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의역 O

그녀는 제 몸이 동료들과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료의 입장에서는 마치 털이 잔뜩 난 괴물처럼 보일 것이다.

카론: 그 아이들을 처음 본 게 제가 일곱 살 때예요……. 그는 외로운 한 마리 늑대였어요. 너무 배가 고팠는지 도망갈 힘도 없어서 결국 나무 구멍에 숨어 있었죠. 

희미해지는 소리: 제가 다가갈 때, 그 아이는 제게 이빨을 드러냈지만, 네 개의 발톱은 떨고 있었어요. 그 아이들을 함부로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고 족속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는데…………왜냐하면……그……그들이 낯선 냄새에 물들 수 있어서……그냥……이라고 해도……늑대 무리로 돌아가면……가족들에게도……배척……흑흑……

……쉬이…………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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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이 먼저 이명으로부터 해방된다. 머리 위의 귀는 감각 주변에 맴도는 희미한 소리를 쫓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 후각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며 짙은 초목의 향기가 공기와 함께 체내로 들어온다. 밤이슬은 아직 오늘의 새벽빛에 증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초목을 두루 적신다. 손바닥과 발바닥에서는 희미하게 서늘한 기운이 전해진다. 손과 발에 본능적으로 힘을 주니 날카로운 발톱 날이 근육에 따라 부드러운 풀밭을 가르며 젖은 흙을 파고든다. 무언가가 잘못됐다……하지만……

두 눈을 뜨니 눈부신 빛이 회색 눈동자를 자극하여 걷잡을 수 없이 수축한다. 눈동자가 진정되자 회백색의 인영은 마침내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을 똑똑히 본다. 어린 늑대는 몸을 뒤척이며 털에 가볍게 달라붙은 흙과 낙엽을 털어낸다. 그녀는 자신이 잠들어 있었던 요람을 자세히 보고 있다. 그녀의 시각으로 숲을 바라보니, 엉킨 굵은 가지가 원래보다 더 웅장하고 넓게 느껴진다. 어린 늑대는 코를 들어 킁킁거리며 젖은 공기를 맡는다. 익숙한……혹은 평화로운 느낌에서 또 다르게 그리워하던 느낌이 가까이 풍긴다. 이 느낌을 따라가야 한다. 머릿속에는 이렇게 인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늑대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구불구불한 나무뿌리를 뛰어넘어 낮은 나무숲을 지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이 느낌은 점차 짙어진다. 자신보다 키가 큰 풀밭에서 머리를 비집고 나온다. 눈앞의 평야에는 늑대들이 서로 기대어 쉬고 있다. 

기척을 듣고 늑대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일어난다. 그들은 작은 늑대가 나타난 방향을 경계한다. 지금이 그들과 함께하기에 좋은 기회인가? 그러나 늑대들은 모두 사지에 긴장을 풀지 않는다. 분명 자신을 환영하는 모습은 아니다. 대치가 수십 초 동안 계속되자, 처절한 비명이 공중에서 들려온다. 늑대들은 재빨리 진형을 맞추고 숲속 깊은 곳으로 달려간다. 포식자이다. 머릿속 한 목소리가 이렇게 인도한다. 빨리 뛰어야 한다! 하지만 늑대는 왜 다른 늑대들이 자신을 경계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섣불리 따라가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더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두려움은 머리보다 몸을 더 빨리 움직이게 한다. 그녀는 꼬리를 물고 늑대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쫓아간다. 늑대들은 공중의 적을 따돌려야 한다. 그러나 상대도 이 숲은 늑대들만큼 익숙하다. 특히 끝에 떨어진 늑대는 포식자들의 주요 표적이 된다. 그녀는 제 발이 얼마나 많은 웅덩이를 밟았는지, 습격 중에 얼마나 많은 야생화를 꺾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두려움은 그녀의 생생한 심장 속에서 휘몰아친다. 힘껏 귀를 기울이면 제 피가 치솟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이다. 무성한 가지 사이를 오랫동안 거닌 후, 포식자들의 목소리는 마침내 더 이상 뒤쪽에 달라붙지 않게 되었다. 

