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의역 O

2022 화이트데이 스토리 모음



IS-03 보물찾기


 

 


리: 왜 따라오신 거죠?


지휘관: 보물찾기 게임이 꽤 신선해 보여서.


 

모일 시간을 정한 후, 리는 광활하게 열리는 보물찾기 이벤트를 선택했다. 말로는 1등에게는 많은 별표가 주어진다고 한다. 

 


지휘관: 그리고……추천 인원은 두 명이지.


 

전단지의 내용을 손으로 가리킨다.

 


리: 저 혼자 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지휘관: 하지만……. 이건 방향 감각이 중요한 게임이잖아!





리: 조용히 하세요!


 



리: 이왕 당신도 참가한다고 하니, 반드시 1등을 해야겠네요.


지휘관: 좋아좋아.

지휘관: 그건 좀 어렵겠는데.


 

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데리고 곧장 참가 신청하러 간다. 리와 함께 행사가 열리는 장소를 찾았을 때, 직원은 나에게 보물찾기 게임의 규칙과 게임의 구체적인 힌트를 적은 전단지를 줬다.

 


리: 기계 부품과……센서를 찾으라니……참 창의적이네요. 그러면 최고 난이도로 가죠.

 


나는 이에 대해 별 이견이 없다, 2인 참가인 만큼, 그레이 레이븐의 호흡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 방식을 찾아내는 게 포인트이다. 코스를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하던 중, 뒤에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구조체 A: 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아니십니까?

 


뒤돌아보니 이 보육 구역에 주둔하고 있던 정비부대 대원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명성은 공중정원에서 여전히 드높은 편이다. 코팅을 교체했음에도 동료들이 알아보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휘관: 모두 안녕.





구조체 B: 여러분은 임무 수행하러 오셨나요?


지휘관: 쉬러 왔어.


구조체 A: 맞아요, 맞아요. 요즘 꽤 평화롭기도 했고, 주변에 피해를 주는 감염체도 없었으니까요. 이 축제는 정말 시끌벅적하게 치러졌어요. 오랜만에 이곳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네요.


구조체 B: 여러분도 보물찾기에 참가하러 오셨습니까? 그렇다면 잘못 오신 것 같습니다. 우리 정비부대가 이곳에 그렇게 오래 주둔해있었으니 문 안팎까지 모두 다 파악해놨죠. 지형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지휘관: 어려운 게 더 재밌는 편이지.


구조체 A: 그러면 간단한 시합을 한번 해보죠.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이긴다면 돌아가서 어깨 좀 펼 수 있겠어요.


지휘관: 신청을 받아들일게.


 

게임이지만, 추가로 경쟁하는 것도 즐기는 방법이다. 부품을 찾는 게임의 어려움이라고 하면 부품이 작아서 찾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부품 간의 유사성이 너무 높아 헷갈리기 쉽기도 하다. 하지만, 기계 부품의 이해도에 관해서는 정비부대의 사람들은 거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리: 센서는 제가 갖고 있겠습니다. 레이더 신호는 당신의 단말기에 공유하죠. 정확한 방향은 당신이 찾으세요.

 


그렇지만, 나에게도 믿을 만한 ‘전문가’가 있다.

 


지휘관: 나에게 맡겨줘.


 

전투 시작

 


리: 현재 위치는……장터입니다. 사람이 많고, 갈림길도……


지휘관: 리, 들려? 여기는 길이 복잡하니까 내가 간략하게 길 안내를 해줄게. 통화를 유지해.


리: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볼트를 찾으세요.

지휘관의 지시에 따르기

 


지휘관: 오른쪽 길로 가면 돼. 응, 3시 방향.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

틀린 방향으로 간다

지휘관: 리, 반대로 갔어. 장터의 안쪽 길을 따라가. 이제 목적지는 네 왼쪽에 있어.


지휘관: 그 방향이야. 아주 가까워! 신호는 왼쪽 부스에서 나오고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

틀린 방향으로 간다

지휘관: 잘 가고 있어! 이대로 쭉 직진!

지휘관: 목표 구역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 리, 돌아가자.


지휘관: 비교적 탁 트인 곳으로 왔으니, 다음은 네 스캔에 의지해야 돼.


