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있을 수 있음/의역 다수

*지휘관 대답은 간혹 선택지가 여럿 나오는데 일직선으로 선택한 것만 번역했으니 양해 바람

*고후위등 스포일러를 포함함.






<죽은 자는 촛농이다>
......여기서 죽은 사람들......나를 도와줘!

 




 

팔루마가 시몬을 데리고 안전한 곳에 이동한 것을 눈치 챈 노안은 미리 준비해온 섬광탄과 수류탄을 던졌다. 시각 모듈과 청각 모듈의 감도를 미리 낮춰둔 덕분에, 그는 좁은 감방의 통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 베테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던 순간, 그들의 보스가 땅에 떨어뜨린 단말기에서 통신음이 울려퍼졌다.

 





노안?: 네, 베테 씨. 지휘관은 제가 데리고 있어요.
노안?: ......그렇군요, 제 클론도 이쪽에 온 것 같아요.
노안: ......?
노안?: 네, 여기서 당신의 소식을 기다릴게요.

노안과 비슷하게 생긴 그 청년이 자신의 단말기를 내려놓았다. 렌즈의 각도가 기울여져서, 노안은 방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보았다──그레이레이븐의 지휘관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노안: 지휘관...지휘관! (지휘관 이름)!!

암호화 채널을 향해 상대방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보았지만 끝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화면도 바로 여기서 끊기고 말았다.

단말기를 빼앗겼나? 아니면 지금은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일까? 불안감이 시커먼 심해와 같이 변하며 그의 이성을 조금씩 집어삼키고 있었다.

원래 혼자서 싸워야만 했다. 그 누구도 타인의 과거에 말려들어서는 안되었다.

──심지어 나는 이미 베테가 어떤 짐승자식인지 알고 있었음에도!!

비록 그가 직접 거절하진 못했지만, 약속을 해두면 팔루마의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두 사람의 지휘관이 반드시 돌려보내질 것이라고 믿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어째서, 간신히 시몬을 안전하게 구해냈는데, 그로 인한 피해자가 또 한 명 늘어난 것인가?

노안: (지휘관 이름)! (지휘관 이름)!

쥐죽은 듯이 조용했던 단말기 화면에 드디어 새로운 화면이 표시되었다.






베테: 오랜만이구나.

베테의 목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낮았고, 마치 긴 고통을 겪고 목이 쉰 듯이 울부짖는 느낌이었다.

베테: 예전부터, 레이첼과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나 불행해진다고 생각했었지.
베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무 짓도 안했어. 왜냐면 그 자가 굉장히 협조적이고, "또 다른 너"에게 굉장히 관심이 있어보였거든.
노안: 이게 당신의 계획인가?
노안: 베테, 당신의 기량은 이미 "우연히 얻어 걸린 사람"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정도로 쇠퇴한 거야?
베테: ......
베테: 이 카드가 있든 없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냥 너를 청정구역에서 빼내서 승격자가 올 때까지 너를 데리고 있기만 하면 임무 완수니까.
노안: 시간을 끌 수 있겠어?

노안은 냉정하게 단말기를 조금 높게 들어올려, 자신의 뒤에 즐비하게 늘어선 시체들을 화면에 비춰보였다.

노안: 얼마나 더 필요하겠어?
베테: ...흥.
베테: 그래, "그"는 내가 얻은 모든 사람들과 물건들을 파괴하고 즉석에서 이런 멍청이들만 내게 남겨주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그"가 원하는대로 모든 걸 해줄 생각은 아니야.
노안: 그래서 당신은 승격자에게 바로 소식을 알리지 않고, 나의 의식의 바다를 직접 복제하려고 했지. 그래서 당신이 알아낸 것은──오로지 "오리지날"만이 복제될 수 있다는 거지?
베테: ......
노안: "또 다른 나"한테, 본인이 오리지날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당신의 계획의 일부인 건가?

