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지상 신호가 너무 안 좋아!

미리 말해 두지만. 난 급한 임무 때문에 오후까지 이 새들도 똥 안 싸갈길만한 데 짱박혀 있어야 해. 방금 니 스케줄을 확인해봤는데. 마침 오늘 임무를 다른 시간으로 옮긴 걸 봤어. 의심스럽네. 설마 작년이랑 비슷하게 또 "기동일 서프라이즈" 니 뭐니 작당을 꾸미러 가려는 건 아니겠지... ...그래. 이 일은 내 잘못이긴 해. 임무를 하러 내려가기 전 너한테 오늘 임무 당일이라고 말하는 걸 잊었어. 만약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가 허탕을 친다고 너무 속상해하진 마라.
여긴 통신 신호가 엉망이야. 너한테 메일을 8통 정도 보냈는데. 못 받은 거야. 답장을 안 한 거야? 지금 보내는 건 아홉번째 메일이니까 나머지 8통도 받는 대로 하나하나 답장해!

.......됐어···어쨌든 너희들의 계획은 항상 오락가락하는데, 작년에는 네가 굳이 같이 가동일을 축하하고 모두가 함께 떠들썩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올해는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네. 설마 내가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를 틈타 너희들은 이미 카무이 그 자식과 같이 보낸 건 아니겠지? ····어차피 단체활동은 싫어, 그러니까 내가 무슨 기대라도 한 줄 착각하지 말라고. 짜증나, 여기 신호가 계속 이 모양으로 유지된다면 임무에서 벗어나 바로 네 대기실 문을 터트리러 갈 거다.

오늘 네 앞으로 배달될 소포가 있으니까 직접 제때 잘 받아. 까마귀 녀석들한테 대신 받게 하지 말고. 니. 가. 직. 접!!!

-카무의 메일 1-


#2

제목:...고맙다.

니가 다 계획한 거였냐·····다행히 내가 통신 신호가 좋은 곳으로 제 시간에 왔어. 만일 내가 정말 너에게 달려들었다면, 이 선물은 받지 못했겠지····· 야, 지난번에 같이 휴가 갔을 때, 난 단지 그 가게의 고추장이 맛이 없다고 짜증 좀 냈을 뿐인데, 너는 어쩌자고 고추장의 방법을 연구하러 간 거냐? 그나저나 이건 무슨 비밀 레시피야? 어디서 배웠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내가 먹어 본 어떤 종류의 고추장보다도 매운데. 웬만한 고추장보다 한 열 배정도는 맵네. 고마워, 내가 지난 편지에 말했던 소포는 이미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배달됐지? 간식 카트입니다. 딱히 다 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다음에 거기 갈 때 나랑 같이 먹어. 그래서······· 아. 그리고 어디 구석에 처박아두면 안 된다! 바로 네 책상 옆에 놔둬! 다음에 내가 가면 반드시 들어가자마자 확인할 거라고!

여기까지만 하자. 크롬 대장이랑 돌격매 녀석들이 날 재촉하고 있... 잠깐만. 너 왜 전에 보낸 메일에까지 답장하고 있는 건데!? 그건 통신이 안 돼서 투덜거린 푸념이라고! 잠깐. 새벽에 보낸 건 더더욱 답장하지 마!  ...메일로만 소통하면 뭔가 실감이 덜하잖냐. 난 내일 네 휴게실에 들어가서 아침 인사를 건넬 생각이니까, 축하하고 싶으면 직접 만나서 해. 서둘러 방을 청소해두고 나의 강림을 맞이할 준비나 해 두시지.

선물:간식 카트. 혈청 2개
원래는 좀더 고급진 표현을 많이 썼는데 카무 캐릭터성 생각해서 어휘 수준을 좀 다운그레이드?했음
개초딩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