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는 지금도 퍼니싱이 폭발한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빛이 사라지고, 통신이 두절되고, 기계가 다운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단지 큰 과부하, 큰 전자기 간섭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푸르스름한 빛이 새빨갛게 변하고, 다시 작동한 기계가 엄니를 펼치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인류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위험 회피 수단이 위험 그 자체가 되고, 통제 불능의 장갑이 병사들의 관이 되고, 광란의 드론이 카메라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사냥한다.

발라드가 비지능형 경화기를 소지한 안전국 대원을 이끌고 탈출 행렬을 만났을 때, 원자로 인근이 생명의 금지구역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원자로 노심 안에서 번진 붉은 역병은 기계를 미치게 할 뿐 아니라 피와 살까지 녹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절반 이상이 탈출하지 못했고, 그들은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잠시 안전한 방에 틀어박혀 붉은 역병에 삼켜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분의 방호복을 입은 발라드는 결사대를 이끌고 붉은 금지구역으로 돌진했다.

3시간, 이것이 이 구조작전이 지속될 수 있는 한계였다.

이후 방호복마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 붉은 역병에 걸려 죽기 전까지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10m로 단축되어버렸고, 구조 자체도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발라드는 남은 세 손가락을 이용해 손짓으로 후퇴를 지시했다.

이 구조에서 그는 오른쪽 손바닥 전체, 왼쪽 손바닥 반쪽, 오른쪽 종아리 외에 성대, 호흡기와 장기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결사대 구성원은 모두 68명이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마치 블랙유머인 것 마냥, 그들이 구해낸 사람도 4명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되었을 때, 그가 알게 된 것은 친구가 전선으로 달려간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결코 상대방을 설득하지 않았다.



전령

교관님, 그 몇 분은 모두 모셨습니다.


발라드

그래, 알겠다.


회상을 끊은 발라드는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나갔다.


발라드

내가 가서 그들을 설득하겠다.



와타나베도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통신 두절 사흘째인 이날, 본부에서 돌아온 백하우스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통신 중단은 캠프 오아시스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무선 두절로 보였다.

가장 최악인 것은 우주에 있는 240개의 궤도 위성 중 단 한 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모두들 영점 원자로의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했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전원이 전시 상태로 전환되며 물자가 전시 통제 상태에 들어갔다.

방어 전선이 구축되었고, 순찰대를 조직하여 만일의 습격에 대비하였다.



15일째

기술병의 노력으로 마침내 새 주파수 대역을 통해 외부로부터 첫 방송을 받았다.

'퍼니싱'으로 명명된 새로운 바이러스의 특성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날 훈련소에는 기능장갑을 비롯한 첨단 장비들이 모두 폐기됐고, 비지능형 경화기 일부와 보급용 구식 유탄포 몇 문만 남아 있었다.

이에 따라 주둔지의 방위력은 90% 이상 축소되었다.



30일째

통신은 거의 재개되었고 본부와 지휘부는 안정적인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연락수단을 잃고 각개전투하는 동안, 인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침식된 기계는 무서운 속도로 인류의 텃밭을 잠식하고 있었다.



48일째

백하우스 교관은 북방전선으로 소집된 뒤 돌아오지 않았다.



60일째

오아시스 소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중을 구조하기 위해 설원으로 향했다.

정찰소대는 대량 침식체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오아시스 소대의 후임 리더인 브루스는 6시간 동안 침식체를 혼자서 막고 명예롭게 전사했다.

그가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전할 기회가 없다.



69일째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173번 도시로 이동하였다.

후임 리더인 와타나베는 현재의 병력과 장비로는 더 이상 진영을 고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인근 175번 도시로 이동해 보급 및 생존자 수색에 나설 것을 신청했다.

방안은 통과되었다.



73일째

오아시스 소대는 175번 도시에 도착해 보급품과 생존자 수색에 나섰다.



75일째

다량의 경화기 보급과 식품 및 의약품을 발견했다.

일부 대원을 파견해 안전지대로 호송한 뒤, 후임 리더인 와타나베는 나머지 대원들을 계속 이끌고 생존자 수색에 나섰다.



