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04

넌 빨간 오토바이를 탔으면 모두 승격자라고 생각하는거야?

끝이 안보이는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도로 위, 베라가 운전하는 차는 마치 고삐풀린 야생마처럼, 나는듯이 달려나갔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베라의 운전 기술은 당연히 케르베로스 소대 내에서 제일 좋다, 적어도 녹티스나 21호가 차로 박아 산산조각 내버리는 것 보단 낫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어째서 자신이 직접 차를 몰 때면, 차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지, 마치 문제를 만드는 건 녹티스나 21호가 아닌, 바로 그녀들 셋이란 것처럼.



예를 들면 이번 임무를 시작하자마자, 베라는 녹티스에게 여태껏 한 번도 핸들에 닿게 하지 않았다——차를 밀 때를 제외하곤, 그러나 이 낡은 차는 도중에 고장났다.



녹티스:어이, 대장, 좀 쉴래?



녹티스:차 수리한 후 지금까지 너 17시간을 계속 운전했잖아.



베라:어라라, 당신이 언제 이렇게 타인에게 관심을 가졌을까나?



베라는 당연히 녹티스의 심정을 알아챘다, 단지 손이 근질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



녹티스도 실의가 극도에 이르며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뒤를 향해 스쳐 지나가는 단조로운 검누런 색, 그리고 양쪽 소매 모두 차창 밖으로 늘어뜨린 21호를 볼 수밖에 없었다.



21호:이백 삼십삼……삼십삼……삼십사……



녹티스:삼칠 너 뭘 세는 거야?



21호:우리가 지나친 선인장.



21호의 헐렁한 소매가 바람에 펄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따금 소맷부리가 차의 진행방향으로 향해서, 바람으로 소매 전체를 채워, 두 개의 풍선같이 부풀어 올랐다.



녹티스:선인장……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21호:들은 바로는, 어떤 선인장은 아르마딜로를 엄청 좋아해서, 품에 안는대…….



녹티스:그래서 이런 선인장을 본 거야?



21호:맞아, 그래서 21호 아직도 세고 있어.



녹티스:……



녹티스는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돌려, 자신 쪽의 차창 밖의 단조로운 풍경을 계속 바라본다.



녹티스:어이, 대장.



베라:또 왜?



녹티스:우리 이번엔 뭐 하러 가는거야? 나 이렇게 따분한 임무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녹티스:사람은 물론이고, 이 길에서 난 무슨 동물도 본 적이 없다고, 전부……선인장이라고.



녹티스는 선인장을 세면서 스스로 즐기고 있는 21호를 힐끗 보며, 불평했다.



베라:나도 그렇게 많이 몰라.



베라:이번에도 머레이가 직접 내게 파견시킨 임무야, 오직 목적지만 주었지.



베라:너 때문이 아니려나?



녹티스는 입을 열어 반박하려 했지만, 혀만 차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케르베로스 소대가 유연한 자아행동권과 처리권을 갖고 있다지만, 다른 집행부대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웠다.



하지만 독단적인 군대 이탈은, 다방면의 조직과 관계되어있다, 더욱이 외교에도 영향을 미쳐, 머레이라 할지라도, 잠시 권한상 케르베로스를 한동안 "영창" 시킬 수밖에 없다.



녹티스:쳇.



21호:이백 삼심 오……



녹티스:삼칠, 좀 이따 우리 둘이 같이——



거대한 충돌음이 마침내 가라앉으며, 차가 점점 멈추었다.



베라는 상당히 보기 드물게 욕설을 내뱉었다, 브레이크를 완전히 밟은 발을 떼고, 다리를 들어 차문을 걷어찼다, 녹티스와 21호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다.



녹티스:이거봐, 이거보라니까? 내가 진작에 내가 운전하는 게 낫다고 말했잖아.



녹티스:이제 됐어, 차문도 떨어져버렸고, 앞 유리도 산산조각 났고, 이거 아무것도 잘 안 보이는 거 아니야?



베라가 녹티스를 잡아당겨, 새하얗게 조각난 유리창에 한 대 먹이자, 유리가 통째로 떨어졌다.



베라:이제 잘 보이지?



21호:대장……사람 있어.



베라:뭐?



녹티스:방금 뭐랑 부딪힌 거 봤어?



베라:아니, 하지만 여기 바닥에 있는 걸 보면……무슨 쓰레기겠지.



베라는 바닥에 부서진 부품을 걷어차며, 21호에게 계속 물었다.



베라:무슨 사람인데?



21호:차 뒤에, 땅에 한 사람이 누워있었어. 그리고……빨간색 오토바이 한 대 있었어.



녹티스:뭐라고! 설마 그거 승격자——



베라:개격자가 길에서 내가 치어버릴 정도로 멍청할까? 넌 빨간 오토바이를 탔으면 모두 승격자라고 생각하는거야?



