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뢰로부터의 통신 요청

지휘관, 안녕하세요. 저 포뢰에요.

얼마 전에 함영 언니가 야항선을 탔을 때, 이 편지랑 선물을 당신께 전해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원래는 직접 건네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언니의 친구들과 함께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서 구룡 오지의 무인 지역에 가야 한다며 포뢰에게 대신 맡길 수밖에 없었다네요.

지휘관의 추측이 맞아요. 오늘은 사실 함영 언니의 기동일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저도 처음 알았어요……. 그전에 야항선에서는 함영 언니가 저한테 자기 얘기를 잘 안해줬거든요. 근데 조풍은 야항선의 기록에 따라, 오늘이 함영 언니가 족쇄를 뽑고 깊은 잠에 빠진 날이라고 했어요. 이게 어떻게 기동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어……좋았어! 오늘은 이런 말은 하지 않을게요. 어쨌든, 이따가 전 함영 언니한테 말 좀 해야겠거든요. '생일 축하해, 함영 언니!' 라고요.

포뢰의 통신


지휘관 몸소( 亲启 )

편지로 뵙게 됐습니다.

오래간만이에요, 지휘관. 당신이 이 편지를 보셨을 때면, 저는 험준하고 사람이 없는 산맥을 넘어, 구룡의 더 깊은 곳으로 가고 있겠죠. 당신이 이것을 읽어주신다면 우리의 눈길은 아마 이것을 통해 교차할 거고, 그때의 저도 외롭지 않을 거에요.

제 전자 두뇌의 기록에서,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꿈에서 두 차례나 깨어났다고 해요. 아마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게 제 기동일이어야 하겠지만요. 만약 반드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면, 전 오늘을 '기동'의 날로 삼을 거예요. 수십 년 전의 이 날짜를 살아온 저는 야항선에서 '죽었다'고 했지만,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저는 제 생명이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다른 사람과 엮이며 그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지금과 같이 설령 우리 사이에 강산이 있다 하더라도, 이 편지는 당신과의 인연을 가져다 줄 거에요. 제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당신이 여전히 저를 주시하는 그 궤도에 머물고 있을 거라고 믿는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는 여전히 당신과 같이 함께 이 특별한 날을 보내고 싶어요. 다음에는 우리 포뢰와 함께 보내기도 하고요. 야항선에서 당신과 포뢰가 좋아하는 음식을 몇 가지 만들어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지만 여백은 턱없이 부족하여, 이것으로 붓을 멈추고 편지를 부칠게요. 

함영으로부터.

함영의 편지


기동일 기념 소장품


많은 비녀 중 하나

여러 개로 쪼개진 구룡 장신구이다. 첨부된 메모에는 작게 우아하고 섬세한 두 줄의 글이 적혀있다.
宝钗分,桃叶渡,烟柳暗南浦。怕上层楼,十日九风雨。断肠片片飞红,都无人管,更谁劝、啼莺声住?

祝英台近·晚春(축영대근, 늦봄)



비녀를 나누어 가지던*( 고대 중국에서는 남녀가 헤어질 때 증표로 비녀를 나누어 가지던 습관이 있었는데 남송 때 특히 성행함. )

도엽 나루터(桃叶渡)*( 난징 친화이허(秦淮河)와 칭시(青溪)가 합류하는 곳에 있음. 진(晋)나라 때 왕헌지(王献之)가 애첩 도엽(桃叶)을 송별했던 곳에서 이름이 유래하였으며 남녀가 송별하는 장소의 대명사가 됨. )

안개와 버드나무로 남포(南浦)*가 어둑하네. ( 남녀가 헤어지는 수변 장소. )

누각에 오르는 것 두려움은

열흘 중 아흐레는 비바람이라.

붉은 꽃 한 잎 한 잎 떨어지며 가슴을 베어 놓건만

아무도 상관하는 이 없으니

하물며 꾀꼬리 우는 것이야

누구에게 부탁하여 말려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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