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편지를 본 당신은 매우 당황스러워 하실 거에요.

만약 너무 바쁘시다면 편지를 버려주세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편지를 다음 장으로 넘겨주세요.

편지가 아직 휴지 조각 속 종이 뭉치가 되지 않았다는 걸 뜻하겠죠.

아. 부정적인 의미를 담진 않았으니 오해 말아 주세요.

사실 저는 '펜팔'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은 '펜팔'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실은 저도 도서관에 있는 책에서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펜팔은 편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우정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정보의 시대가 열리기 전 사람들은 먼 거리를 오가며 연락을 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이런 연락 방식이 재미 없고 시간 낭비라고 느낄수 있겠죠.

하지만 전 이 방식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낭만. 

네, 전 이런 방식이 아주 낭만적이고, 이 시대에 부족한 낭만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펜촉으로 이러한 심경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죠.

때때로 저는 문자가 말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디에 서 있든 예의, 교양 이런 것들이 저의 어깨를 짓누르고 숨이 막히게 해요.

하지만 유독 무언가를 쓸 때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제가 될 수 있었어요.

제가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

제가 말 할 수 없는 마음.

글은 이러한 것들을 전부 전달 할 수 있답니다.

종이 위의 이 문자들이 가장 솔직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혼잣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 감정들을 다루기엔 아직 저는 많이 미숙한 거겠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저는 당신이 저의 펜팔 친구가 되길 바래요.

저는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은 제가 누구인지 알 필요 없습니다.

전 단지 이런 방법으로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길 원해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의 이름은 '아이리스' 입니다.

이 이름은 실명이 아닌, 당신과 대화하기 위한 저의 필명이에요.

제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분명 당신도 처음부터 낯선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싶진 않겠죠?

다음 편지부턴 서로에게 자신의 취미를 소개하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겠죠?

당신의 회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편지에 편지 봉투와 여백의 편지지 한 장이 있어요.

그렇다고 중요한 일까지 미룰 필요는 없어요. 편지는 꼭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저는 무척 만족스럽답니다.

'아이리스'가.

제가 편지를 부치고 이 답장을 받기까지 이틀이 넘지 않았어요.

비록 짧게 본다면 짧은 시간이에요.

하지만 그 짧은 기다림만으로도 왜 과거 사람들이 편지에 그렇게 열심인지 알 수 있었어요.

기다림은 모든 감정을 감성적으로 만들고, 열매가 익는 것을 보는 듯 기대감으로 가득 차게 해요.

이것만으로도 기다릴 가치가 있었어요.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제 필명은 '아이리스'.

이름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이 이름의 의미를 알려드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편지에선 언급한 적 없었죠?

저는 오페라 '폭풍우'에서 이 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이 오페라를 아시든, 모르시든 이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그곳에서 차가운 수선녀들에게 깨끗한 왕관을 마련해 주었다;

실연당한 연인들의 사랑을 위해 그대 아래를 떠도는 카나리아 꽃 둥지를 떠나는 것;

넝쿨째 굴러가는 포도밭; 너의 그 황량한 집 근처의 해변에서 네가 산보하며 휴식하는 곳;

이곳을 떠나 풀밭으로 가서 존엄한 천후 폐하와 함께 놀거라.

그녀의 공작새가 이미 날렵하게 날기 시작하였고, 당신이 오셔서 강림해 주시지요 부유한 세레스여.

무지개가 천지를 연결하여 그녀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신들에게 전달하고 신의 복음을 세상에 뿌렸죠.

이 대목은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하더군요.

전 여태껏 이런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늘 마음속에 수많은 환상이 있고 무덤 속엔 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만약 모든 문자가 이런 형태에 다다른다면, 그런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이건 네 나쁜 버릇이야-- 저희 부모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세요.

전 단지 제가 좋아하는 걸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에요.

전 오페라를 좋아하고 각본과 상상 속에 존재하는, 그런 것들을 좋아해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도 '아이리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당신이 신나게 설명하던 신의 이름 외에도...

------붓꽃.

보신 적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건-

실례지만, [수석], 파오스 군사대학의 학생이신가요? 아니면 군인?

당신의 편지를 볼 때 어렴풋이 느꼈어요. 특이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힘이 넘친다고.

글은 그 사람을 따라가기 때문에 분명 당신의 마음은 매우 강하겠죠?

저도 미래에 당신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 와서 이야기 하자면, 저는 아직 명확한 인생 목표가 없어요.

18세가 되면 격식탑이 에덴 거주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골라준다고 해요.

근데, 이렇게 무언가가 정해주는 미래는 따분하다고 생각해요.

전에 말했듯이 전 오페라가 좋아요.

제 생각을 각본과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

전 아무래도 이런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수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