 

볼트의 단서를 찾기 위해 이 영역을 스캔하세요.

지역을 스캔하기

 


지휘관: 볼트에 관한 추적 정보의 데이터 잔재인가 봐.


리: 반영 구역을 찾았습니다. 바로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데이터 잔류량을 조사하세요.

데이터 잔류량 조사

 

리: 다음으로 이 신호를 추적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따라 결과를 추론하세요.

데이터에 근거하여 단서 흔적 추론하기

 


지휘관: 볼트 중 하나가 숨겨져 있는 곳이야.


 

상자를 열 단서를 찾으세요.

상자를 열 실마리 찾기

 

첫 번째 상자 열기

첫 번째 비밀번호 입력

자동 입력(파랑 빨강 노랑)

첫 번째 볼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리: 아직 두 개가 남았습니다.


지휘관: 계속 스캔하면서 새로운 단서를 찾자!


 

새 단서를 찾기 위해 계속 스캔하세요.

다음 볼트의 단서를 찾기 위해 스캔 카메라를 작동하세요.

 


리: 물건이 부스에 있어 직접 찾으러 갈 수 없습니다.


지휘관: 그게 이 부스의 퀴즈 상품인 것 같네……조금 복잡할 것 같아.


 

퀴즈 이벤트 로봇과 소통하세요.

퀴즈 이벤트 로봇과 소통하여 볼트를 돌려받기

 


리: 당신의 경품 상자에 제 부품이 하나 섞여 들어갔는데, 저에게 돌려주실 수 있나요?


이벤트 퀴즈 로봇-B01: 안돼, 안돼. 퀴즈를 맞춰야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지휘관: 로봇을 이기는 수밖에 없겠어. 난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 


 

퀴즈 이벤트에 참가하세요.

진열된 물품 중 발렌타인 데이의 대표 아이템을 선택하여 알려주세요!

 


불꽃

초콜릿

리: 현재를 포함하여 많은 기념일에는 불꽃놀이를 하지. 

이벤트 퀴즈 로봇-B01: 사실 발렌타인 데이에 꼭 불꽃놀이를 하는 건 아니지만~ 대답이 틀린 건 아니니 상품을 주겠다!

리: 아까 길에서 초콜릿을 주고받는 커플을 봤어. 틀림없어. 

이벤트 퀴즈 로봇-B01: 정답! 초콜릿이다. 상품 준다!


 

두 번째 볼트를 획득했습니다.

 


리: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단서를 추적하여 볼트를 찾으세요.

마지막 단서를 따라 볼트 찾기

 


리: 지휘관, 목표물 고정!


 

전투 종료


 

 


리: 이게 마지막입니다. 


 

통화를 유지한 채로 안내하는 전략이 먹혔다. 우리 둘은 추진 장치로 가속하며 찾는 정비부대 구조체에 비해 크게 느리지 않다. 지금 마지막 부품만 있으면 모두 모을 수 있다. 


 

 


구조체 A: 죄송하지만, 저희도 찾았습니다!


리: 쳇.


지휘관: 리, 괜히 건들지 마.


 

상대편의 구조체는 몇 초 동안 전방에 파트너를 남겨둔 후, 추진기를 이용해 절벽 옆에서 이동하여 혼잡한 거리를 우회한다. 


 

구조체 A: 역시 작전부대답게 전술이 만만치 않군요.


 

리도 자신을 막고 있는 구조체를 재빨리 넘기기 위해 블러핑을 한다. 이 작은 시간 차가 결과를 결정하는 열쇠이다. 

 


 


구조체 B: 잡았다!


구조체 A: 이겼어!


구조체 B: 보아하니 이번에도 역시 우리가 한 수 위인 것 같네요.


 

마지막 부품을 받은 구조체가 동료에게 돌아온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앞에 있는 상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리: ……반중력 추진체까지 준비했으니, 당연히 ‘한 수 위’겠지. 아닌가?


 

리는 비꼬는 듯한 투로 말하지만, 다정하게 손을 맞잡는다.


 

...

 




지휘관: 졌네……


 

상대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보조 장치를 사용하여 약간 짜증나기는 했다. 주최 측도 지도의 경계를 넘어 절벽 옆쪽으로 우회할 줄은 몰랐을 거다. 규칙의 허점을 파고들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리: 승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지휘관: ?


