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있을 수 있음/의역 다수

*빨간색 선택지를 고르면 빨간색 문장, 파란색 선택지를 고르면 파란색 문장이 출력됨.









상가의 길을 따라가다가 한적한 곳에 이르러, 사람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작은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폐병원을 귀신의 집으로 꾸민 곳인데, 형광빛 녹색과 어두운 적색의 페인트가 방 안에 마구 뿌려져있어 명절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만 같았다.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무서운 소품들과 장치를 빙 돌아 가장 안쪽의 "수술중" 팻말이 켜진 방문을 열자, 방 한가운데 수술대 위에 새하얀 사람의 그림자가 누워있었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그 움츠렸던 몸뚱이의 그림자가 재빨리 일어나 앉았는데, 하얀 앞머리 아래 눈동자는 어두운 밤의 매의 눈동자처럼 보였고, 그 순간의 날카로운 시선은 누가 찾아온 건지 확인한 순간 평소의 나른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반즈: 아, 너구나......

- 어떻게 귀신의 집 방 안에서 잠을 잘 수가 있지?
or
- 여기서 잠을 자다니.....

반즈: 여기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좋은 곳이야.
반즈: 특히 임무가 없을 때...긴장이 풀리면 잠이 오기 쉽거든.

- 이런 곳에서...긴장이 풀려?

반즈: 예전에 공부할 땐 너무 바빠서, 종종 부서 안에서 자곤 했으니... 후아아... 익숙해졌어.

주위를 둘러보면 어두컴컴한 방에는 빛바랜 의료기기의 모형들이 놓여있었는데, 상당히 낡고 파손된 것을 제외하면 이곳은 아무리 봐도 그저 평범한 수술실로 보였다. 방금 몸을 움츠린 채로 얕은 잠을 자던 모습을 떠올려보니, 반즈에게 있어 이런 장소는...어쩌면 전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몰랐다.

반즈: ...괜찮아.

- ......?
or
- 진짜로?

반즈: 아무래도 여긴... 별로 무섭지 않아.

이야기의 주제가 흔적도 없이 옮겨지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돋구기 위해 쓰였던 소품은......수술대 위에 올려져 반즈의 임시 베개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약간 우스울 정도로 조잡하게 생긴 가공의 괴물이었는데, 반즈의 변함없이 차분한 눈빛을 보고 있자면 약간 긴장됐던 마음도 풀리는 것 같았다.

- ...더 무시무시한 것도 봐왔으니까.
or
- 어쨌든 여긴 전체 연령가 귀신의 집이라고 써져 있었으니까.

반즈: 응, 맞아.

반즈는 가볍게 하품을 한 뒤 수술대 위에서 뛰어내린 후 목덜미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뼈가 가볍게 뚜둑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수면 자세가 나쁘면 목이 뻣뻣해져요, 반즈 의사 선생님.

 

반즈: 구조체는 목이 뻣뻣해지지 않아요, 꼬마친구.

 

or

 

- 마사지 좀 해줄까?


반즈: 구조체를 마사지해주면, 나중에 네 양손을 바꿔야 하게 될 수도 있어.


아직 몽롱한 졸음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반즈: 그 베개를 가지고 왔어야만 했어.

- 베개를 들고 다니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반즈: 결국 내게 "휴가"라는 건 "잠을 자는 것"일 뿐이야.


or

 

- 설마 내가 줬던 그......


반즈: 아하... 결국 그 베개는 안고 자는 것이 가장 편하고 익숙해.


반즈: 그런데, 그레이레이븐의 지휘관이 여기엔 어쩐 일로 온 거야?


- 외톨이가 된 돌격매를 한 마리 주우려고.

반즈: 응, 주웠네, 그리고 또?

 

or

 

- 그냥 지나가다 보니.


반즈: 그래? 그럼 잠을 깨워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여기서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라.
반즈: 하지만, 좀 지루할 거야.

- 오늘 칠석이잖아.

반즈: 응......나와 함께 이런 명절을 보내면 지루할 수도 있어.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or
- 꼭 그렇지는 않아.

반즈: ......
반즈: 휴......너는 역시.

- 반즈는 행사에 참가 안했어?

반즈: 풍선을 사격해서 맞추는 부스에 가봤는데...
반즈: 겨우 탄창 두 개를 비웠을 뿐인데 가게 주인이 나를 쫓아냈어.

- 아마도 그들이 봤을 때 넌 일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or
- 설마 진심모드로 한 건 아니지?

반즈: 처음엔 조금 설렁설렁 하려고 했는데, 나중엔 선물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더라고.....거기서 떠날 수가 없었어.

환호하는 아이들이 반즈를 빙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 역시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기(願望機)구나.
or
- (아직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반즈를 직접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

반즈: 모든 선물들은 다 나눠주고 이것만 남았는데...... 받아.

반즈가 보송보송한 작은 물건을 하나 건네주었다. 하얀 올빼미 장신구가 손바닥 위에 놓여있었는데, 금색 눈동자가 반쯤 가늘어져 있어 매우 편안한 얼굴이었다.

- 나한테?

반즈: 응, 선물이야.

- 고마워.
or
- 답례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반즈: 음, 이거 받고, 오늘 네 남은 시간은 전부 나한테 줘.

- ......방심했다.
or
- 분명히 널 먼저 초대한 건 나였는데?

반즈: 그냥 분위기 타주라.

-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다른 곳에 갈래?

포뢰가 미리 내용을 채워둔 가이드북을 꺼내 두 사람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 이쪽엔 분식집이 있고, 무대도 있고, 수공예 체험도 있는데.....
or
- 반즈는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반즈: ......여기.

반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위치를 따라 안내 책자를 넘기니, 한 가게의 안내문에 "강의에 참여하여 전설적인 지휘관의 친필 서명을 받은 한정 U자형 베개"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 어......
or
- 나는 전혀 눈치 못챘는데...

반즈: 여기 써져있잖아...그레이레이븐 지휘관, 응?

- 나도 여기에 쓰일 줄은 몰랐어......
or
- 괘씸하네, 그 때 사인을 해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반즈: 여기 가자.

반즈가 자신의 손에서 안내 책자를 가져 갔고, 옅은 미소를 띤 그의 맑은 눈빛이 방금까지 있던 졸음을 씻어내며 진지한 광채를 드러내보였다.

반즈: 아무래도......반드시 가지고 싶은 경품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