베라는 차 좌석 밑에서 약 상자를 꺼내, 21호의 손가락이 향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녹티스:그런다고 뭘 할 수 있는데?



21호:빨간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



녹티스:아?



21호:그러니까……그 영화에서 빨간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 녹티스는 본 적 없어?



베라:녹티스! 21호!



멀지 않은 곳에서 베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 두 사람도 함께 가라고 지시했다.



녹티스:음……이따가 다시 얘기하자고, 하지만 언젠가 나도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법을 배울거라고.



21호:녹티스는 확실히 못 할 거야.



녹티스:어째서! 난 소질이 엄청 있다고!



???:스읍……아파! 아프다고!



???:어이! 뭐하는 거야——읍——



길가의 넝마주이가 부주의한 틈을 타, 녹티스가 수건 한 장을 그의 입에 쑤셔 넣고, 베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베라가 힘을 주자, 남자의 발목에 꽂혀있던 나무 조각이 간단히 뽑혔고, 즉시 그녀는 능숙하게 상처를 소독했다, 그런 다음 감염 방지 항생제를 뿌리고 붕대를 감았다.



???:읍——읍——



베라:됐어, 물리고 있는 걸 풀면 돼, 계속 그를 숨막히게 하지 마.



???:습……예상 외로……이렇게 큰 나무조각이……



베라:좋아졌지?



???:많이 좋아졌어, 그냥……약간 간지럽달까?



베라:가려운건 정상이야.



녹티스:너 정말 운 좋다, 다행히도 네 오토바이를 박은거라고.



녹티스:근데 이야기하자니, 대장은 이 부기체를 사용할 때도 치료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거야? 정말 신기하구만.



???:하……



???:이 오토바이는 원래 고장나 있었어, 지금 이건 곧 폐차될 거고.



베라:……먼저 말해둘게, 네 이 상처가 우리가 만들어낸걸 보지 못했어.



???:너희 탓이 아니야, 이 오토바이가 고장났을 때 날 내던졌어, 젠장……역시 머리를 아래로 향했어야했어, 살았으니 된건가.



녹티스:쳇, 이렇게나 위험한데……근데 내 맘에 드는구만.



베라:응?



???:아이, 너희한테 감사해야할지, 역시 너희한테 내 차를 변상시키는게 좋을지 모르겠구만……



기대어 앉은 남성은 베라의 "온화한 미소" 에서 약간의 위험을 읽어내곤, 즉시 화제를 바꾸었다.



'수염':됐어, 콜록, 날 '수염' 이라 불러, 영화를 틀어주는……놈이지.



남성은 몸 뒤에 잘 보호되어있는 영화 영사기와 필름 한 봉지를 가리켰다.



녹티스:오? 네가 바로 그런 영화를 상영하는 사람이야?



베라:그를 본 적 있어?



녹티스:본 적도 없어, 하지만 전에 소도시에 있었을 때, 이렇게 유랑하며, 취락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수염':확실히, 보시다시피 그렇지.



'수염':그래도 다행히 오토바이 한 대가 박살났을 뿐, 영화필름과 영사기 모두 문제 없네.



21호:영화를 상영할 거야?



21호는 '수염' 곁으로 다가가, 호기심으로 그의 뒤에 있는 영사기를 관찰했다.



'수염':물론이지, 영화가 아주 많은데, 예를 들어 아야——



21호:미안……21호 영화 한 편이 있는지 알고싶어……혼자서……



21호는 손에 있는 선인장을 숨겼다, "수염" 은 할 수 없이 쓴 웃음을 지으며 팔에 있는 가시를 떼어낼 수 밖에 없었다.



21호와 "수염" 이 잡담을 나눌 때를 틈타, 녹티스는 베라를 팽개치고 멀지 않은 곳의 "오토바이" 더미 근처로 갔다.



베라:쳇, 왜 그러는거야?



녹티스:대장, 우리가 그를 데리고 갈까?



베라:뭐에 쓰려고?



녹티스:결국은……'우리' 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의 차를 부쉈잖아.



베라:그가 방금 한 말 너 못 들었어? 우리가 오기 전에 그의 차는 고장났었다고, 그에게 스스로 넘어져서 생긴 상처를 치료해 줬으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


녹티스:말은 그렇게 해도, 이것 좀 보라고. 이것도 고칠 방법은 없겠지.



녹티스는 앞에 있는 부품 더미를 가리켰다.



베라:이쪽에서부터 저쪽까지 운전을 못하잖아, 이게 뭔 차이가 있는건데?



녹티스:그럼 내가 운전하는게 낫겠네, 내가 운전하면 확실히 안 부딪힐 거야!



베라:어라? 너가 능력이 있었나?



21호:대장……



베라는 21호에게 또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고 돌아섰지만, 21호가 그녀들이 온 길에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21호:뒤에서……적의 냄새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