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오역 O

 


카론: 당신이 말씀하신 ‘녹티스’. ……그 사람은 정말로 나쁜 사람인가요?


21호: 응. 녹티스, 게으르고 말썽도 잘 부려. 대장이 항상 그에게 화내고, 그 똥을 닦아주는 건 21호야.


카론: 어……엉덩이를 닦아주는 건가요? 혹시 귀찮은 일을 처리해준다는……뜻인가요?


21호: 응. 엉덩이를 닦아줘.


 

21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녹티스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보조 기계는 21호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의 대상에게 두 방 먹여주고 싶은 듯 두 개의 연동 다리를 들어 올린다. 


 

21호: 하지만 대장은 그를 항상 이해해줘. 맨날…….


???: 넌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사렌스 장로가 오늘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잖아!


 

카론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21호는 따스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론: 경계의 숲에서 돌아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 헛소리하지 마. 내가 해봤는데 그쪽에서 걸어서 15분밖에 안 걸려. 넌 왜 맨날 일부러 시간을 끌어?


카론: 전 그런 적 없어요. 


???: 평소에는 그렇다 쳐. 사렌스 장로와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꼭 오늘도 이렇게 게으르게 굴어야 해?


 

사내의 목소리가 커지자, 멀리 텐트 옆에 앉아 물건을 정리하던 두 사람이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온다. 

 


???: 카론이 돌아왔구나.


 

다가온 사람은 친절한 노인과 앙상한 중년의 사람이다. 노인은 상냥하게 카론을 불렀고, 중년은 21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카론: 네, 웬지에 아주머니. 


???: 웬지에 할머니, 하지 마요……!


 

노인은 소년의 어깨를 호되게 툭툭 치며 먼저 말을 꺼내지 말라고 한다. 소년은 입을 삐죽거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여전히 그의 불쾌함을 드러낸다. 


 

웬지에: 카론아, 이 아이는 나쁜 애가 아니란다. 조금 지나치게 솔직할 뿐이지. 


카론: 네. 


웬지에: 이쪽이 네 친구니? 환영한단다……. 아, 생각났다. 하늘에서 온 부대인 것 같구나……. 호트, 그렇지?


호트: 네. 전에 그녀가 그 빨간 머리 대장 옆에 있는 걸 봤어요.


웬지에: 그럼 남처럼 굴지 말고 같이 이쪽으로 오렴, 꼬마 아가씨. 나는 너희가 우릴 보호하기 위해 온 것을 안단다. 오늘은 우리 보육 구역의 기념일이야. 사렌스가 모두를 이끌고 호조단(互助团)을 만들어, 함께 자구의 길을 걷기로 한 날로 기념하자고 결정했다더구나. 조금 있다가 시작할 텐데, 엄청 시끌벅적할 게야. 보렴, 나와 호트는 텐트를 장식할 전구를 정리하고 있단다.


리린: 흥, 사렌스 장로가 왜 이렇게 쟤를 봐주는지 모르겠네…….


웬지에: 얘, 오늘은 즐거운 날이란다. 말다툼해서는 안 되지. 카론이 바람(소문)을 잘 듣는다는 걸 알아. 사렌스가 우리에게 칭찬도 몇 마디 건네줬는데, 그래도 기분이 별로 안 좋니? 카론도 우리를 도와줬고, 모두 함께 일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지 말거라. 리린은 아직 어려서, 앞으로도 더 잘 할 수 있단다.


리린: 진짜 아니라니까요! 쟤가 우리 편인 것 같나요! 매번 물자를 받을 때만 제시간에 나타나고, 망보고 정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누가 쟤한테 말을 걸어도 신경도 안 쓴다고요. 그리고 일을 부탁하려면 조건을 제시해야 하잖아요. 캠프에 쟤 말고 또 누가 이렇게 계산적인가요? 흡혈귀 같은 놈! 가끔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하잖아요, 그냥 괴짜예요! 게다가 사라 누나가 아니었다면 카론이 정찰했을 때……. 요 며칠은 카론이 사라 누나의 시간대를 맡을 차례도 아니니 그냥 물자나 줘버리는 게 낫겠네요!


호트: 리린!