구조체 A: 아니, 우리가 분명 마지막 볼트를 얻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구조체 B: 잘못 본 거 아니야?


구조체 A: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너라면 그렇겠어?


 

주최 측 관계자의 설명에 두 정비부대 구조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들은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몇 번이고 확인한다. 끝내 잔꾀를 부려 손에 넣은 부품은 뜻밖에도 중복 표시가 된 볼트이다.



지휘관: (저럴 수 있는 거야?)



이때 리도 자기가 수집한 부품을 제출한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부품은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리: 하루 종일 마술사 역을 맡았으니, 규칙의 허점을 파고드는 묘기를 부려도 좋겠죠.


지휘관: 악수할 때?


리: 틀림없습니다.


지휘관: 출발하기 전에 오랫동안 연습했구나? 수법이 너무 능숙한데.


리: ……그냥 손이 빨랐을 뿐이죠.


 

...

 


 


오늘의 마지막 보고서 말미에 자신의 특징 코드를 남긴 후, 리는 앞의 광막을 닫았다. 미간을 살짝 문지른 뒤, 주먹을 꽉 쥐고 손목을 흔든 다음 손가락을 벌리자, 손바닥에 잘 만들어진 작은 로봇이 나타났다. 그는 서랍을 열어 집어넣었다. 그 안에는 이미 많은 부품과 리본, 포커, 작은 로봇 등의 물건이 많이 쌓여 있었다. 이어서 앞에 놓인 종이를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잡아 여러 번 접었다. 그러자 보육 구역의 축제가 그려진 전단지가 그대로 종이 장미가 되었다. 그는 시계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튕기자 종이 장미가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접었다 편다. 저번 결과보다 더 빠르게 완성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장미’를 서랍에 넣었다. 약간 뻣뻣해진 신체 관절을 움직인 후, 그는 손을 유지하기 위해 윤활제 한 병을 꺼냈다.


 

리: 남은 건……





IS-04 꽃은 소리와 함께 핀다


 

 


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사람들의 흥취는 줄어들지 않는다. 장터 분위기는 오히려 달아오른다.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등불은 한밤중 강가의 반딧불이 군락을 이루어 굽이치는 불길처럼 하늘과 잘 어울린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준비했던 발렌타인 데이의 분위기가 마침내 서서히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 식품, 공예품, 일용품……. 일렬로 늘어선 노점들이 가득 차 있다. 품질과 양 모두 공중정원의 상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거칠고 자연적이며, 공중정원의 것과 완전히 다른, 순박하고 진정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쇼핑할 때 별표도 일정량 포함되어 있다. 축제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기 위해 주최 측이 공들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버스킹을 하거나 거리에서 간단하게 놀고 있다. 당연히 즐기려면 별표를 줘야만 한다.


 

 


거리의 마술사: 흐흐흐, 지나가다 놓치지 마시오! 자, 한번 볼까. 공 세 개, 그릇 두 개, 젓가락 한 개로 누구 눈치가 제일 빠른지 겨루어 보시오!

 


멀지 않은 노점상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저 사람은 구룡의 옷을 입은 거리의 마술사이다. 그의 부스 앞에는 깨진 도자기 그릇 두 개, 플라스틱 공 세 개, 젓가락 한 개가 놓여있다. 한 사내가 맞은편에 서 있고, 사람들은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다. 마술사는 먼저 두 개의 공을 두 그릇에 각각 넣고, 마지막 공을 손에 쥔다. 젓가락을 잡고 오른쪽 그릇의 바닥에 살짝 대어 손목을 흔드니 공이 사라진다.


 

 


사내: 오른쪽 두 개, 왼쪽 하나! 틀림없어, 난 봤어!


 

마술사가 그릇을 들었다. 사실 사내의 짐작과는 정반대로, 오른쪽 그릇 안에 공 하나, 왼쪽 그릇의 아래에는 공 두 개가 가만히 올려져 있다.

 


사내: 이……이게 뭔 일이야……

 

거리의 마술사: 아쉽구만, 관객. 맞추지 못했으니 이 별표는 내가 받아 가리다.


