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것 보다는 훨씬 좋았지만 고작 이렇게 공식 레시피만 겨우 따라 만든 평범하고 밍밍한 팝콘으로는 하강질주하는 프랜차이즈의 속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다지.



PC의 집합체일 것만 같은 포스터에 비해서 의외로 훈장질하는 부분은 없는 게 의외라면 의외. 여자들끼리 모여서 서로 부둥부둥하는 장면들까지도 불편하다면야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동안 혹평이 자자했던 여성중심서사의 영화 요소들과 비교하면 이만치 얌전한 고양이도 또 없으려니 싶다. 그러니까, 엔드 게임에서의 여성조같은 뭐 그런 지나치게 작위적인 연출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함.


액션 영화 프랜차이즈에서 이런 말도 참 웃기긴 한데, 어쩐 일로 액션 자체는 좀 맛이 괜찮은 편이었음. 다만 분량이 좀 적게 느껴지는 편인데, 까놓고 말해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보다는 체감상 많은 거 같음. 영화 길이는 1시간 정도 차이 나지 싶은데 이게 맞냐. 진짜 블팬2는 전설이다. 제가 다른 것도 다 재밋게 봣는대 블팬2는 용서가 안 뎀.


그리고 이만 벨라니의 카말라 칸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내는 이런저런 재미있는 분위기는 꽤 괜찮았음. 이만 벨라니의 카말라 칸 연기가 워낙 사랑스럽기도 하고 제법 여기저기 잘 융화되면서도 색깔을 잘 드러냄. 더불어서 카말라의 가족들까지 해서 재미 요소는 카말라 가족이 다 만들어내는 편.


놀랍게도 캐럴 댄버스가 그렇게 밉상처럼 나오지 않음. <캡틴 마블>이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그 밉상스러운 인상이 어디갔나 싶음. 


장?점은 뭐 요 정도인 듯. 뭐 자잘한 거 더 들자면 닥스2마냥 예습이 필요한 수준의 영화는 아니었다는 점, 쿠키가 좀 쎄긴 쎄다는 점.



단점은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는 점. 굉장히 편의적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단지 기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여정으로 밖에 비춰지지가 않음. 빌런은 빌런답지도 않고, 히어로들은 그들 스스로의 힘과 고뇌를 별로 내비치지 않음. 딱 필요한 것만 똑딱 잘라다 보여주는 느낌. 그래서 너무 부족해진.

개연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서도 짧은 런타임과 압축된 서사 때문에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성도 가볍게 처리되는 면모가 있음. 

캐럴 댄버스, 카말라 칸, 모니카 램보 이 셋이 왜 팀을 꾸려서 움직여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씀,,,, 뭐 능력을 쓰면 우르곳의 초동역학 위치전환기 마냥 자리를 바꾸니까 한 군데에 모여있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왜 모여있는 거지 얘네들?

씬과 씬을 잇는 장치는 별 다른 씬이 있는 게 아니라 대사로 후루룩 하고 정보를 난사하는 걸로 퉁치게 됨. 


결국 영화를 보고 남는 것은 이만 벨라니가 귀여웠다, 역시 돈을 때려박으니까 비주얼은 볼만 하구만, 정도. 



아 참. 우리 박서준 형아도 이 영화에 나오는데, 사실 코미디를 위한 구간에서 짧게 나오는 수준임. 이는 뭐 예상했던 바 그대로고. 근데 극장에 있는 모두가 그가 등장할 때 웃참하게 됨.

아니 왜, 뭐 장기자랑같은거 있으믄 무대에 친구 올라가있는거만 봐도 그냥 웃긴 그런 느낌이었던 거 같음.



결론은 딱히 봐야 할 메리트가 없다애오. 딱 마블 표준의,장점도 단점도 그대로인 공장제 영화. 쿠키는 나중에 시간 지나서 따로 한 번 찾아보새용.