 

빙그레 웃던 노인은 ‘사라’라는 이름을 듣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호트라고 불린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리린을 꾸짖는다. 소년도 자신이 무얼 잘못 말했는지 깨닫고 얌전히 입을 다문다. 


 

리린: 웬지에 할머니, 저……. 맞다, 그리고 너! 네 부대가 우릴 도우러 온 게 아니야? 왜 아직 실종된 사람을 찾지 못한 건데. 넌 왜 아직도 이 흡혈귀 녀석이랑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 사라 누나를 찾으러 가란 말이야!! 


 

소년은 질문을 21호에게 던졌지만, 자신이 던진 질문은 여기서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목소리는 아까처럼 우렁차지 않았다. 


 

호트: 너희 빨리 들어가. 조금 있으면 저녁이야.


 

카론은 호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21호를 잡아당겨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21호가 돌아보니, 백발의 노인이 호트의 팔에 기대어 어깨를 약간 떨고 있었다. 

 


카론: 미안해요, 21호.


21호: 응? 왜 사과해?


카론: 당신이 저 때문에 적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어요. 제 책임이에요.


21호: 어……그래? 많은 사람이, 21호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어. 꼭 당신 때문만은 아니야.


카론: 아마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제가 여기 있는 사람들과 다르듯이, 그들은 저를 ‘괴짜’로 취급해요. 동물들은 같은 냄새를 가진 개체를 같은 종으로 식별하고,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 무의식적으로 거부하죠. 그리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언어와 행동은 무언가를 숨길 수 있어도,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당신이 저와 함께 있으니까 리린은 당신을 ‘괴짜’와 같은 부류로 여기고 당신에게도 적의를 보인 거겠죠. 다행히 그는 당신의 정체를 짐작하고 더 심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요.


 

미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몸에서도 미운 냄새가 날까? 그래서 대장과 녹티스가 나와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대장과 녹티스를 싫어하는 건가? 케르베로스 소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장과 녹티스를 폐기하고 싶어 할까? 21호는 자신의 의식의 바다가 다시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걸 느낀다. 그러나 그 전에, 목덜미에 따끔한 통증이 전해진다. 머릿속의 파도는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멈춘다.


 

21호: ……


카론: 왜 그러세요? 몸이 안 좋나요?


보육 구역 난민: 야! 시작한다, 시작했어! 빨리 와!


보육 구역 난민: 이렇게 빨리? 나 아직 일이 안 끝났어! 야, 기다려!


 

21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모두 여전히 다른 바쁜 친구들과 파트너들을 향해 외친다. 군중들은 재빨리 캠프에서 가장 큰 텐트로 모여든다. 


 

카론: ……21호. 급하지 않으면, 제가 가서 물자를 가져온 후에 다시 당신을 보내드려도 될까요? 제가 직접 가지 않으면 당분간은 쓸만한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카론은 난처한 표정으로 21호의 의견을 묻는다. 21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론은 21호의 기체에 이상이 없음을 재확인한 뒤 인파의 소용돌이에 함께 휩쓸린다. 보강된 대형 텐트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다. 이렇게 신나는 분위기는 21호에게는 조금 생소하다. 공기 중에는 음식을 데운 냄새가 전해져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질 낮은 담배가 타는 약간의 냄새와 사람의 경미한 악취도 섞여 있다. 축하 행사에 필요하지 않은 장식물은 텐트 밖으로 옮겼고, 중간에 간단한 나무 무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텐트 모서리에도 쌓여 있다. 나무 무대 한쪽에는 삐뚤빼뚤하게 긴 테이블이 줄지어 있고, 한쪽에는 컵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음료수를 받기 위해 그곳에 모여 있다. 그 중, 두 냄비에는 굉장히 ‘최선을 다한’ 것처럼 보이는 플레이팅 장식이 있다.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침을 삼키며 그쪽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앞을 다투어 가지 않는다. 카론은 들어서자 모자를 쓴 여성에게 말을 건다. 21호는 따라가지 않고 서서 기다린다. 고개를 드니 천장에 노란색 전구가 매달려 있다. 주요 광원 외에도 대들보에는 반짝이는 줄 전구가 많이 장식되어 있다. 이중 대다수의 작은 전구는 고장 나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엇갈린 점들이 21호에게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카론: 방금 물어보니, 캠프에서 사렌스가 곧 연설을 시작한다고 해요. 그 후에 음식을 가지러 갈 수 있대요. 우리 음식을 받은 후에 떠나요.