베테: 나는 그저 혹사의 지시에 따라 "감독님"을 접대한 것 뿐이야!
노안: 네가 모은 "물건들"을 혹사가 파괴했다고 했는데, 여기엔 "물건으로 취급당하는 사람"도 포함되나?
베테: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마! 좀 더 공손한 태도를 취해라! 레이첼의 개새끼야! 그 지휘관은 지금 내 손아귀에 있다고!
노안: ......
베테: 너를 데리러 사람을 보낼 거야. 네가 몸에 숨기고 있는 무기와 도구를 모두 그한테 넘긴 뒤 얌전히 이쪽으로 와. 기다리겠다.

 







새벽2시, 몇 시간에 걸친 이동 끝에 노안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익숙한 이 해안마을에 다시 도착했다.

노안: (여전히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던 건가...)

공중정원에 오기 전에 혹사는 이곳의 거점을 이용하며 여러 번 그의 기억을 조작한 적이 있었다. 공중정원에서 심문을 받을 때 그는 이미 이 장소에 대해 보고하여 정화부대가 이곳을 조사하도록 하였으나, 지금 보니......여전히 기억에서 누락되었던 부분이 눈에 띄었다.

제대로 닦인 길을 돌아서 폐허에 뚫려있는 샛길을 따라간지 30분만에 나무상자와 쓰레기에 가려진 비밀 입구에 도착했다.

"길 안내자"의 뒤를 따라 노안은 몸을 굽혀 이 어둡고 좁고 긴 통로에 들어섰다. 옅은 피와 고깃덩이의 시큼한 냄새가 진동을 하며, 양쪽으로 펼쳐진 이중합 식물이, 이곳이 승격자의 거처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노안: (이 부근 어디에......시체가 쌓여있을텐데)

그는 무심코 양쪽의 벽을 만지는 척하면서 이 건물의 재질과, 접합된 방식을 확인했다.

노안: (......버려진 낡은 자재로 만든 지하 건물에 임시로 거점을 만든 것 같은데)
노안: (......혹사는 구조체의 시체를 회수하여 재활용하기도 하고, 시체를 모아서 적조를 키우기도 했어. 여기도 그의 "창고"인가?)

──뚝, 뚝.

붉은색의 액체가 천장 틈으로부터 떨어져 발 밑에 떨어졌다.

노안: (위에서?)

핏자국을 따라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노안은 비로소 구석에 피묻은 옷이 두 벌 버려져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사이즈를 보아하니......분명히 어린 아이의 것이었다.






노안: ......
???: 거기 서서 뭐해? 베테 씨가 기다린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피비린내 나는 속삭임에 따라 상대방의 뒤를 따랐다.








베테: 오랜만이구나, 레이첼의 개새끼야.
베테: 혹사의 말을 듣자하니, 우리 막내딸이 너를 따라다니다가 죽었다며? 큰딸도 일벌 부대에서 일하다가 죽었지...
베테: 나는 정말 아딜레가 원망스러워.

그는 입을 벌리고 쉰 목소리를 내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노안: ......
베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나도 좀 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막내딸한텐 전혀 손대지 않았어.
베테: 만약 내가 손을 댔다면, 걔가 24살에 가출을 할 일도 없었겠지.
노안: 정화부대가, 지휘관이 실종된 강가에서 당신이 혹사와 함께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베테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노안: 왜 그가 당신한테 지휘관을 맡긴 거지?
베테: 그 때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기계도 내가 만든 거야. 왜, 그 기계에 흥미가 있냐?
노안: 그럼 그 16일동안 당신이 그를 데리고 있었나?
베테: 네 복제품이 저기서 계속 굴러 나오게 된다면, 네가 좋아하는 이 주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주마.

그가 손을 흔들자 어두운 표정의 연구원 두 명이 돌아서서 데스크톱 단말기로 어떤 프로그램을 기동시켰다. 순간 강력한 압박이 모든 행동을 제압하는 것처럼 노안의 기체는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노안: ......!
베테: 못 움직이겠지?
베테: 저 녀석을 혹사가 가져온 그 기계에 올려놔, 그 뒤 나머지 조작은 너희들한테 맡기마.
노안: ......
???: 알겠습니다.
베테: 수송부대의 미친 개들을 많이 상대해봤는데, 너같은 놈들은 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적을 물어뜯곤 하지.
노안: ......
베테: 어떠냐, 내가 아직 비장의 수단을 남겨놨을 거라곤 생각 못했지? 아직도 화난 표정을 지을 수 있겠냐?

