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리린: 추워, 너무 추워……도……도와줘……아무나 손을 내밀어도 상관없으니까……부탁할게……나를 잡아줘……



난민 지도자: 그래, 그래. 손을 놓아도 돼.



리린: ……으윽……아빠……엄마……



난민 지도자: 울지 마. 주변에 괴물들이 있어. 그 녀석들을 끌어들이지 마. 



리린: ……윽……하, 하지만……우리 엄마 아빠는……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난민 지도자: ……이건 세상의 종말이야.



등이 굽은 여자: 그들은 스스로 너를 대신해 괴물을 데려가고 음식도 남겼어. 네가 힘내야 그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 



리린: 저는 음식은 필요 없어요! 부모님이 돌아오시면 좋겠다고요!



등이 구부러진 여자: 쉬——



 

여인은 재빨리 아이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리린의 손에서 굴러떨어진, 유통기한이 지난 깡통을 다시 발로 밟는다. 여인과 남자는 귀를 기울이다가, 한참 후에야 긴장을 푼다. 

 



난민 지도자: 네가 먹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함부로 떠들지 마. 내가 너를 따르지 않는다고 욕하지도 말고. 



등이 굽은 여자: 됐어, 됐어. 부모님은 방금 돌아가셨는걸……. 삼촌은 농담하는 거야. 자, 이거 줄게. 



 

여인은 찌그러진 통조림을 주워 흙탕물투성이인 손에 쥐어준다. 차가운 통조림의 금속 표면은 한겨울의 길바닥보다 더 차갑다. 

 



등이 굽은 여자: 빨리 먹어. 안 그러면 부모님의 희생을 허투루 하는 거야.

 



여인은 애써 앞에 있는 아이를 괴롭히려 하지도 않고,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라며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저 끝없는 삶의 길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실을 담담하게 진술할 뿐이다. 어린아이의 눈은 슬픔의 샘과 같다. 그 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마른 통조림 속으로 빠르게 떨어진다. 눈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굽은 뒷모습은 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

 



리린의 어머니: 린린, 엄마 말 좀 들어봐……



리린: 엄마, 아빠……아빠는……



리린의 어머니: 아빠는 걸을 수 없어. 아빠는 그냥 조금만 쉬는 것뿐이야…….



리린: 정말 그래요?



리린의 어머니: 린린, 이따가 삼촌의 손을 꼭 잡아줘. 절대 놓지 마. 엄마랑 아빠의 짐을 삼촌에게 맡겼단다. 삼촌이 너를 먼저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줄 거야. 



리린: 저는 엄마가 제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엄마, 엄마는 제가 싫나요?



리린의 어머니: 미련한 우리 아이……너는 내 삶의 유일한 이유란다……그러니 엄마가 기꺼이 너를 위해 갈게……

 



그러자 여자는 목이 메는 듯하였다. 날카로운 말이 아이의 마음을 베는 게 원치 않았는지 그 글자를 목구멍으로 삼킨다. 

 



리린의 어머니: 이제 갈 시간이야. 약속대로 아저씨를 붙잡아줘. 꼭 안아줘. 기억해!

 



리린이 대답하기도 전에, 여인은 그를 조그마한 유랑 단체의 지도자가 있는 쪽으로 밀어낸다. 상대가 아이를 받는 모습을 본 그녀는 겨우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배에 난 상처를 감싸 쥐고 다른 샛길로 달려간다. 

 



리린의 어머니: 린린, 너는……큭……너는 빨리 뛰어야 해! 엄마보다, 더 빨리 뛰어야 해……빨리 가!

 



마지막 문장은 붕괴와 절망에 가까운 울부짖음이었다. 리린은 마치 이마에 총을 맞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를 꽉 움켜쥔다. 그 손은 엄마의 손만큼 따뜻하지도, 아빠의 손만큼 가늘지도 않았지만, 당부의 말에 따라 필사적으로 잡았다. 

 



...

 



등이 굽은 여자: 이봐! 먹고는 있어? 왜 멍때리고 있어.