 

그 후 몇 명이 더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단 한 명도 맞추지 못했다. 마술사가 한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렇게 간단한 게임으로는 그가 어떻게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지휘관: 한번 해볼래요.


 

현장 분위기에 밀려, 끝내 참지 못하고 동양 억양을 구사하는 마술사를 직접 만나러 간다. 


 

거리의 마술사: 오, 그쪽의 관객. 해보실라우?


지휘관: 갈게요.

지휘관: 동체시력은 자신 있습니다.

거리의 마술사: 좋아, 잘 보시고.

이 말을 듣고 일단 눈을 게슴츠레 떠본다.


 

마술사의 손이 다시 펄럭인다. 이번에는 젓가락을 왼쪽 그릇에 살짝 갖다 대더니, 손에 쥔 공도 순식간에 내 코앞에서 빠져나간다.

 


지휘관: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하나.

지휘관: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두 개.

마술사가 그릇을 들었다. 아쉽게도 나도 틀렸다. 왼쪽 그릇에 공이 하나 있고, 오른쪽 그릇에 공이 두 개 있다.

마술사가 그릇을 들었다. 아쉽게도 나도 틀렸다. 왼쪽 그릇에 공이 두 개 있고, 오른쪽 그릇에 공이 하나 있다.


지휘관: (별표를 하나 준다)


거리의 마술사: 감사하오, 관객. 다시 한번 해보실라우?


지휘관: 다시!

지휘관: 못해, 못해요……

 

...

 

관객, 아쉽구먼. 아니면 가장자리에서 다시 보겠소?

 

나머지 두 별표를 잃었지만, 한 번도 맞추지 못했다. 

 

...

 

동체시력만으로는 상대방을 간파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한 기법이 뛰어나 상대는 무패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비밀병기’가 있다――

 


지휘관: 리,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

지휘관: 리 쌤, 도와줘!

리는 가만히 마술사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내가 묻자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리는 ‘도와줘’라는 소리에 당황한다.

 

리: 이상한 짓 좀 그만 해요.



 


 

리: 이건 ‘삼선귀동(三仙归洞)’이라는 오래된 동양 마술이에요. 간단해 보이지만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몇 년 동안 연습해야지만 그처럼 할 수 있어요.


지휘관: 너도 이 마술의 원리를 알아?


리: 알긴 아는데……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지휘관: 왜?


리: 마술사는 자신의 수법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죠. 마술사끼리는 서로의 마술 원리를 들추어내지 않는 게 기본 예의입니다. 게다가, 만약 원리를 알고 본다고 해도 그게 재밌을까요?


지휘관: 나도 잘 모르겠어.


 

다른 사람의 마술을 간파한 적은 별로 없다. 모든 사람들은 마술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

 


리: 이 본질은 거짓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허점이 가득하죠.


지휘관: 하지만 보는 사람한테는……기적과 마법 아니겠어?


리: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맞습니다. 마술사가 최선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그것뿐이죠.


지휘관: 리, 넌 언제 마술 전문가가 된 거야?


리: ……예전에 구조체로 개조되기 전, 반응력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가끔 하면서 놀았을 뿐입니다. 실제로 시작하고 나니 상당히 재밌더군요. 관심이 있다면 간단한 것을 가르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지휘관: 날 가르쳐 주는 거야?

지휘관: 진짜 몰래 연습하는 거 아니야?

리: 그렇게 번거로운 것도 아닙니다. 원하는 게 뭡니까.

 

하지만 마술사가 자신의 수법을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물으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 아닙니다.

 

내가 더 추궁하기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A: 아, 이 사람 낮에 마술했던 형 아니야? 이 형 맞네.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모자에서 뭐가 많이 나와!


아이 B: 진짠지 가짠지 모르겠네. 난 안 믿어……그렇게 대단해?

 


낮에 전시관에서 공연을 본 어린아이 한 명과, 보지 못한 새 얼굴이 몇 있다. 분명 짝을 지어 놀다가 우연히 리를 알아본 것 같다. 그들은 리를 보자마자 이쪽을 향해 빙 둘러서서 기대와 숭배의 눈길을 보낸다.