80일째

뜻밖에도 퍼니싱이 점유한 공장에서 침식기계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입작전으로 공장을 폭파시켰지만 도시 내 대다수의 침식체도 끌어들였다.



81일째

퇴각하는 도중 생존자 2명이 발견됐고, 그중 1명은 어린이였다.



전투 개시




90일째



Episode-06

진실한 마음



(휘파람 소리~)


다니엘

조용히 해, 대장 아직 쉬고 있잖아!


앤드류

아, 미안.



【괜찮아, 출발해야 되니까.】



앤드류

폭발에 이끌려 온 침식체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나서부터 대장은 눈을 거의 붙이지 못했어.


【지금 상황은 어떻지?】


다니엘

전방에 침식체가 많지 않아서 지하철역으로 대피할 수 있어.


앤드류

이 보름간의 포위전이 마침내 끝나려고 해.

돌아가면 푹 잘 거야!


다니엘

정신 놓지 마.



조이스

와타나베 씨, 우리 마침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요?



와타나베

 오아시스 소대 리더


와타나베

전방의 침식체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조이스

다행이다...다행이야...



??

다행이...어...배고파...


조이스

조금만 참아봐. 어제 막 마지막 배급을 나눠줬잖아?


앤드류

괜찮아, 내거 줄게...나도 없는 것 같은데...…


다니엘

너...


와타나베

괜찮아. 이거 가져가.



??

가...감사합니다 와타나베 씨!


와타나베

가자. 민간인의 안전에 주의하도록.





앤드류

일단은 안전해.


다니엘

이제 지하철역으로 철수하기만 하면 돼.


와타나베

경계를 늦추지 마라!




와타나베

매복이다!

!



앤드류

대형 침식체다...우리가 유인할게!


다니엘

대장, 민간인을 데리고 먼저 철수해!



조이스

와타나베 씨...가서 팀원들을 도와주세요...그 침식체와는 상대할 수 없어 보여요...



와타나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지...


1)병사를 따라가서 싸운다

2)난민을 따라가서 보호한다


【1)병사를 따라가서 싸운다】←선택



다니엘

여기까지밖에 안 되나...우리 시간 벌 수 있는 거겠지?


앤드류

덤벼라!


와타나베

내가 왔다!


대원

대장?!




앤드류

대장의 도움 덕분에 안전해졌어.


【가자, 어서 합류하러.】


다니앨

대장...이런...


의외의 사단은 결국 일어났다

정체불명의 침식체가 그곳을 습격했고, 우리는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



환영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군, 때로는 일이 이렇게 되어버릴 때도 있지.


【여기는 어떤 곳이지?】


환영

그냥 거울의 내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당신은 누구지?】


환영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직은 때가 아니야.

난 너의 심정을 이해해.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는 너무 흔하기 때문이지.

그것들 중 대부분은 영원한 유감이 되어버렸어.



와타나베

여전히 안 되는 건가...


이후 【2)난민을 따라가서 보호한다】 선택



조이스

내 뒤에 있어!




??

와타나베 씨!


와타나베

나한테 맡겨!



조이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흑흑흑...


【빨리 그를 데리고 대피하세요. 전 팀원들을 구하러 가야 됩니다.】



앤드류

잠들지 마, 이 자식아, 정신 차려! 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


다니엘

하…그럼 휘파람이라도 불러봐, 너의 휘파람 소리는 항상 사람을 깨우잖아?


앤드류

이 자식이...


다니엘

대장...우리 시간 벌은 거 맞지...




펑!




환영

그들은 존엄을 지키고 죽음을 맞이했어.

예전에 나도목숨과 책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봤어.

아직도 망설이고 있군, 그럼 다시 한 번 골라 봐.



와타나베

음...



환영

끊임없이 시도하고, 끊임없이 실패하지.


【모두를 구할 방법이 있을 거야.】


환영

훗...마지막으로 넌 가장 비이성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겠군...



와타나베

이리 와!

여기는 나 혼자면 충분해.

와라, 나는 너와 하루 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어!



와타나베

크윽...



와타나베

이제 곧 죽는 건가?


환영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지.


와타나베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환영

중요한가?