 

리린은 허공에 손을 흔들더니 멍하니 여인의 얼굴을 바라본다. 갑자기 그는 굶어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통조림에서 꺼낸 것을 크게 집어 입에 넣는다. 



 

리린: 으으……짜다, 엄청 짜요……



 

분명히 지난번에 아빠가 끓여주신 통조림 수프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등이 굽은 여자: 그럼 내 물 한 입 줄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조금만 남겨줘.

 



여자는 한참 동안 망토 속을 더듬다가 흐린 물이 반쯤 담긴 물병을 꺼내 리린의 발치에 놓는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던 남자는 다가와 여인에게 눈짓한다. 두 사람은 조금 옆으로 피해 낮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난민 지도자: 저 애는 틀림없이 다쳤을 거야.

 



남자의 시선은 쉬고 있는 또 다른 동료를 가리키고 있다. 

 



등이 굽은 여자: 확실해?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난민 지도자: 내가 봤는데, 걔가 슬쩍 왼쪽 종아리를 물로 씻어내더라. 마실 물도 부족한데 어떻게 씻을 생각을 하지? 뭘 어쩔 수 있겠어. 아까도 말했듯이 모두 함께 움직이는 것뿐이지 다른 건 각자 관리하는 거잖아. 여기 있는 6명 중에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마 얘 말고는 없을걸.

 



이렇게 말하는 남자는 한쪽에서 먹고 있는 아이를 짜증 섞인 표정으로 바라본다.

 



난민 지도자: 만약 이 녀석의 아버지가 지난주에 나에게 그 술 반병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데리고 가지도 않았어. 더 많은 음식을 줘도 소용없었을 거고. 유품 같은 건 땅에서 주우면 돼.



등이 굽은 여자: 하하……이딴 게 계획이야? 난 너한테 그래도 인간성이 남아있는 줄 알았어. 차라리 그를 수양아들로 받아들이는 건 어때?



난민 지도자: 그게 쓸모가 있어? 날 위해 시체라도 수집해 주는 거야:?: 넌 이 괴물들에게 쓰러져도 시체나 모아야 한다고. 그나저나 그 여자도 진짜 지독하네. 죽으러 간다고 진짜 죽다니. 게다가 이 꼬맹이가 자꾸 날 붙잡는데 방법이 없나? 만약 얘가 일을 좀 한다면 데리고 다녀도 돼. 



등이 굽은 여자: 그래서 네가 모르는 거야……네가 얘를 수양아들로 받아들인다면 이해하게 되겠지. 



난민 지도자: 꺼져. 



 

여인은 쥐 난 박쥐처럼 낮은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난민 지도자: 야, 꼬맹이. 내일부터 너 교대로 망이나 봐. 아침에 내가 한 번 알려줄 테니까 반드시 외워. 난 짐밖에 안 되는 녀석은 필요 없어. 그리고 삼촌 말고 이름으로 불러. 



 

남자는 말을 마친 뒤, 리린의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휴식 구역으로 간다. 등이 굽은 여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방금 준 물을 들고 가버린다. 리린은 빈 캔을 옆으로 치운다. 그는 배가 터질 것 같이 토할 뻔했다. 처음으로 그는 통조림 전체를 혼자서 다 먹은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잠들지 않은 것도 처음이다. 그는 눈을 꼭 감은 채, 음식이 빨리 열로 바뀌어 밤이 이렇게 춥지 않게 해달라고 빈다. 

 



...

 



며칠 후.

 



다친 남자: 아아아! 오지 마!! 으아아아아악——

 



절뚝거리는 남자는 이합 생물에게 옷자락을 잡힌 후 다시는 땅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덕분에 더 많은 이합 생물이 그를 향해 모여들어, 지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벌게 되었다. 

 



난민 지도자: 흩어져서 피하자!



 

등이 굽은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젊은 여자와 망설임 없이 오솔길로 뛰어든다. 

 



난민 지도자: **, 내가 원래 저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느 길이 생존 가능성이 더 큰지 짐작할 여유가 없었던 리린은 오랜 시간 달려온 자신의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오는 걸 느낀다. 그는 폐의 항의에 대해 죽음의 말처럼 격렬하게 숨을 쉰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그 삼촌을 붙잡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는 첫날부터 리린이 그를 잡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에, 뒤로 물러서서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다. 