 


아이 C: 오빠, 오빠. 우리한테 다시 한번 해주면 안 돼? 나 아침에 충분히 못 봤는데……


아이 D: 맞아, 맞아. 내 친구들한테도 보여주면 안 될까? 한 번, 딱 한 번만 얘들이 내 말을 안 믿어줘!


리: 그래……


거리의 마술사: 오? 이분이 일행? 때마침, 솜씨도 구경해야겠구먼.


 

거리의 마술사도 이쪽의 기척을 느끼고 리의 마술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는 부스에서 물러나, 리에게 청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거리의 마술사: 우리의 공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아이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한다니, 솜씨 좀 보여주게.


지휘관: 갑시다, 대마술사!

지휘관: 내 별표를 잘 부탁해!

리: 조용히 해요!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지만, 리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그 마술사의 진열대로 향한다.

리: 좋습니다……

 

기념일 분위기에 물들었는지, 아니면 아이들의 눈빛에 흔들렸는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 대신 부드러운 미소가 흐른다. 그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그 마술사의 부스로 향한다.


리: 지휘관, 이번에는 제 조수가 되어주시죠.


지휘관: 응? 알겠어.


지휘관: (여기서는 얌전히 호흡을 맞춰야겠어.)

지휘관: (여기서는 ‘방송 효과’를 보태야겠어.)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리 쪽에 선다.

 

리: 그러면 지휘관, 저에게 당신이 가지고 계신 물건 하나 빌려주세요.


지휘관: (동전을 하나 꺼낸다)


 

리는 동전을 받아 손바닥에 올리고 앞에 보이는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손바닥으로 덮어 가볍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손바닥을 연다―― 동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그의 손바닥에 안정적으로 머물러 있다.

 


지휘관: 이거 실패한 거야?


 

주변에서 귓속말을 주고받던 관객과 내가 당혹스러워할 때, 리는 손바닥을 휙 뒤집는다. 중력의 작용으로 동전이 땅에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서 5cm 떨어진 곳에 동전이 있다. 주변의 속삭임도 잠시, 모두가 그 동전을 바라본다. 떠들썩한 축제는 이 작은 구역에서 잠시 고요함을 자아낸다. 이에 폭발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다. 

 

소녀 C: 앵콜, 앵콜!

군중: 앵콜, 앵콜!

 

아이의 목소리는 나팔 소리와 같다. 구경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같이 외치기 시작한다. 떠들썩한 소리가 오가는 행인들을 매료시킨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발끝을 세워, 겹겹이 쌓인 사람의 벽을 넘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려고 한다. 이럴 때에 거절하는 건 분명히 대안 중 하나가 아니다. 리는 동전을 손바닥에 넣고, 손을 아래로 내리며 조급해하지 말 것을 표시한다. 그는 다시 눈을 돌려 왼손을 이쪽으로 내민다. 

 

리: 그러면 지휘관, 이제 당신이……

나의 표정을 봤는지 리는 눈살을 찌푸린다.

 

리: 그러면 선생님, 카드부터 확인해주시죠.

 

리는 상의 포켓에서 카드 한 벌을 꺼내어 관중에게 건넨다. 자세히 살펴보게 하여 일반 카드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리: 지휘관, 이 카드를 섞어주세요.

 

트럼프를 내 손에 건네준다. 보아하니 카드 맞히기 마술인 것 같다.

 


지휘관: (기회야!)


 

다시 한번 패의 무결을 확인한 수, 지시에 따라 패를 섞은 다음 다시 그에게 건넨다. 리가 카드 더미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맨 위를 덮는다. 그 후 힘껏 내리치니 카드가 완벽한 부채꼴로 펼쳐진다. 이어 그는 검지로 가운데 있는 카드를 꺼내 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리: 지휘관, 지금 카드가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지휘관: 하트 3.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카드를 섞었을 때 정해진 카드를 말한다. 리의 얼굴에는 ‘역시’라는 표정이 보인다. 이 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카드를 섞을 때 작은 트릭을 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카드는 내 소매 속에서 조용히 누워있다. 

