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의역 O


 

베라: 내가 왼쪽을 맡을 테니, 21호는 오른쪽을 맡아. 꼬맹이는 너무 멀리 가지 마.


리린: 전 작지 않아요! 저……저는 아직 성장기예요!


21호: 응.


 

21호는 무표정하게 길 반대편으로 가서 관목과 흙의 자국에 주의를 기울인다. 몸 뒤쪽에 있는 처진 균형 장치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흔들리며 연약한 꽃줄기 몇 개가 쓸려나간다.

 


베라: ……


 

...

 


베라: 21호의 신 기체 개발 주도권이 쿠로노로 인계됐나?


아시모프: 그래.


베라: 누구 명령이야?


아시모프: ……


베라: ……됐어. 


아시모프: 사실 우리가 개발한다고 해도 쿠로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아. 우리는 그녀의 현재 기체에 대한 모든 설계 자료가 없어. 이 기체의 설계가 복잡한 투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날이 언제인지 말하기도 어렵고. 상대가 책임지고 설계하는 기체 모듈을 경계하는 것보다 한쪽이 독자적으로 완성하는 게 더 나아. 결국 연구자로서 신 기체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해. 그래야 새롭고 효과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개발 주도권을 넘겨주기로 한 그의 결정을 이해해. 손에 감독 권한만 있어도 난 여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은 약속하지.


베라: 난 각각의 진행 상황 보고와 적응 기록을 받고 싶어. 21호의 통제자로서 이 정도의 요구는 매우 합리적이지 않아?


아시모프: R&D급 기밀을 다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처리하지.


베라: 그러면 일단 21호를 대신해 감사하지.

 


붉은 머리 구조체의 곱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사람의 미소가 번진다. 이 형식적인 미소 아래에는 암조가 용솟음치는 것처럼 억눌린 분노가 있다.


 

베라: 난 갈게.


아시모프: 응. ……잠깐 기다려. 21호는, 내가 알기로는 상식과 문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녀가 작성한 신 기체 설계 예상에 대해 아는 게 있나?


베라: 뭐라고 썼는데?


아시모프: ‘인간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

 


어느 작은 마을의 조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부터, 인간의 느낌이라는 말은 21호가 애용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시끄러운 케르베로스 소대의 일상에서 배라는 이 헛소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의 느낌? 구조체로 개조된다는 선택을 하면서 이러한 것의 본질은 포기하게 된다. 만약에 바보 같은 녹티스가 이것의 첫 글자라도 말했다면, 베라는 바로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시절의 경험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21호에게 이런 어리석은 말은 또 타당해 보인다. 다만 21호가 생각하는 인간과 그녀가 얼마나 가까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이 기체가 그녀에게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그녀 스스로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 결과는 오히려 안정성을 충족하기 위해 기체의 성능이 그녀가 바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안정성에 대해 말하자면, 대부분의 구조체가 자신의 기체에 대해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이유는 단지 생각하는 자신이 현재의 자신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는 자기와 맞지 않는 현실의 해석을 여전히 거부하는 것이다. 인간형 기체와의 적합도가 현재 이 기체의 21호보다 떨어진다. 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낸 걸까? 21호, 네가 갈망하는 걸 찾을 수 있을까?

 


21호: 대장. 꼬마, 죽는 거야?


베라: 만약 네가 길을 잃으면, 넌 죽을 때까지 기다릴 거니?


21호: 아니. 나는 여기로 돌아와서,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베라: 그러면 쉽게 죽지 않겠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21호: 응.

 


21호는 다소 격려를 받은 듯, 자신이 맡아야 할 수색 구역으로 되돌아간다.


 

리린: 발자국! 발견했어요!! 저기!


 

소년의 외침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린다. 그는 베라를 향해 과장되게 손을 흔들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자신이 발견한 단서를 향해 몸을 돌려 달려간다. 


 

베라: 기다려! 너무 빨리 가지 마!


 

전투 시작

 


리린: 여기에요! 보세요!


베라: 야, 내가 말했지.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우리 옆에 있으라고.


리린: 하지만 방금 봤는걸요……알겠어요.


21호: ……새로운 흔적이야. 


베라: 자, 꼬맹이. 말해봐.


리린: 뒤꿈치 부분이 닳은 걸 보니, 반 아주머니의 신발 같아요.


베라: 어떻게 단언하지?


리린: 반 아주머니는 저와 가까운 곳에 사셔서 매일 말을 주고받았어요. 어제도 아주머니는 신발 밑창이 갈라지고 조각도 떨어졌지만, 고칠 시간이 없다고 하셨어요.


베라: 왜 발자국이 한쪽밖에 없지……이상하네.


21호: 여기서부터, 어지러워.


베라: 설마 여기서 이합 생물을 만난 건가? 그러면 왜 이렇게 혼자 멀리 간 거지. 앞으로 나아가며 다시 살펴보자.


 

...

 


베라: 사렌스 말이 맞아. 넌 확실히 네가 속한 보육 구역을 잘 알고 있네. 


리린: 그, 그럼 당연하죠! 저는 그 피도 눈물도 없는 애와 달라요. 모두 저에게 그렇게 잘해주니까, 서로 돕는 건 당연해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누렸는데도 걘 그렇게 무관심해요. 이해할 수 없어요……


21호: ……


리린: 그래서 저는 모두를 찾고 싶어요.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베라: ……네 뜻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어. 잊지 마.


 

숲속 깊은 곳을 탐사하세요


 

21호: 대장, 앞!


베라: 이건……꽃? 혐오스럽게 생겼네. 꼬맹이, 본 적 있어?


리린: 없어요. 한 번도 없어요. 잠깐……아니, 우리는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 나무들은……제 기억과 완전히 달라요!


베라: 일단 당황하지 마!


21호: 윽……찝찝한 느낌.


 

...

 


베라: 동서쪽에 뭐가 있어. 21호! 꼬맹이, 숨어!


 

모든 적을 격파하세요

 


베라: ……지진?


리린: 우와, 땅이 흔들린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21호: 어……아!


베라: 21호?


21호: 음……몰라, 머리, 아파.


베라: (속박기 때문인가? 아니면……)


베라: 또 왔네. 너네가 진동을 일으켰어? 기척이 심상치 않네.


 

몬스터를 멀리하고, 휴식으로 두통을 가라앉히세요

 


리린: 저, 저 일단 숨을게요!


베라: 21호, 아직 움직일 수 있지? 조심해!


21호: 21호……알았다……


 

통증이 좀 사그라든 것 같다……

 


21호: 후……아프지 않아. 


리린: 너, 너 문제 없지?


베라: 쯧. 꼬맹이, 거기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빨리 뛰어!


베라: 21호! 그를 보호해! 먼저 피해!


21호: 응!


리린: 아아아, 날 쫓아오지 마!


 

모든 적을 물리치세요

 


전투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