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있을 수 있음/의역 다수

*지휘관 대답은 간혹 선택지가 여럿 나오는데 일직선으로 선택한 것만 번역했으니 양해 바람

*고후위등 스포일러를 포함함.






<산 자는 심지이다>
노안은 갈비뼈에서부터 종아리, 무릎, 슬개골까지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었다......청년의 표정은 시종일관 한겨울의 추운 밤처럼 조용했다.

 









연기와 먼지가 가라앉고, 갇혀있던 시체들이 풀려나 겨울 하늘 아래에 흩어져내렸다. 겹겹이 쌓인 기와조각 아래에서 늙은이의 허약한 그림자가 기어 나왔다. 그는 몸을 짓누르는 시체들을 힘껏 밀어내며, 매몰된 장소에서 옆으로 몸을 밀어냈다.

베테: ......나까지 묻힐 뻔했네...... 쯧!

베테가 앞쪽의 평탄한 길을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를 반긴 것은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던 칼날이었다.








노안: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청년은 그의 몸을 짓밟으며 냉담하게 정보를 캐묻고 있었다.

베테: 뭐, 뭐라고...

얼버무리는 말을 겨우 반 밖에 하지 않았을 때, 베테는 왼쪽 어깨의 쇄골에서 심한 통증을 느꼈다.

베테: 아아아아아악!!

노안: 다른 정보는 묻지 않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고, 나도 당신을 천천히 괴롭힐 만한 인내심은 갖고 있지 않거든.
노안: 말해, 지휘관은 어디에 있어?
베테: 이 개자식, 아아악......어른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노안: 그 아이들을 고문해서 죽일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어?
베테: 아이들? 하하......
베테: 너는 내 막내딸의 복수를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나?
노안: 나는 확실히 벨라에게 감사하고 있고 그녀를 구하지 못한 것을 슬프게 생각하지만, 그녀가 당신에 대해 언급하기 원치 않는다면, 나 또한 알 권리가 없는 것에 대해 알아선 안돼.
노안: 그저 이곳에서 죽은 사람들과, 미래에 당신에게 끌려갔을지도 모를 아이들을 위한 일이야.
노안: 그 외의 다른 것에 대해선 당신도 이미 잘 알고 있을텐데.

노안은 다리를 들어 반대편 쇄골을 짓밟았다.







베테: 아아아악! 그, 그만! 그만해!!
노안: 어디있는지 말해.
베테: 헛소리 하지마! 네가 나를 놓아줄 거라곤 생각 안해! 이 짐승새끼, 혹사가 보내준 클론보다도 못한 놈...적어도 그 녀석은...
노안: 그건 당신들이 수송부대의 혁명이 실패하고 난 후의 일을 "또 다른 나"한테서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지.
노안: 만약 나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트리거가 있다면, 오직 그것 한 가지밖에 없어.

그는 손목을 돌려 옆에서 꿈틀거리는 베테의 손을 검으로 찌르고, 칼날로 손바닥의 절반을 잘라냈다. 소리 없는 비명이 다시 늙은이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노안: 계속 시간 끌 거야? "또 다른 내"가 달려와서 구해줄 거라고 믿어?
베테: 미친 개를 위해 시간을 끈다고?
노안: 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상담"에 가까운 방법으로 다가왔다면, 이런 식으로 당신을 만날 필요도 없었을 거야.

노안은 다시 한 번 다리를 들어 베테의 오른쪽 가슴을 밟았다. 아직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 늙은이는 찬바람 속의 메마른 잎사귀처럼 떨고 있었다.