 



리린: 아!



 

리린의 체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종아리 근육이 항의하기 시작했으며, 갑작스러운 경련에 그는 땅바닥에 구르며 탁탁 소리를 만든다. 앞서 달려가던 남자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뒤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져 제자리에 서 있게 된다. 

 



리린: 삼촌……잠깐만요……

 



두려움 때문에 그는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손을 번쩍 든다. 리린은 차가운 바닥에서 자신을 끌어 올려달라고 요청한다. 여기서 살 수만 있다면, 그는 반드시 상대를 위해 소라도 될 것이다——



 

리린: 제발요……



 

상대는 아직 멀리 있는 이합 생물을 바라보며 1초 동안 망설인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통조림 하나를 꺼내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향해 힘껏 걷어찬다. 통조림의 금속 표면은 바닥에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리린은 일어나려고 하지만 넘어지면서 관절을 삐었는지, 오른쪽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심한 고통을 느낀다. 

 



난민 지도자: 내 탓 하지 마. 넌 너무 쓸데없어. 내가 한동안 널 데리고 있었지만, 그냥 네 아버지의 은혜를 갚았을 뿐이야. 난 애초에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으니까. 



 

오솔길 저편에서 여인의 비명이 들린다. 샛길로 쫓아온 이합 생물이 그 좁은 입구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두 마리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의심스러운 듯 큰길 쪽으로 다가온다. 남자는 이 광경을 보고 미련 없이 리린의 시야에서 발뺌하며 사라진다. 

 



리린: 기……다려요……



 

리린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한 채 손을 번쩍 든다.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린다. 생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끽끽——

 



뒤에서는 이합 생물만의 괴상한 소리가 들린다. 리린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게 된다. 그는 긴장한 나머지, 숨을 멈추고 사신이 운명의 낫을 휘두르기만을 기다린다. 아빠도 엄마도 이렇게 먹혔을 것이다……아플 것 같다……그의 머릿속에는 갉아먹는 고통이 예상되는 것 같아 더욱 땀을 흘리고 털을 곤두세우게 된다. 미안해요……엄마……아무도 저를 구해주지 않았어요……잡을 손이 없어요……공포와 추위 속에서 그는 점차 신체 감각을 잃는다. 

 



……

 



리린: 더워요, 아빠……불이 너무 세요……



 

리린은 잠꼬대를 중얼거리며, 목의 헝겊을 잡아당겨 몸을 조금 식히려고 한다. 

 



???: 아! 테사! 여기……여기 아이 한 명 있어. 아직 살아 있어! 얼음처럼 차가워, 상태가 많이 안 좋나 봐!



???: 서두르지 마. 내가 좀 볼게. ……좋지 않네. 저체온증이야. 누가 마른 담요 좀 가져와 봐!!



리린: 으……아빠……너무 더워요……



???: 얘, 조금만 참아. 곧 괜찮아 질 거야!



???: 내가 할게. 나한테 넘겨줘. 겉옷은 충분히 두꺼워!



???: 응. 자, 조심해. 모두에게 자리에서 쉬라고 해줘. 이 아이는 아마 잠시 더 쉬어야 할 거야. 무사에게 사람을 데리고 가서 경계하라고 해.



???: 알겠어. 다리를 삐었는지 이렇게 부었네.



???: 어휴……살살 좀 해. 그 다리를 건드리지 말고. 아니면 다른 쪽 발바닥을 문질러. 



???: 어? 하지만 발바닥은 만지고 싶지 않은데……



???: 쳇……우리가 할게. 네가 손을 따뜻하게 해줘. 



 

시끄럽고, 덥다. 신경이 다시 점점 불타오르고,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손이 잡힌 것 같다. 부드럽고 뜨겁다. 마치 엄마의 손 같다. 맞다, 엄마가 뭐라고 하셨지? 음……그 손을 잡으라고……살으라고 하셨어.