 


지휘관: (미안해, 리! 쇼의 반전도 즐거움 중 하나이지……희생해줘.)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이 작은 난국을 리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한다. 리가 느리게 표면을 여는 게 보인다――. 한 장의 ‘하트 3’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지휘관: 이게 되네?!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카드를 섞을 때 몰래 숨겨둔 포커를 소매 끝에서 빼내자……그것은 ‘하트 A’였다. 다시 고개를 들자 리의 놀리는 듯한 눈빛과 마주친다.

 


지휘관: ……


리: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전 예지할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 주변 관중들이 박수를 친다. 그들은 분명히 패를 맞힌 자의 승리 선언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분명히 다른 뜻이 있는 것 같다……

 


지휘관: (젠장, 들켰어!)


리: 다음은, 무엇을 공연하면 될까요?

 

리는 겉으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나는 그의 의미심장한 말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지휘관: 이……이번에는 봐주겠어.


 


 

...

 


알록달록한 등불 아래서 관중을 향해 깊이 인사한다.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던 별표들을 하나씩 던져준다. 반짝이는 종잇조각들이 황혼과 등불의 희미한 빛을 반사하여, 마치 성대한 축제의 마무리처럼 보인다. 리는 하늘을 가득 채운 별표를 모으기 위해 중절모를 들어 높이 던진다. 중절모가 펑, 하고 터졌다. 분홍색 폭풍이 밤하늘을 맴돌더니 이내 천천히 수그러든다. 자세히 보니 흰 종이로 접은 장미이다. 사람들은 손을 뻗어 그 작은 순백의 공예품을 손으로 모은다. 젊은 커플들은 이 기적을 멍하니 바라본다. 장미를 여러 송이씩 집어들어, 한 묶음으로 자신의 동반자에게 선물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관객들이 꽃바람에 취해 있는 틈을 타, 리는 조용히 인사를 한 뒤 나를 끌고 부스에서 빠져나간다. 사람이 없는 외진 구석으로 가서, 리는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걸음을 멈춰 선다. 

 


지휘관: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아?


리: 아무래도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방금 겹겹이 쌓인 사람 벽을 떠올리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기하고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니, 리의 마술이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조금 의기양양해진다. 

 


지휘관: 리. 네 마술은 내가 이미 거의 다 간파했어.


리: 음? 어디 들어보죠.

 


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비로소 그가 보여준 수많은 마술을 조금씩 해석하기 시작한다. 신기하게 보이는 떠다니는 마술은 손바닥 뒤에 보이지 않는 실을 숨기고 실을 잡아당겨 물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포커로 하는 예측 마술은 숨겨둔 카드를 몰래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국자를 굽히는 기발한 마술은 사실 엄지와 검지로 아주 짧은 주걱 자루를 끼워서 진행한다.

 

……

 


지휘관: 하지만 이 허점들은 모두 나한테 일부러 보여준 거지?


 

이게 바로 전에 ‘쉽게 가르쳐 주겠다’라고 한 건가? 마술을 진행할 때마다 조수인 내가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던 것이다. 주변 관객들의 반응으로 보아, 리가 나만이 볼 수 있는 위치로 각도를 조정해준 것 같다.

 


리: 보아하니 그리 둔한 편은 아닌 것 같군요. 어떠십니까, 마술도 그리 신기하지는 않죠? 결국 트릭은 모두 따라할 수 있는 흔적이 있습니다. 



지휘관: 아니, 난 여전히 신기해.


리: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지휘관: 전에도 말했잖아. 마술을 연습하려면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들여야 한다고.


 

마술은 값싼 ‘속임수’가 아니라 마술사가 심혈을 기울여 시간과 바꾼 ‘기적’이다. 

 


지휘관: 그러니까 이 두 손 역시 ‘기적’의 손길이지.


 

방금까지 환상처럼 생기있던, 빛과 그림자를 엮어준 은백색의 손을 잡아당긴다. 

 


지휘관: 손가락 관절이 많이 달았겠지? 내가 손질해줄까?


 

 


리: 오글거립니다.

 


리는 손을 빼고 손목을 살짝 돌린다. 


 

리: 그건 ‘기적’의 손길이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담담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나로서는 상대에게서 어렴풋이 어둠을 본다. 리는 내 시선을 의식했지만, 이번에는 평소처럼 화제를 끊지 않는다. 