베테: 이 배신자 새끼, 레이첼도 사람을 잘못 봤어...수송부대의 혁명이 실패한 건 바로 네가 마지막 선택을 그르쳤기 때문이야!
베테: 너는 아직도 은인들을 욕보이고 있어! 내가 수송부대에 제공한 무기가 아니었다면, 너는 지금 네 손에 들린 그 검조차도 손에 넣을 수 없었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노안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노안: 그들에게 제공된 무기는 어떻게 얻은 거지? 대다수는...원래 귀족들이 쓰다가 버린 무기였지?
노안: 당신은 레이첼 대장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다 알면서도 몰래 오슬란에게 그런 군용 구형 기계를 판매해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했잖아?
베테: 어떻게 아는 거지?!
노안: 공중정원에 남아있는 정보는 지상의 정보보다 훨씬 풍부해. 소지자를 밝혀내고 약간의 추측을 더하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알 수 있지.
베테: 공중정원? 하......
베테: 너는 그저 도구처럼 공중정원에 쓸모있는 병사일 뿐이야.
베테: 넌 현명하잖아......아무리 현명하더라도 너는 그저 양치기 개일 뿐이야! 언제든 복제당하고 양산당한 뒤 비참하게 버려질 거라고!

노안은 그가 진술하는 내용을 비웃었다.

노안: 당신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든 난 신경쓰지 않아. 나는 그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거든.
노안: 그보다도,

 




노안: 당신은 내가 양치기 개라고 말했지. 그런데 어떻게 감히 내 양을 데리고 갈 수 있지?
베테: ...너...!

베테는 심한 통증으로 인해 몸을 떨며 숨을 헐떡였다.

노안: "수송부대의 미친 개는 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적을 물어 뜯는다", 바로 당신이 말한 거잖아?
베테: 하하......수송부대......레이첼은 예전에 항상 나한테 말했었지...
베테: 네가 온순하고 착한 아이라고 했어......지금 보니, 그녀는 너를 잘 몰라서 배신당한 게 틀림없어!
노안: 레이첼 대장은 내가 9살일 때 이미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녀는 당신한테 내 진정한 모습을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 뿐이야.
노안: 내가 몇 년동안이나 진정한 내 모습을 억제했다고 해서, 당신같은 사람을 억제한 채로 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베테: ......
노안: 아직도 시간을 더 끌어야 해? "또 다른 내"가 정말로 올 것 같아?
베테: 어쨌든간에 너는 배신자야!
노안: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더 물을게, 지휘관은 어디에 있어?
베테: 너 같은 XX는 레이첼과 수송부대의 수 천마리 짐승들과 함께 눈 속에서 죽어야만 해!
노안: ......

노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가슴을 밟았다. 늙은이의 복부 가까이에 있던 갈비뼈가 이내 가늘게 부러지는 소리를 내었지만 그의 비명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는 잠시 멈추고 베테가 호흡을 가다듬고 말할 시간을 주었다. 상대방의 생명을 바로 앗아가지 않도록 자신의 힘을 통제하였다.

수많은 죽은 자들의 유골이 목격한, 정의나 악같은 것과는 무관한 "심판"이다. 사형집행자는 폭력으로 인한 가혹행위에 대한 쾌락도, 어떠한 연민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유독 그의 에너지 블레이드만이 주인의 손에 따라 약간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노안은 추운 밤처럼 고요한 표정으로 분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떨리는 영혼을 억눌렀다. 갈비뼈에서부터 종아리, 무릎, 슬개골까지......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모든 희망이 늙은이의 몸에서 빼앗겼을 때, 베테는 마침내 처절하게 외치며 타협했다.

 


베테: 있는 곳......아아...말할게......
노안: ......

그는 몸을 떨며 좌표를 하나 말했는데, 여기서 무려 77km나 떨어진 곳이었다.

노안: 당신은 "또 다른 내"가 당신을 구하러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지휘관이랑 함께 있는 그가 그렇게나 멀리에 있다고?
베테: ......진짜야, 진짜라고, 안 믿겨지면 날 데리고 가도 돼......

- 그건 거짓말이야, 노안!






 
오랫동안 잠잠했던 암호화 통신 채널에서 드디어 익숙하고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안: 지휘관...! 지금 어디에 있어?

-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준다)

노안: 이 좌표, 아주 가까운데......바다에 있는 등대?
베테: ......뭐......

- 맞아, 바로 거기......

인간의 목소리가 잡음 속에 파묻혔다가 완전히 끊겼다.

베테: 아냐, 내가 널 속인 게 아니야, 나는──

 






에너지 블레이드의 포효와 같은 엔진음이 모든 것을 끝냈다.








노안?: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되겠지.

그는 인간의 단말기를 박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반딧불이 장난감을 내던졌다.

