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하...

거칠게 호흡하자 순환액의 짙은 향이 후각센서에 감지된다.
구조체에 있어서 호흡은 필수적인 행위가 아니다.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인간일 적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남은 오른팔로 몸을 지탱하여 힘겹게 절벽 가장자리로 오른다. 그곳에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

 

" 일어나... 일어나!!"
" 대답해! 내 질문에!"

이를 악물고 벼랑 끝에서 발버둥치며 기어올라 남자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하지만 상대는 한결같이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마치 모두 알고있다는듯이.
항상 과묵하고 냉정하며, 믿음직한 그의 유일한 '형제'.
이 침묵을 그를 깊이 관통했다. 터뜨릴 곳 없는 분노와 슬픔이 솟구쳤다.



"그래...그래...! 아무 말도 안할 셈이지! "



이를 악물고 떨면서 옆에 떨어진 낡은 제식 태도를 주워 힘껏 들어올렸다.

 



 

 

그럼..."
"죽어!




…………
"에......에......"

"에취!!"

휴게실 벤치에 누워 낮잠을 자던 녹티스는 재채기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깨어나자마자 보이는 것은 꼬리를 안고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는 21호 였다.

 

 

 

21호 

크르릉...!!

녹티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잠시만...



녹티스가 코를 후비자 흰 털이 나왔다.



녹티스 

이건 네 꼬리 털 아니냐... 삼칠, 이 개자식, 또 내 얼굴 위에 꼬리를 둔거냐? 어쩐지 아까 잘 때 숨이 막히고 코가 간지러워 죽겠더라니.

 


21호는 시선을 돌리고 굵은 꼬리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



21호 

21호는 몰라... 근데 녹티, 꼬리에 대고 재채기를 하다니 더러워 죽겠네!
리더가 위생을 지키지 않는 녀석은 교육이 필요하다 했어!

녹티스 

하, 좋아, 정말 교육이 필요한 건 누구인지 가르쳐주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추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21호는 점점 힘을 빼더니 바닥에 엎드려 기지개를 켰다. 녹티스도 한숨을 쉬며 주먹을 접었다.

 

 

녹티스 

힘이 안 나네.

21호 

21호. 놀러나가고 싶은데...




이재민 지역의 사건이 끝난 후, 21호는 무단으로 기체의 제한을 풀었다는 사유로 가장 골치 아픈 감사원에게 감시를 받는 중이다.
감사원 조사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케르베로스 소대 대원들은 소대 대기실 인근 제한된 구역에서 대기해야했다.

 


녹티스 

삼칠, 전에 감사원 놈들이 하는 말 엿들었지? 만약 그놈들에게 뭔가 꼬투리가 잡힌다면, 베라는... 어떻게 될까?

 


귀가 축 처진 채 지루하게 바닥에 엎드려 있던 21호는 흩어진 깡통을 정리하고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21호 

음... 감사원 쪽의 묘한 느낌의 핑크 녀석이 말했어... 사실이라면 21호는 전출되어 조사를 받거나...
대장은 해임되고...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어.

 


21호는 눈을 깜빡이며 케르베로스 소대 휴게실 문을 바라보았다. 오늘이 감사원 조사 마감일이지만, 베라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 지나면 감사원도 군부대 집행에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다

 

 

21호

21호... 대장과 헤어지고싶지 않아.



녹티스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눈살을 찌푸렸으나, 곧 평소와 다름없는 방자한 웃음을 지었다.

 

 
녹티스 

그러니까 삼칠이는, 베라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꼬맹이라는 거 아니냐...

 


녹티스는 21호가 평소처럼 버럭대며 자신과 다툴 것으로 생각했다. 21호는 고개만 저으며 진지하게 녹티스를 바라봤다.

 


21호

음... 아니, 21호는 예전과 달라. 대장을 떠나지 못하는게 아니라 내가 여기에 남길 '원해서' 대장 옆에 있는거야.

녹티스

'예전과 다르다'라, 말은 잘하네...



녹티스는 손에 든 빈 깡통을 내팽개쳤다. 깡통은 공중에서 몇 바퀴 뒤집혀 마침 21호가 세워둔 깡통탑 바로 위에 떨어졌다.

 


녹티스 

오오! 삼칠, 봤냐, 대단하지!



21호은 힐끗 쳐다보기만 한 뒤, 대충 박수를 쳐줬다.



21호 

녹티, 정말 유치해...

녹티스

갈아끼운 팔로 이렇게 섬세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녹티스는 일어서서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3~4미터의 근소한 차이로 멈추자, 권풍이 깡통탑을 아슬아슬 흔들어댄다. 녹티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녹티스 

음, 어떠냐, 파워 출력도 괜찮지!



21호는 입을 삐죽 내밀고 실눈을 뜬 채 꼬리로 깡통탑을 만들어 녹티스의 권풍을 막았다.

 


21호 

우어... 21호의 발톱이 훨씬 센 것 같아.



그 섬뜩한 숲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녹티는 무엇이 신경을 쓰였는지 과학이사회에 왼팔을 전복식 로봇팔로 교체해 달라고 신청했다.

-- 뭔가를 예감한 것 같이.




녹티스 

팔꿈치 관절에는 좀 위화감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팔꿈치를 칠 때마다 귀찮아져. 야, 삼칠. 집 좀 보고있어. 과학이사회에 갔다 올게.


