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 오역 O


 

콘스타레예의 저녁 바람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곳에 멈춰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스쳐 지나간다.


 

찰박――찰박――


미지근한 파도가 내 두 발을 씻어주고, 또 물러갈 때마다 발밑에 촘촘하고 고운 모래를 적신다. 부드러운 바닷모래가 물줄기를 타고 발밑으로 빠져나가며, 가늘고 간지러운 감촉이 발바닥을 차고 전해진다. 우연히 한 줄기 빠릿한 파도가 종아리에 부딪히니, 그것이 일으킨 물거품이 약간의 바닷모래와 함께 내 옷에 튀어오른다. 그리고 따뜻한 햇빛을 받아 빠르게 말라 얕은 모래 자국만 남게 되었다.

 


지휘관: 아……


 

비록 해가 중천에 떴지만, 이런 보기 드문 편안한 품에 안겨 긴 하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루시아: 지휘관, 피곤하신가요?

 

지휘관: 긴장이 풀리면 졸음이 절로 오잖아.


 

리브와 루시아는 내 곁에 있다. 그녀들의 발목에 파도가 닿지 않아 모래에 어두운 자국이 남는다.

 


지휘관: 콘스타레예는 정말 쉬기 좋은 곳이야. 


루시아: 예술협회의 초청 덕분이죠.

 

 

리브: 제가 기억하기로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수송기에 엔지니어 부대와 한양 소대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들도 아이라 양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겠죠.

 

지휘관: 오, 그러고 보니……리는?


루시아: 잠수하기에 적합한 해변의 위치를 찾아서, 미리 인사를 나누고 그쪽으로 가서 준비하하고 있어요.

 

지휘관: 그렇구나……


 


얼마 전 도시를 어슬렁거릴 때, 한 무더기의 쿠션 인형, 기계 도구와 인형뽑기 기계에 둘러싸인 리의 모습을 보았다.

 


지휘관: 리, 거기서 뭐 해?


리: 이 인형뽑기 기계들이 고장났다고 해서, 기계체가 저에게 원래대로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지휘관: 고장?


리: 처음에 잡기를 20번 정도 시도했을 때, 기계손이 계속 풀려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홍보 기준에 맞지 않았고, 기계체들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지휘관: ……고마워, 인형 뽑기의 수호자

지휘관: 아마 이건 설계가……


리: 지금은 거의 조정 완료되었고, 테스트 진행 중입니다.


지휘관: 장소만 바뀌었지 아직도 업무 중인 거네.

지휘관: 이거 정말 쉬는 게 맞아?


리: 관심 없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한가해지니까 익숙하지 않더군요.


지휘관: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쉬는 게 어때?


 

창밖으로 눈앞에 펼쳐진 맑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콘스타레예에는 축제 장소 말고도 다이빙하기에 적합한 해변이 하나 더 있다고 아이라가 언급했던 게 생각났다.

 


지휘관: 예를 들면……다이빙?


리: 다이빙……지휘관과 같이 말입니까?


지휘관: 맞아. 우리 둘이.


리: ……

지휘관: 넌 안 가고 싶어?


리: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지휘관: 근데 우리한테는 다이빙 장비가 없는데……. 여기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


리: 인형 뽑기 기계를 수리해달라고 부탁한 그 기계체가, 콘스타레예에 수영 장비를 파는 상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지휘관: 그러면 잘 부탁해.

지휘관: 수영복 차림의 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리: 너무 일찍 흥분하지 마세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커다란 쿠션 인형을 집어 들었다.




...

 


신나서 리에게 한번 찔러봤는데, 알고 보니 그는 이미 준비에 착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브: 저는 떠나기 전에 리 씨가 아직도 입으로 ‘5미터 3분’, ‘마스크 검사’라고 중얼거렸던 게 기억나요…….


루시아: 흠흠…….


리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휘관: 응?


루시아: 그러니까……그거죠! 지휘관, 먼저 시내를 둘러보시겠어요? 아니면 해변 쪽에 있는 미술관을 갈까요? 모처럼의 휴가니, 어쨌든 푹 쉬어야죠!


리브: 아이라 양이 직접 써주신 콘스타레예 가이드북을 주신 것 같았는데……여깄다, 찾았어요. 지휘관님께 보냈어요. 콘스타레예에는 또 특별 조성한 관광지가 많다고 해요. 지휘관도 가서 모두 보실 수 있겠죠!