노안?: "또 다른 나"한테 기억이 있다면, 그는 곧 이것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단말기를 돌려줘서 고마워.

노안?: ......

통신채널을 통해 베테와 노안의 대화를 들은 청년의 태도가 마침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안?: 공중정원이나 승격자나,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든 이상할 건 없지.
노안?: 혹사가 내게 사실을 속였던 것처럼, 베테와 "또 다른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
노안?: 그렇지만......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노안?: 혹사는 "또 다른 나"를 데려오고 싶어했고, 내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어.
노안?: 오랫동안 겉돈 끝에 드디어 나는 베테와 손을 잡을 수 있었어.
노안?: 정말 그가 말한대로 "또 다른 내"가 "오리지날"이고, 오리지날의 의식만이 복제될 수 있는 거라면.
노안?: 그가 나를 막은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
노안?: ......기억 속의 위화감은, 어쩌면 이것 때문일지도 몰라.
노안?: ...아니, 아니지.
노안?: 아직 너희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노안?: 저 목소리도 사실 조작된 건지 누가 알아?

진실을 눈치 챘으면서도 거짓말에 너무 많이 시달린 그는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 ......

노안?: 그저...

그는 망설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노안?: 언젠가......내가 되찾은 기억이 너나 "또 다른 내"가 말한 것과 동일하다면...

청년은 담벼락에 기댄 채 오랫동안 침묵했다.

노안?: 미안해...
노안?: 아니, 사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무엇을 해야 할까.

그의 낯설고 어두운 눈이 이 순간엔 노안과 한없이 닮아있었다.

노안?: 검증될 때까지, 너와 혹사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경계할 거야.

그는 다시 냉담한 모습으로 변했다.

- 혹사는 도대체 너한테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거야?

노안?: "벽돌"은 벽을 쌓는 데에도, 사람을 공격하는 데에도 사용되지.

그는 무표정하게 스스로를 가리켰다.

 





노안?: 혹사는 이미 내 앞에서 두 번 죽은 적이 있고, 매번 달라졌어.
노안?: 지금의 그는 그저 무료함을 달랠 수 있고 손맛이 좋은 도구가 필요한 것 뿐이야.

- 그걸 눈치채고도, 그를 도와주려는 거야?

노안?: 도와줘? 그럴 리가.
노안?: 그는 나한테 퍼니싱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과 승격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우리는 단지 서로를 이용했을 뿐이야.

- 고작 그걸 위해?

노안?: 어쩌면 "또 다른 나"보단 내가 나을 수도 있지. 감시를 받으면서 아무 곳에도 못 가고, 뭘 해도 발이 묶이는 것보단.

이 일을 언급하고나자 청년의 눈에 울분이 차올랐다.

노안?: 그는 오랫동안 공중정원에 있었잖아? 대체 무엇때문에?

- 한양소대의 배치는 확실히 불합리한 점이 있어.
- 그렇다고 단지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야.

노안?: 그냥 번거로워졌을 뿐이야.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훨씬 나을 거야.
노안?: "원본 의식의 바다"가 죽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클론이 생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노안?: 나같은 건 그렇게 많이 있을 필요가 없어..... "또 다른 나"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는 고개를 떨구고 복잡한 생각과 회의감 속에서 혼잣말을 했다.

-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노안?: 너희들의 잘 정돈된 감방에 한 사람 더 들이려고? 그런 상태로 있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너같은 상류 인간들은 분명 이해할 수 없겠지?

- 하지만 지금 너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아.
- 언젠간 네가 지금 가는 길이 너의 뜻에서 완전히 벗어난 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 그 때가 오면, 어떻게 할 거야?

노안?: 그건 그 때가 되었을 때의 일이지. 나는 아직 여기서 들은 말을 전부 믿을 수 없어.

그는 일어서서 감방의 문을 열었다.








한겨울의 바닷바람이 등대를 두들기며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먹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혼란과 어둠을 가져오고 있었다. 뼛속까지 차가워질 것만 같은 날씨 속에서, 탑 꼭대기 바깥쪽 전망대에 누군가가 분주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노안: ......