21호: 너의 몸, 음식이 필요해?


카론: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음식은 다른 유용한 것으로 바꿀 수 있어요. 이 보육 구역에는 항상 교환 상인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요. 저는 그들에게서 제……몸에 필요한 물품을 얻어요. 


21호: 오오.

 


띠링띠링――법랑 그릇을 두드리는 청아한 소리가 군중 반대편에서 들려온다. 떠들썩하고 흩어져있는 군중들이 약속이나 한 듯 소리의 근원을 에워싸고, 텐트는 점차 조용해진다. 한 사람만 설 수 있는 중앙의 나무 무대에는 키 큰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군중을 맞이하고 있다. 

 


사렌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렌스의 간단한 인사 한마디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누군가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사렌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또 한 해를 함께한 것을 축하하고, 몇 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과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집단의 힘은 개인의 힘보다 훨씬 강합니다. 이 강함은 바로 우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매 기념일에 저는 한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이야기하곤 했죠. 오늘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다시 잔소리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군중 속 남성: 아니, 얘기 좀 해 봐요. 제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못 들었어요!


군중 속 아이: 엄마, 잠들기 전 이야기예요?


군중 속 여성: 어서 손들어.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 들어야지!

 


군중 속 여기저기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들은 무대 위의 지도자가 그들을 이끌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뼈에 사무친 그 시절을 함께 회상해주기를 기대한다. 사렌스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자, 군중의 목소리는 곧 멎는다. 모두의 관심은 다시 사렌스 한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사렌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벗이라면 따로 저를 찾거나 아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알아보세요. 오늘은 시간을 조금 절약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그러나 추모는 생략할 수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저와 함께 지난날의 장애물과 다른 자들을 위해 뒤에 남은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길 바랍니다! 



텐트 안은 마치 아무도 없는 교회처럼 조용하다.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사렌스가 이끌어낸 감정에 젖어 있다. 각자의 길은 서로 다른 빛으로 밝혀졌을지 몰라도, 여기 서 있는 모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추운 밤을 걸어왔다. 약 1분 후에 숨소리와 옷감의 마찰음이 점차 짙어지고 뒤섞이기 시작한다. 


 

사렌스: 여기 계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신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가 없었다면 오늘 이 황혼에는 지금의 불빛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 말을 하며 사렌스의 시선은 모든 사람의 얼굴을 스친다. 사람들 중에는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가 적지 않다. 그들 중 일부는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눈물까지 흘린다. 


 

사렌스: 아시다시피, 우리는 지금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에, 어떤 동포들은 부상을 입었고, 어떤 동포들은……잠시 소식이 끊겼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수없이 그랬듯이,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 있는 모든 분이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우리는 그들을 위해 환영회를 열어 오늘의 부재를 만회할 것입니다!


군중: 네!!


 

군중 사이의 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다. 그 사이, 울부짖고 흐느끼는 소리도 희미하게 울린다.

 


사렌스: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하죠. 우리의 보육 구역은 청정 구역에서 멀지 않습니다. 다음 캠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서는 자유롭게 음식과 음료를 즐겨 주세요. 하지만 여전히 규칙이 있습니다. 각자 한 몫씩 가져가세요. 아휴, 제가 또 잔소리를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진짜 마지막. 오늘 모임은 2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그 후 여러분은 자신의 텐트로 돌아가서 계속할 수 있습니다. 실외에 머무르지 마세요. 끝!


 

좋은 소식과 사렌스의 웃음이 다소 슬픈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군중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음식이 있는 식탁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사렌스 주위를 여전히 둘러선 무리도 있다. 악수하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감싸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카론: 다 가져왔어요.

 


 


카론은 사렌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길다란 음식 테이블로 가 그녀의 몫을 가져간다. 21호는 여전히 사렌스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어,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카론: 21호?


21호: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어? 그들은 물자가 필요하지 않아?


카론: ……그들이 서로 상처를 핥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21호: 그럼 카론은? 그 키 큰 사람, 방금 말했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카론도 포함해서. 