루시아: 맞다. 한양 소대도 이곳에 휴가로 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네요. 먼저 그들을 찾아볼까요?

 

그렇게, 리브와 루시아는 내 앞에서 서투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나, 얼굴에는 멈출 수 없는 웃음을 머금고 있다.

 

지휘관: 정말 보기 드무네……좋아.


리브: 어!?


루시아: 지휘관…….


지휘관: 그럼 난 아무 데나 산책 다녀올게. 


루시아: 네! 지휘관이 돌아오는 그 순간에 맞춰,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놓을게요.


리브: 저희는 계속 여기에 있을게요, 지휘관.

 


...

 


발바닥 밑의 젖은 모래는 점점 말라간다. 내가 해변 밖에 서 있을 때쯤에는 이미 루시아와 리브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녀들은 분명 무언가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거짓말과 숨기는 것에 여전히 서투르다. 하지만 그녀들이 직접 준비한 만큼, 흔쾌히 받아들여 주는 게 아마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단말기에서 확인한 위치대로 걸어가니 시몬은 없었다. 한양 소대의 나머지 세 사람은 모래사장 옆에 서서 싸우고 있다.


 


팔루마: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만약 네가 지금 시몬과 화해하지 않았다면 수석에 대해 할 말이 없을 때 나를 쳐다봤을까? 게다가, 분명히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은 너잖아. 모래사장 장기자랑용 코팅을 가져갔으면서, 연습할 때 그를 화나게 해서 기절까지 시킨 일이 나한테까지 튀냐고.


노안: 네 말처럼 그렇게까지 과하지 않아. 또 봐, ……너도 눈치챘잖아. 그는 훈련을 보러 오고 싶어 했지만, 굳이 영상 뒤에 숨어서 선생님인 척했어.


팔루마: 지난번 그 일 때문에 진짜로 차고 넘치겠다. 시몬의 단결 우애 전술 포착 목표 수가 2보다 작으면 나도 끼워 넣을 거다. 나는! 조금도! 생각 없어! 빌어먹을 모래사장 장기자랑!


노안: 하지만 너는 소대장이잖아.


팔루마: 날 정화부대로 돌려보내 줘. 고맙다.


릴리안: 이미 돌아갈 수 없어, 팔루마 대장.


팔루마: 굳이 다시 말해줄 필요 없어!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아니면 이에 대한 원한이 쌓인 건지 팔루마는 유난히 화난 모습이다.


 

릴리안: 하지만……


팔루마: 노안! 너 이 ** 그때 갑자기 기발한 생각한 거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노안: 언제?


릴리안: 잠깐, 그건……


팔루마: 저번에 자기가 만든 닭 날개찜을 가지고 시몬한테 사과하러 간다고 했던 그때!


노안: 난 확실히 사과했는걸.


릴리안: 내 얘기 좀……


팔루마: 만약에 갑자기 그게 떠오르지 않았다면 닭 날개를 음식으로 만들기 전에 최대한 써먹었겠지. 시몬은 네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


릴리안: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계속 뒤에 서 있다고!


 

갑자기 공기가 조용해진다. 팔루마는 화내며 시선을 돌린다. 노안은 입을 벌리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삼킨다.

 


노안: 오랜만이야, 지휘관.


릴리안: 안녕,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지휘관: 아, 모두 안녕.

지휘관: 오랜만이야.


지휘관: 내가 너희들을 방해했니?

지휘관: 미안. 내가 너희들을 방해했네.


릴리안: 아냐 아냐, 그들을 방해해줘서 고마워.


지휘관: 그래서, 다 썼다는 물건이 뭐야?


노안: 아……난 그냥……


팔루마: 닭 날개로 외과 수술을 연습했으면서, 잘못 꿰맨 뒤에도 재료를 깨끗이 치우지 않았지.


지휘관: ……오.

지휘관: …………


 

노안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쯧”하는 소리를 내는 걸 들은 것 같아 고개를 들자, 그는 또 평소와도 같은 표정이다.

 


지휘관: (시몬, 정말 불행하구나……)

지휘관: 너무 갑작스럽고 대단한 생각 같네.