그 늙은이는 노안의 어깨를 누른 채 의기양양하게 몸을 숙이며 청년의 얼굴을 툭툭 쳤다.

노안: ......

 








리: 이 장치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요?
노안: 음,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정보를 발견했는데, 실내에서 구조체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다던데요?
리: ....맞아요, 정화부대가 쓰던 장치입니다.
리: 실내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전에 쓰기 너무 불편해서 점차 도태되었고, 일부 보육구역에만 남겨져서 긴급방어용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리: 한양소대의 현재 임무 구역을 생각해보면 이 장치를 볼 일은 없을 겁니다. 왜 그런 것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노안: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요.

 

 







리: ......
노안: 리 씨, 사실 한양소대는......

그는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어 자신이 미리 준비해두었던 변명을 늘어놓았다.

리: ......

이 논리정연하고 일관적인 변명을 듣고나서, 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리: 당신이 "비밀"을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리: 반제어 장치를 만들고, 그걸 팔찌크기로 축소해서 줄 수도 있어요.
리: 하지만 너무 위험한 짓은 하지 마세요.
노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노안: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노안은 그의 뺨 옆에 있던 손을 붙잡고 몸을 뒤틀어 실험장치에서 굴러 떨어지며, 그 손의 주인과 함께 땅바닥에 자신의 몸을 내동댕이쳤다.

늙은이가 비명을 지를 틈도 주지 않고, 그는 달려드는 구조체들을 내리찍었다. 청년은 맨손인 채로 그 틈을 타 실험실을 뛰쳐나와 단숨에 이 좁고 긴 복도의 끝까지 도망쳤다. 몸을 돌려보니, 우르르 몰려오던 인파가 너무 차이 나는 추격속도의 차이 탓에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뒤쪽에서 날아온 총알은 옆으로 비키자마자 가장 앞서 쫓아오던 구조체를 명중시켰다. 그들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노안은 옆에 있던 소화전을 들어올려 그의 머리에 휘둘렀고, 재차 쫓아오는 적에게는 손에 들린 무거운 소화전을 집어던졌다.

쓰러진 적의 손에서 총과 검을 빼앗아, 청년은 다시 한 번 탄환을 피하는 척하며 뛰어올라 제3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로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튀기는 순간, 상대방의 가슴 앞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 이 자식 너무 움직임이 빨라! 그를 붙잡아!

그들이 대열을 정비하는 틈에 노안은 담 모퉁이에 어지럽혀져있는 자갈을 걷어 차서 손에 쥐고는 총알을 피하면서 가장 앞에 선 사람들을 향해 던졌다.

──비록 그가 노린 사람에 명중하진 못했지만, 마룻바닥에 부딪혀 튕겨나간 자갈이 그를 겨냥하던 사람을 명중시켰다. 그 요행에 기뻐할 틈도 없이 뒤쪽의 망토가 죽어가는 적에 의해 꽉 붙잡히고, 전방에서도 두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더 이상 빠져나오기 힘들어지자, 청년은 몸을 굽히며 왼쪽의 공격을 피하고 몸을 돌려 오른쪽의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며 몸을 일으킬 때마다 연신 총을 쏘아댔다. 그런 그의 동작이 너무 빨랐기에, 쫓아오던 마지막 한 명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 제어장치를 최고 등급까지 올려!! 빨리!!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안의 귓가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노안: ......!

빠른 걸음으로 실험실로 되돌아와 지금은 전혀 감시가 붙어있지 않은 그의 에너지 블레이드를 향해 돌진할 때, 그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노안: 시각 모듈이 방해받고 있어......다행히 팔찌가 아직 작동하고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구나.

???: 이런 장치를 쓰면 우리들도 영향을 받는다고...!

노안: 시각 모듈을 재부팅해서 팔찌의 효과를 높여야만 해.
노안: 과부하가 오겠지만, 이 방법밖엔 없어.


???: 지금 그를 붙잡아!