 


리: 이 코팅은 그레이 레이븐으로 배정받기 전에 어떤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씀드렸죠.


지휘관: 그레이 레이븐에 오기 전이라면……쿠로노?


 

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리: 마술사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그들은 기적을 이룬 게 아니라 허망함으로 남의 눈을 속일 뿐이에요. 

 


그는 자조적으로 웃는다.


 

리: 차라리 이런 표현이 이 코팅의 원래 의미에 더 가깝겠네요.


지휘관: 하지만 작게나마 수선했다고 했잖아?


리: 그렇긴 하죠……


지휘관: 현재와 과거는 달라.


 

네 주위의 사람이나, 너 자신이나.

 


지휘관: 비록 이 손이 원래 지금의 색깔이 아니었다고 해도.


 

다시 다가가 그의 손을 잡는다. 리는 빼내려 했지만, 나는 그를 꽉 잡아당겨 놓지 않도록 한다. 물론 구조체의 완력으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면 내 손가락쯤은 쉽게 쪼갤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휘관: 이 손은 그레이 레이븐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걸 수없이 도와줬어.


 

이 죽음에서 탈출하는 건 허망이 아니라 진실이다. 너의 노력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지휘관: 나에게는 이게 ‘기적’이야. 그러니까, 리……. ‘마술사’는 너에게 정말 잘 어울려.


리: ……마술사에게는 멋진 ‘마술’일수록 심혈을 기울여야 해요. 말하자면 ‘기적’이란 ‘대가’의 교환일 뿐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마술사가 평생 못 이룰 기적이 있어요. 그들이 이미 모든 것을 바칠 각오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휘관: 그러니까 이때 조수가 등장하는 거지?


 

마술사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조수가 보충한다. ‘기적’의 대가는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 

 


리: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훌륭한 마술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댄서보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휘관: 야! 마지막에 장미 마술을 빼고……나머지는 내가 다 파악했어.


리: 진짜 이거 하나만요?


지휘관: ?


리; 당신의 그 장미 꺼내 보세요.

 


주머니에서 종이로 된 장미 한 송이를 꺼낸다. 리도 이 순간을 틈타 손을 뗀다. 이 종이 장미는 내가 마지막 꽃바다 속에서 아무거나 잡은 것이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것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새싹이 만개했고, 꽃으로 만개한 붉은색이 무결점의 차가운 흰색을 대체했다. 중앙에는 작은 초콜릿 조각이 꽃술로 장식되어 있다. 

 


지휘관: 이건 언제……


리: 지금 정말로 한 가지만 파악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나요?


지휘관: 리……


리: 왜요, 가르쳐 드릴까요?


지휘관: 너 언제 그렇게 초콜릿을 많이 샀어?


리: 무슨 소립니까……

 


상대방이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평소보다 더 찡그린다. 

 


리: 당신 혹시 다른 종이 장미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지휘관: 아니야?


 

일단은 내가 손이 가는 대로 잡았으니 말이다. 

 


리: 하……

 


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멀지 않은 곳을 지나가는 커플이 보인다. 그들은 손에 여러 송이의 종이 장미를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종이 장미는 마술이 끝날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휘관: ……

지휘관: !


지휘관: 리.


리: 왜요.

 


상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지휘관: 고마워.

지휘관: 미안해.

그가 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인 만큼, 사과보다는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상대의 치밀한 준비에도 의식하지 못해 생긴 일이니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


리: ……하아……

 


그때, 갑작스런 빛이 리의 웃는 옆얼굴을 비춘다. 수많은 불빛이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 부스러기처럼, 잇달아 터지는 소리 뒤로 은하수가 순식간에 열린다. 

 


지휘관: 불꽃놀이네.


리: 갑시다. 루시아와 리브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불꽃놀이 아래의 리의 뒷모습은 평소보다 가벼워 보인다. 이 순간만큼은 마음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진심으로 축제를 즐긴 것 같다. 

 


...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기지 안에서 마술 연습과 종이접기 연습을 한 리를 무심코 봐버렸단 건 잠시 마음에 담아둬야겠다.

 


...

 


리: 멍때리고 계신 겁니까?


지휘관: 갈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리의 뒷모습을 넘어, 그와 다시 나란히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