21호

안 돼! 대장이 감사원의 나쁜 놈들에게 약점을 잡히면 안 된다고, 돌아올 때까지 휴게실을 떠나지 말라고 했어!

 


녹티스는 코웃음을 치며 휴게실을 나가려고 손을 흔들었다.

 


녹티스

알바냐. 감사원 놈들이 신경쓰는 건 너희들뿐이야. 나랑 1도 상관 없어.

 


녹티스의 말이 맞다. 조사 내내 감사원은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물론 녹티스가 휴게실을 떠난 뒤 사실 과학이사회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도 신경쓰는 이가 없을 것이다.

 



집행 부대의 휴게실 구역 중앙에는 개인 및 기관이 사용 신청을 해야하는 빈 사무실이 있다. 물론 무단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사람 말고 무엇이든 발견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한 곳에 불이 켜져 있고 금발의 청년이 머리를 싸매며 서류 한 묶음을 보고 있다.
머레이는 명목상 케르베로스 소대의 지휘관이지만 소대의 성격이 특수하기 때문에 보통은 전투와 관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머레이는 대게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대원들을 위해 조용히 뒷수습을 해왔다. 니콜라 사령관이 머레이를 케르베로스 소대의 지휘관으로 배치한 이유 중 하나다.

 

 

머레이 

아...

 


이미 익숙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감사원의 개입이 있어 골치가 아파졌다. 커피를 많이 마신 탓에 속도 좋지 않았다.



녹티스 

역시 쿠로노와 관련이 있나...

 


머레이의 앞에는 방금 감사원의 눈을 피해 온 녹티스가 있었다.

 


머레이

하하,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 원래 이 건은 심각한 규정 위반 사건이 아니야. 감사원 사람들이 죽도록 물고 늘어지고 있지만.
하지만 지휘관이라도 감사원 조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으니까...

 


머레이는 다소 난처한듯 말했지만 이미 충분한 대책을 생각해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대책을 실행하면 번거로워질 것이다.



머레이 

감사원의 그 여성 구조체가... 좀 까다롭네.

 


이전에 이중합 탑의 소동이 일어났을 때 한 번 만났을 뿐이지만, 이스마엘이라는 존재는 쉬운 상대가 아닐 것이라 예감했다.

 


녹티스 

나도 너한테 큰 거 안 바래. 전에 부탁했던 건 끝났어?

 


머레이는 망설였지만, 상의의 안쪽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녹티스 앞으로 밀었다

 


머레이

한번 더 물어볼게. 정말 결정한거지?

 

녹티스

쓸데없이 말이 많기는.



녹티스는 머레이의 번복이 두려운듯,  재빨리 USB를 가져와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머레이

좋아, 이 USB는 베라에게 있는 것과 똑같아...... 그 안에 든 자료는 이미 위조되어 있어. 잠금 해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사람을 너로 설정하도록 해.

 


녹티스

아니, 거기까지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고맙다, 나중에 한 턱 낼게.

 


머레이는 쓴웃음을 지은 뒤, 자신의 컵에 담긴 음료를 바라보았다. 리의 당부를 떠올려 블랙커피에서 위장에 좋은 구룡청차로 바꿨다.



머레이

고맙긴...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녹티스 

하하하, 그냥 인사치레지. 어쨋든 만날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네.

 


녹티스가 21호의 제한을 풀었던 책임을 떠맡는다면, 감사원 쪽 쿠로노 세력 사람들도 더 이상 베라와 21호에게 손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책임자인 녹티스는 더 이상 케르베로스 소대에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녹티스 

어차피 내가 이러는 건 처음이 아니니까 어딜 가든 상관없지만 그 두 녀석은 달라...

 


어차피 그 둘이 없으니 전혀 케르베로스라고 할 수 없겠지.



머레이는 고개를 들어 녹티스를 보았다. 그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생각을 억눌렀다

 


머레이 

참, 또 다른 확인을 부탁한 것도 결과가 나왔어.



머레이가 꺼낸 사진을 보면서 녹티의 표정은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 희미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머레이는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녹티스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증거를 위조하는 것을 도와 이번 책임을 모두 짊어지고 싶다고 말했을까.
아마 녹티스는 이번기회를 빌어 사진 속의 그 사람을 조사하려고 했을 것이다......한때 녹티와 함께 정화부대에 속해 있던 구조체였다.

 

 

머레이

지상 청정 구역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있었어. 네가 찾는 사람과 비슷한 구조체를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장소는 여기야.

 

녹티스 

응, 고맙다...




녹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아들었다. 머레이를 향해 예법에는 어긋난 군례를 한 뒤 사무실을 떠났다.
머레이는 약간 놀랐다. 녹티스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경례한 적이 없다. 애초에 케르베로스 소대 대원들 모두가 이랬던 적이 없었다.



머레이

정말...



머레이는 한숨을 쉬며 오랜만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탁자 위의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머레이

나도 살짝... 지휘관처럼 변한건가?



머레이는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책상 서랍을 열어 최근 받은 명함을 꺼내어 적힌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머레이

마지막으로... 보험 하나 더 들자.

 


머레이는 특별히 개조한 비밀 채널을 통해 명함에 적힌 통신번호를 연결했다.

 


??? 

안녕 ~ ~ ~ 안녕 ~ 머레이 씨인가요?








바이두 번역기+파파고 돌린 거라 당연히 오역 의역 있음

나 볼 겸 하는거고 현생 사느라 느리니까 중간에 다른 사람이 해도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