카론: 사렌스는 확실히 의지할 만한 사람이고, 믿을 만한 사람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곳의 리더예요. 리더에 의지하는 전제는 군족의 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저는, 그들과 함께할 수 없어요. 21호 당신이 언급했듯이, 일부 낯선 사람과 적대감을 가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자신의 군족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 한……녹아들 수 없어요. 잠깐의 따스함에 연연해서 다른 종족에 길들여져 낯선 모습으로 변하고 싶지 않아요. 다른 종족이 되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21호: 또 다른 군족에게 길들여진다……


 

21호는 카론이 한 말을 중얼거리며 반복한다.


 

카론: 가요. 제가 당신을 안내할게요. 이곳이랑 가까워요. 보육 구역을 지나 저쪽 오솔길을 따라 쭉 가면 캠프에 도착해요. 


21호: 좋아. 

 


바로 두 걸음을 내디디자, 21호는 멈춰서 카론을 부른다. 


 

21호: 내가 스크린에서 영화를 봤는데. 만약에――아기 늑대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늑대 무리로 돌아가?


카론: 음……곤란하네요. 늑대에게 생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며칠도 버틸 수 없어요. 비록 다행히 자신을 보호하고 심지어 먹이를 찾더라도, 외로운 늑대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어요. 고정된 늑대 무리는 낯선 늑대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21호: ……아. ……가자. 


 

21호는 미련 없이 먼저 발걸음을 뗀다.


 

사렌스: 카론, 잠깐만요.


 

21호와 카론이 텐트를 나서기 직전에 사렌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는 옆 사람이 건네준 음료수에 감사를 표하며 그녀들을 향해 다가온다. 


 

사렌스: 카론, 좀 더 있지 않을래요? 당신 옆에 있는 이분은……공중정원의 구조체군요. 안녕하세요.


카론: 네. 이제 저는 다음 시간대를 맡을 준비를 해야 해요. 


사렌스: 무사가 교대를 부탁했나 보군요……. 그 사람 오늘 밤새 술 마시려고 했나 보네, 참.


 

카론이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을 이을 기색이 없자, 사렌스는 목소리를 낮추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사렌스: 오늘 리린의 일을 들었어요. 죄송해요. 그분은 늘 이런 식이죠. 제가 평소에 ‘단결’과 같은 구호를 너무 많이 말한 탓이에요. 어쨌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이 늦어 지났으니, 제가 다시 그와 이야기할게요. 그는 열심히 하는 아이예요. 이곳의 절대다수의 사람과도 매우 친하죠. 당신의 생활 방식은 여기에서는 좀 특별해 보여요. 물론 저는 당신에게 강요하려는 뜻은 아니에요. 당신이 이해해주세요. 아마 이런 방식은 리린에게 옛일을 떠올리게 할 거랍니다. 그도 그 일 때문에……아, 어쨌든,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카론: 괜찮아요. 웬지에 아주머니가 저를 도와주셨어요.


사렌스: 아, 알겠습니다……


 

사렌스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옆에서 술에 취한 여인이 몰려와 술잔을 사렌스의 손에 쥐어준다. 


 

취한 여자: 사――렌스 씨! 사렌스! 당신, 말 잘하시네요! 당신, 딸꾹!


사렌스: 수시, 벌써 이렇게나 마신 건가요? 잠깐…….


취한 여자: 가지 마세요. 자! 우리 한 잔 해요! 나, 나 할 거야, 너너너너너 마음대로 해! 꿀꺽――꿀꺽――


 

카론은 상황을 보고 사렌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21호를 끌어당겨 구경꾼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고 텐트를 빠져나간다. 

 


전투 시작


 

 


모임 텐트 좌측에 있는 구조체: 힘들다……철인도 이렇게 오래 근무 못할걸……추가 인원은 언제쯤 오나……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A: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해가 지나갔어.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B: 이날이면 탕셩 그 녀석만 생각난다니까.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A: 그러니까 말이다. 예전에 그냥 지나갔다면 걘 맑은 물이 흐르는 운수 좋고 멋진 산에 묻혔겠지.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B: 사씨가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을 거야. 탕셩이랑 몇 년 동안 형제였는데.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A: 탕셩이 떠난 후, 사씨가 술을 끊었지.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B: 응? 그럼, 지난번에 그의 텐트 안에서 난 뭘 본 거지? 