팔루마: 너도 얘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노안: 당연히 아니지. 나를 믿어줘――난 정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을 뿐이야.


릴리안: 예술협회에 갔을 때도 그렇게 말했어.


팔루마: 정말 지긋지긋하다. 번거롭겠지만 빨리 탈영병이나 돼서 나한테 쫓기며 죽을 생각은 없냐?


지휘관: ……네가 말한 두 명……시몬 말고 또 다친 사람이 있어?


릴리안: 없어. 그때 만난 예술협회 사람들은 심지어 엄청 기뻐했지.


지휘관: 시몬……


 

...

 


시몬은 한양 소대의 두 번째 재편성, 즉 3대 지휘관을 맡았다.


 


――한양 소대라는 이름은 일종의 저주와 같다고 한다. 양은 제사를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소대 안에서는 항상 풍파가 끊이지 않았고, 나도 이 소대에 대한 옛 소문을 조금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과거 한양 소대와 다르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지휘관: (이 팀은 이미 양과 아무 상관 없어.)


 

그렇기에 그들은 ‘양 우리’에 머물기 적합하지 않다.

 


지휘관: (어쩌면, 잠시 후……)


 


이 소대가 전장에 투입된 후, 그들과 함께 전투하며 협력했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니콜라 총사령관과 하산 의장은 새롭게 조직된 한양 소대를 이렇게 묘사할 것이다――

 

 

지휘관 시몬.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양치기로서, 몸이 그다지 좋지 않다. 과거에는 사고로 양을 많이 잃었고, 이성적으로 충분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곁에 있는 “양”을 믿고 싶어 한다.

 

 

대장 팔루마. 염세적인 흑표범은 침묵을 지키는 냉혈한이다.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증오하며, 밤길을 걷는 다른 생물들을 무차별 사냥하기도 한다. 유일한 약점은……햇볕에 불이 붙는 털이다.

 

 

대원 릴리스. 양가죽의 털을 뒤집어쓰고 밀렵꾼에 의해 길러진 족제비는 겉보기에 놀라기 쉬운 어린 양과 같다. 24시간 기민함을 유지하며, 이것이 필요 없이 진짜 양이 되어 양우리에서 생활하는 게 꿈이다.

 

 

대원 노안. 양치기 개를 닮은 늑대이다. 온화하고 교활하여 양치기처럼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그저 수렴 상태일 뿐이다.

 

지금의 한양 소대는 ‘식인 양’ 소대와 더욱 흡사하다. 시몬을 제외하고는 양우리 안에 나타나야 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시몬: 수석, 오랜만입니다. 전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보이시네요.

 


바로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시몬이 소대로 돌아왔다.

 


지휘관: 오랜만이야. 방금 모두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시몬: 웃음거리가 되다니……걱정하지 마세요.


릴리안: 아까 거 계속해야 하는데……다, 단체 훈련?


시몬: 네. 어제의 지표가 완성되지 않아서 휴가라도 멈출 수 없습니다.


팔루마: 웬만하면 충분하지 않냐. 너――


시몬: 당신이 왜 비앙카에 의해 청소 부대에서 옮겨진 건지 생각해보세요.


 

팔루마는 억지로 말을 참는다.


 

시몬: ……다시는 이런 길을 걷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녀는 보지도 않고 대열로 돌아간다.

 

시몬: 죄송합니다. 저희는 아마 한 시간 더 있어야 여러분과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몬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냥 용감해지려고”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신을 웃게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휘관: 괜찮아. 먼저 돌아다니고 있을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양 소대의 세 사람과 함께 해변을 향해 걸어간다. ――누가 양치기가 도살할 양만 길들일 수 있다고 하는가? 어쩌면 그들이 ‘적응하는’ 길에 아직 기구한 일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더 이상 이별이 아닐 것이다…….

 

 

릴리안: 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5분 동안 잠시 자리를 비울게!


시몬: 릴리안?

 


……응?

 


지휘관: ……휴, 그 다음은……


 

단말기에서 리브가 나에게 보내준 《콘스타레예 나침반》을 열자, 시작의 첫 문장은 예상했던 “콘스타레예는 당신을 환영합니다!”가 아니다. 오히려――

 

“여름을 즐겨라!”

 

정말 개성 있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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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얘 원래 이렇게 쎄한 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