노안은 자신과 너무나도 흡사하게 생긴 개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상대방의 어두운 눈과 가슴의 상처에 시선을 줬을 때, 노안은 여전히 이 기체가 승격자의 통제하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노안?: ......

이름을 잃은 청년도 고개를 들어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대방의 시선은 곧 그를 지나쳐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인간 지휘관에게로 향했고 후자의 안전을 확인하였다.

"또 다른 나"는 이 무관심으로서 증명하고 있었다──

비록 우리 안에 있더라도 그는 여전히 그와 가까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만의 "현재"를 가지고 있었다. 설령 우리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수격자로서의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가치없는 것이었다.

──뭘 근거로?

 







노안?: 너의 선택이 옳다고 믿어?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마음 속에 쌓인 진흙이 마침내 이 순간 둑을 무너뜨렸다. 이름 없는 "복제품"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전부 감시당하는 꼭두각시를 비웃었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웃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고, 수격자는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노안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챙──!

번갯빛이 서로 교차하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공격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노안이 들고 있던 검 두 자루로 수격자의 참격을 막아냈다.

 






노안?: 어째서......이런 우리 안에서만 살 수 있는 꼭두각시야말로 "진짜 나"인 거야?

이 참을 수 없는 사실을 토해낸 뒤, 그가 에너지 블레이드에 주입하는 힘이 점점 커졌다.

노안?: 클론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이제 끝내고 싶어,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려......!

수격자가 가지고 있는 퍼니싱으로 인해 주홍색으로 변한 전류는 그의 움직임과 함께 통제되지 못한 채 퍼져나갔다. 퍼니싱 감염이 그의 깨끗했던 기체를 갉아먹으며──그마저도 지옥으로 끌고 갈 것만 같았다.






노안?: "오리지널"이 없어지면 복제품도 더 이상은 없을 거야!

번갯빛이 부닥치는 칼날속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비슷한 체격의 두 청년은 거의 똑같은 전투 방식으로 탑 꼭대기에서 난투극을 벌였고, 누가 누군지 알기가 어려웠다.

밤새도록 과부하를 넘는 전투를 겪으며 노안의 행동은 이미 조금 둔해진 상태였다. 수격자는 힘이 증강되어 있어서, 그가 과거에 애용했던 단검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에너지 블레이드만으로 더욱 무시무시한 참격을 날릴 수 있었다.

두 개의 에너지 블레이드가 다시 한 번 잠시 맞부닥치고, 노안은 감염과 막을 수 없는 참격으로부터 끊임없이 몸을 피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절대로 안돼.

옆으로 몸을 돌려 검날에서 튀어나오는 빛을 번쩍이며, 노안은 두 걸음 나아가 가드레일을 밟고 높은 곳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위압적인 에너지 블레이드가 그 그림자에 부딪히고 엔진소리가 천둥처럼 울려퍼지는 순간──그는 갑자기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목표를 상실한 수격자가 관성을 버티지 못하고 갑자기 비틀거리다가 다시 몸을 돌렸을 때, 미리 던져놨던 단검이 위에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노안?: ......!!

청년이 다친 오른쪽 눈을 가리고 빠른 걸음으로 물러난 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컨디션을 조절하며 공격하려 했을 때, 기체가 갑자기 둔해지고 경직되었다. 곧이어 공기중의 퍼니싱 농도가 부쩍 높아졌다.

다음 순간, 무수히 많은 붉고 뾰족한 가시들이 수격자의 몸쪽에서 피어나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노안: 조심해! 지휘관!

- (뒤로 물러난다)

흩어져버린 시야가 새빨갛게 뒤덮여 있었는데, 마치 혹사가 근처에 있는 것만 같은 증상이었다.

노안?: 혹사?!
노안?: ......아니, 그가 이 주변에 있었다면 이것만 하진 않았을 거야.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청년은 망연자실한 채,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 한 걸음 한 걸음씩 바다로 향하는 난간쪽으로 접근했다. 바다에 떨어지기 직전 불과 두 걸음을 남겼을 때, 손 하나가 그의 멱살을 꽉 붙잡았다.