모임 텐트 앞에 있는 난민 A: 탕셩을 위해 준비한 걸 본 적 있어. 포도주 두 잔을 따르는데 자신은 마시지 않고, 빈자리를 향해 밤새 이야기했더라. 

 


...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A: 어? 왜 소리가 안 나지? 렉 걸렸나?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B: 이 기계도 오래됐으니, 인내심 좀 가져봐.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A: 내가 한번 볼게.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B: 야야, 이 주정뱅이, 그만해!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A: 아니거든! 두 모금밖에 안 마셨는데 뭔 취했대!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B: 어쨌든 멈춰. 움직이지 마.


 

(《바람의 시선(반주)》을 튼다)

 

그만한다

(《Hound and Mermaid》을 튼다)

(《Dream with you!(반주)》을 튼다)

(《바람의 시선(반주)》을 튼다)


 

레코드 플레이어 옆의 난민 B: 너 어떻게……아! 너도 이 곡을 좋아해? 괜찮은 취향이네.

 


...


 

형을 잃은 난민: 으으……형……오늘 나한테 서프라이즈 해준다면서. 난 선물 필요 없어……돌아왔으면 좋겠어……으……윽…………

 


...

 


캠프 창고 관리자: 이봐! 물건을 찾으러 온 건가? 바로 그 물건들이군……저번주에 누가 계약금을 준 것 같았는데? 지금은 주기 힘드니까 저녁에 모닥불 옆에서 보지. 기억해.


 

...

 


숨바꼭질하는 아이 A: 정말 한 번 더 해? 우리 엄마가 오늘 일찍 오라고 했는데.


숨바꼭질하는 아이 B: 알고 있어. 근데 아직 이르잖아?


숨바꼭질하는 아이 A:……좋아. 그럼 한 판만 더 해. 그런데 날 잡으러 오다니!


숨바꼭질하는 아이 B: 알겠어, 알겠어. 그럼 내가 셀게……. 1——2——3——……


 

...

 


중상을 입은 난민: ……미안한데, 다른 곳에 가서 놀아줄 수 있니? 난 조용히 있고 싶어서.


 

...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A: 릴리는 어때요? 좀 나아졌나요?


릴리의 보호자: 아무런 기색이 없어요……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B: 아이고, 불쌍한 아이.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A: 저한테 아직 혈청이 반 개 더 있어요. 아니면……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B: 저도 거기에 하나 더 있어요.


릴리의 보호자: ……감사해요. 하지만 더는 여러분께 민폐를 끼칠 수 없어요.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B: 그런 말 하지 마요.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A: 맞아요. 살아가면서 어렵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리고 릴리 그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릴리의 보호자: 다 제 탓이에요…… 다 제가 그녀를 잘 못 본 탓에……. 만약 제가 아이 스스로 숲을 돌아다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면, 감염되지도 않았을 텐데…….


릴리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난민 A: 옆 부대에서 약을 많이 가져왔다고 하니 릴리는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릴리의 보호자: 네……. 우리 이따가 같이 보러 갈까요? 우리 애는 떠들썩한 걸 가장 좋아해요. 자, 아이를 위해 사탕도 하나 남겨야겠어요.


 

...

 


판매가를 논의하는 난민 A: ……이전 가격이랑 다르네.


판매가를 논의하는 난민 B: 요즘 장사가 잘 안돼. 내가 행상 형제들 좀 많이 아는데, 모두 연락이 되지 않아. 뜻밖에 무언가를 만났나 봐. 나도 그 길을 걷는데 당황했어.


판매가를 논의하는 난민 A: 하지만 이건 지난번 가격과 너무 차이 나잖아. 나한텐 이렇게 많이 없다고. 방법을 좀 더 생각해볼게……

 


그만한다

쿨쿨이와 멀리 떨어진다 1

쿨쿨이와 멀리 떨어진다 2

쿨쿨이와 멀리 떨어진다 3

쿨쿨이와 멀리 떨어진다 4

쿨쿨: ╰(°v°)╯?

21호: 응응, 들었어, 꼬마야. 일단 꼬마한테 돌아가자.

쿨쿨:  (°—°”)

21호: 응응, 들었어, 꼬마야. 일단 꼬마한테 돌아가자.