노안: (어두운 곳에서 전투할 땐 공격을 피하는 것을 위주로, 저들이 먼저 접근하도록 해야 해)








노안: 저 자리에 사람이 있군.
노안: 복도의 핏방울 소리는 너무 가벼워서 들리지 않아.

???: 혹사가 남겨준 그것들도 풀어줘! 빨리!

 





노안: 시야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피하는 것에 집중을...
노안: 저들의 목소리 특징과 공격 방식을 기억해야 해.

 






노안: 이제 그들의 공격방식을 정확히 알겠어.
노안: 반격해보자.







노안: 속전속결이야.





노안: 시야가 회복됐어, 저 사람들은...







베테: 역시......레이첼이 키운 미친 개자식이군.
베테: 너를 이 잔해들과 함께 이 폐기물 실험실에 묻어주마.

노안: 직접 파괴해야만 해. 기다리기만 하면 베테가 이곳을 붕괴시킬 거야.
노안: 거기 서!

 





베테: 쳇......!

 




베테: 내가 암시장의 무기상인으로서, 이렇게까지 오래 살아남은 건 순전히 운 덕분만은 아니야!

노안: 그것 만큼은 인정해야겠군.





베테: 가라! 혹사의 인형들아.
베테: 레이첼이 너한테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구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구~






베테: 이제 됐잖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마라!

 






베테: 노안! 노안, 들리느냐?
노안: 누굴 부르는 거지...?

 






노안: 이 문의 제어 터미널은......저쪽이야.
노안: 여기가 무너지려고 하는군...
노안: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 그냥 파괴하자.







베테: ...쳇! 노안! 빨리 와서 날 도와줘!
베테: 너의 "클론"이 이곳에 침입해서 난장판을 만들었다고!
노안: "또 다른 내"가 구하러 오게 만든다고?

베테: .......쳇!







노안: ......거의 다 왔어!

 








베테의 목소리: ...쳇! 노안! 빨리 와서 날 도와줘!
베테의 목소리: 너의 "클론"이 이곳에 침입해서 난장판을 만들었다고!
노안?: ......

청년은 통신을 끊고 침대 옆에 앉아있는 인간 지휘관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 ......

이 목숨을 건 "평화로운 납치"가 시작된지 5~6시간 정도가 지났다. 노안과 매우 유사하게 생긴 이 수격자는 시종일관 지휘관에게 무관심했으며, 이는 "그들"의 차이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여러 가지 정보에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아무리 설득해도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다.

"이 노안"이 보기에는, 공중정원이야말로 악의 세력이며, 그의 "클론"을 데려가 기억을 지운 후 청정구역이라는 "우리"에 가둬놓았다.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인간의 의아하다는 대답을 들은 그는, 자신의 단말기에서 한양소대가 감시당하는 영상, 핍박받는 영상을 여러 개 꺼내 보여주었다.








노안?: 이건 혹사가 조작한 영상이야?

- ......

노안?: 대답 안 하네? ......네가 거짓말을 해서 혹사한테 뒤집어 씌울 줄 알았는데.

- 넌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봤을 거야. 그렇지?

노안?: 맞아.

- 한양소대는 설명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어......

노안?: 그리고.....공중정원이 그렇게 깨끗한 조직이라면, 이런 CCTV영상이 혹사를 통해 내 손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거야.

- (반박을 못하겠네...)

결국 "이 노안"을 설득하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 (하지만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야...)
- (최소한 노안이 복제됐다는 증거는 확보했어...)

그 외에도, 여전히 "이 노안"한테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노안과 본질이 비슷했으며, 설령 지금 자신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혹사조차도 완전히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 약간 더 의심을 줄 수 있다면, 그가 기억을 되찾을 기회를 좀 더 늘려줄 수 있으리라.

-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소모할 필요는 없지)
- (방금 연락이 온 걸 보니 그는 곧 이곳을 떠날 거야)
- (그가 떠나고 나면 탈출 준비를 해야겠어)
- (노안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러나...그가 감방을 나서기 직전, 노안이 건네줬던 반딧불이 장난감이 주머니에서 툭 떨어졌다. 그것을 본 "노안"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쪽으로 걸어와 감방을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 ......