중천의 나무뿌리에 숨어 있던 늑대는 날카로운 눈빛이 좇아오지는 않는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내밀며 살핀다. 풀잎 사이로 늑대가 남긴 냄새가 난다.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들의 무리로 돌아가야 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머릿속에는 이렇게 인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늑대들의 맞은편에 선다. 작은 늑대는 그들의 질문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 

선두에 있는 두 마리의 늑대가 방금 사냥한 먹이를 먹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목에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먹잇감을 바로 가린다. 작은 늑대는 먹이를 놓고 다투지 않겠다는 뜻으로 꼬리를 부드럽게 늘어뜨린 채 멀리 서 있다. 우두머리의 묵인 아래, 먹이를 기다리던 몇 마리의 늑대들이 모여들어 감히 영토에 들어선 외로운 자를 살펴본다. 늑대 무리의 시선은 포식자가 내려다보는 시선보다 더 온화하지 않다. 그들은 작은 늑대의 냄새를 하나씩 맡는다. 그중 둘은 당장이라도 등을 물어뜯고 싶어 할 정도로 충동적이다. 공격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천적의 관심을 나누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는지, 우두머리의 시선은 벌벌 떨고 있는 작은 늑대에게서 사냥감으로 돌아와 먹이를 계속 먹는다. 계급이 낮은 몇 늑대는 작은 늑대에게 적대감을 발산하는 걸 멈춘다. 그들은 작은 늑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으로 돌아가 우두머리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린다. 늑대 무리의 암묵적인 허락을 받은 작은 늑대는 그제서야 굳어있던 근육이 뻐근해지는 걸 느낀다. 

기다리던 늑대들은 다시 장난치기 시작한다. 서로의 등에 높이 솟은 등뼈를 문지르며 간지럽히는 듯한 편안한 소리를 낸다. 아마도 곧 그녀가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늑대는 상상하며 즐거운 듯이 뒹군다. 장난치던 늑대들은 이상한 행동을 본 것처럼, 즉시 모두 일어서서 작은 늑대를 향해 몸을 숙인다. 다행히도 우두머리의 식사가 끝났다. 굳은 늑대 무리는 작은 늑대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먹잇감의 남은 다리를 향해 달려들며 잔치를 벌이기 시작한다. 작은 늑대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이성은 그녀에게 지금은 몫을 나누러 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늑대 무리에게 자신이 지위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늑대 무리가 물어뜯는 소리 가운데, 작은 늑대는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만다. 

늑대 무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을 며칠 동안 돌아다니며 포식자를 피하는 동시에 먹이 사냥을 시도한다. 늑대 무리는 작은 늑대의 움직임 때문에 갑자기 긴장이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상과는 다르게 다른 자들과 거리낌 없이 뛰어놀지 못했다. 움직일 때나 먹을 때나, 작은 늑대는 그들의 끝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허락받으며 늑대 무리의 꼬리를 맡는다. 휴식 시간에 물을 마셔도, 모든 구성원이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원에 접근해야 한다. 자신은 군족의 일원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작은 늑대는 답답한 마음에, 웅덩이에 코를 묻고 물속에서 촘촘한 거품이 솟아나는 것을 지켜본다. 마지막 기포가 공기 중에 녹아들자 수면이 거울처럼 고요해진다. 

그녀는 물속의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제 몸이 동료들과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료의 입장에서는 마치 털이 잔뜩 난 괴물처럼 보일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상상대로 늑대들과 함께 서로의 등뼈를 만지며 놀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등에는 겁에 질려 꼿꼿이 서 있는 추악한 털이 줄지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이 털을 벗겨낼 수만 있다면……동료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한번 해보고 싶어? 머릿속에 이렇게 유혹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발톱을 바라본다. 날카로운 그것은 포식자의 날카로운 부리처럼 차갑게 빛난다. 발톱 끝이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에 닿으니, 어느 한 지점에서 피부가 찔린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무자비하게 앞발을 가슴 아래로 힘차게 내리치자, 모피가 찢어지는 저항과 눈에서 흘러나오는 액체의 저항을 느낀다. 뼈아픈 아픔이 몸속에서 밖으로 퍼져 나간다. 하얀 털은 피로 인해 적갈색으로 물든다. 이렇게 하면 자홍색의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까? 작은 늑대는 눈을 감고 어둠 속으로 도망치면 날카로운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발톱을 휘두른다……

……아프다……정말 아프다……전자 통각 신경이 폭력에 가까운 자극으로 의식의 바다를 깨우려고 필사적으로 날뛰는 걸 느낀다. 