쿨쿨:  (○` 3′○)

21호: 응응, 들었어, 꼬마야. 일단 꼬마한테 돌아가자.

쿨쿨:  (u_u”)

21호: 응응, 들었어, 꼬마야. 일단 꼬마한테 돌아가자.



 


21호: 잠시만, 바로 갈게. 이쪽으로 가면 꼬마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어.

 


 


21호: 뭘 찾았어? 내가 볼 땐……


시스템: 의안 지령 통과


21호: 또 까먹었어. 네가 본 걸 볼 수 없어.


시스템: 데이터화 시야에 접속


21호: 내가 돌아갈게. 잠시만. 

 


...

 


21호: 여기에도 있어. 언제 나타났지? 아마 여기일 거야. 


시스템: 데이터화 시야 종료


쿨쿨: ↓↓↓o(°—°)o

 


그만한다

창고 입구 오른쪽에 있는 사람

창고 입구 왼쪽에 있는 사람

창고 중앙에 있는 사람

창고 오른쪽에 있는 흔적

창고 중앙의 흔적

창고 문

【숨이 붙어 있는 사람】

 

이 사람은 아직 미약하게 호흡하지만, 그에게 기대어 있던 동료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얼굴에는 퍼니싱 바이러스가 담긴 액체가 많이 묻어 있어, 살아남아도 아마 눈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21호: 이 사람은 아직 숨이……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은 보육 구역의 주민처럼 보인다. 그의 하체는 이미 깊이 감염되어 조직액 삼출 징후가 뚜렷하다. 노출된 피부에서 핏방울이 눈에 띈다.

 

21호: 죽었어.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은 이곳을 거쳐 간 교환 상인으로 보인다. 무언가가 그녀의 가슴을 찢었다. 상처 주위의 피부에 약간의 감염 징후가 있다. 그녀의 손톱 사이는 온통 검은 진흙투성이이다. 아직 약간의 온도가 있어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21호: 죽었어.

【의심스러운 흔적】

 

벽에 이상한 자국이 나 있다. 인체 조직과 퍼니싱 바이러스도 보인다. 사방이 모두 이러한데, 엄청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건가? 전투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달팽이? 달팽이가 기어다닌 흔적 같은 게 좀 있다. 

【의심스러운 흔적】

 

땅 위의 이상한 흔적이다. 인체 조직과 퍼니싱 바이러스가 있다. 전투 후의 흔적인가? 

21호: 출구. 하지만 밖에 이상한 징조는 없었어.


 

21호: 대장에게 연락해야 해. 통신 연결……응? 치직 소리가 방해해. 신호, 여기는 안 좋은 건가? 꼬마야, 가자. 나가서 하자.



 


시스템: 경고, 경고, 의식의 바다 파동 혼란! 의식의 바다가 곧 과부하 합니다. 보조 프로토콜 시동!

시스템: 경고, 경고, 의식의 바다 안정치가 곧 임계값 이하로 낮아집니다!

시스템: 경고, 경고, 의식의 바다 안정치가 곧 임계값 이하로 낮아집니다!

시스템: 경고, 경고, 의식의 바다 안정치가 곧 임계값 이하로 낮아집니다!

시스템: 감정 모듈 초기화. 전투 보조 모듈 연결에 연결합니다. 전투 연산 회로를 재생성합니다!

시스템: 활성화 준비: 포식 자세

시스템: 추격 준비.

시스템: 활성화 준비: 초속 해방. (일반 공격 길게 누르기)

시스템: 초속 점멸. (일반 공격 연타)

시스템: 필살 모듈: 충전 준비 중……

시스템: 활성화 준비: 밤의 장막을 찢는 아크

시스템: 의식의 바다 안정치가 반등합니다. 보조 프로세스 종료. 기체 인수권 릴리즈.

 


...

 


21호: 좋지 않아.

 


...

 


부상 당한 구조체: 순식간에 튀어나왔어, 젠장……. 21호? 네가 여기 있다니, 잘됐다! 쿨럭!!


21호: 넌 다쳤어. 


부상 당한 구조체: 그들에게 기습당했어. 그것보다 빨리 가서 대장을 데려와. 저쪽으로 가,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