노안?: 도대체 이걸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다시 한 번 물을게.

- 내가 방금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야.








노안: 그건 내 인식표만큼이나 중요한 내 부적이야. 여기가 움푹 패여있는 건, 이게 나를 한 번 구해준 적이 있어서 그래.

- (다시 설명한다)



노안?: ......

그는 반딧불이 장난감이 총알에 맞은 흔적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혹사는 줄곧 그야말로 오리지날이라고 말해왔다. 공중정원에 있는 것은 기억이 지워진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꼭두각시가, 어떻게 그 눈 내리던 날의 마지막 추억을 가지고 있었는가?

 




 

노안?: ......

만약에 "나"였다면, 눈앞의 사람을 어지간히 신뢰하지 않는 이상, 이 반딧불이를 지휘관에게 부적으로서 넘겨주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왜냐면, 이것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낡은 장난감일 뿐이고, 무언가를 부적 증표로서 넘겨주고 싶다면 좀 더 그럴 듯한 것을 주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 ......
-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지금이 기회야)

"노안"이 생각에 잠긴 틈을 타, 지휘관은 슬그머니 외투 속에 손을 넣어 자신의 현재 좌표를 송신하려고 했다. 기억에 의존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인터페이스를 만지작거릴 때, 그의 시선이 이쪽으로 돌아왔다.

 




노안?: 뭐 하는 거야.

대답할 겨를도 없이 품에서 단말기를 빼앗겼다.

- (......!)

노안?: 암호화 채널 통신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네......이전엔 잠시 통신을 중단한 건가?

- ......

그는 단말기를 집어들고 강제로 인간의 얼굴을 빌려 안면인식 검증을 통과시켰다.

- 너......!

암호화 채널 통신의 조작 인터페이스가 켜지고, 이내 두 사람의 달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암호화 채널 반대쪽에서는.

노안이 베테의 도망치는 뒷모습을 쫓아 지하수도로 뛰어들었고, 다시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지나 지상으로 통하는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었다. 과거 수송부대에서 일할 때 쌓았던 방향감각을 통해, 그는 이제 입구 통로의 상층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피비린내와 시체의 부패하는 냄새도 더욱 짙어졌고, 입구에는 순환액의 냄새마저 섞여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들이 이곳에 갇혔으며, 또 얼마나 많은 잊혀진 영혼들이 사방에서 울부짖고 있을까?

노안: ......!!

제어장치에 저항하느라 그의 기체는 이미 과부하 상태를 초과했다. 그럼에도 50이 넘은 늙은이는 웅크린 벌레같이 생긴 외골격의 도움을 받아 놀라운 속도로 출구를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진 터널은 이런 추격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불길한 소리를 냈다.

──가뜩이나 무너질 듯이 불안정한 바닥이 그의 질주에 따라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몇 걸음만 더 가면, 바닥이 무너져내리며 아래층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노안: ──베테!!

청년의 목소리는 흔들리는 터널을 뚫고 이곳에서 죽어버린 수 많은 자들의 회한과 함께 메아리쳤다. 늙은이의 어두운 그림자는 고개를 돌려 청년을 향해 비웃음을 담은 손을 수 미터 떨어진 마지막 문의 신분인증장치쪽에 가져다 대었다.

베테: 잘 있거라.
노안: ──!!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노안: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

노안은 걸음을 멈추고, 늙은이의 비웃음 속에서 에너지 블레이드를 들어올렸다.

노안: ......여기서 죽은 사람들......

신분인증이 통과된 바로 그 순간, 칼날에 번개빛이 모여듦과 동시에 엔진음이 울려퍼지며 주변의 연약한 벽을 패대고 있었다.






노안: 나를 도와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중간에 노안이 리한테 한양소대의 비밀을 알려줬다는 언급은

실제로 비밀을 알려준 게 아니라 리한테 노안이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놨다는 뜻으로 보임.


노안은 누군가한테 장난이나 거짓말을 말할 땐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요"라고 앞서 말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


리도 노안이 지금 거짓말하는 걸 눈치 챘으면서도, 노안을 믿기 때문에 모른 척하고 반제어 장치 만들어준 뉘앙스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