21호: 윽……

베라: 21호? 눈 떠!! 칫, 저리 꺼져!!

대장의 목소리에는 지친 노여움이 담겨 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베라: 깨어나면 빨리 일어나서 일해!

베라는 달려드는 이합 생물을 발로 걷어찬다. 상대가 하늘로 치솟을 때 단칼에 그 못생긴 몸을 잘라낸다. 자홍색 체액은 관성과 함께 날아가 땅바닥에 일직선으로 튀긴다. 

21호: 그래……적! 아니야……그. 그 리린, 그가 떨어졌어!

베라: 진정해. 그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빨리 탈출구나 찾아. 깨어나지 않으면 여기 버리고 갈 거야. 

21호: 21호, 그래도 싸울 수 있어!

베라: 팔을 조심해. 그를 당길 때 팔이 그 ‘물’에 닿았어. 간단하게 처리는 했어. 그 꼬맹이는 우리를 데리고 실수로 이합 생물의 옛 둥지로 뛰어든 것 같아. 그 ‘물은’ 기본적으로 적조와 같고,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지. 다행히 네 새 기체의 재료는 괜찮네. 그렇지 않으면 그 손을 직접 베는 게 더 나았을 거야.

21호는 팔에 코팅된 비상 젤을 힐끗 바라보며 두 번 공격을 시도한다. 

21호: 응, 문제없어. 하지만, 이곳의 길. 다른 것 같아. 

베라: 이 ‘나무’들은 여전히 계속 자라고 있어. 네가 그곳에 누워 있을 때 여러 번 진동이 일어났어. 아마 성장이 너무 빨라서 그랬겠지. 

21호: 야영지의 냄새, 저 위에서 불어와. 

21호는 공기 중의 냄새를 주의 깊게 식별하고 베라의 뒤쪽을 가리킨다. 

베라: 그 위에 있는 식물들은 바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랐어. 끌어내리면 우리가 이 식물들로 안에 갇힐 수도 있어. 

21호도 위를 올려다본다. 하늘이 나뭇가지에 의해 몇 개의 큰 조각으로 어렴풋이 갈라져 있다. 마치 커다란 그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다. 눈길이 닿는 맨 꼭대기에는 희미하게 검은 점이 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베라: **, 이럴 때는 녹티스 같이 회로 안이 생체 모방 근육으로 가득 찬 놈이 더 쉽게 해결하겠지. 

21호: 알겠어. 녹티스에게 연락할게. ……연결할 수 없어. 

베라: 내가 해봤지만 어떠한 연락 방법도 통하지 않아. 우리가 이 변이된 숲에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네. 가, 먼저 네가 말한 방향으로 철수하지. 

위로 올라가려면 마지막 길에서는 불가피하게 이 거대한 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라는 식물들 사이를 오가다 보면 길을 잃기가 쉽다. 배라는 독특하게 생긴 나무 매듭 몇 개를 마지못해 조향 기준점으로 선택하고, 그곳에 올라가서 때에 맞춰 방향을 조정한다. 

베라: 방향이 틀리면 바로 말해. 이 나무들은 계속 자라서 방향이 흐트러지기 쉬워. 

21호: 응. 대장……

베라는 한 걸음 내디딘다. 21호는 고개를 들어 바로 위를 바라본다. 적조의 샘을 빨아먹는 거대한 덩굴에는 어느새 커다란 꼬투리가 하나 더 생긴다.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겉껍질은 거의 반투명하게 받쳐져 있다. 마침 꼬투리 속에는 희미하게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21호: ……움직여.

그 검은 그림자의 모습은 잠든 갓난아이를 방해한 듯 온상 속에서 무질서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거대한 꼬투리는 찢어질 듯 흔들린다. 

베라: 떨어질 것 같네! 21호,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