노안?: ──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기 전에, 더 큰 고통이 갑자기 엄습해왔다──단검이 그의 눈을 찔렀고, 검의 주인을 도와 청년의 뒤틀리고 있는 안구를 잡아당겨 빼냈다.

수격자는 끊임없이 순환액이 쏟아져나오는 오른쪽 눈을 가린 채 격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노안: 운 좋게도, 이 상처로 인해 혹사가 남긴 "감시장치"를 찾았어......그가 아직 다른 장치를 했을 수도 있지만.
노안?: 뭐라고?

그는 붉은색으로 뒤덮였던 시야가 회복되는 것을 알아채고 경악했다.

노안: 이런 이상현상은 혹사가 즐겨쓰는 방법인데, 너는 항상 그에게 감시당하고 있었던 거야.
노안: 감시를 위해 사용하는 이 눈을 다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네가 반항하기 시작했다는 징조라고 간주되겠지.
노안: ...그러면, 그는 이런 식으로 네 몸을 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만들 거야.

그는 퍼니싱으로 만들어진 뾰족한 가시에 손이 관통당한 채로 뒤로 물려나려는 청년을 움켜잡았다.

노안: 아직도 모르겠어? 도대체 어느 쪽이 꼭두각시야?
노안?: ......!
노안: 네가 혹사를 상대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그를 만나서 결말을 지을 수 있게 그 자리를 양보해줘!
노안?: 양보하라고......?

청각과 촉각에 아직 남아있는 혼란이 청년의 생각을 흐릿하게 만들었고, 그는 멍하니 눈앞의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노안?: 맞아, 너는 이제 규칙을 어기고 우리에서 빠져나왔으니 이 길로 나아가야겠지.

잘못된 길에 들어선 그림자는 자조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는 "진짜 자신" 옆에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한 마디 내뱉었다.





노안: ......

흐린 하늘에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찬바람이 이 저주의 말에 얽혀 함께 귀에 들어왔다. 이 말이 노안을 망설이게 만드는 그 짧은 틈을 타, "그림자"가 "또 다른 자신"의 두 손에서 벗어나 등대 아래 깊은 바다로 몸을 던졌다.






노안: ──기다려!

노안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드레일 너머로 그의 그림자를 쫓아 탑 꼭대기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 너 미쳤어!?

마지막 순간에, 인간은 그의 다친 손을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 슥 읽을 땐 베테가 진실을 말하고 짭노안이 지휘관 데리고 등대까지 온 줄 알았는데

번역하면서 다시 보니까 처음부터 구라친 게 맞더라...


이 짭노안이 찐노안한테 오른쪽 도려내지고나서 꽤 시간이 흐른 뒤에

요람유행에서 클론 지휘관 만나는 거임


이 아래는 요람유행 내용 조금 스포일러







요람유행 읽어보면 짭노안과 클론 지휘관이 만났을 때,

클론 지휘관이 짭노안한테 너 그 눈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장면 있음


이 때부터 짭노안 태도 싹 바뀌면서 되게 쌀쌀맞게 변하는데

그 이유가 이것때문으로 추측됨.


찐지휘관은 짭노안 오른쪽눈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 날 직접 목격했었는데,

클론 지휘관한텐 그 기억이 없어서 눈이 왜 그러냐고 물어봤기 때문임.

이미 얘도 짭이구나 눈치를 채서 태도 차가워진 거.


단적으로는 "그 눈은 왜 그렇게 된 거야?"라고 물어봤을 때

"그런 걸 왜 물어봐? 너도 내가 아는 네가 아니고, 나도 네가 아는 내가 아니니까 그냥 다른 걸 물어봐라"

라고 내침

(너도 내가 아는 네가 아니다=너는 찐 지휘관이 아니다)

(나도 네가 아는 내가 아니다=나는 짭노안이다)


그리고 지휘관이 본인이 진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신분증명이 될 만한 표식, 단말기 등등을 꺼내서

짭노안한테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걸 나한테 증명해서 어쩌려고? 밖에 나가고 나면 바깥 사람들에게나 증명해라"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내용도 있었음


왜 저렇게 쌀쌀맞지?했는데 이거때문이더라

첫 만남에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 이미 짭이라는 거 눈치 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