와타나베

최소한 나의 죽음이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환영

때로는 개인의 의지가 일시적인 결과를 좌우할 수는 없어.

우리는 항상 자신을 희생시키면 최고의 결말을 맺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결국 우스꽝스러운 오만일 뿐.

생명에는 물론 수많은 회한이 있지만, 때로는 필히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지.

개인의 의지는 작지만 그 의지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미래의 궤적을 바꿀 수도 있어.


【여전히 실패한 건가...】



와타나베

너희...


【너희들...미안해...】

【난...】


다니엘

대장, 자책하지 마. 수많은 나쁜 선택지 사이에는 원래 완벽한 결말따위 없는 법이야.


앤드류

대장도 남으려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장을 버릴 수 있겠어.


조이스

와타나베 씨...그 아이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그 아이가 당신의 영향 아래서 분명 훌륭하게 될 거라 믿어요...


와타나베

...진실을 직시해야 해...




전투 종료




거짓된 위안은 무너져 갔고, 몸은 환상으로부터 돌아오기에 앞서, 통각은 한 걸음 먼저 응답하였다.


와타나베

원래, 이것이 진실이었지...



꿇은 두 무릎은 이미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혈액은 카타르시스를 찾아 가슴 쪽으로 일제히 모여들었다.


와타나베

그래...그때의 나는 아직 ▇▄▇▆가 아니었어. 그 정도 크기의 침식체에게 기습을 당했을 때의 결과는 오직 하나...


죽음이다


와타나베

하지만 난 살아있어...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 무감각했던 두 손은 진실의 무게와 온도를 느꼈다.

어린 생명이 그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와타나베

맞아...최소한 그 아이는 내보내줘야지...


적막이 흐르는 와중에 갑자기 목이 터져라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

와타나베 씨! 와타나베 씨! 죽지 마, 죽지 마요!


작은 손바닥이 가슴의 큰 구멍을 누르고 있었지만, 도저히 바람의 투과를 막을 수 없었다.

진짜 바람인가?


??

피, 멈출 수 없어...

다 나 때문이야...나만 아니었으면....짐덩어리가 되어서...죄송해요!


와타나베

사과하지 마. 내가 이런 이유는...


이것은 내가 이행해야 할 책임이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와타나베

그들도 똑같이 그랬겠지?


그제서야 와타나베는 등 뒤에 다섯 개의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 중 하나는 팔이 반쯤 잘린 상태였다.


와타나베

브루스...너희들 날 데리러 온 거야?


앞에서는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이, 뒤에서는 망령의 침묵이 흘렀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시선이 동시에 와타나베의 몸에 쏠렸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발버둥치며 나아갈지, 아니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물러설지, 그는 선택을 한다.


와타나베

조금만 더 기다려, 적어도 내가 이 일을 끝낸 후에 너희들을 찾아갈게...


이미 차가워진 다리를 열심히 들어올리려 애쓰던 중, 결정을 내리는 순간 인지의 혼란이 깨졌다.



??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잠깐의 실신에서 의식을 되찾으니, 앞에 있던 어린아이가 땅바닥의 돌을 집어들고 힘껏 그의 뒤를 향해 던지고 있었다.

죽은 자의 혼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단지 파괴된 침식체 몇 개만이 있었다.



와타나베

빨리 뛰어...


와타나베는 입술을 꿈틀거리며 가냘픈 소리를 냈다. 귓속에서는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생명은 점점 그의 몸에서 흘러 검은 대지 속으로 되돌아갔다.


??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아이의 분노에는 공포의 전율이 있었다.


와타나베

빨리 뛰어, 너만이라도 좋아...



등 뒤에서 금속이 땅바닥을 질질 끄는 소리가 가까워졌고, 아이의 표정도 떨리는 분노에서 단순한 두려움으로 변해간다.

그는 돌을 던지고 와타나베의 손을 잡아끌어 원래 있던 곳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굶주린 아이가 어디 어른을 옮길 힘이 있을까?


와타나베

아무나 와서...

그를 구해줘...



???

엎드려!


익숙한 목소리가 총성에 가려지기 전에, 와타나베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