아, 그게 다예요! 여기를 누가 먼저 불태우는지 우리 내기해 봐요!


알파: 그 전에 승부가 있을 거다.



태도는 다시 펼쳐진 우산과 부딪히며 수많은 불꽃을 튀긴다. 


 

릴리스: (이 칼은 가벼워…….)


 

릴리스의 머릿속에 시 생각이 스쳤을 때, 알파의 태도는 이미 원을 그리며 위로 올라가는 게 보인다. 이때 릴리스는 오른쪽 옆구리에 난데없이 발차기를 당한다. 


 

릴리스: 뭐…….

 


걷어차인 릴리스는 그제서야 알파가 칼을 쥔 손을 어느새 놓았고, 그 참격이 거짓 공격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파: 만약 내가 반드시 무기가 있어야만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회전하는 태도가 다시 알파의 손에 들어가고, 그 틈을 타 릴리스는 퍼니싱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복구하려 했으나…….

 


릴리스: 퍼니싱을 통제할 수 없어……. 이게 당신의 대행자로서의 능력인가요?

 


본ㆍ네거트가 부여한 임시 권한이 방해를 받은 것 같다. 릴리스는 감염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퍼니싱 농도를 조절할 수도 없다. 

 


알파: 대행자……. 너는 그렇게 생각해?


 

 


다가오는 알파를 바라보며 릴리스는 달우산(月伞)으로 몸을 지탱한다. 

 


릴리스: 제 패배를 인정합니다. 여기가 그 공중정원 구조체가 있는 위치에요. 

 


그리고 재빨리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달우산도 흔들거리며 바닥에 떨어진다. 한 장소가 알파 앞에 나타났는데, 화면에는 루시아가 나무에 조용히 기댄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어깨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알파: 아까 다 태워버릴 기세는 어디 갔지?


릴리스: 아무리 미친 도박꾼이라고 해도, 승산 없이 딜러에게 도전하지 않아요. 게다가 이곳은 곧 무너지고, 공중정원의 사람들도 곧 도착하겠죠. 계속하다가는 불장난과 함께 분신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릴리스는 이전의 광기가 허상에 불과한 것처럼 손을 번쩍 든 자세를 유지한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메모리 조각이 소매 끝에서 그녀의 손으로 미끄러진다. 릴리스는 이것을 알파에게 튕겨 준다. 


 

릴리스: 당신들은 아직 핵심 데이터베이스에 가지 못했겠죠. 저는 당신에게 그 메모리에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알파: 왜 이런 짓을?


릴리스: 아, 본ㆍ네거트 씨가 저에게 준 가장 중요한 심사 임무가 바로 당신을 우리와 함께하도록 회유하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방면의 의향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제 성의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이 추가분이 당신의 마음에 드신다면 녹음을 남겨주실 수 있나요. 저도 당신께 ‘보고’하고 싶거든요. 


 

릴리스는 정말로 주머니에서 녹음 펜을 꺼낸다. 알파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돌아선다. 



릴리스: 정말 무정하시네요…….


 

릴리스가 녹음 버튼을 누르자, 녹음 펜의 윗부분에서 꽃다발이 솟아오른다. 


 

릴리스: 다행히 제가 이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답니다. 


 

그녀는 원망스러운 듯 꽃잎을 한 송이 뜯어내고는 꽃다발을 바닥에 내던진다. 강부식성 용액이 꽃다발에서 흘러나와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그것은 발밑의 철 리프트의 함몰을 가속화한다. 


 

릴리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여기는 완전히 바닥의 용암 속으로 가라앉게 되겠죠. 저도 빨리 떠나야겠어요. 그러지 않으면 ‘강아지’에게 발각되겠어요.


 

부식액이 금속과 반응하는 흰 안개 속에서 릴리스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