 

???: 따뜻해졌네. ……와아아, 얘가 나를 잡았어!!!



???: 사라, 목소리좀 낮춰!



리린: ……누나……



사라: 흠흠, 나는 아직 엄마가 될 나이는 아니거든……날 누나라고 부르면 돼!



사렌스: 당신은 언제쯤 진지한 모습을 보일까요. 큼……꼬마 친구, 내 말이 들리나요?



리린: ……살려주세요……



 

사라는 리린의 손을 놓고, 사렌스에게 말 자리를 양보한다. 손이 풀린 리린은 다시 물에 빠진 사람처럼 미친 듯이 사렌스와 사라에게 손을 내민다.

 



사렌스: 무서워하지 말아요……당분간은 괜찮답니다. 

 



사렌스는 갈라진 작은 손을 잡았다. 그의 부서지기 쉬운 손톱은 여전히 손등에 여러 자국을 남기고 있다. 

 



리린: 가지 마……가지 마요……절 버리지 마요! 삼촌……으으윽……전 할 수 있어요. 무엇이든 잘할게요! 전 보초를 설 줄 알아요……저 연습할 수 있어요, 매일 연습할게요! 제발요……그리고……통조림……통조림! 여기 있어요! 전 거의 먹지 않아서, 저는……배고프지 않아요. 



 

리린은 몸부림치며 건장한 남자의 품에서 다른 팔을 뻗는다. 그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통조림 하나를 비틀거리며 가리킨다. 사렌스 옆에 있던 한 여성은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고 눈을 턴 다음 리린에게 건넨다. 그러나 리린의 떨리는 손은 그것을 전혀 잡을 수 없었다. 통조림은 사렌스 앞에 쿵 떨어진다. 



 

리린: 제발요……이걸 받아주세요……



사렌스: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답니다……



리린: 제발……제발요……받아주세요……

 



리린은 사렌스의 입에서 ‘양해해주세요’라는 말이 나올까봐 넋을 잃고 사렌스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사렌스: 네. 그러면 먼저 받을게요. 그 대가로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도 된답니다. 우리랑 같이 가죠. 

 



사렌스는 리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손을 겉옷 속에 다시 넣으려고 했지만, 작은 손바닥은 여전히 그를 끈질기게 붙잡으며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사렌스: 안심해요. 이미 괜찮아요. 저를 부르면 반드시 도와줄게요. 모두가 도와줄 거예요. 당신은 안심할 수 있어요. 좀 쉬세요. 

 



조금 쉰다……아……그래……맞아……모두가 나에게 엄청 친절했던 기억이 난다……그래서 나도 모두에게 내가 지닌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나는 모두와 영원히 함께야……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야……장로……사라 누나……웬지에 아주머니……엄마, 아빠……윽……너무 괴로워요……모두 어디 있지……



 

적조에 빠진 소년은 온 힘을 다해 액체 속에서 허우적거렸으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입을 벌려 모두의 이름을 불렀지만, 조수는 소리보다 빨랐다. 그것은 망설임 없이 그의 입으로 들어와 안에서부터 목소리를 부식시킨다. 

 



누구 손이라도 좋으니……부탁해요……약속했잖아요……



 

자홍색의 조수가 그를 완전히 감싼다. 그는 자신의 몸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못 느낄지도 모른다. 

 



……

 



……어? 사란 누나다……역시 여기 있었어……잘못 본 게 아니야……응응……그리고 다른 사람들도……다들 여기 있었구나……다들 나를 속이지 않았어! 다행이다……모두의 손이……너무 좋아……

 



전투 개시

 



베라: 길이 막혔어! 올라갈 수밖에, 21호!



21호: 알겠어!



리린: ……누구! ……모두를 방해하지 마!

 



그래……맞아……내가 좀 더 일찍 돌아왔어야 했는데……우리를 부르는 곳으로……잘됐다, 우리는 지금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누구! ……모두를 방해하지 마!

 



그래……

 



리린: 제발 ……잡아줘요……



“사라”: 잘됐다, 우리는 지금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모두와 영원히 함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